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습도 기후차이, 오랜 세월 거쳐 코 모양에 영향”

국제 연구진, 지역별 470명 코 측정해 온도-습도 공간분포 비교

“무작위 유전자 변이보다 더 큰 차이… 기후적응 자연선택 영향”


nose3.jpg » 코. 출처/ Wikimedia Commons, ©schankz / Fotolia


은 코, 낮은 코, 날렵한 코, 펑퍼짐한 코….

사람마다 다른 개성 있는 코 모양을 두고서는 이것이 환경 적응의 영향이라, 이렇게 말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생겨난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의 코 모양 차이를 두고서는 환경 적응의 영향이라는 진화론적인 해석의 틀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 설명 중 하나는 코 모양 차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마다 다른 기후에 적응하며 생겨났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nose1.jpg » 코 모양의 측정. 출처/ A.A. Zaldi et al.(2017, PLoS Genetics) 최근 콧구멍과 콧날개 너비와 같은 코 모양 차이가 온도와 습도가 다른 지역 기후에 각자 적응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난 것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를 비롯해 벨기에, 아일랜드 등 대학의 유전학자, 인류학자, 공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책임저자 Mark Shriver 등)은 여러 지역에 사는 470여 명의 코 형상 특징과 지역별 온도-습도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코 모양의 일부 측면이 실제로 국지적 기후 적응에 의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학술저널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발표됐다.


연구진의 일차적인 물음은 지구촌의 지역별로 다른 인구 개체군의 코 모양 특징이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에 의한 것인지 또는 어떤 자연선택의 영향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유전자의 표현형으로 나타난 지역별 470여 명 코 모양의 특징을 콧구멍의 너비와 간격, 콧날개 너비, 콧등의 높이 같은 측정치를 바탕으로 3차원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런 코 모향 차이가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인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에 의한 것인지, 또는 그것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다른 자연선택의 영향 때문인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 유전자 부동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은 생물 집단의 생식 과정에서 유전자의 무작위 표집으로 나타나는 대립형질의 발현 빈도 변화를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이다. [...] 진화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인 자연선택이 환경의 작용에 의해 적응에 유리한 유전형질만이 선택되는 것임에 비해 유전자 부동은 재생산 과정 자체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그 결과가 생물에게 주는 유불리와는 관계없이 중립적이다. 집단의 크기가 작을 수록 유전자 부동이 주는 영향이 커진다.” (위키백과에서)


연구진은 무작위적인 유전자 부동으로 예측할 수 있는 차이보다 훨씬 더 큰 차이가 실제로 관찰된다는 점에 근거를 두어, 유전자 부동 외에 자연선택 요인이 인류 개체군별로 다른 코 모양 차이에 영향을 주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우리 연구진는 인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콧구멍 너비와 콧날개 너비의 차이가 가속적으로 점점 더 달라지는 과정(가속 분기화, accelerated divergence)를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찾아냈다.” (논문 중 저자 요약)


“인간 코 모양 차이는 유전자 부동이라 불리는 무작위 과정의 결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 개체군들 사이에 축적되어 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 개체군 전반에 나타나는 차이(variation)인, 분기적 선택(divergent selection)도 다른 개체군이 다른 코를 지니게 된 원인일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보도자료)


nose2.jpg » 코 모양의 지역별 차이 분포. 파란색 계열은 좁은 콧구멍을, 빨간색 계열은 넓은 콧구멍 형상을 나타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런 코 모양 차이가 지역별 기후 적응의 영향을 받아 오랜 세월에 걸쳐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출처/ Arslan A. Zaidi 등 연구진 두 번째로, 연구진은 이런 자연선택의 요인 중에서 다른 온도·습도의 국지적 기후 차이가 코 모양 차이를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런 가설은 코의 모양 차이가 흡입된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호흡을 돕는 코의 기능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논문 도입부의 한 대목이다.


