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은 대선 후보들에게 무엇을 묻고 요구할까’

BRIC설문조사 691명 응답…신진연구자, 비정규직, 연구환경 등 관심

25일 같은 주제로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ESC 주최 토론행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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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님께 질문 드립니다. 전일제 대학원생도 다른 일반 노동자처럼 임금과 복지에서 같은 처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통령 후보님께 전합니다. 행정 업무가 너무 많아 연구에 집중할 수 없어요.’

‘대통령 후보님께 요구합니다. 연구자가 진짜 하고 싶은 주제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지원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대통령 후보님께 여쭙니다. 과학 정책에 정권 차원의 이념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출연연구소의 독립 방안을 제시해주세요.’


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BRIC)가 지난 2월 16-20일 과학기술 종사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벌인 ‘과학기술지원정책 대통령 후보에게 무엇을 묻고 요구할 것인가?’ 주제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참여자 691명은 대선 후보들에게 연구현장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와 현안에 대해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


브릭은 응답자들의 주관식 답변들에서 거론된 주제어들을 뽑아보니, ‘과제 예산/평가’ ‘과학기술 지원체계’ ‘과학대중화’ ‘기초과학지원’ ‘대학원생/청년과학기술인’ ‘바이오산업 규제’ ‘신진연구자’ ‘연구투자 안정적/지속적’ ‘전문연구원/병역특례’ ‘정규직/비정규직’ ‘연구자 처우 개선’ ‘여성과학기술인’ 등이 자주 거론돼 이들의 주된 관심사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691명은 대학원생(199명, 29%), 연구원(135명, 20%), 박사후과정(89명, 13%), 책임급 연구원(67명, 10%), 교수급(53명, 8%) 등이었으며, 소속 기관은 대학(366명, 53%), 기업(155명, 22%), 국가기관/출연연(정출연)(69명, 10%) 등으로 나타났다.


문항을 선택하는 설문에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대해 많은 응답자들(318명, 46%)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답해, 대체로 연구 현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소홀히 다뤄지고 않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1명(35%)은 ‘어느 정도 관심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의 과학기술 정책에 거는 연구 현장의 기대치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는 ‘매우 높다’(99명, 14%), ‘높다’(210명, 30%)고 답했으며, 249명(36%)은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낮다’(63명, 9%), ‘매우 낮다’(12명, 2명)는 응답은 11%로 낮았다.


응답자들은 관심 있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를 묻는 물음(2개 복수 선택 가능)에 대해서는 ‘신진과학기술자 정책(비정규직, 신진연구자 지원 등)’(348명, 50%), ‘과학기술 지원체계(기초과학 지원, 연구 기획/평가, 콘트롤타워 등)(326명, 47%), ‘청년과학기술자 정책(대학원생, 학연연구생 처우 등)(260명, 38%), 정부투자연구소 정책(출연연구소, 정부/지방 지원 연구소)(133명, 19%), ‘과학기술 소수자 정책(여성, 외국인)’(88명, 13%) 등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3월 25일(토요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여는 토론행사인 ‘2017 대선, 과학기술 지원정책 대통령 후보에게 무엇을 묻고 요구할 것인가’ 주제의 타운미팅에 앞서 이뤄졌다. 타운미팅 행사 참여에 관한 정보는 사이언스온의 2월 16일치 기사(☞ 대선 정책제안 타운미팅 25일 열려 http://scienceon.hani.co.kr/492478)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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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에게 -설문 응답자들의 목소리

[※ ‘과학기술 지원정책 대통령 후보에게 무엇을 묻고 요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691명 설문응답자의 답변들 중에서 일부를 간추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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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학위 생활을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습니다. 학위를 하는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의 시선은, 너는 학위를 받으니 그만한 처우를 받아도 참을 만하지 않느냐, 라는 식의 시선이 많습니다. 전일제 대학원생도 다른 일반 노동자들처럼 임금 및 복지에서 같은 처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은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예산 없이 연구소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강제적으로 줄이라는 국가 정책으로 대부분의 전문직 연구원들은 계약을 하지 못하고 학생 및 인턴으로 그 자리가 채워졌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은 있으신지 질문드리고 싶다.



과학 정책에 정권 차원의 이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출연연구소의 독립 방안을 제시해달라.



과학도 이윤 창출을 위한 상업적 요구에 당연히 호응해야 하고 그로 인해 과학자들의 연구도 상업화 된 현 시점에서, 진짜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할수 있게 해주세요.



현재 많은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못받고 있는 상황(4대 보험, 퇴직금, 연차, 월차 등)입니다. 의과대학에 소속된 연구원들을 고용한 의사 교수들은 본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손을 놓은 상태이고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시켜줄수 있으신가요?



정출연(정부출연연구소)에서 근무하다 보니 연구에 매진하기에는 지나치게 행정 업무 (수요조사, 보고서작성, 각종 규제 문서 작성)가 있으며 이를 직접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행정 업무를 간소화하고 연구원들의 행정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비전이 있는지.



기초과학 분야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공약이 있는지, 있다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가 가능한지? 수많은 박사학위를 가진 비정규직 연구자의 안정적인 연구를 위한 고용 안정과 연구비 수급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실 것인지?



