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고교생이 쓰는 ‘과학기술인 꿈과 삶’ 인터뷰

■ 이공학도의 진로 탐색 프로젝트


- 준과 정현의 “만나봤습니다, 들어봤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000note1.gif interview22.gif » 우리의 꿈은 현실에서 어디를 향해 어디쯤 달려가고 있을까? 김준과 박정현 님이 이공학도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될만한 인터뷰를 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런 건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말입니다. 이 한 마디에서 느낄 수 있듯, 우리 고등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로·진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바로 ‘공부’ 말입니다. 오늘도 학교에 가려고 새벽에 집을 나서 몇 개 뜨지도 않은 별을 보며 다시 돌아옵니다. 어른들은 때때로 우리에게 “그래도 그때가 가장 좋을 때다” 라고들 말씀하시지만, 글쎄요 사실 크게 공감되진 않습니다. 우리는 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따금 이런 상상들로 지금의 힘겨움을 위로 받곤 하죠.


이 힘든 고비를 이겨내고 대학에 가면, 어른이 되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유가 주어질 것이고, 훈훈한 이성 친구들이 주위에 많아질 것이며, 무엇보다도 입시를 위한 지금의 공부와는 달리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공부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잠깐, 우리가 지금 꿈꾸는 미래의 직업과 삶은 현실과 얼마나 가까울까요? 우리는 자신의 ‘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아니, 우리에게 꿈이 있기는 한가요?


과연,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자신의 ‘꿈’을 찾고 알아보는데 들이는 시간조차 ‘대학에 들어간 뒤’로 미뤄도 되는 것일까요?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우선 당장은 공부를 합니다.


이렇게 힘겨웠던 순간은 금세 지나가고 일부는 마침내 당장의 목표였던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대학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합니다. 칙칙한 고등학교 교실을 벗어나 시트콤처럼 대학 생활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고등학교 생활과 현격한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대학생이 되어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하고, 오히려 생활비 걱정, 등록금 걱정, 영어 성적은 또 어떻게 따고 취업은 또 어떻게 할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늘어난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원하던 학과에서 하고 싶던 분야를 공부하면 재미있을 줄 알았건만, 막상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생각했던 것과 거리가 멉니다. 과학과 공학의 지식은 아주 세분화되어 학문의 전체 그림을 보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학문은 사회라는 맥락에서 동떨어져 있어 사회에 공헌하려던 생각 대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막막함만 남습니다. 처음엔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곧 적응해 어느새 잘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학에 왜 들어왔더라?’ 글쎄요, 쉽게 떠오르진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더 나아질까요? 대학에 다니면서 줄곧 들어온 선배들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유와 꿈은 점점 줄어들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진다는 말, 누군가의 지시를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주제와 일을 하며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상상…. 어른이 되면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내 집의 주인이 되기도 만만치 않다는 한 선배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런 상황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요?


중고등학생 때 열심히 찾아본 학과 소개에도, 대학생 때 열심히 다닌 기업 설명회에서도 이공계의 현실이 어떤지를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직접 겪어본 뒤에야 전에는 보이지 않던 현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고, 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만으론 현실을 묘사하기에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진행할 연재는 이런 아쉬움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공계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 대학생 준, 고교생 정현, 우리가 누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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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사이언스온>에 고등학생이…?” 제 특이한(?) 프로필을 보고, 고등학생인 제가 사이언스온의 필진이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가지실 독자 분들이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도 그래요(하하). 저는 어떻게 그리고 왜 <사이언스온>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걸까요?


pjh.gif 저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천문학도의 꿈을 품고서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3학년 때 문과에서 이과로 진로를 바꾼 꿈 많고 겁 없는 고등학생입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때때로 발등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도 한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 꿈을 품게 된 순간부터 <사이언스온>에 집필계획서를 내기까지 겪은 소소한 사건을 몇 자 적어 볼까 합니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소풍, 장소는 초등학생 때부터 수도 없이 다녔던 대전의 한 놀이공원. 대전 토박이인 저는 그곳이 무척이나 지겨웠지요. 그래서 소풍 전날 밤, 저는 소풍 일정을 마음대로 새로 짰습니다. 마침내 소풍 당일,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받은 뒤 친구 한 명을 꾀어 놀이공원 근처의 과학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학교의 계획에서 일탈(?)하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바로 플라네타륨(천체투영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190석 가량의 천체투영관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 넓은 플라네타륨을 독차지한 채, 편안한 의자에 누워 시야에 꽉 차는 천장의 반구형 돔을 통해 우주의 수많은 별과 행성, 성운과 성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숨 막힘. 영상을 보는 내내 느낀 감정이었어요. 마치 광활한 우주공간을 누비는 것은 같은 느낌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그동안의 나름의 힘겨움을 위로받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 때 밤하늘에 떠있는 별과 별 사이의 그 무한한 공간, 우주의 경이로움을 몸소 느낀 순간이지요.