“코의 중요한 기능은 흡입된 공기가 깊숙한 쪽의 기도(하기도, lower respiratory tract)에 도달하기 이전에 그 공기를 몸의 심부 체온까지 따뜻하게 만들고 수증기가 배게 하는 것이다. 사실, 흡입된 공기는 비강에 도달하기도 전에 요구되는 온도와 습도 수준의 90%에 도달하는데, 이는 비강이 호흡기의 주요한 공기조절 장치(conditioning apparatus)임을 의미한다. 이런 공기조절은 기도(airway)에서 입자나 병원체를 포획해 제거하는 기능의 점액섬유(mucociliary) 장치가 적절한 작동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호흡기의 습도가 낮으면 점액섬모 기능이 손상되고 상부와 하부 호흡기의 감염 위험은 증가한다. 공기조절의 대부분은 공기가 비갑개(turbinates)를 통과할 때 일어나는데, 비갑개의 벽면은 혈관들, 그리고 점액 생성 세포(mucus producing goblet cells)와 연결되어 있다.” (논문의 저자 요약)


다음은 이런 코 모양과 기능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시되는 가설의 요약이다.


“그동안의 연구를 보면, 공기조절 과정의 효능은 흡입된 공기의 역동적인 흐름(flow dynamics)에 따라 달라지며, 다시 공기의 역동적 흐름은 비강과 흡입구의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코가 공기조절 장치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인류 개체군별로 나타나는 코 모양 차이는 국지적인 기후 적용에 의해 일어났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될 수 있다.” (논문의 저자 요약)


연구진은 콧구멍, 콧날개, 콧등 같은 코 형상의 측정치들을 이용해 3차원  코 형상을 만들고서, 이런 코 형상이 지역별로 다른 온도-습도 차이와 어떤 상관성을 지니는지를 조사했다.


“이런 가설을 검증할 때 몇 가지 도전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는 코 외형만 아니라 그 아래쪽의 하부 두개골 형태에서도 인간 개체군 간에 상당한 코 모양 차이가  있음을 안다. 이것은 국지적인 선택 압력에 대한 적응으로도 설명될 수 있지만, 지리적으로 먼 개체군 간의 표현형 차이는 또한 단순히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에 기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로도 설명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분기적 선택(divergent selection)’이라는 설명을 제시하려면 인간 개체군의 코 모양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차이가 유전적 부동 현상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논문의 저자 요약)


이런 입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설명에 따르면, 춥고 건조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흡입할 때 그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습도를 높이는 데에 더 유리한 코의 형상으로 작고 좁은 콧구명의 코 모양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런 코 모양은 자연선택 되면서 그 지역에서 호흡기 질환에 더 강한 장점을 지니게 되었다는 설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온도-습도의 기후 적응 요인이 코 모양을 결정했다는 식의 결론은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기후 적응 요인이 영향을 주었겠지만, 다른 요인도 또한 주요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코 모양의 일부 측면이 사실상 국지적인 기후 적응에 의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결론이 매우 복합적인 진화의 역사에 대한 단순화한 설명이라고 생각하며, 진화의 역사는 성선택과 같은 다른 비중립적인 힘과도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역별 인구 집단이 선호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어떤 코 모양이 매력적인지는 지역 집단마다 다를 수 있고, 그런 성선택의 요인이 장기적으로 인구 집단별로 다른 코 모양 차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또한 있다는 것이다.


  ■ 저자 요약

인간의 환경적응에 관한 연구는 질병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sickle-cell anemia)과 유당 불내증(lactose intolerance)과 같은 특정 질병의 표현형이 서로 다른 개체군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진화론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이제 관련된 유전학적, 환경적 위험 요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피부 착색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연구는 비타민 D 결핍이나 피부암 위험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 연구진은 여러 개체군에 나타나는 코 외형의 변화가 기후의 지역 차이에 의해 일어났는지를 조사한다. 우리는 인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콧구멍 너비(nares width)와 콧날개 너비(alar base width)의 차이가 가속 분기화(accelerated divergence)를 겪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찾아냈다. 우리는 또한 콧구멍 너비의 지리공간 분포(geospatial distribution)가 온도, 그리고 상대습도 아닌 절대습도(absolute humidity)와 상관관계에 있음(correlated)을 알아냈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지역마다 다른 기후 적응이 인류 전체에 걸쳐 코 모양 차이의 진화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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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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