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초기 은하엔 보통물질 강세, 암흑물질 영향 적었다”

국제연구진,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 6개의 회전속도 관측

“우주 초기 은하에 암흑물질 영향력 적고 보통물질 지배적”


00darkmatterearlyU.jpg » 지구에서 아주 먼 우주 초기 은하들(오른쪽)과 비교적 가까운 주변 은하들(왼쪽)에 나타나는 은하 원반 회전운동의 차이. 주변 은하들에서는 암흑물질의 영향 때문에 은하 외곽에서도 회전속도가 빠르지만, 우주 초기 은하들에서는 은하 외곽일수록 회전속도는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됐다. 그림에서는 붉은 계열 색상이 암흑물질의 분포를 표현한다. 출처/ ESO


흑물질의 존재는 은하의 회전운동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현대 과학의 많은 관측과 이론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우주에 널리 퍼져 우주 물질과 에너지의 27%나 차지하는데, 그렇지만 어떤 전자기파(빛)와도 상호작용 하지 않기에 자신의 중력 작용을 통해서 그 존재를 보여준다. 암흑물질이 우주론의 주요소로 자리 잡은 것도 1970년대 천문학자들의 은하 회전속도의 관측 증거 덕분이었다.


지난해 12월25일 별세한 미국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 1928-2016)은 그 초기 발견의 주역인 천문학자 중 한 명이었다.


“루빈은 1960~70년대 왕성하게 은하 관측 연구를 하며 암흑물질 이론의 근거가 될 만한 관측 증거를 여럿 발견했다. 당시에 그는 은하의 회전운동을 계산하고 관측하면서 그 회전속도가 눈에 보이는 물질의 중력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은하 중심에서 먼 곳일수록 느리게 회전해야 하는데도 실제 관측된 회전속도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업적은 30년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암흑물질 가설을 되살려 이론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의 중력이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의 중력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은하의 회전속도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암흑물질 이론은 이후에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의 이론과 관측에서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는 5%의 보통 물질, 68%의 암흑에너지, 그리고 27%의 암흑물질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여진다.”(<한겨레> 2016-12-28)


태양에서 먼 행성일수록 공전속도가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은하들에서는 외곽의 나선팔이 물리법칙으로 계산되는 값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런 은하 외곽의 빠른 회전속도는 암흑물질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은하의 생성과 진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암흑물질 영향, 우주초기엔 작았다”

00dot.jpg

그런데 최근 100억 광년이나 떨어져 100억 년 전 우주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기 은하들을 관측하면서 이와는 다른 새로운 관측 사실이 발견됐다. 이 관측 결과는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우주물리연구소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유럽남부천문대(ESO)가 운영하는 칠레 ‘초거대 망원경(VLT)’을 이용해 100억 광년 떨어진 우주 초기의 은하 6개의 원반 회전운동을 세밀하게 관측했다. 이전의 다른 관측 자료들을 종합해, 연구진은 초기 은하들에서 외곽의 회전운동이 이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즉 비교적 현대 시기에 가까운 은하들의 회전운동과는 달리, 상당히 느리다는 새로운 관측 결과를 얻어냈다.


00darkmatterearlyU3.jpg » 지구에서 아주 먼 우주 초기 은하들(오른쪽)과 비교적 가까운 주변 은하들(왼쪽)에 나타나는 은하 원반 회전운동의 차이. 주변 은하들에서는 암흑물질의 영향 때문에 은하 외곽에서도 회전속도가 빠르지만, 우주 초기 은하들에서는 은하 외곽일수록 회전속도는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됐다. 출처/ ESO

[ 유투브 https://youtu.be/b6NLNSu9dP4 ]


