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숱한 과제에 시달리고 퀴즈에 쫓기고 실험실에서 죽치는 생활엔 힘겨움과 고민도 숨어 있지만 이공계의 젊음은 여전히 팔팔하고 꿈도 많다. 다양한 갈래의 이공학도들이 그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전한다.

망망대해에서 나의 진로 방향 찾기, 연구 분야에 대한 고민

이상엽의 “로봇공학도, 대학원 입시 앞에서”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이상엽 님이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며 겪는 경험과 고민을 독자들과 나눈다. 도움 되는 진학 정보와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길을 선택하는 문제, 학문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 같은 생각거리도 던져준다.


[2] 내가 찾는 연구 분야는 무엇?


robotopenclipart2.jpg » 출처 / openclipart.org, by The Martin



‘로봇 연구원’은 나의 오랜 장래 희망직업이다. 그리고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이 고민은 더 세분화 되었다. 로봇의 종류가 많고 연구 방향이 연구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로봇이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연구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robotbook.jpg » 로봇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로봇공학자의 길을 간접적으로 채험해 볼 수 있다. 연구 분야를 선택하려면 우선 어떤 분야들이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연구실 홈페이지들, 관련 책, 논문, 교수님 면담 등을 통해서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특별하게는 <로봇신문>이라는 온라인 신문과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서 대중 서적에 비해 더 심층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에서는 꼭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질문을 올릴 수 있었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한번은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의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참가 전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내가 어떤 분야의 연구자인지 선택하는 항목이 있었고, 이 선택지를 통해서도 로봇 분야가 어떤 전문 용어들로 나누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1]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대학원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 들어보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로봇공학의 연구 분야들


다양하면서도 비슷한 연구 분야들을 조사하다보니 그 분야들이 모호하면서도 어떤 특징에 따라 분류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바다’를 돌아다니며 애써 구획을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보를 모으며 내 나름대로 정리한 로봇공학의 연구 분야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갖춘 인간형 로봇을 말한다.[2] 내가 중학생 때부터 카이스트에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인 ‘휴보(HUBO)’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유명했기 때문에 내게도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다르파(DARPA,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재난로봇 대회에 출전하는 로봇들의 성과 소식을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서 듣곤 했다. 2015년 다르파 재난로봇 대회에서 휴보가 1등을 했다.


생체모방로봇

생체모방로봇은 동물이나 곤충, 물고기와 같은 생명체의 움직임 원리, 생체 구조 등을 따라하거나 그것을 변형하여 만든 로봇을 말한다.[3] 책과 잡지를 통해서 도마뱀 로봇, 치타 로봇 등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최근에는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통해서 나비 로봇, 개미 로봇 등을 보기도 했다.


외골격 로봇

웨어러블 로봇이라고도 알려진 외골격 로봇은 사람이 로봇을 입는 형태로 장착하여 근력을 높이거나 업무 보조를 해주는 로봇을 말한다.[4] 휴머노이드에 대해 알아가다가 내 관심을 끌었던 분야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뇌파를 이용해 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걸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매니퓰레이터

매니퓰레이터는 사람의 팔과 유사한 동작을 하는 기계를 말한다.[5] 로봇 팔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처음에는 공장 로봇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로봇학 입문’ 수업에서 그 원리를 배우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모든 로봇학의 기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정교하고 효과 좋은 매니퓰레이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들을 보면서 아직도 연구할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 등장한 로봇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이제 병원에서도 쉽게 접하게 된 로봇을 이용한 수술 방법이다.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로 이루어진 다빈치는 인간 손의 한계를 넘는 정교함을 보여준다고 한다.[6] 수술 로봇 이외에도 앞으로는 병원에서 간병 로봇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개발하는 간병 로봇은 환자 옮기기, 목욕 도와주기 같은 일을 맡을 것이라는 기사를[7] 여러 번 접했다.
 

[ 유투브 https://youtu.be/PomkJ4l9CMU 휴머노이드인 휴보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

인터넷, 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간접적인 경험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 분야의 큰 그림을 보기에는 좋았지만 실제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 내가 무엇을 배울지 등을 자세히 알기는 어려웠다.


