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 천문학자 ‘7행성 발견’ 자작시로 전해

네이처 논문 저자, 블로그에 ‘일곱 궤도에 부치는 송시’ 올려


00TRAPPIST-1.jpg » 39광년 떨어진 왜성 트라피스트-1과 그 둘레를 도는 일곱 행성들을 보여주는 상상도.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JPL-Caltech


두 비슷하게 지구만한 크기를 지니고서 항성의 둘레를 나란히 도는 일곱 외계행성을 발견한 공동연구진의 천문학자가 그 발견의 과정과 그 의미를 담은 자작시를 냈다.


지난 2월23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39광년 떨어진 왜성 ‘트라피스트-1’에 딸린 일곱 행성의 발견 소식을 논문으로 발표한 국제 공동연구진의 프랑스 보르도대학 소속 천문학자 숀 레이먼드(Sean Raymond)가 그 시인 천문학자이다. 논문이 발표되는 날 자신의 블로그에다 올린 “일곱 궤도에 부치는 송시”라는 제목의 자작시에서, 그는 “사람들을 깨우세, 내게 큰 소식 있다”는 첫 행으로 시작해 일곱 행성의 특징과 발견 과정, 그리고 그 의미를 차근차근 노래했다.


이 일곱 행성들은 표면 온도가 낮은 왜성 트라피스트-1에서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공전하기에 이 가운데 4개의 행성들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과 비슷한 크기의 트라피스트- 항성과 그 둘레를 1.51~20일의 공전주기로 도는 행성들은 목성과 그 주변을 도는 위성들에 비견됐다. 시인 천문학자는 이런 비슷함을 말하며 목성 위성들을 발견한 갈릴레오를 떠올렸다. “내가 정말로 말해야 할 마지막 한 가지 있지/ 트래피스트-1 별이 갈릴레오와도 연결되네! /갈릴레오 그는 목성 하늘을 도는 커다란 위성 넷을 발견했지 / 그런데 그 트래피스트-1 별이 목성과 비슷한 크기이네.”


연구진은 행성들이 트라피스트-1 항성 앞을 지나칠 때 항성의 빛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을 세밀히 관측해 일곱 행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시에서 이런 과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밝기 하강, 그것은 행성이 방금 지나치고 있다는 신호, / 별을 가려 앞쪽으로 말이지. 그것이 우리 시선에서 빛을 조금 가로막으니까. / 우리가 측정하는 별 밝기가 하강할 때마다 /그것은 행성들이 별 둘레를 돌고 있음을 말해주지.”


시인 천문학자는 외계행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국에는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또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호기심과 물음에 답하려는 탐구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새 행성 발견은 커다란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 있다네. / 우리 모두 혼자일까? 다른 똑똑한 생명체 또 있을까? / […] / 우리에겐 지금 망원경과 도구와 기술이 있지 / 그걸 이용해 다른 행성들 찾을 수 있지, 우리는 맛뵈기 같은 일을 할 뿐 / 지구 같은 행성이 유일한지 알아내려 노력하면서.”


숀 레이먼드의 자작시를 우리말로 옮겨보았다. 영어 원문은 그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주의: 번역하기 어려운 몇 곳이 있고, 따라서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곱 궤도에 부치는 송시

(Ode to 7 orbs)


- 숀 레이먼드(Sean Raymond) 지음




자 사람들을 깨우세, 내게 큰 소식 있소!

그대들 이 소식 놓치고 싶지 않으리. 꾸벅꾸벅 졸고 있지 않으리.

우리가 별들을 응시하다 몇몇 행성 막 발견했소
모여봐 들어봐. 이거 놀라운 놈들이라오!


그런데 하나가 아니오. 무려 일곱!
저 하늘 저곳에 별 하나 그 둘레를 돌고들 있지

이 행성계에 특별한 게 있소, 우린 놀라 소리 지를 수밖에 없소

일곱이 모두 지구 크기. 자 대단하잖소!

그리고 행성 넷엔 액체 물도 있을 만하네

그런 조건 가지고 있지 (행성들의 궤도 지점으로 보면 그렇다네)


사람들이 묻지 “어떻게 이 새 행성들을 발견했소?”
글쎄, 이것부터 말해야겠어, 이게 쉬운 일 아니라고
처음 우리는 별들의 긴 목록 만들었지.

그러고 나서 말야
우린 별들의 밝기를 측정하고 그리고 또 측정했지

 

대부분 별들은 너무 따분할 뿐이야.

별들은 늘 같은 밝기로 빛나고. 별들은 더 탐구할 가치도 없지.

우리가 찾던 별들의 밝기엔 거의 변화가 없지.
밝기는 늘 똑같았고, 약간씩 밝기 신호 하강만 나타날 뿐이지.

 

밝기 하강, 그것은 행성이 방금 지나치고 있다는 신호,

별을 가려 앞쪽으로 말이지. 그것이 우리 시선에서 빛을 조금 가로막으니까.

우리가 측정하는 별 밝기가 하강할 때

그것은 행성들이 별 둘레를 돌고 있음을 말해주지. 그러고서 밝기는 다시 복원하지

(달리 생각해봐, 밝기 하강

 그것은 작은 일식현상과도 같지)


transit_anim.gif » 행성이 트라피스트-1 항성 앞을 지날 때에 항성의 밝기는 뚝 떨어진다. 이런 밝기 신호의 하강을 포착해 행성들의 존재가 밝혀졌다. 출처/ Sean Raymond의 블로그 



별 밝기 신호 그 도움을 받아, 우리는 측정하고 계산했지

그 행성들이 얼마나 큰지, 그 구성 어떻게 되어 있는지.

