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마그마는 거의 고체 상태, 분출 전에야 녹는다”

마그마 속에 있다가 분출된 광물 지르콘의 '열 이력' 분석
“대부분 시간 거의 고체 상태, 분출전에 녹은 상태로 변화”


00zirconmagma11.jpg » 뉴질랜드의 타우포 화산지대에서 수집된 지르콘 결정들은, 땅속 마그마가 오랜 동안 거의 고체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분출 전에야 녹은 상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최근 미국 연구자들이 밝혔다. 출처/ 유레카 보도자료 https://eurekalert.org/multimedia/pub/142962.php  

이어몬드처럼 작고 단단한 광물 지르콘(zircon)은 쉽게 변성되거나 파괴되지 않아 때로는 멀고먼 초기 지구의 환경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단서로도 쓰인다. 뜨거운 마그마 속에서도 녹지 않아 땅속 마그마와 함께 머물다 화산 폭발 때 분출된 지르콘 결정은 직접 볼 수 없는 지하 마그마의 세계가 어떠한 곳인지를 말해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 41억년 된 지르콘 광물에 ‘생명 기원’ 단서 담겼나 [2015.10.20]

 http://scienceon.hani.co.kr/331073


00zircon2.jpg » 지르콘 광물의 일반적인 모습. 이번 연구논문과는 무관. 출처/ Wikimedia Commons 뉴질랜드의 화산 지대에서 나온 지르콘 광물 7점을 정밀 분석해보았더니, 땅속 마그마가 때로는 액체 아닌 고체 같은 결정질 상태로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시뻘겋게 부글부글 끓는 액체 마그마를 상상하지만 마그마는 뜨거운 고체의 상태로 땅속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과 미시건공대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대략 수만 년 전에 생성되어 땅속 마그마와 함께 머물다가 화산 폭발로 분출된 지르콘 7점의 미량 성분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00taupovolcaniczone.jpg » 뉴질랜드의 타우포 화산지대. '달의 분화구'로 불리는 지열지대. 출처/ Wikimedia Commons 분석 대상이 된 지르콘 7점은 뉴질랜드 북섬의 타우포(Taupo) 화산지대에서 14세기 초 엄청난 화산 폭발이 있었을 때 분출돼 쌓여 있다가 수집된 것이다. 지르콘 광물 7점에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타우포 화산지대 땅속 마그마의 오랜 과거 상태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을까?


지르콘에서 리튬 원소의 분포 특성을 분석하면 지르콘이 얼마나 뜨거운 온도에서 얼마 동안 놓여 있었는지, 즉 열의 이력(thermal history)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열 이력을 살펴보니 분석 대상이 된 지르콘 7점은 어느 정도 굳어 결정질을 이룬 거의 고체 상태의 마그마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거의 고체 상태로 저장돼 있던 마그마는 화산 분출 전에야 더 뜨거운 액체 상태로 변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르콘 결정 내 리튬의 분포는 지르콘 결정이 마그마 고인곳(magma reservoir) 안에 있는 동안에 겪은 온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검은 색 선은 여러 온도에서 지르콘 결정이 얼마 동안 저장되었을 때 분석 대상 지르콘 내 리튬 분포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회색 띠는는 불확실성의 범위를 나타낸다). 분홍 색으로 표시된 온도대는 지르콘 주변의 마그마가 흐물흐물한 상태일 때의 온도 범위를 보여준다. 가느다란 빨간 색 막대는 마그마가 완전히 녹은 상태가 되는 지점을 나타낸다.


00zirconmagma3.jpg » 출처 / 사이언스, Allison Rubin et al (2017)

 

지르콘 내 리튬 분포 조사를 통해, 연구진은 주변 마그마를 녹일 정도로 뜨거운 온도에서 지르콘 결정이 얼마나 오래 놓여 있었는지, 다시 말해 마그마는 얼마나 오랜 동안 녹은 상태로 있었는지를 분별해냈다. 리튬은 마그마가 더 뜨거울수록 더 빠르게 지르콘 안으로 스며들어 퍼진다고 쿠퍼는 설명한다.


지르콘 내 리튬 확산 특성은 이 지르콘 결정이 섭씨 650-750도 온도 범위에 놓여 있던 기간이 대략 1200년 동안임을 보여준다. 그 온도대에서 고체 마그마는 약간 설빙 콘(snow cone) 같은 상태로 녹는데, 이때에는 조금 액체가 스며 있지만 거의 결정질인 상태가 된다. 그리고 마그마가 완전히 녹는 섭씨 750도 이상의 온도에 지르콘 결정이 노출된 것은 단 40년 동안이었다. 마그마 고인곳에서 마그마는 거의 고체 같은 물질로 거의 대부분의 생애를 보내기 때문에, 연구진은 마그마가 분출 전에야 녹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사이언스뉴스>에서)


이번 연구는 화산과 마그마가 어떻게 움직이며 분출하는지에 관해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마그마는 늘 액체 상태로 땅속에 저장돼 있다고 분출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시간에는 거의 고체 같은 상태로 있다가 더 뜨거운 다른 마그마가 유입되거나 하는 어떤 조건에서 더 뜨거운 녹은 상태로 변화하고 이런 액체 마그마가 화산 폭발로 분출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조사한 지르콘 광물들의 경우에는, 마그마가 지질학의 시간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수십 년, 수백년 만에 액체로 변해 분출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는 땅속 마그마의 저장과 화산 분출에 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화산 분출의 위험 시기를 연구하는 데에도 이번 연구의 발견이 새로운 이해와 단서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사이언스> 에디터의 논문 소개

오랜 세월의 굽기(baking), 이후 빠른 분출:  지르콘 같은 광물에는 화산 폭발 이전 마그마의 저장 상태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루빈(Rubin) 등 연구진은 마그마 저장 조건을 규명하기 위하여, 뉴질랜드의 타우포 초대형 화산지대(Taupo supervolcanic complex)에서 나온 지르콘 7점에 들어 있는 리튬 농도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기존의 238U-230Th 연대측정 기법(traditional 238U-230Th dating)을 결합해 사용했다. 이 지르콘들은 분출될 수 없는, 거의 결정질인 채로 깊은 마그마 고인곳 안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 결국에는 더 뜨겁고 더 얕으며 분출될 수 있는 마그마 덩어리들로 옮겨졌으며, 거기에서 불과 수십년 내지 수백년을 보낸 뒤에 분출되었다. 이런 분석 결과는 거대한 열 변이(thermal variations)를 지니는 마그마 시스템이라는 2단계 모형을 뒷받침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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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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