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된 공룡 계보도 다시 그려야” 새 가설 제시

영국 연구진, 초기 공룡 화석 74종 비교 분석해 새로운 진화갈래 제시

티라노사우루스는 브론토사우루스보다 스테고사우루스에 가까운 갈래


00dinosaur.jpg » 공룡의 상상도. 위부터 티라노사우루스, 브론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출처/ Wikimedia Commons 







“나는 공룡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나는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지닌 용반목(lizard-hipped saurischians)으로, 여기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육식을 하며 뒷다리보행을 하는 수각류(theropods)와 브론토사우루스처럼 긴 목을 지닌 용각류(sauropodomortphs)가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조류와 비슷한 골반을 지닌 조반목(bird-hipped ornithischians)으로, 여기엔 트리케라톱스처럼 뿔 달린 공룡, 스테고사우루스처럼 완전무장 한 듯한 공룡이 포함된다. 이게 1887년 이래 공룡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배운 것도 그랬다. 교과서와 박물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박사과정생인 매튜 배런(Matthew Baron)에 따르면, 이런 분류는 틀렸다.”


영국 과학저술가 에드 용(Ed Yong)은 미국 잡지 <더 애틀랜틱>에 쓴 글에서 “매튜 배런의 새로운 공룡 연구 논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정말이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발표된 과학저널 <네이처>의 논문에서 지난 130여 년 동안 널리 받아들여진 공룡의 계통 분류 방식과 완전히 다른 진화계통도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런던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 연구진은 공룡의 시대(2억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에서 그 초기 1억 년 동안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공룡을 비롯해 74종 공룡 화석을 450여 가지의 해부학적 특징들에 따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00dinosaur2.jpg » 지금까지 공룡의 진화계통도는 조류의 골반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조반목(Ornithischia)와 도마뱀 골반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용반목(Saurischia) 계통으로 나뉘었다. 공룡 시대 초기에 살았던 육식 공룡 집단인 헤레라사우루스과(Herrerasauridae)는 이런 계통도에서는 여러 지점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나타난다. 새롭게 제안된 계통도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같은 수각류 공룡은 이제 스테고사우루스와 같은 조반목 공룡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된다. 그림과 설명/ Nature 연구진이 새로 제안한 공룡의 계보, 즉 진화계통도(오른쪽 아래 그림)에서는 이전에 같은 큰 가지 안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관계로 분류됐던(오른쪽 위 그림) 수각류(Theropoda, 티라노사우르스 등)와 용각류(Sauropda, 브론토사우루스)가 이제는 다른 큰 가지에 놓여 상대적으로 먼 관계로 분류됐다. 수각류는 먼 계통으로 여겨졌던 조반목 쪽에 가까운 것으로 새롭게 파악됐다.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새롭게 가까운 관계로 분류된] 두 공룡 그룹[수각류와 조반목]이 윗니부터 독특한 발뼈까지 21가지의 해부학적 특징을 공유함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포괄하는 분류로 오르니소스켈리다(Ornithoscelida)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다.


초기 공룡의 화석들에 대한 해부학적 비교 분석을 통해서 제안된 새로운 계통 분류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진화계통도에서 브론토사우루스보다는 트리케라톱스나 스테고사우루스에 더 가까운 종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지금까지 용반목과 조반목라는 오래된 분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서, 만일 다른 후속 연구들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확인된다면 이는 공룡 교과서를 바꿀 만한 연구결과가 될 것이라 평했다.


공룡의 분류는 1887년 영국 고생물학자 해리 실리(Harry Seeley: 1839–1909)가 비교적 쉽게 구분되는 공룡 엉덩이 모양의 차이에 기반을 두어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 구조를 지닌 공룡인 용반목과 조류 골반 구조를 지닌 공룡인 조반목을 구분하면서, 손쉬운 이런 분류법은 이후에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번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이전에 많이 연구되지 않았던 초기 공룡의 화석을 중심으로 연구하다가, 이전의 분류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기 공룡 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을 찾아내면서 공룡 분류 체계를 다시 연구하게 됐다. 74종 공룡 화석에 대한 측정과 비교, 종합의 연구작업엔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직은 ‘가설’ 수준에서 제기된 이번 연구의 결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제3자 연구진의 독립적인 후속 검증과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130년 동안 유지된 공룡의 진화계통도를 일거에 바꿔버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신중론도 당연히 있다.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이번 연구성과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고생물학 연구에선 연구자가 어떤 종들을 연구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많은 해부학적 특징을 비교 기준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종들 간 관계의 분석 결과가 민감하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나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라는 한 고생물학자의 견해를 전했다.


  ■ 논문 초록

지난 130년 동안 공룡은 조반목(Ornithischia)와 용반목(Saurischia)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군으로 분류되어 왔다. 우리 연구진은 초기 공룡 진화에 관해 현재 합의된 견해에 도전하면서, 주요한 공룡 집단의 계통발생학적 관계(phylogenetic relationship)에 관해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여 현재 공룡 분류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 연구는 조반목(Ornithischia)와 수각류(Theropoda) 간의 친연관계(새로운 집단명 오르니소스켈리다[Ornithoscelida]로 묶음)를 찾아냈으며, 용각류(Sauropodomorpha)와 헤라사우루스과(Herrerasauridae, 용반목의 재정의)가 단일 집단을 형성함을 알아냈다. 이런 새로운 계통도에서는 공룡(Dinosauria)과 그 하위 공룡 집단의 재정의와 재식별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새로운 계통도는 초기 공룡의 분기진화(cladogenesis)와 특성 진화를 재평가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새로운 계통도는 초-육식성(hypercarnivory)이 헤라사우루스과와 수각류에서 각기 독립적으로 획득되었음을 보여주고, 수각류와 초기 조반목 공룡 간의 두드러진 수렴 현상으로 이전에 간주되었던 여러 해부학적 특징들에 대해 하나의 설명을 제공해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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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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