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여덟 갈래 정책 산책"

과학기술정책은 과학기술인의 더 나은 연구환경에 중요하며 또한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발전에 중요합니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있는 여덟 명 필자들이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 더 나은 사회 정책을 위한 과학기술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과학기술 공약들 뜯어보니 ‘사람과 사회’ 가 보였다

여덞갈래 정책산책 필진 2017. 05. 11

[2] 필진토론: 대통령 후보 5인의 과학기술정책 공약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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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온 과학기술정책 공약들은 2017년 우리사회 과학기술정책 담론의 현재 수준을 보여주는 텍스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새 대통령이 선출돼 후보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자료로서는 가치가 없다 하더라도 후보들의 공약을 통해 과학기술정책의 담론과 인식을 살펴보는 일은 여전히 향후 과학기술 정책 방향 설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4월 18일에 <사이언스온>의 과학기술정책 분야 필진 8명이 한자리에 모여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 관련 공약을 조사하고 분석했습니다. 으레 조직개편이나 연구개발비, 정부 출연 연구소 정책으로 수렴하는 과학기술정책 분석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기준으로 공약을 점검해 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예정보다 앞당겨진 선거였기에, 다소 산발적이고 촉박하게 발표된 공약들을 모아 정리하고 분석하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 분석하는 것은 정책연구자로서, 또 유권자로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공약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용은 물론, 그를 위한 과학기술인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각 후보와 정당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장 다섯 시간이 넘는 긴 토론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추렸습니다. 지난 10일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이 글에서는 토론 시점을 감안하여 ‘문재인 후보’라는 표현을 유지했습니다. 안오성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및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께서 자문역으로 도움을 주셨는데,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을 열띤 토론의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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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결과는 4월 25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대선캠프와 과학정책대화>에서 발표되었고, 발표자료와 배포자료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tp.kaist.ac.kr/0603/view/id/728

토론에 참고한 후보들의 10대 공약 및 공약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policy.nec.go.kr/svc/policy/PolicyLis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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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은 결국 교육-일자리 공약?                                   


000KYS.jpg 강연실: 이번 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너무 부풀려졌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혹은 소위 정책 유행어다라는 비판들을 인지하고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겠습니다만, 관련 공약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후보들의 철학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관한 정책들은 어떠한가요?


0YKJ.jpg 윤기준: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에는 4차 산업혁명을 노동 분야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를 내린 대목을 찾기는 어려웠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조직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립해서 관련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점은 4차 산업혁명의 세부 아이템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입니다. 문 후보는 인프라 설치를 정부의 주요 역할로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대적으로 설치한 브로드밴드(광대역) 인터넷망이 생각나는 대목인데, 사물인터넷망(IoT)을 구축하겠다,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데 노력하겠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확산을 위해서 충전소를 더 많이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공공 데이터 센터를 설치해서 기업들이 공공 데이터 활용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정부는 구매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창업 기업의 제품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매해 창업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신희선: 여기에 제가 조금 보충하자면,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 후보의 공약집에는 4차 산업혁명이 노동 분야 공약에서 언급이 되거든요.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함으로써,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래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니까 노동문제와도 관련시켜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0AOS.jpg 안오성: 한 가지 코멘트를 하자면, 구매자로서 정부의 혁신 유인 역할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된 지 오래 되었는데, 이른바 ‘정부 구매’에 드는 비용이 현재 국방비보다 훨씬 많아요. 그런데 정부의 구매가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부 구매란 즉 공공 획득 사업인데, 정부에서 돈을 지불해서 민간에서 사들이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이 때 이미 검증된 제품들을 구매한다는 말이죠. 정부가 혁신 기술의 구매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검증된 걸 사지 말고, 중소 중견기업의 혁신 제품이 시장에 쉽게 못 들어오니까 정부가 첫 고객이 돼 주라고 하는 것이죠. 이것은 선진국의 전략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법으로 도입해왔는데 거의 활용이 안 되고 있어요. 이런 맥락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책입니다.


기준: 그렇군요. 맥락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어떤 배경과 목적으로 이 공약을 내세웠는지 더 잘 이해되네요. 마지막으로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서 특이한 사항은 이 모든 정책들이 하나가 되는 공간을 ‘스마트 도시’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인데 도시 정책을 따로 발표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네요. 스마트 도시 정책을 “21세기형 뉴딜”이라고 부르면서 이런 스마트 도시,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도로 건설 등을 정부가 앞장서서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강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 스마트 도시, 즉 21세기형 뉴딜 사업과 도시 재생사업이 도시라는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질 때 생길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실: 그렇군요. “뉴딜”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공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어떤가요?