 

여러 행성을 거느린 새 별, 트라피스트-1(TRAPPIST-1)이라 이름 붙였어
우리 태양 같은 그런 별은 아니네

그건 훨씬 훨씬 훨씬 더 작지, 뜨겁기도 덜 하지.

우리 태양에 견줘 그 밝기는 이천 분의 일 (그 정도도 대단한 거지)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차가운 왜소 항성”이라 부르네. 그런데 이봐

그건 겨우 40광년 떨어져 있다네.


00TRAPPIST-1_2.jpg » 트라피스트-1 행성계.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JPL-Caltech



행성 이름엔 알파벳을 붙이세. 자, 들어봐
바깥쪽부터 h, g, f, e, d,
그래 이제 눈치 챘을 걸 그 뒤로는 c와 b

(첫 번째가 b라네. 그러니 행성 a는 없는 거지

 ‘a’는 어쨌거나 별에 양보해야잖아).


모든 일곱 행성이 별에 가까이 놓여 있지.

행성들은 아주 먼 궤도를 돌지 않으니 정말 빠르게 궤도 운동 하지

행성 b의 일년, 그건 지구에서 하루 반나절.

그대가 만일 거기에 산다면 온갖 가지 생일들을 맞이하겠네!


트래피스트-1 행성계의 행성 하나에 가보세

오, 거기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행성들 -아마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걸세!

행성들 궤도는 서로 너무 가깝고, 그래서 행성들은 서로

보름달처럼 크게 보일 거야! 행성들이 가까워질 땐 더욱 커질 테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늑대인간 문제를 머릿속에 그려봐!)


그 하늘의 태양은 늘 같은 곳에 머물테고
행성들은 늘 똑같은 면을 별한테 보여주겠지
행성들은 운동하고 때때로 초승달처럼 비추겠지
그 잠깐의 하늘 광경, 그건 항우울제와 같네!


두 개의 안쪽 행성, b와 c

바다가 있기엔 너무 뜨겁지. 물은 증기가 되고.

그렇지만 다음 네 행성, d, e, f, g

바다가 존재하기에 제격일 거야

그 행성들엔 액체 물이 있을 거야

H2나 O가 있는지 우리가 알 순 없겠지만.

저 멀리 우주엔 바짝 마른 행성들 많이 있지

지구 하늘에 있는 커다란 붉은 점 바라봐

그것은 화성. 거기에도 물은 있지만 그저 흔적뿐이네.

목성은 물론 뜨겁고 뜨거운 건조 지대이고

 

그 행성 궤도들은 우연히 정해지지 않았지

그것들은 시원한 우주 춤사위를 따르고 있는 듯하네

예를 들어 행성 d와 e를 봐

e가 두 궤도 도는 동안 d는 세 궤도 돌기를 끝내지.

둘은 아주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지

이런 궤도 공명, 그것은 그 우주에서 흔히 일어나네

행성들 각 쌍은 공명 관계 이루네. 그러니까,

전체 행성계가 탱고를 추는 것 같지 않을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공명 관계의 배치는

행성의 이동을 가리키는 표지판이라네

그것은 또 행성 궤도들이 변동했음을 보여준다네

행성들은 생겨나는 동안 안쪽으로 흘러들었을 것이라네.


00TRAPPIST-1_3.jpg » 트라피스트-1 항성의 크기는 태양계의 목성과 비슷한 것으로 비교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ESO/O. Furtak



내가 정말로 말해야 할 마지막 한 가지 있지

트라피스트-1 별이 갈릴레오와도 연결된다네!

갈릴레오 그는 목성 하늘을 도는 커다란 위성 넷을 발견했지

그런데 그 트라피스트-1 별이 목성과 비슷한 크기이네.

 

자 이제 우리 노래 조금 더 보태고 마무리하세

그대가 행성을 안 좋아한다면 그런 그대 위해 쓴 거라네

 

그대 말하지 “행성들, 뭐 대단한 거 없네. 그런 거야 엄청 많잖아.

우리 태양계에 여덟 있고, 저 하늘에

다른 별 주변 궤도에 십억 개나 있어

이 작은 것에 왜 관심 가져야 해?”

 

나는 그대 물음에 역사를 돌아보며 답하지

새 행성 발견은 커다란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 있다네.

우리 모두 혼자일까? 다른 똑똑한 생명체 또 있을까?

(외계에 나의 도플갱어와 나의 아내도 있을까?)

 

중요하고 오래된 이 물음,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결코 간단치 않네. 그렇지만 이런 견해 있지

거기에 있는 어떤 생명체도 그 자신이 살 행성 필요할 테고

그런 행성은 어쩌면 바다나 얼음덩이, 화강암으로 되어 있을 거라고.

우리에겐 이제 망원경과 도구와 기술이 있지

그걸 이용해 다른 행성들 찾을 수 있지, 우리는 맛뵈기 같은 일을 할 뿐

지구 같은 행성이 유일한지 알아내려 노력하면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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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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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겨레 8월7치 <한겨레>의 “미래&과학” 지면에 실렸습니다. 취재 중에 이뤄진 이메일 일문일답들 중 일부를 덧붙여서 웹진용 기사로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