특히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경우에 대부분 업데이트가 자주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다는 과거의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교수님 면담은 연구실의 방향과 교수님의 생각을 알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연구실 학생의 입장에서 느끼지는 연구실의 장단점 및 처우 등을 알기 어려웠다. 논문들에서 얻는 정보는 요즘에 어떤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는지는 대략 알아볼 수 있었지만, 심화된 내용을 내가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었고 어떤 논문이 중요한 논문인지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든 대학원 바깥에 있는 사람으로서 습득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족한 정보로 혼자서 만든 상상은 실제 연구 주제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연구주제에 대해서 탐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구실 인턴 경험, 연구실 직접 방문, 학회 참석,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구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한기계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다

내가 연구실 인턴으로 경험했던 분야가 바이오-로보틱스(Bio-Robotics)였던 게 인연이 되어, 대한기계학회의 바이오공학부문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8]


사실 참석하기 전까지 ‘학회’나 ‘학술대회’라는 단어와 ‘학부생’이라는 단어는 서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술대회는 연구 분야를 탐구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고 의외로 학부생들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참석에는 등록비가 필요하지만 학생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얻어가는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등록비가 비싼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술대회에 참석하며 얻은 것은 여러 가지이다. 발표되는 논문들이 나누어진 세션을 통해서 바이오공학부문이 어떻게 세분화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9]


나는 바이오-로보틱스 분야에 관심을 갖고서 참석했기 때문에 바이오공학 부문의 다른 분야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구 분야들이 어떻게 세분화 되고 있는지를 인식한 것만으로도, 이 분야의 연구들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훨씬 정리된 도움을 얻은 느낌을 받았다. 책의 목차를 보는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에게는 당연한 지식일 수 있지만 전문 분야와 전문 용어를 처음 접하는 학부생에게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보면서 연구실 현장에서는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주제가 대세를 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연구들은 이전의 연구들을 이어받아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만약 내가 바이오공학과 관련된 연구실로 진학한다면, 내가 진행할 연구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나아간 주제 또는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연구들은 내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보는 분명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conference_poster.jpg » 학술대회의 포스터 발표는 사진과 같은 모습이다. 각 포스터마다 연구 목표부터 연구 결과까지 담겨 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hrtkvudst/220981375365, (2017-05-28 방문)


학술대회에는 ‘포스터 발표’라는 순서가 있었다. 포스터 발표를 신청한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내용을 담은 포스터 앞에 서 있고 청중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그 연구 내용을 내용을 듣거나 그것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이때에 주변에서 질문하는 사람들 사이에 학부생도 몇 명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학원생들에게 직접 내용을 듣고 내가 모르는 것은 바로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서 막연히 알거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구체성을 띠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포스터에는 각자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었다. 대학원은 역시 만만치 않구나, 내가 저런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 저 주제는 재밌어 보인다 등등, 걱정반 기대반의 감정이 들었다.


학술대회 참석은 어떤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관련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들이 학술대회에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계셨기 때문이다. 특별히 관심 있는 교수님이 있다면 약간의 용기를 내어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지식이 드러나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연구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열정을 모르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릴 때까지 해야 할 연구 분야 조사 작업에는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애쓰는 과정은 자신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는 것과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환상을 부수는 시간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연구실들을 방문하면서 겪은 일과 그래서 내가 어떤 분야를 고려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겠다.


[주]


[1] https://goo.gl/jrI9tt, 설문조사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연구분야와 관심분야를 선택하는 항목이 있다.

[2] 두산백과, “휴머노이드”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46273&cid=40942&categoryId=32335, (2017-05-26 방문)

[3] 한컴 경제용어사전, (2014), “생체모방로봇”,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71380&cid=42107&categoryId=42107, (2017-05-26 방문)

[4] 시사상식사전, (2014), “외골격로봇”,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75296&cid=43667&categoryId=43667, (2017-05-26 방문)

[5] 매일경제, “매니퓰레이터”,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18577&cid=50321&categoryId=50321, (2017-05-26 방문)

[6] 세브란스병원 건강칼럼, “로봇수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05060&cid=51003&categoryId=51022, (2017-05-26 방문)

[7] 로봇신문, (2015) “일본, 노인 간병로봇 개발 센터 설치”,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33, (2017-05-26 방문)

[8] 대한기계학회, “대한기계학회 바이오공학부문 2017년도 춘계학술대회 개최 안내”, http://ksme.or.kr/Conference/ConferenceView.asp?top_param=1&sub_param=4&AC=3&CODE=C320170204&B_CATE=BBC1, (2017-05-26 방문)

[9] 각 세션의 제목을 통해 Bio&Cell-Mechanics, Hemo-Rheology, Bio-Manufacturing, Biomimetics, Nature-Inspired Technology, Bio-Robotics, Bio-MEMs, Bio-Sensor/Device/Imaging/Instrument, Sports Mechanics, Human Modeling&Simulation, Biomedical Simulation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엽 연세대 학부생(기계공학과)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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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연세대 기계공학과 학부생
움직이는 것과 만들기를 좋아해서 기계공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관심사로는 로봇, SF, 미술, 암벽 타기 등이 있습니다. 최근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학으로 과학, 윤리, 교육, 산업, 경제, 복지, 차별 등을 포함한 전반적 사회문제와 흐름에 귀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방면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저와 이야기 나누실 분 누구든지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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