김규리: 안철수 후보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죠. 백신 프로그램 개발 경험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는 반대로 정부주도형 대신 민간이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에 집중하고,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민관협의체를 설치해서 스타트업 생애주기별 지원을 공약했습니다.


0JSH.jpg 조승희: 여기에 덧붙이자면, 안철수 후보가 민간 주도만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기술개발과 인력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여러 공약을 내었습니다. 미래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과 같은 분야의 전문인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청년 및 장년 10만명을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미취업 청년과 실직자를 대상으로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에서 1년 정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창의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고, 같은 맥락에서 학제도 직업교육을 중요시하는 5+5+2를 제안했죠.


0SIK.jpg 선인경: 유승민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해야 하는 바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올 것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이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강조를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자체를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다기보다 후보의 주요 공약 분야인 혁신, 창업이라는 큰 프레임에서 관련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어요. 유 후보 공약에서 4차 산업혁명 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인재육성으로 보입니다. 초중등 교육의 경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토론식, 실험 체험 등 다양한 수업 방식, 창의성과 사고력 증진 등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교육정책처럼 보여요. 다만 특이한 점은 지금 중학교에서 전체 6학기 중 1학기는 의무적으로 자유학기제로 되어 있죠. 그런데 유 후보는 현재는 취업을 위해서 진로교육 중심으로 되어 있는 자유학기제에다 창업 위주 교육을 추가하여 자유학년제로 확대하고자 합니다. 다음에 소프트웨어 교육, 혹은 코딩 강화라고 했는데, 이건 거의 모든 후보들이 얘기했을 것 같네요.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교육에 활용할 계획도 세웠는데, 초중등 교육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능형 학습지원시스템, 즉, 개인 수준에 맞춰서 일대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을 내어놓았습니다. 또, 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해서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교육개혁을 기획하는 건 이 위원회가 담당하고, 지금 현재의 교육부는 교육정책을 기획하기보다는 약간 교육복지라든가 평생 학습 중점으로 기능을 축소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냈어요.


승희: 교육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제가 살펴본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랑 비슷한 면이 있네요.


0SIK.jpg 인경: 네, 그렇죠. 그런데 저는 유승민 후보의 4차 산업혁명 공약과 관련해서 이공계 전문인력에 대한 고등교육 정책은 후퇴했다고 생각합니다. 고급인력, 대학교 이상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새롭지가 않아요. 어떻게 보면 1970-80년대와 비슷한 것 같고, 이 부분에서는 매우 구시대적이에요. 예를 들어, 창업을 꿈꾸는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 장학금을 확대한다든가, 국비 유학생을 실리콘밸리 같은 우리보다 앞선 혁신 생태계에 파견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학습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접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국내에 부족한 기술은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지금 국내에도 고급인력 공급이 초과하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 공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실: 두 후보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를 밀접하게 관련시켰는데, 홍준표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홍 후보는 명시적으로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정책을 좋은 일자리 창출과 역동적 경제라는 큰 정책 목표 아래에다 다 포함하고 있어서,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어요. 창업을 강조한다는 점은 유승민 후보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광범위한 문제를 모두 창업으로 해결하려는 거 같아요. 모든 연령층에 대해서 다 그렇습니다. 은퇴자들도 디지털 재교육을 통해서 창업에 기여할 수 있고, 청년도 창업을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법인세를 인하해준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규리: 언제까지 공부하라는 건가요. 이러다 공부만 하다 죽겠습니다(웃음).


연실: ‘평생 교육’이 결국 그런 의미 아닌가요? (웃음) 홍 후보 공약에는 그 외에도 창업 강국을 위한 제도들, 예를 들어, 연대보증 폐지, 세금혜택 확대, 5년간 창업투자펀드 조성과 같은 안을 포함하고 있어요. 또, 미래창조과학부를 개편해서 정보과학기술부를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 특별법을 신설하겠다는 조직 개편 공약도 냈습니다. 홍 후보의 공약에서 흥미로운 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책의 범주보다, 다양한 분야의 정책 안에 첨단산업, 혹은 가상현실을 통한 산업기술 육성과 같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많았다는 점이에요.