그 뒤로, 저는 밤하늘을 더욱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에 천체관측 동아리 친구들과 친해져 야간자습 시간엔 (동아리원도 아니면서) 넉살좋게 천체망원경을 들고 운동장에서 관측을 하고, 주말엔 과학관에 드나들고, 천문학 교양서적을 찾아 읽으며, 학교에선 지구과학 수업을 제일 열심히 듣는 이상한(?) 고2 문과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서서히 우주를 탐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천문학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는 ‘무슨 일’을 할까요? 그들은 하루하루 어떤 일을 하며 보내고, 학자로서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천문학이란 분야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저는 막막했습니다. 왜냐면 이런 정보는 그 어떤 책에서도, 부모님이나 친구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앗 이런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누구에게 들어야 하지?” 무턱대고 여러 방편으로 정보를 찾았지만 그리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메일을 통해 한 대학교의 천문우주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 중인 대학원생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천문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언론매체 등에서 왜곡되지 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래서 곧장 그 분을 직접 찾아뵈었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도 많이 드리면서 전공과 진로에 대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당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진심어린 격려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멘토’를 만난 것이죠. (이 ‘멘토’님 또한 사이언스온의 필진이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오지랖(?)도 넓은 저는 어렵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만큼, 천문학자를 꿈꾸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제가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 뵈어 제 마음대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받은 혜택을 사회와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건강한 마인드를 지닌, 당신의 전공과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이 시대의 ‘멘토’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받은 도움을 다른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올해 겨울에는 그 분이 속한 소담한 학회에 찾아가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천문학도들이 모인 자리에도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어깨 너머로나마 천문학도의 삶을 ‘생생한 이야기’로 들을 수 있었지요. 물론 제가 막연히 상상하던 것과 분명 다른 부분도 있었고 쉽지 않은 길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알아볼수록 꿈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고, 지금 이 꿈을 좇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얻는 것 그리고 이공계와 사회가 소통하도록 돕는 것, 이게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제 <사이언스온>에서 이 시대의 이공계인, 그네들의 진솔한 삶을 전하는 설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지식도 경험도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그렇기에 일반인과 비슷한 시선에서(어쩌면 더 낮은 시선에서) 더 진솔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정당화해봅니다. 앞으로 저와 김준님이 들려드릴 이야기가 진심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준이는...


제가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읽기 시작한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즈음 과학 선생님께 추천 받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그 책을 펼친 순간이 제가 생명과학을 공부하고자 마음먹은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 그의 책과 여러 권의 좋은 과학책을 섭렵하면서 본격적인 과학책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죠.


kimjun.jpg 학교에서 누군가 시켜서 하는 공부와 달리 혼자서 찾아 읽는 책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워낙 재미있다 보니 교양 수준의 과학책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생명과학과 관련된 책은 마치 중독된 것처럼 읽었습니다. 앞서 말한 <이기적 유전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등 진화론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고, 그 외에도 뇌, 미생물, 고생물학, 미르(micro-RNA) 이야기 등 능력이 허락하는 한 모두 읽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라는 놀이를, 대학에서는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꿈꾸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진정 배우고자 했던 거시적으로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학문은 거의 배울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극도로 세분화된 현대의 연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죠. 또 제가 읽던 책 속의 과학자들은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그 연구 자체만으로도 인정을 받았지만, 그런 분위기는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현실의 과학은 물질을 생산하는 기초로서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찾아본 여느 학과 소개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던 과학에 대한 인상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한 과학에 대한 인상 사이의 괴리는 컸습니다. 이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 이 시대 이공계인의 ‘진짜’ 꿈과 삶 그리고 소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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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과에선 이런 것들을 배우고, 졸업하면 어디로 진출을 하고, 이러한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대학의 입학처 학과 소개나 여러 과학 관련 잡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글귀입니다. 이러한 글들은 학과를 알아보는데 있어 참고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짧은 몇 줄로 한 학과의 현실을 알기엔 분명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졸업 후 학생들이 걸어갈 수 있는 다양한 삶과 진로를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공계의 각 분야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때로는 씁쓸한 현실을 들려주기도 하고 또 그 속에서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꿈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시대 이공계에 몸담고 사는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때로는 재미있고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공계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담아내려 합니다. 이를 위해 한 번에 하나의 학과를 정해서 그 분야를 전공 중인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 직장인, 교수 등 가능한 한 최대한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려 합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꿈은 무엇이었고 현실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며 이공계의 현재를 그려내려 합니다.


먼저 첫 연재에는 지금도 이공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 중 하나인 의과대학부터 조명해보려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특정 학과는 실제로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대중의 인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현재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이공계 학문이 단지 하나의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을 넘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을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라는 말처럼, 이제부터 우리가 써내려가는 이공계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일반인과 이공계 사람들의 소통을 돕는 촉매가 되길 바라며 여는 글을 마칩니다.


이번 프로젝트 인터뷰는 의학계열 관계자 2명, 공학계열 관계자 5명, 자연과학계열 관계자 5명 순으로, 총 12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질 의과대학 관계자 인터뷰는,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의 인터뷰와 아주대학교에서 기초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정민석 교수의 인터뷰로 진행됩니다.


[글/ 박정현,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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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대전여자고등학교 3학년
우주가 마냥 경이로워, 천문학도의 꿈을 품고 문과에서 이과의 세계로 발을 담근 여고생. 소통을 꿈꾸며 ‘뭣 모르고’ 지원했다가 ‘얼떨결에’ 사이언스 온 필자가 되었다.
이메일 : jhpark18793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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