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에 강한 뼈’ 모방해 만든 ‘균열에 강한 강철’

일본·미국 등 연구진 뼈의 미시구조 특성에 착안

균열 확산-성장 막는 다층 복합의 나노구조 구현


00newsteel.jpg » 금속의 미세균열은 이른바 ‘피로 파괴’까지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이런 미세균열에 잘 견디는 새로운 강철 재료가 개발됐다. 뼈의 미세구조 특성을 모방해 (1)다층의 나노 구조, (2)서로 다른 강도(hardness)를 지닌 미세구조 상태 혼합, (3) 균열 확산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준안정성의 성분 등 세 기법이 사용됐다. 출처/ MIT press(설명문), Science(영상)


철에도 약점은 있다. 강철 구조물에 주기적이거나 반복적인 하중이 스트레스로 가해지면 미세균열이 생길 수 있고, 그런 미세균열이 쌓이면 이른바 금속 피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피로 현상이 쌓이다가 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 강철 구조물이 붕괴하는 ‘피로 파괴’라는 위험이 닥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선 이런 피로 파괴의 위험을 막기 위해 강철 구조물에 미리 여러 보강 장치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강철 재료 수준에서, 이런 미세균열과 피로 현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생체를 모방해 새로운 강철 재료를 만들려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균열이 생겨도 쉽게 퍼지거나 커지지 않는 동물 뼈의 미세구조 특성에 착안해 공학자들이 균열 현상에 강한 새로운 유형의 강철 재료를 만들어 발표했다.


일본 큐슈대학을 중심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연구자들이 참여한 한 공동연구진은 여러 층의 구조에다 여러 강도를 지닌 성분을 섞어 균열이 쉽게 생기지 않으며 생기더라도 쉽게 퍼지지 않도록 한 새로운 강철 재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우리 뼈의 미세구조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성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미시적으로 보면, 뼈는 아주 작은 콜라겐 섬유들(collagen fibers)이 얇은 층층을 이루어 배열되어 있으며, 각 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려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좀 더 큰 척도에서 보면, 뼈는 격자 구조를 지니며 빈곳들도 다른 패턴들로 이뤄져 있다. 이런 특징적인 구조의 강점은 어느 층에서 균열이 처음 생기더라도 그 균열이 다른 층으로 퍼지기 힘들고, 그래서 균열이 한 방향을 이루어 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이언스>는 뉴스 보도에서 균열의 확산을 막을 다층 구조인데다 서로 다른 강도의 합금 성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균열이 생기더라도 서로 다른 길을 따라 퍼지기에 작은 균열이 점점 커질 기회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균열이 이런 복합 구조 속에서 퍼져나갈 길을 찾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야 하기에 균열은 생기더라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고 <뉴사이언티스트>는 설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보도자료에서 새로운 강철 재료에 구현된 세 가지의 특징적 기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구진은 세 가지 주요한 특성을 결합해 유해한 균열 확산을 제한하는 강철을 개발했다. 이 새로운 강철 재료는 균열이 시작된 층에서 다른 층으로 균열이 퍼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층층 구조를 지니는데다, 또한 서로 다른 강도(hardness)를 지니는 미세구조 상태들을 갖고 있다. 이 서로 다른 상태의 성분들은 서로 보완해는 효과를 내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때, "균열이 더 퍼지려 할 때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길을 따를 수밖에 없게 한다." 그 결과로, 균열 확산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이 재료는 준안정성 성분을 지니는데, 이는 재료 안에서 서로 다른 안정적인 상태들 중간에 다른 곳보다 좀더 유연한 그런 작은 공간들이 놓임을 의미한다. 이런 공간의 상태 전이는 균열 확산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MIT 보도자료)


이처럼 뼈의 미세구조 특성을 모방한 새로운 강철 재료가 기존 강철 재료들과 비교하는 내구성 실험에서 스트레스와 균열에 훨씬 더 잘 견디는 특성을 보여주었다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보고했다. 균열에 강한 ‘균열 저항성 강철’이 실제 제품으로 생산되기까지는 생산비용을 낮추고 대량생산 방식을 찾아야 하는 후속 연구들이 더 이뤄져야 한다.