000PJH.jpg 박준혁: 앞서 언급된 후보들의 공약과 비교했을 때, 심상정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매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을 기회이자 위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후보의 주요 관심 분야가 노동이다 보니, 대량 실업이라든가, 근로의 위기 등, 노동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심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서 국가의 역할은 민간의 파트너라는 점을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보도자료를 보면 민간은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위험성 있는 시도는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기능을 담당할 각 위원회를 만드는 게 첫 번째 공약입니다. 여기서 리스크 있는 시도들을 계속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일을 주도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기술-사회 공동변화에 대한 철학은 드러나지 않아                                     


0SHS.jpg 희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결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줄 것, 혹은 위협할 것’으로 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저는 적어도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어떤 현상으로 진단하는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공약에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리고 그 관점을 바탕으로 공약을 세워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기술과 사회의 ‘공진화’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알긴 어렵네요. 생각이 없는 걸까요?


000KKR.jpg 규리: 네, 후보들에게서 기술과 사회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드러나지는 않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지금 여러 후보들의 공약을 듣다 보니 안철수 후보가 창업을 정말 많이 강조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10대 공약 중 하나의 이름에 들어가지는 않고요, 정확한 공약 이름은 “교육과학기술과 창업 혁명으로 경제성장과 미래 준비”입니다. 안 후보의 계획에서는 교육 혁명, 과학기술 혁명, 창업 혁명 3개가 선형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특징적입니다. 즉, 교육 혁명을 통해 창의 인재를 양성해서 과학기술 혁명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과학기술 혁명은 교육 혁명을 통해 배출된 창의 인재가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을 일으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이 인재들이 결국 창업 혁명까지 이끌어서 만들어낸 혁신 역량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에요. 여러 교육 체계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고요.


김성은: 교육, 과학기술, 그리고 창업 혁명까지… 이 모든 게 일어나려면 되게 오래 걸리겠네요.


규리: 교육을 받는 초등학생들이 지금부터 해야 되는 것이죠. (웃음) 안 후보는 창업에서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여 지원할 계획이고, 그리고 낙후된 산업단지를 ‘창업 드림랜드’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패 창업인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정책과 같이 창업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실: 그럼 창업에 대해서는 후보들 중에서 안철수 후보가 가장 강조한다고 볼 수 있나요?


규리: 홍준표 후보 아닌가요? 홍준표 후보는 은퇴 후에도 교육받고 창업하도록 하는 계획인데. (웃음)


준혁: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 후보의 공약이 창업을 상당히 강조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승희: 다른 후보들이 창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닐 거에요. 오히려, 이 세 후보는 창업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그건 오히려 공허한 공약들이 아닌가요?


000KYS.jpg 연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청년, 경력 단절 여성, 은퇴자를 구체적으로 짚어서 그들의 취업난과 생계를 창업 지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이 보여요. 특히 안철수 후보가 창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성향이 제일 큰 것 같이 보입니다. 국가 개조, 국가 발전을 위해 “창업 드림랜드,” “창업 국가”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용어 사용에서 그런 특징이 드러나는 듯해요. 국가의 산업 발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큰 포부가 있다고 할까요? 유승민, 홍준표 후보는 창업을 일자리 문제 해결의 최우선 수단으로 보고 있는 듯 하네요.


0AOS.jpg 오성: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문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여요. 창업해서 스스로 복지를 해결하라는 의미죠.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주의에 입각한 최소 정부 철학의 반영이라 볼 수 있지만, 시장기능에 모두 내어 맡겨도 된다, 혹은 창업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다면 문제입니다. 단기처방에 매몰되는 것도 문제지만, 현실을 도외시하면 관념적 원리에서 맴돌 수 있거든요.


준혁: 심상정 후보는 창업 지원보다는 인프라를 잘 갖춰서 지금 있는 제조업을 다시 혁신을 시킨다든가 중소기업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네요. 즉, 창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에 신경을 쓰겠다는 거죠.


0YKJ.jpg 기준: 문재인 후보는 창업과 관련해서도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가장 강조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나 새로 설립된 기업 제품을 정부가 필요한 경우에 적극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모든 후보가 마찬가지겠지만 연대보증 폐지 등을 통해 실패를 용인하는 정책 기조를 세우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 

 과학기술 진흥, 정부의 역할은?                                                        


연실: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들에 대해 토론을 해보았는데, 여기서 과학기술을 지원하고 발전하도록 하는 데 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후보들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민간 주도냐, 정부 주도냐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곤 하는데, 후보들의 공약을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어떤가요?


