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는 심장박동의 숨은 도우미”

미국 연구진 ‘심장 수축 일으키는 전기전도에 중요역할’ 밝혀

심장박동 불규칙 치료에 쓰는 ‘면역세포 조절’ 약물 등장할까


00macrophage2.jpg » 쥐의 대식세포. 몸에 들어온 작은 외부 입자 2개를 먹어치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미경 영상. 출처/ Wikimedia Commons.  


“면역세포와 심장 박동은 깊은 연관이 있다.”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손상된 세포들을 잡아먹어 몸의 건강을 지키는 면역계의 대식세포(macrophage)가 면역과는 관련 없는 심장 박동을 돕는 중요한 과욋일도 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장 조직 내에 있는 대식세포들이 잘 알려진 면역 기능 외에도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도록 근육세포들과 섞여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실을 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부정맥 질환이 심장 자체만이 아니라 면역세포 이상 때문에 비롯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00heartbeat.jpg » 심장 박동을 일으키는 심전도 시스템. 그림에서 (2)번이 방실결절(AV node)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새로운 발견은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에 소속한 공동 연구진이 최근 생물학저널 <셀>에 연구논문을 내면서 알려졌다. 연구진은 심장 조직에 결합된 대식세포들이 면역 기능 외에 또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서, 대식세포와 심장 박동의 관계를 조사했다.


“면역계에서 대식세포가 하는 역할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대식세포는 주로 미생물이나 손상된 세포, 외부 물질을 집어삼켜 소화하는 일에 관여한다. 대식세포는 몸 전체의 조직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근래에는 대식세포가 자신들이 머무는 조직과 연관되는 어떤 기능을 추가로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심장에서 대식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데, 건강한 심장 내부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통상적인 심장 기능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심장 근육 수축 운동을 일으키는 전기 신호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데 대식세포들이 하는 잠재적인 역할을 규명하고자 이루어졌다.” (하버드의대 보도자료에서)


연구진은 대식세포들이 심장 박동의 전기신호를 보내는 ‘방실결절(AV node)’ 부위에 특히 밀집해 있음을 발견했다. 방실결절은 근육섬유 덩어리로 심방·심실들과 이어져 있으며, 전기신호를 보내어 심장 박동이 제때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방실결절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전기신호로 심장 박동의 규칙성을 유지해주는 심장 박동 조절 장치(pacemaker)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참조: 심전도와 심장박동, 유투브 https://youtu.be/RYZ4daFwMa8 ]


00heartimmune.jpg » 인간 심장의 심방결절(AV node) 부위를 보여주는 영상. 심근세포(붉은색)가 대식세포(초록색)와 조밀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Maarten Hulsmans & Matthias Nahrendorf 연구진은 먼저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면 대식세포들이 활성화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실험용 쥐의 심장 기관을 만들고서, 이것을 대상으로 대식세포 활성과 심장 박동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실험에서는 심장 박동이 매우 빨라지도록 일부러 전기자극을 주면서 다른 한편에선 빛을 비춰 대식세포를 활성화 했는데, 대식세포 기능이 활발할수록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이 제 박동을 놓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식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심장이 더러 박동을 놓쳐 불규칙한 박동이 나타난다.


이런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방실결절이 심장 수축을 일으키는 전기신호를 심방·심실에 전달할 때 면역 대식세포는 이런 전기 전도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보도에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데에 대식세포가 영향을 끼친다면 대식세포의 거동을 바꾸는 약물을 처방함으로써 심장 박동을 정상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면역세포 조절을 부정맥 치료에 이용하려는 일부 약물이 임상시험 중이라고 전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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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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