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중력파 검출…‘새로운 블랙홀 충돌과정 보여줘’

LIGO, “태양 질량 49배 블랙홀 병합 때 출렁인 중력파 신호 검출”

“공전과 자전 정렬 안 돼…따로 태어난 두 블랙홀 만나 충돌 추정”


00BlackholeGW_3rd_1.jpg » 라이고가 세 번째로 포착한 중력파(GW170104)의 발생원으로 추정되는 블랙홀 충돌과 병합 사건의 상상도. 이번에 포착된 중력파 신호는 병합한 두 블랙홀이 병합 전에 쌍을 이뤄 서로 둘레를 도는 공전 방향과는 정렬되지 않은 채, 즉 공전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전 운동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라이고 연구진은 밝혔다. 출처/ LIGO/Caltech/MIT/Sonoma State (Aurore Simonnet)


력파 검출 거대장치인 라이고(LIGO)가 세 번째 중력파를 검출해냈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라는 긴 이름의 영문약자인 ‘라이고(LIGO)’의 국제과학협력단은 1일(현지시각) 자료를 내어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 병합해 태양 질량 49배의 블랙홀이 될 때 발생한 중력파 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GW170104’로 명명된 이번 중력파 신호는 올해 1월 포착됐으며 그동안 분석 과정을 거쳐 이날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를 통해 공개됐다. [☞ 라이고 보도자료]


[중력파 검출 관련, 사이언스온 글들]


‘블랙홀의 병합’ 두 번째 중력파 포착 [2016. 06. 16]
    http://scienceon.hani.co.kr/408284

중력파 첫 관측 논문의 ‘그림1’에 대한 10000자 해설 [윤복원 | 2016. 02. 29]
    http://scienceon.hani.co.kr/374378

중력파 대체 어떻게 검출했나?...‘라이고’ 원리 따라잡기 [윤복원 | 2016. 02. 17]

    http://scienceon.hani.co.kr/367176

우주 탄생 비밀 풀 제3의 눈을 얻다 [2016. 02. 12]

    http://scienceon.hani.co.kr/365799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중력파 천문학’ 등장하나? [2016. 02. 11]

    http://scienceon.hani.co.kr/365375

시민 다중참여, 중성자별 중력파 신호 찾아나서 [2016. 03. 14]

    http://scienceon.hani.co.kr/377693

첫 검출 중력파 ‘GW150914’는 어디에서 날아왔나? [2016. 05. 06]

    http://scienceon.hani.co.kr/398326


00BlackholeGW_3rd_2.jpg » 라이고가 세 번째로 포착한 중력파(GW170104)는 태양 질량의 31배, 19배 되는 두 블랙홀이 충돌해 태양 질량 49배 블랙홀로 병합한 사건을 보여준다. 출처/ LIGO/Caltech 중력파 신호가 직접 검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라이고는 2016년 2월 두 블랙홀의 병합(태양 질량 62배) 때 일어난 중력파를 사상 처음으로 검출해 크나큰 주목을 받으며 발표했으며(GW150914), 이어 2016년 6월에 또 다른 블랙홀 둘이 태양 질량 21배 규모의 블랙홀로 병합할 때에 생성된 중력파(GW151226)를 검출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검출된 신호는 라이고 관측장치가 성능을 높여 ‘어드밴스트 라이고’로서 2016년 11월 말 새롭게 가동한 이후 2차 관측 기간인 올해 1월 4일에 포착됐다.


중력파는 두 블랙홀의 충돌 사건처럼 거대 중력의 격동이 일어날 때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생성돼 날아온 중력장의 파동 또는 물결로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됐으나 그 중력파의 직접 신호는 지난해에야 라이고를 통해 사상 처음 검출됐다. 시공간의 출렁임으로도 표현되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엔 시공간도 아주 미세하게 변한다. 라이고 검출 장치에선 중력파가 4㎞ 길이의 두 팔 모양 검출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 변형을 양성자 지름의 1000분의 1 수준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라이고 협력단은 “시공간의 흔들림인 중력파를 세 번째 검출함으로써 천문학의 새로운 창이 열렸음을 확인했다”며 중력파 검출이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라이고 연구에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이형목 교수(서울대), 강궁원 연구원(과학기술정보연구원), 오정근 연구원(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따로 내어 “세 번째 검출로 증력파 검출은 이제 확고해졌다고 본다”, “중력파가 앞으로 우주를 보는 중요한 관측수단임이 현실화 되고 있다”며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 신호는 30억 광년 거리에서 날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라이고 협력단은 검출된 신호를 분석해 이 중력파가 태양 질량 31배와 19배인 두 블랙홀이 서로 둘레를 도는 공전 운동을 하며 빠르게 접근하다가 충돌해 태양 질량 49배 블랙홀로 병합할 때 일어난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00BlackholeGW_3rd_3.jpg » 라이고가 세 번째로 포착한 중력파(GW170104)의 발생원으로 추정되는 블랙홀 충돌과 병합 사건의 또 다른 상상도. 출처/ LIGO/Caltech/MIT/Sonoma State (Aurore Simonnet)

 

그런데 이번 중력파 신호에선 이전의 두 중력파에 없던 새로운 특징이 발견됐다. 라이고 협력단은 이번 중력파 신호의 특성을 분석해보니 병합한 두 블랙홀들이 병합 전에 공전 방향과 정렬되지 않은 채 이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각자 자전(spin)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공전과 자전 운동이 정렬되지 않았다는 것은, 두 블랙홀이 애초에 쌍성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본래 항성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따로 생성되었다가 나중에 만나 충돌, 병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다음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통해 제공된 라이고 협력단의 자료 일부이다.


“블랙홀 쌍성의 생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모형이 있다. 하나는 두 블랙홀이 같이 태어났다는 것으로서 이미 존재했던 무거운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에 속한 별들이 각각 진화하면서 블랙홀 쌍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블랙홀의 자전축은 공전축과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모형은 밀집된 항성계에서 따로따로 만들어진 블랙홀이 나중에 서로 만나 쌍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의 자전축은 공전축과 서로 임의의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다. 라이고가 GW170104 블랙홀은 정렬되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 데이터는 밀집 항성계에서의 생성 이론과 더 잘 맞는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이형목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구상 성단과 같은 밀집 성단에서 역학적 과정을 통해 블랙홀 쌍성이 효율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론적인 논문을 발표해 왔다. 앞으로도 계속 자전축과 공전축의 방향이 전혀 다른 블랙홀 쌍성의 충돌이 관측된다면 우리의 이론적 예측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고(LIGO)는 미국과학재단(NSF) 등의 지원을 받아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운영하며, 세계에서 1000명 넘는 연구자들이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한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참여해 활약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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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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