0KSE.jpg 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대비, 혹은 주도할 것인가를 놓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공방이 있는데요. 제가 볼 때 두 후보의 논쟁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교육을 강조하고 문재인 후보는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는 데, 제 생각에는 그 두 개가 결국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국가가 문제없이 민간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렇죠. 한 쪽이 교육정책을 이야기하고 인프라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이 된 뒤에 양자택일 하는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겁니다. 각 후보가 다양한 수식어로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확실히 드러내려고 노력하려고 하지만 앞으로 실제로 정책을 폈을 때 내용적으로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0SIK.jpg 인경: 제 생각은 성은씨와 다른데요. 특히 과학기술정책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안보와 같은 분야에 비해서 후보들 간 공약의 방향성이 크게 차이가 나기 힘들 거에요. 그런데 10대 공약을 내놓았을 때에는 수많은 공약들, 정책 아이디어들 중에서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많이 고민했을 겁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책 분석을 할 때 공약의 경중을 대한 생각이 깃들어 있고 정책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전제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오성: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 많은 정책안 중에 어떤 것을 내세웠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의 경우 스마트 도시 건설과 관련된 공약에는 뉴딜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을 하려는 데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지요.


0YKJ.jpg 기준: 문재인 후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자면, 4차 산업혁명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이 기구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10대 공약에 드러난 것으로는 결국 국가주도형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고 싶은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2012년 대선 공약을 찾아봤더니 그 때에는 연구자 주도를 많이 주장했더군요. 최근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연구자 주도적인 정책을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000KKR.jpg 규리: 그런데 연구자의 소속은 매우 다양하죠. 정부출연연구소에 있는 연구자도 있고 대학에 있는 연구자도 있고 기업에도 있는데, 서로 다른 연구자 집단의 참여나 기술개발을 뭉뚱그려서 ‘연구자 주도’라고 한다면 그것만큼 모호한 표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그런 모호함에서 그나마 벗어나 있어요. 민간 주도에 대해서 안철수 후보가 훨씬 더 명확하게 얘기를 많이 하고 있죠. 국가 연구개발 비용을 아예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기업에 지원하겠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000PJH.jpg 준혁: 하나 궁금한 게, 만약에 정부출연연구소에 국가가 용역을 발주해서 돈을 지불하고 직접 계획을 짜게 한다면 국가에 보고서가 들어갈 텐데 이건 국가주도형이 되는 건지, 아니면 연구자주도형이 되는 건지요?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때, 연구자가 희망하는 연구를 하고자 할 때 국가가 내리는 결정이 어쨌든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0AOS.jpg 오성: 저는 국가 주도, 민간 주도라는 말이 상당히 왜곡, 또는 오해되고 있다고 봅니다. 겉보기에 국가 주도, 하향식 과제지만 진정한 의미의 하향식 과제는 사실 없다고 봐야 하죠. 사실은 아래에서 아이디어 받고 포장해서 위에서 다시 내려오는 형식이죠. 정부출연연구소에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하면 출연연구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전략과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줍니다. 사실 기업도 마찬가지죠. 현대에 자동차 관련해서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면 현대가 원하는 모양으로 줍니다. 정부 주도 같지만 민간 주도의 측면도 있는 거죠. 그리고 상향식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상향식이 그렇다고 만능인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을 국가가 어느 정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느 수준에서 할지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봐요.


규리: 안철수 후보는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민간 주도’를 굉장히 강조했죠. 정부 주도를 강조한 문재인 후보와 각을 세우기도 했고요. 근데 안 후보 공약에서 이미 생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가 너무나 뚜렷해요.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미 뚜렷하게 선정해 놓은 상태에서 민간 주도로 하겠다고 한다면 민간 주도의 실효성이 없지 않나 생각해요. 이렇게 명확하게 국가가 의도하는 바가 있다면, 국가가 주도하지 않겠다고 해도 결국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그린’이라는 수식어면 연구비를 쉽게 딸 수 있었던 것처럼 되는 게 아닐까요? 결국 민간 주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히 민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도권이 정말 민간에게 넘어가는 것인지는 의심스러운 공약이에요.


 4 

 과학기술인은 창의적 연구자로서 ‘사람’인가, 국가발전에 기여할 ‘인력’인가?         