  ■ 논문 소개와 초록

▷에디터의 논문 소개
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강철: 금속 부품에 부하가 주기적으로 가해지면 피로 현상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균열 확산을 통해 파괴가 일어난다.  고야마 등(Koyama et al.) 연구진은 뼈에서 착안해 균열을 붙잡아두는 얇은 적층 구조의 강철을 개발했다. 결과물로 만들어진 계층 구조의 재료(hierarchical material)는 다른 철 합금보다 훨씬 더 우수한 피로 저항 속성을 지닌다. 이런 방법은 강철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미세구조 공법의 다른 유형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초록
피로 파괴(Fatigue failures)는 인간 생명뿐 아니라 모든 설계 구조물에도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설계할 때 거대한 안전 요소들을 도입해야 하며, 따라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뼈가 지니는 뛰어난 파열 강건성에 영감을 받아서, 우리 연구진은 준안전성(metastability)과 연계된 복합상태 강철(multiphase steel)에 나타나는 피로 저항성(fatigue resistance)을 탐구했다. 우리는 강철 미세구조가 뼈의 구조를 흉내내어 계층적이며 얇게 적층될 때 우수한 균열 저항성이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결과는 균열 확산에 저항하는 다중 마이크로메커니즘을 동시에 활성화하기 위해 터페이스 구조, 분포, 그리고 위상 안정성을 조절하는 것이 역학적 반응을 도약하게 하는 데에 주요함을 보여준다. 이 방법으로 구현되는 이례적인 속성들은 모든 피로 저항성 합금 설계들에 일종의 가이드가 될 만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130년 된 공룡 계보도 다시 그려야” 새 가설 제시“130년 된 공룡 계보도 다시 그려야” 새 가설 제시

    뉴스오철우 | 2017. 03. 23

    영국 연구진, 초기 공룡 화석 74종 비교 분석해 새로운 진화갈래 제시티라노사우루스는 브론토사우루스보다 스테고사우루스에 가까운 갈래 “나는 공룡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나는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지닌 용반목(lizar...

  • “온도습도 기후차이, 오랜 세월 거쳐 코 모양에 영향”“온도습도 기후차이, 오랜 세월 거쳐 코 모양에 영향”

    뉴스오철우 | 2017. 03. 21

    국제 연구진, 지역별 470명 코 측정해 온도-습도 공간분포 비교“무작위 유전자 변이보다 더 큰 차이… 기후적응 자연선택 영향” 높은 코, 낮은 코, 날렵한 코, 펑퍼짐한 코…. 사람마다 다른 개성 있는 코 모양을 두고서는 이것이 환경 적응의 ...

  • “우주초기 은하엔 보통물질 강세, 암흑물질 영향 적었다”“우주초기 은하엔 보통물질 강세, 암흑물질 영향 적었다”

    뉴스오철우 | 2017. 03. 16

    국제연구진,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 6개의 회전속도 관측“우주 초기 은하에 암흑물질 영향력 적고 보통물질 지배적” 암흑물질의 존재는 은하의 회전운동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현대 과학의 많은 관측과 이론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우주에 널리...

  • 녹색 형광 내는 청개구리 발견녹색 형광 내는 청개구리 발견

    뉴스오철우 | 2017. 03. 15

    아르헨티나의 나무 개구리 종에 자외선 쪼이자 초록빛양서류 첫 사례...생태와 동물행동에서 어떤 역할 할까 ‘형광’ 물질은 일부 생물종의 몸에서도 생성된다. ‘녹색 형광 단백질(GFP)’은 1960년대에 해파리 종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유전자나 단...

  • 진핵세포 효모의 게놈 합성 한걸음 더진핵세포 효모의 게놈 합성 한걸음 더

    뉴스오철우 | 2017. 03. 10

    4개국 공동 연구, 효모 16개 염색체 중 5개 추가 합성중국 대학 “대학생 생물학 수업과 국제연구 결합 성과” 2010년 원핵생물인 박테리아의 게놈(유전체)이 인공 합성으로 만들어진 데 이어, 세포핵을 갖춘 진핵생물 중에서 가장 단순한 단세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