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미생물 플랑크톤, 작살 쏘아 먹이 사냥 -동영상

‘노즐’ 구조 발사로 먹잇감 포획…다연발 발사도
유전자 다른데도 해파리와 비슷하게 ‘수렴 진화’


00plankton_armsrace2.jpg » 플랑크톤 코포이디아이(P. kofoidii, 왼쪽)가 먹잇감에 작살을 쏘아 포획하는 장면. 출처/ G. S. Gavelis et al., Science Advances (2017). 변형


다에 떠다니며 다른 생물의 먹잇감이나 되는 줄 알았던 단세포 미생물 플랑크톤의 세계에서도 먹고 먹히는 공격과 방어의 쟁투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광합성 플랑크톤은 바다 생태계를 지탱하는 먹이사슬의 밑바닥에서 다른 생물의 수동적인 먹잇감 정도로 흔히 여겨지지만, 사실 일부 플랑크톤 종들은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갑옷이나 독소, 발사체(방출물, extrusome) 같은 다양한 무기를 갖추며 진화해왔다. 그 작은 세계에선 작은 포식자다.


gif-1.gif “미생물의 무기 경쟁: 와편모충류의 탄도형 자포는 세포소기관 복합체의 새로운 극단을 보여준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이런 제목의 논문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등 캐나다, 일본, 독일의 공동 연구진은 플랑크톤이 공격용 무기를 쓰는 진귀한 장면을 처음 포착해 공개했다. 마치 포경선이 작살을 쏘아 고래를 잡듯이, 자기 몸에서 ‘자포(nematocysts)’라 불리는 작살 모양의 발사체를 쏘아 먹잇감을 사냥하는 모습이다.


이전에도 바다 플랑크톤의 일종인 와편모충류(dinoflagellates)도 해파리나 히드라 같은 자포동물문(cnidarians)과 비슷하게 침을 쏘아 먹이사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나, 어떻게 먹이를 포획하는지, 와편모충류와 해파리의 먹이사냥 기법이 같은 유전자의 기원을 지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선 와편모충류의 먹이사냥 장면이 처음으로 고해상도 동영상에 자세히 기록되었으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들의 먹이사냥 기술이 해파리나 히드라와 다른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온 밝혀졌다.


00plankton_armsrace1.jpg » 플랑크톤 코포이디아이(P. kofoidii)가 먹잇감을 포획하는 장면(그림B). 그림D와 E는 작살 모양 물질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먹잇감인 플랑크톤도 실 모양의 방어용 물질(하얀 화살표)을 방출한다. 출처/ G. S. Gavelis et al., Science Advances (2017).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와편모충류의 일종인 폴리크리코스 코포이디아이(Polykrikos kofoidii)는 먹잇감인 다른 편모충류 알렉산드f리움 타마렌세(Alexandrium tamarense)가 주변에 나타나자 자기 몸에서 작살 같은 자포(nematocysts)를 발사해 맞히고서 제몸과 연결된 일종의 줄을 잡아당겨 먹잇감을 포획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먹잇감인 타마렌서 플랑크톤도 가는 선 모양의 방어용 물질(trichocyst)을 발사하지만 역부족이다 (위 그림 참조). 아래는 플랑크톤의 먹이사냥 장면을 담고 있는 동영상이다.

[ 유투브 https://youtu.be/9KtSQphEeKc ]


00plankton_armsrace3.jpg » 플랑크톤 코포이디아이(P. kofoidii)의 자포 발사 캡슐(왼쪽 그림의 화살표 부분). 오른쪽은 자포 발사 캡슐만을 떼어내어 발사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G. S. Gavelis et al., Science Advances (2017). 연구진은 플랑크톤에 있는 발사체 캡슐의 내부 구조도 자세히 규명했다. 발사체 캡슐에는 밧줄 기능의 가는 줄과 여기에 이어진 작살 구조물, 그리고 발사력을 높여주는 내부 압력과 노즐 구조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코포이디아이처럼 하나의 발사 캡슐에서 하나의 작살을 발사하는 플랑크톤 종 말고도 여러 작살을 연발로 쏘는 다른 플랑크톤의 발사 시스템도 찾아내어 규명했다. 네마토디니움(Nematodinium)이라 불리는 바다 플랑크톤은 작살 모양의 물질을 11-15발이나 한꺼번에 쏠 수 있는, 이른바 ‘게이틀링 기관총(Gatling gun)’과 같은 발사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파리 등의 자포 발사 시스템은 플랑크톤의 작살 쏘기 먹이사냥술에서 발전한 것일까? 연구진은 그동안 바다 플랑크톤의 자포 발사 시스템이 진화해 해파리 등 자포동물에서도 발전했으리라는 동일기원 가설을 유전체(게놈)의 비교 분석을 통해 검증했다. 결과는 가설과 달랐다. 연구진은 게놈 분석에서 자포 발사와 관련한 동일한 유전자가 두 계통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플랑크톤과 해파리의 자포 발사는 기능과 구조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기원에서 비롯해 제각기 진화해왔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해파리와 같은) 자포동물의 톡 쏘는 자포는 와편모충류의 자포와 가깝게 닮았지만, 탄도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며 어떤 유전자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진화계통에서 매우 먼 거리에 놓여 있으면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수렴 진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말했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보도자료에서).


  ■ 논문 초록

우리는 와편모충류(dinoflagellate) 원생생물에서 분비되는 작살 모양의 세포소기관(자포, nematocysts)의 기원을 연구한다. 이런 탄도형 세포소기관은 동물(자포동물, cnidarians)의 비슷한 복합구조와 상동성이 있는 것으로 가설로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구조적, 기능적, 계통발생학적 데이터를 사용하여 자포가 두 계통에서 제각기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또한 와편모충류에서 자포가 발사되는 장면을 처음으로 고해상도 비디오에 기록했다. 뜻밖에도, 우리 데이터는 서로 다른 와편모충류 자포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탄도 메커니즘 유형을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유형은 발사를 위해 단일 압력 캡슐에 의존하는 반면에, 다른 유형은 게이틀링 기관총(Gatling gun)과 유사한 포열에서 11-15개 발사체를 발사한다. 이런 근본적인 구조 차이가 있지만 와편모충류에서 자포들은 단일한 유래를 공유한다. 두 유형은 탄도력을 만들기 위해서 수축 기반의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와편모충류 자포들에 나타나는 특성의 다양성은 단순한 분비 구조물이 정교한 세포소기관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분화하는 단계적 경로를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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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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