0JSH.jpg 승희: 저는 오늘 대선 후보 공약을 놓고 토론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후보들의 공약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 처우 개선, 그리고 교육에 대한 공약에서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인을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0YKJ.jpg 기준: 문재인 후보도 사람을 매우 강조하는데요, 특히 과학기술 연구자 중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에 힘을 주었습니다. 연구자들에게도 근로자로서 안정적으로 일, 즉 연구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소수 연구자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지방대학 과학자들, 학생과 여성이에요. 특히 대학원생과 학생연구생(학연생)의 과도한 노동과 급여가 교수의 맘대로 좌지우지 되는 것을 큰 문제로 보고 있고요, 문 후보는 그 해결책으로 4대 보험을 포함한 근로계약 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죠. 또, 현재 연구문화가 것은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직결된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여성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이 중요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연구실 근무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성 과학자 관련해서 정확히 어떤 연구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0AOS.jpg 오성: 지방 연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점은 새롭고 환영할 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는 잘 알려진 대학이 대부분 연구비를 다 가져가니까 지방대의 경우에는 연구비를 가져가는 게 많이 어려운 상황이죠. 신진 연구자, 소수자들, 약자들을 우선하겠다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알려진 연구자들이나 교수들이 연구비를 가져가기 수월한 구조니까요.


승희: 안철수 후보도 대학원생이나 학연생들을 위한 특례 제도를 만들어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냈습니다.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와 권리장전 의무화, 대학원 알림이 실태조사, 그러니까 어떤 연구실에 가면 어떻다는 정보공개를 보장하는 정책도 냈어요. 대학 평가에 연구환경 개선 정도를 반영하고, 병역 특례는 유지를 하겠다고 합니다. 종합하자면 학생연구원들에 대한 처우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공약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약 전반에서 인력의 "활용"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이 표현에서 과학기술인을 국가적 자원, 그러니까 국가 발전, 혹은 ‘창업국가’ 건설을 위한 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이에 반해서 심상정 후보는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건을 더 낫게 해 줘야 앞으로도 과학기술 분야도 더 발전할 것이라는 입장이죠.


0SHS.jpg 희선: 지금 승희씨가 지적하신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과학기술인들이 경제 발전,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어느 정도 요구 받았던 우리의 과거 역사가 생각나는데요, 미래에도 과학기술인의 역할이 이런 식으로 규정된다면, 과학기술인들이 자유로운 연구를 하고, 또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000KYS.jpg 연실: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서 드러나는 과학기술인에 대한 관점은 구시대적이라고 봅니다. 다른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과학기술인들을 지원하는 공약을 강조한 반면, 홍 후보는 과학기술인 연금을 인상하고, 훈장과 포상을 더 많이 주고, 주택 마련 혜택을 주는 등 이미 안정적 위치에 있는 연구자들, 혹은 은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러한 정책들은 1970년대에 국외 과학자를 데려오는 데 썼던 정책을 떠오르게 합니다. 특히 훈장과 포상을 더 많이 주겠다는 정책은 안철수 후보보다 훨씬 더 강하게 과학기술인들이 국가적 인력이며, 또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존재이라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죠. 과학 활동을 하는 개개인으로서 개성이나 처우, 자율성보다 이 점을 더 강조하고 있어요.


0SIK.jpg 인경: 유승민 후보의 공약에는 지금 나온 두 가지 관점, 그러니까 ‘개인으로서 과학기술인’과 ‘국가적 인력으로서 과학기술인’의 인식이 모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여요. 과학기술인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데, 첫 번째로 여성과 청년 과학자가 채용이 미비하고, 두 번째는 우수 인력 인재가 해외유출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첫 번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저도 좀 놀랐는데, 그 해결법으로 노동 연구 인력에 조기 명예퇴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어요. 다른 후보들이 아무래도 표심을 의식해서 정년 연장을 공약한 것과는 반대죠. 그런데 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일본처럼 연구 인력이 부족해서 해외에서 데려올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인력의 노령층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문제, 우수 인재 해외유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우수 인재 초임 지원제라는 걸 내놓았는데, 제가 보기엔 기본적으로 연구재단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과 거의 같은 수준이에요.


000PJH.jpg 준혁: 심상정 후보는 과학기술인을 노동자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근로 조건과 고용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심 후보는 특히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비정규직, 특히 여성 쪽의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데 그것을 낮추고, 이를 위해서 출산휴가와 육아휴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공약을 냈습니다. 또, 정규직 비율을 높이는 데 젊은 과학자와 출연연구소 은퇴 연령을 늦추는 방법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임금 피크제도 취소하고요. 또, 출연연구소의 경우 정부 출연금 40% 수준에다가 자체 수입 나머지 60%로 운영이 되는데, 정부 출연금을 70%까지 늘려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는데, 이를 통해서 출연연구소가 외부에서 돈 벌어오는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0KSE.jpg 성은: 후보마다 과학기술인 연구활동의 성격을 다르게 보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문재인 후보는 노동으로 보기 때문에 4대 보험을 들도록 하겠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도 2대 보험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활동이 노동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창업과 교육에 대한 공약과 연계해 본다면, 안 후보는 연구라는 활동이 국가적 목적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특성에 집중하는 면도 있어 보입니다. 이 후보들과는 다르게 홍준표 후보는 과학기술인력을 국가 발전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 같습니니다. 훈장, 포상에 대한 정책이 극단적으로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에 도움이 되면 나라에서 훈장을 주겠다는 거죠.


