‘장과 뇌의 직통 핫라인’ 분자메커니즘 연구

화학센서 구실하며 세로토닌 분비하는 EC세포

신경세포와 시냅스 이뤄 ‘장내 정보’ 뇌에 전달


EC_Cells.jpg » 화학센서 구실을 하는 EC 세포(파란색, Enterochromaffin cells)는 장내에서(빨간색 외곽선 안쪽) 독성 화합물을 탐지해낸다. 출처/ Holly Ingraham/David Julius labs, https://www.ucsf.edu/news/2017/06/407506/rare-cells-are-window-gut-nervous-system


리 떨어진 장과 뇌 사이엔 정보를 전달하는 직통 핫라인이 있다.’

그 핫라인의 시작점이 되는 독특한 장내 세포들의 기능이 이번에 비교적 자세히 규명됐다. 이 세포들은 장내 환경이나 화합물 성분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렇게 탐지한 정보를 신경세포에 직접 전해 곧바로 뇌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장크롬화친화성 세포(EC 세포)는 장내에 1% 미만으로 희소하게 존재하는데, 특정 화합 성분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화학센서(chemosensor)’ 세포로 알려져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serotonin)의 90%가량을 생산하는 데 관여한다.


“장의 표면적은 우리 피부 표면적의 100배가 넘는다. 그렇기에 장은 우리 몸에서 외부 물질에 노출되는 가장 넓은 표면이다. 비록 EC 세포는 장의 안쪽에서 고작 1%를 차지할 정도로 희소하지만, 주요 신호전달 분자인 세로토닌의 90%를 여기에서 생산하기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그 기능에 대해 호기심을 품어 왔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작용해 기분(mood)을 매개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장에서는 그 역할이 매우 다르다. 장에서 세로토닌은 장 수축과 위 불편감(gastric discomfort)과 관련돼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내분비 세포인 EC 세포가 주변 신경세포들한테 어떻게 정보 또는 신호를 전달하는지 그 분자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샌프란시스코)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줄리우스 등이 참여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셀(Cell)>에 낸 논문에서, 내장 상피에 있는 희소 내분비 세포인 EC 세포들이 주변 신경세포들과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들 간에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부)를 이루면서 장내의 특정 화합물 성분을 탐지할 때 그 정보를 신경세포들에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채로 관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희소한 EC 세포와 신경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마우스의 살아 있는 내장 기관을 실험용으로 축소해 만든 배양조직(organoid)을 사용하는 새로운 실험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이전에는 하기 어려웠던 실험의 결과물을 얻어냈다.


실험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EC 세포가 분비하는 세로토닌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멀리 떨어진 신경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인지, 또는 신경세포와 EC 세포가 어떤 연결망을 직접 이루고 있는 것인지를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입증해보이는 것이었다.


연구결과를 전한 생물학매체 <더 사이언티스트>의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화합물 검색 과정을 거쳐 EC 세포의 흥분을 일으키는 성분들 몇 가지를 찾아냈으며, 이 성분들에 반응하는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을 찾아냈고, 또한 EC 세포와 주변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이루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시냅스 전(前)단계 단백질과 후(後)단계 단백질들을 확인해냈다.


이 매체는 “이런 모든 연구결과는 EC 세포와 주변 신경세포들이 서로 직접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즉 두 세포들이 신경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인 시냅스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달리 말해, 장 세포에서 뇌로 이어지는 직접 연결(direct link)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장과 뇌의 직접 연결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왜 필요한 걸가? 다음은 다른 연구자가 추정하는 설명이다.


“이런 연결망 덕분에 장내 정보가 몇 분이 아니라 몇 밀리 초 만에 뇌에 전달될 수 있을 겁니다. 독 성분을 먹었을 때 화학센서 구실을 하는 이런 EC 세포들이 반응하고, 그러면 뇌는 곧바로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겠지요.” (<더 사이언티스트> 뉴스에서)


 
  논문 요약(summary)

섭식, 미생물, 염증 등 요인은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을 조절하며, 신진대사부터 인지까지 폭넓은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준다. 장 상피(gut epithelium)는 그런 인자들(agents)를 탐지해내는 주요한 장소이지만, 정확히 신경 요소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장크롬화친화성 세포(enterochromaffin cells; EC 세포)가 화학센서(chemosensor)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견해가 제시되어 왔으나, 이런 희소하고 독특한 EC 세포 유형이 화학센서 정보를 신경계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이 세포들이 단일세포 측정 기법을 쓰기에 희소하고 접근불가 하여 장애가 되어 왔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이런 제약을 우회하여, EC 세포의 고유한 생물리학적, 약리학적, 유전학적 속성을 규명하고자 배양된 장 기관 세포들을 단일 세포 측정 기법으로 연구했다. 우리는 EC 세포들이 특정한 화학센서 수용체 단백질들을 발현하며, 전기적으로 흥분되며, 시냅스 연결체를 통해 세로토닌에 민감한 1차 구심성 신경 섬유(afferent nerve fibers)를 조절함으로써, EC 세포들이 장내의 환경과 대사, 항상성과 관련한 정보를 탐지하고 신경계에 직접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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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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