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 7행성들, 관심 끄는 완벽한 궤도공명

가까운 거리 유지하면서도 일곱행성 궤도운동 조화

행성들의 형성과 진화 푸는 ‘공명사슬’ 비밀에 주목


00TRAPPIST-1.jpg »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져 있는 트라피스트-1 항성과 그 둘레를 공전하는 일곱 행성들의 상상도.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JPL-Caltech


난 2월 지구에서 불과 39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독특한 행성계가 천문학계와 언론매체에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태양에 비해 작고 어두운 별(왜성)인 ‘트라피스트-1(TRAPPIST-1)’ 둘레에 지구 크기와 비견될 만한 행성들이 일곱이나 공전하고 있고, 일곱 중 셋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런 관심거리와 더불어 트라피스트 행성계가 이 분야 연구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일곱 행성들이 상당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전하는데도 수십억 년 동안 충돌하지 않은 듯이 매우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궤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곱 행성의 궤도들은 트라피스트-1 항성에서 불과 1000만 킬로미터 안팎 거리 안에 모두 다 놓여 있는데, 이는 태양-지구 거리가 1억 5000만 킬로미터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거리다. 이처럼 작은 궤도 공간 안에서 여러 행성들이 완벽한 공존을 하기는 쉽지 않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라피스트 행성계의 발견 소식을 발표하던 지난 2월 당시에, 공동연구진에 속한 한 연구자(Sean Raymond)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일곱 궤도에 부치는 송시(Ode to 7 orbs)’라는 제목의 자작시에서 이런 궤도 공명을 ’탱고’에 비유해 노래하기도 했다.


“그 행성 궤도들은 우연히 정해지지 않았지

그것들은 시원한 우주 춤사위를 따르고 있는 듯하네

예를 들어 행성 d [세번째 행성]와 e [네번째 행성]를 봐

e가 두 궤도 도는 동안 d는 세 궤도 돌기를 끝내지.

둘은 아주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지

이런 궤도 공명, 그것은 그 우주에서 흔히 일어나네
행성들 각 쌍은 공명 관계 이루네. 그러니까,

전체 행성계가 탱고를 추는 것 같지 않은가!”

(“시인이 된 천문학자 '7행성 발견' 자작시로 전해”)


최근 트라피스트-1 행성계의 발표 이후에 행성들의 자세한 궤도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천문학자를 비롯해 국제 공동연구진은 관측 자료를 분석해 그동안 분명하게 확인되지 못한 가장 바깥쪽의 일곱 번째 행성 ’트라피스트-1h’의 궤도를 확정하고서 행성계의 궤도 공명이 서로 얽혀 있음을 다시 확인해주는 후속 연구결과를 “트라피스트-1 일곱 행성들의 공명 사슬(resonant chain)”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00TRAPPIST-1_2.jpg » 트라피스트-1 행성계.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JPL-Caltech

 

Galilean_moon_Laplace_resonance_animation_2.gif » 목성 둘레 위성들이 보여주는 궤도공명 현상. 그림에서의 비는 궤도 주기의 비. 위성의 '합'은 잠깐 동안의 색상 변화를 통해 강조된다. 유로파-가니메데 합(자홍색)이 한 번 일어날 동안 두번의 이오-유로파 합(녹색)과 세 번의 이오-가니메데 합(회색)이 일어난다. 그림과 설명 출처/ 위키백과 이에 앞서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연구자들은 트라피스트 행성계의 일곱 행성들이 서로 고도의 동기화 관계를 이루는 ‘공명의 사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천문학 저널 레터스>).


이 연구에 참여한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물리학 전문매체 <피직스월드>의 뉴스에서 “대부분의 행성계가 일종의 아마추어 음악 밴드처럼 각자 다른 속도로  자기 역할을 하지만 트라피스트 행성계는 이와 다르다”며서 “일곱 행성이 거의 완벽하게 시간을 맞추어 자기 역할을 서로 동조화하는 초집단(super-group)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모사하는 수많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일곱 행성들이 5000만 년 이상 충돌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궤도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즉, 수십억 년 동안 트라피스트 행성계가 조화롭게 유지된 데에는 이 행성들이 형성되는 초기 역사에서 이런 완벽한 공명의 어떤 조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기 드문 독특한 트라피스트 행성계의 궤도공명은 독특한 행성계 형성과 진화의 먼 과거 역사를 보여줄 화석과도 같은 ‘궤도 화석’인 셈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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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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