000KKR.jpg 규리: 심상정 후보의 경우 노동을 일종의 권리로 본다고 생각합니다. 일할 권리가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은 잘 일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거죠.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잘 지켜지는 나라에서 나는 건강한 시민으로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이고, 마땅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같은 경우에는 공약집에 “근로 무능력자”와 같은 단어를 사용했어요. 그러니까 심상정 후보와는 다르게 노동을 사람이 사회에 다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국가를 위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봅니다.


0JSH.jpg 승희: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과학기술 인력이 존중 받는 ‘사람’인지, 아니면 국가적 ‘인력’으로 그려지고 있는지는 미래에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또, 교육 문제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보여지네요. 과학기술 교육의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라는 거죠.


기준: 문재인 후보는 교육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예전에는 암기를 잘 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데 학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질문을 많이 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000PJH.jpg 준혁: 심상정 후보에게는 그런 얘기를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길러야 한다는 인재상을 상정하고 있지 않아요. 다만 안전한 학교 환경과 시민권과 노동권 교육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심 후보의 공약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보입니다. 어떤 학생을 기를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은 이미 있는 존재고 그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죠.


000KYS.jpg 연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교육을 4차 산업혁명과 좀 더 밀접하게 연결하고 있는 데 반해 심상정 후보는 그런 연결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네요. 어떤 새로운 기술-사회적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홍준표 후보도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을 밀접하게 연결 짓는데요, 그 방향은 좀 다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여 정보를 생산, 취합, 편집, 가공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생산하겠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는 질문, 상상력,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홍준표 후보는 경우는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겠다고 하는 겁니다.


기준: 인재상이 훨씬 더 좁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연실: 그렇게 보이네요. 말하자면 학교를 어떤 공간으로 보는가, 혹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봤을 때 홍준표 후보의 경우는 기능인을 길러내겠다는 것입니다.


인경: 박정희 정권에서 각종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기능올림픽에 출전시키던 역사를 연상하게 하는데요, 여러모로 홍 후보의 공약은 박정희 시대의 공약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네요.


0KSE.jpg 성은: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이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모험가이자 신자유주의적인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창의 교육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자기 삶을 항상 조율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만들죠. 그래서 사람들은 피곤하고, 빈부 격차가 생각보다 크게 발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약으로 볼 때 심상정이 대통령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죠. 내 권리가 뭔지 잘 아는 것이 중요하고, 내 능력을 계속 갱신해야 할 압박은 적습니다.


 5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 대선 후보들이 원하는 국민의 모습                 


0SHS.jpg 희선: 이번에 공약집을 읽어보면서 공약에는 후보가 어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도 드러나지만, 후보가 어떤 국민을 원하는지도 드러난다는 점을 알았어요. 자세히 읽어보니 제가 지지하는 후보에게서도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성은씨가 이야기한 신자유주의적 주체에 대한 강조는 인공지능에게 위협받는 일자리 담론에서 특히 유효하다고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에서는 인공지능의 시대니까 빨리 코딩을 배워야 하고, 돈 되는 직업을 찾아서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끊임없이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 무겁고 사람들한테 압박감을 주는 목소리가 들리죠.


0JSH.jpg 승희: 그런 점에서 선거 때 공약을 살펴볼 때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나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늘 여러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들으면서 어떤 후보의 나라에서는 제 삶이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후보의 나라에서는 제 가치관이 실현되기도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책 연구자로서 오늘 토론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유권자로서 누구에게 한 표를 줄지 결정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성: 저는 이번에 공약 분석을 하면서,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 같은 것이 활성화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어느 후보의 공약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만 보고 내가 지지하고 찬성하는 공약인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죠. 이번에 여러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제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들이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정책을 제안한 경우를 꽤 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론정리/ 윤기준, 강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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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덞갈래 정책산책 필진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후연구원과 대학원생들
과학기술정책은 과학기술인의 더 나은 연구환경에 중요하며 또한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발전에 중요합니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있는 여덟 명 필자들이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 더 나은 사회 정책을 위한 과학기술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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