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표적 벗어난 변이’ 예상보다 많이 발생”

살아 있는 마우스의 게놈 전체 염기서열 정밀 분석

미국 연구진, 이전에 예측하지 못한 변이 다수 발견


“데이터 비교분석과 해석 방식 신뢰하기 어렵다” 반론도


00CRISPR_4.jpg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의해 절단된 디엔에이(DNA)를 형상화한 그림. 출처/ 유투브, https://youtu.be/2pp17E4E-O8


러 분야에서 주목받는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 기법인 이른바 ‘유전자 가위’ 기술이 표적으로 삼지 않은 디엔에이 지점들에서 예측보다 훨씬 많은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체 게놈 분석(WGS)의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런 보고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 복합체가 인간 질환의 유전자 치료와 같은 분야에 쓰이기에는 아직 큰 위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결론의 근거가 된 데이터 의 비교 분석과 해석 방식과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워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와 아이오와 대학교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메소즈(Nature Methods)>에 실은 서신 형식의 1.5페이지 분량 연구 보고(correspondence)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를 받은 실험동물 마우스 두 마리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을 자세히 분석해보니 흔히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의도하지 않은 변이들”이 곳곳에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 즉 크리스퍼/카스9 복합체는 디엔에이 절단 또는 교체의 표적이 되는 디엔에이 염기서열 부위를 찾아가 달라붙는 안내자 아르엔에이(guide RNA) 분자와 그 표적 지점을 자르는 카스9 절단효소가 짝을 이루는 분자 복합체인데, 유전자 가위가 표적 지점을 정확히 절단하더라도 표적(target) 이외의 오프타겟(off-target) 지점들도 잘라 변이를 일으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당연히 오프타겟 변이를 줄이려는 여러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보고는 유전자 가위가 잘못 자르기 쉬운 오프타겟 지점을 예측해주는 도구인 예측 알고리즘조차 파악하지 못한 많은 지점들에서도 변이가 일어남을 살아 있는 개체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시각 장애 유전자 치료를 받은 마우스 두 마리의 게놈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했다. 이들은 표적이 된 시각 장애 유전자의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으나, 이와 동시에 두 마리 마우스에서 여러 변이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발표한 연구보고를 보면, 단일 염기 변이는 각각 1736건, 1696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염기 하나의 변이인 단일 염기 변이도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형질에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작은 규모의 염기서열 삽입/결실(indel)도 각각 164건, 128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다음은 연구진이 <네이처 메소즈>에 실은 연구 보고의 첫머리이다. 이들은 크리스퍼/카스9 기법 사용으로 인해 일어나는 오프타겟 변이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 방식이 제한적이었다고 평하면서, 자신들은 크리스퍼/카스9 기법으로 유전자 치료를 받은 살아 있는 개체의 전체 게놈에서 작은 규모의 염기 삽입/결실뿐 아니라 단일 염기 변이까지도 자세하게 분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카스9 편집(CRISPR-Cas9 editing)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교정할 수 있는 유망한 기법이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에서 우리는 크리스퍼-카스9을 사용하여 시각 장애 마우스에서 관련 유전자(Pde6b)의 변이를 교정함으로써 마우스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일 가이드 아르엔에이(sgRNA)가 표적으로 삼지 않은 지점(오프타겟 지점)에서 2차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지속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생길 수 있는 표적 이외 지점을 예측해주는] 알고리즘은 특정 가이드 RNA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표적 이외 지점(오프타겟 지점)을 알려주지만, 이런 알고리즘도 변이를 놓칠 수 있다.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WGS)이 작은 규모의 염기 삽입/결실(indels)의 존재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어 왔지만 유기체 전체에서 단일염기서열변이(SNV)를 조사하는 데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우리 연구진은 크리스퍼-카스9 기법이 적용된 마우스를 대상으로 전체 게놈 분석(WGS)을 수행하여 모든 표적 이외 변이(오프 타겟 변이)를 확인했다. 우리는 크리스퍼가 단일 가이드 RNA(sgRNA)와 상동성 있는 지점들에서삽입/결실의 대부분을 일으킨다고 널리 인정되는 가정과 비교할 때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단일염기변이(SNV)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크리스포/카스9이 일으킬 수 있는 오프타겟 변이 파악과 그것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프타겟 변이 생성과 관련해 크리스퍼-카스9의 신뢰도를 높이는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그 이후에야 크리스퍼 플랫폼이 위험(risk) 없이, 특히 임상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연구보고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염기서열들의] 삽입/결실(indels)과 단일염기변이(SNV)에 대한 전체 게놈 분석(WGS) 분석이 오프타겟 변이를 확인하는 가장 철저한 방법임을 입증해주며, 또한 크리스퍼-카스9에 의해 유도되는 잠재적으로 해로운 변이의 수가 이전에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음을 보여준다. 단일 가이드 아르엔에이(sgRNA)의 설계를 향상하고 충실도(fidelity) 높은 카스9을 사용함으로써 오프타겟 변이를 줄일 수 있을지, 또는 살아 있는 대상 실험에서(in vivo) 오프타겟의 문제는 어떤 단일 가이드 RNA를 사용하더라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것인지 여부는 현재 명확하지 않다. 우리 연구는 연구자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특정 가이드 RNA와 카스9을 오프타겟 변이와 관련해 세심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오프타겟 변이 생성과 관련해 크리스퍼-카스9의 충실도를 높이는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그 이후에야 크리스퍼 플랫폼이 위험(risk) 없이, 특히 임상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새로운 크리스퍼 기법과 시약을 사용할 미래의 연구들에서 살아 있는 대상 실험에서 오프타겟 변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체 게놈 분석 기법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유투브 https://youtu.be/2pp17E4E-O8 ]


러나 이런 결론의 근거가 된 데이터 의 비교 분석과 해석 방식과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워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행해진 데이터의 분석과 해석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연구보고에서 밝힌 변이 지점들의 염기서열이 크리스퍼/카스9이 작용하는 염기서열과 무관하며 △통상적인 데이터의 검증과 확인 절차가 빠진 채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으며 △변이들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개체간 변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논문과 함께 공개된 전체 게놈 염기서열 데이터를 우리 연구진이 분석하고 있어서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진수 단장이 <사이언스온>에 보내온 의견이다.