왜 우주 초기 은하의 회전 속도와 방식은 이전에 이뤄진 비교적 가까운 은하들의 경우와 다르게 관측되었을까? 암흑물질의 작용 방식이 다른 것일까? 연구진은 우주 초기 은하에서 원반이 느리게 회전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엔 두 요인이 있을 듯합니다. 먼저 우주 초기의 거대 은하 대부분이 우리 주변 국지적 우주(local universe)에 있는 은하와는 달리 암흑물질의 영향을 더 작아 보통물질의 지배를 더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로 초기 우주의 은하 원반이 우리가 주변 우주에서 보는 나선형 은하에 비해 훨씬 더 요동적(turbulent)이라는 겁니다” (ESO 보도자료)


연구진은 138억 년 전 무렵 우주대폭발(빅뱅)이 있고나서 30억-40억 년이 지난 시기에 은하를 이룬 가스는 이미 편평한 회전 원반을 이룰 정도로 충분히 응집했지만 은하를 둘러싼 암흑물질은 훨씬 더 넓게 더 많이 퍼져 응집 효과를 내지 못했으리라고 추론했다. 암흑물질이 응집하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기에 그 중력이 은하에 끼치는 영향력은 지금 우주 시기에 비해 적었으리라는 것이다. 이후에 수십억 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서 암흑물질은 점차 응집했고, 그러면서 지금처럼 은하 회전속도에 영향을 끼칠 만큼 암흑물질의 지배력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참조 글]


초기 우주 풍경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번 새로운 관측 결과는 암흑물질이 늘 똑같은 게 아니며 초기 우주에서 충분히 응집하기 이전의 암흑물질의 분포와 영향력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으리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주 초기의 은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조건에서 생성하고 변화했을 것임을 시사한다.


  ■ 논문 초록

차가운 암흑물질 우주론(cold dark matter cosmology)에 의하면, 항성과 가스 같은 은하의 바이온 성분들[‘보통물질’을 말한다- 사이언스온]은 비-바리온이자 비-상대론적인 암흑물질과 뒤섞여 그 안에 놓여 있다고 여겨진다. 암흑물질은 은하 전체 질량과 그 암흑물질 헤일로(halo)를 지배한다. 적색편이가 적은 국지적 우주에서, 은하 원반 내 암흑물질의 질량은 원반 반경과 더불어 증가하며, 항성생성 은하(star-forming galaxies) 원반의 외곽 바리온 영역에서 상당한 정도로 지배적인 것이 된다. 그 결과로, 은하 원반 내 가시물질(visible matter)의 회전속도는 일정하거나 원반 반경과 더불어 증가하는데, 이는 암흑물질 모형의 특징이다. 회전 평형(rotational equilibrium)의 속도로 추론할 수 있는 동적 질량, 그리고 보조 데이터로 추론할 수 있는 100억 년 전 은하 생성 절정기 항성과 차가운 가스 질량의 총합을 서로 비교해보면, 그 은하 원반의 안쪽에 있는 항성생성 영역에서 바리온 부분들(baryon fractions)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우주 은하에서] 이런 바리온 부분들이 국지적 우주와 비교해 더 크다 해도, 체계적 불확실성(선택된 항성의 초기 질량 함수와 가스 질량의 조정으로 인한) 때문에 그런 비교는 암흑물질 질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확정적이지는 않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대규모 항성생성 은하 원반 6개의 회전곡선(rotation curves, 원반 반경의 함수로서 회전 속도를 보여주는)을 보고한다. 우리는 회전속도가 항상적이지 않으며 반경에 따라 감소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 연구진은 이런 경향이 두 가지 주요인의 결합에 의해 생겨난다는 설명을 제시한다. 첫째 높은 적색편이를 보이는 대규모 은하 군집의 많은 부분에서 바리온의 지배가 강하며 암흑물질은 국지적 우주와 비교해 더 작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둘째 높은 적색편이를 보이는 원반들에 나타나는 큰 속도 분산(dispersion)을 보면, 반경이 증가할 때 회전속도를 감소하게 하는 실질적 압력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두 요인의 효과는 적색편이와 더불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정량적으로 볼 때, 적색편이가 큰 우주에서는 바리온이 암흑물질 헤일로의 중심부에 효과적으로 응집되어 가스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래서 암흑물질은 덜 집중했을 것임을 관측 결과는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