바이오 분야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유망한 분야라는 인식이지만, 전혀 나아진 바 없다. 연구는 근본적으로 돈을 버는 직종이 아니라 ‘돈을 쓰는’ 직종이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돈을 만들어오지 못하는 연구원 연봉과 처우에 대해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와 병원에 재직 중인 생명공학 연구원의 타업종과 가장 큰 차이는 4대보험 안 되는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보수도 매우 낮다. 학교 실험연구원은 학교 직원으로, 병원 연구원은 병원 직원으로 하는 강제적 법 조항을 만들 순 없는가? 국립대학교와 국립병원만이라도 연구원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었으면 한다.



[1] 현재, 특히 생물학 분야의 경우 실험 노동을 수행하는 전일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가 무척 낮습니다. 장학금도 실질적으로는 인건비를 대신하는 것으로 쓰이는 현실입니다. 4대 보험 적용 등 대학원생의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급여의 현실화 및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이 있습니까?  [2] 대학원생 뿐만 아니라 박사급 연구자는 노동법 상 박사학위자에 대한 예외조항으로 인해 4대 보험의 적용이 제한되고 불안정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자를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현실을 타계할 방법이 있나요?



과거 다년간 출연연구기관 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과학기술인의 연구활동 제약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PBS제도에 대해, 1) 문제점으로 인식은 하고 있는지, 2) 인식하고 있다면 어떤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 제도로 인해,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자기 인건비 및 연구비를 확보하느라 연구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도 손질없이 추가 지원 형식의 땜빵식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공계 기피 현상과 기초과학의 인기는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원이 많은 편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궁극적인 기술의 발전과 비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발달이 가장 기초 됩니다. 중국과 인도 등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죠.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 대한 전망과 현 사태를 해결해나갈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현재 과학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고급 인력들의 해외 유출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정부 주도의 탑다운 형식 기획과제를 줄이고 연구자가 제안하는 바텀업 형식의 자유주제 연구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방법만이 정말로 창의적인 연구를 가능케 할 것 입니다. 응용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지식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구에서 오히려 획기적이고 선구적인 연구물(breakthrough)이 많이 나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요즘 대선 주자들이 의미도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며, 결국 ‘녹색성장’ ‘창조경제’와 같은 레벨의 정부 주도 연구주제를 내세우는데, 이것은 오히려 과학기술의 창의적 발전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1] 대학원생 인권 보장이 시급합니다. 학생들의 이공계 대학원 기피 현상이 그저 돈벌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입니다. 대학원생들의 처지를 잘 아는 학생들은 당연히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를 받은 석박사들도, 학위 과정 동안, 대부분이 치를 떨고 학계를 떠나는 결정을 합니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고 싶어서,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이 일생의 꿈이었던 과학을 포기한다는 건, 현재 학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 입니다. 대학원생 인권 보장 및 비리 교수 처벌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2]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엘리트 육성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대중의 과학적 사고를 위해서 대중 소통 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다수의 재단, 단체에서 과학 소통 관련 강연이나 각종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모 재단처럼 소위 ‘기득권’ 교수들이 모여 자화자찬에 머무는 것들이 많습니다. 강연자가 위에서 아래로 대중을 내려다보는 수준의 강연이 아니라, 대중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젊은 과학자들, 비기득권 과학자들이 펼치는 대중과학 사업에 대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 입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연구비 대부분이 사업화 위주의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으나 학교측에선 사업화 하기가 어렵고 기초과학에 관련된 연구인 경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을 국정에 반영하여 학교 과제와 기업의 산업화과제를 따로 구분하여 연구비를 공평하게 배분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의 경우, 의약품 연구개발의 경우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이 드는 것을 감안해서 설사 성실실패 했다 하더라도 패널티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실제 연구현장에서는 대학원생, 연구원급뿐 아니라 교수급 선에 이르기까지 과도한 행정 작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험계획과 수행, 데이터 정리, 그 결과를 사업지원단과 외부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자료 준비까지는 일반적인 상상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조금씩 개선되어가고는 있으나 이중으로 부담이 지워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 관계자들은 항상 시간부족에 시달립니다. 행정, 허가절차의 간소화와 개선이 1순위로 필요합니다.



지난 정부가 주도했던 과학기술 정책은 IBS 등의 거대 연구단에 재원을 집중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물론 검증된 리더급 과학기술인이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수립된 정책기조였습니다만,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 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장에서는 각 대학 간에 대규모 연구단 유치 경쟁이 붙으면서 신진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는데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과학기술계의 토양을 두텁게 하여, 궁극적으로 미국/유럽유학에 의존하는 연구자 양성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선 신진 연구자에게로의 자원 배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차기 정부에서는 소수의 몰아주기식 연구지원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의 연구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과학기술 지원체계부문에서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연구비를 몰아주는 식의 연구지원은 다른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지원에 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연구 잘하는 연구자들에게는 더 많은 연구지원과 신진 과학자들에게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연구지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시도하지 않았으며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에 도전하는 연구자들에게 지원하는 새로운 연구 지원 시스템이 한국과학기술정책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을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1년 단위의 계약직 노동자로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에 노출되어 있고, 연구비가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2-3개월, 많게는 더 긴 시간동안 인건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연구에 뜻을 품었던 많은 청년 인력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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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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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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