“저자들이 ‘확실한 오프타겟 지점(true off-target site)’으로 제시한 단일염기변이(CNV)와 삽입/결실(indel) 지점의 염기들을 보면 타겟이 된 염기서열(on-target sequence)과 유사성이 없습니다. 더구나 절단효소 카스9(Cas9)이 결합하는 피에이엠(PAM)이라는 특정 염기서열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은 저자들이 발견한 단일염기변이와 삽입/결실 지점들이 카스9과 단일 가이드 아르엔에이(sgRNA)와 무관함을 의미합니다. 크리스퍼-카스9이 가이드 RNA와 상보성도 없고 카스9이 결합하는 PAM도 없는 곳을 잘라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프타겟 단일염기변이 지점이 염기 삽입/결실 지점보다 12배 많이 나왔다는 것도 매우 이상합니다. 단일염기변이는 디엔에이(DNA)가 잘린 곳에 우연히 염기 한쌍이 결실되면서 동시에 다른 한쌍이 삽입된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결실(deletion)이 되거나 삽입(insertion)이 됩니다. 이를 합쳐서 삽입/결실, 즉 인델(indel)이라고 합니다.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WGS)을 해서 찾은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을 독립적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로 논문이 발표된 것도 매우 의아합니다.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이 실제 오프타겟 지점임을 입증하려면 생쥐 수정란에 같은 가이드 RNA와 카스9을 주입한 후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 지점에 변이가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리뷰어와 에디터가 요구하지 않은 것이 미스테리입니다.

 저는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이 크리스퍼에 의한 것이 아니고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WGS)을 행한 생쥐들의 유전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두 개체 간의 변이를 조사해 보면 단일염기변이가 삽입/결실보다 10배 이상 나옵니다. 저자들이 발견한 변이의 비율과 유사합니다. 이는 논문의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이 자연적 개체간 변이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카스9을 주입해서 변이가 일어난 두 마리는 형제지간이었고 대조군으로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행한 생쥐는 같은 형질계통(strain)이기는 하지만 이들과 형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저자들은 변이가 도입된 두 마리 생쥐 유전체에는 존재하지만 대조군 생쥐 유전체에는 존재하지 않은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이 크리스퍼에 의한 오프타겟 지점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대조군에는 존재하지만 변이가 도입된 생쥐에는 존재하지 않은 단일염기변이, 삽입/결실의 유무에 대해서 저자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변이가 수백 개 이상 있다면 대조군과 변이 생쥐 사이에 유전적 배경이 다르다는 가설이 입증됩니다. 동시에 저자들이 보고한 변이가 크리스퍼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다. 논문과 함께 공개된 전체 게놈 염기서열 데이터를 저희가 분석하고 있어서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이런 당연한 과정을 저자들이 생략했다는 것도 의아하고 에디터와 리뷰어가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논문을 보면 가이드RNA와 ‘서열 유사성’이 가장 높은 50곳의 후보 오프티겟 지점들(top 50 potential off-target site)에 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이드RNA와 상보적인 10개 염기쌍 표적 염기서열 중에서 3~4개 염기쌍만 다른 곳들입니다. 이에 대해 이 분야 해외 전문가 한 분이 놀랍다고 코멘트를 했으나 실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 실험실과 다른 여러 실험실에서 여러 차례 입증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단 2개 염기쌍만 다른 곳도 전혀 못 자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의 실험 결과도 카스9이 상당히 정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습니다. 과학자가 비범한 주장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비범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번 논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용어해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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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따와 만든 유전공학 기법입니다.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이고, 그래서 박테리아는 잘 짜인 면역체계를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왔습니다. 전에 침입한 적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일부를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에다 기록해두는 거죠. 마침 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미 갖고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곧바로 식별합니다. 뒤이어 박테리아 안에선 이렇게 식별된 외부 침입자의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공격이 이뤄집니다. 이처럼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구성이지요. 박테리아의 이런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 부릅니다.

2013년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모형을 이용해 박테리아 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세포에서도 작동하는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 연구진도 이런 발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록해둔 ‘안내자 아르엔에이(RNA)’라는 분자와 △찾아낸 표적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 ‘카스9’ 분자, 이렇게 둘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복합체를 만든 거죠. 이제 안내자 아르엔에이를 잘 설계해 카스9에다 붙이면 이 복합체는 세포핵 안에서 절단하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하고 이어 그곳을 절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증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라낸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미리 준비해둔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해 유전자 기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을 써서 지식과 응용 분야를 넓히려는 여러 연구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출처/ http://scienceon.hani.co.kr/416242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수정]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의 의견을 기사에 추가했습닉다 -2017년 6월 6일 오후 5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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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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