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저널 BMJ ‘트럼프에 맞서 과학 지키기’ 사설

  …동 향… 


행정부 정책 공중보건, 기후변화 등 과학증거기반 경시 우려 커진듯
정부 과학자들 독립성 훼손에도 촉각…4월 22일 ‘과학을 위한 행진’


00TrumpScience2.jpg »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거리에서 19일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과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보스턴에는 수백명의 과학자와 환경론자들이 모여 ‘기후변화는 중국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출처/AP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평 있는 학술저널 <사이언스>를 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해마다 여는 연례총회는 세계적인 학문 교류와 축제의 장이다. 최근 이 협회 총회가 열리는 미국 보스톤 행사장 인근에서 과학자 수백 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리 과학자들은 트럼프한테 메시지를 보내고자 합니다. 미국은 과학 위에서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말입니다.” ‘과학을 지키기 위한 집회(Rally to Stand up for Science)’라는 이름을 붙인 이 집회에 참석한 한 연구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는 전했다.


00Trump.jpg » 기자회견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AP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최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 대한 미국 과학자들의 우려와 경계는 상당한 듯하다. ‘과학 지키기’는 이들의 구호가 됐다. 4월 22일에는 워싱턴 디시(DC)와 여러 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과 과학 경시 정책에 반발하는 집회가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이라는 이름으로 열릴 예정이서, 트럼프 과학 정책은 앞으로도 과학계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런 목소리가 권위 있는 학술저널의 사설(Editorial)에도 실렸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의과학저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의 사설에서 실명의 미국 의과학자들은 공동으로 ‘트럼프 시대에 과학 지키기(Sanding up for Science in the era of Trump)’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공정하되 도전적으로, 비판적이되 건설적으로’라는 부제가 달렸다.


이들은 사설에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불편하다고 여겨질 만한 과학 주제들에 관한 연구를 억누르고 또한 소통을 제한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데 대해 특히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이들의 목소리를 자극했을까? 사설에는 이들의 우려를 촉발한 최근의 여러 변화들이 그 근거로 나열됐다.


“앞으로는 환경청(EPA)의 모든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발표나 출판에 앞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이들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농무부, 내무부, 보건복지부(국립보건연구원/NIH 포함)의 과학자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정부 웹사이트에 실린 과학 정보들은 사라지고 있으며 접근불능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정치적으로 임명된 이들의 보복이 두려워 자기검열에 나서거나 과학 모임을 취소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을 책임지는 이들을 포함해 대통령의 내각 인사들은 압도적인 과학적 합의(consensus)에 맞서면서 더 나은 다른 정보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면서도 기후변화에 관한 증거를 부정하고 있다. 식품의약국(FDA)에 대한 구조조정 요구는 승인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증하는 이 기관의 역할을 후퇴시킬 것이며 그래서 미국만이 아니라 FDA를 뒤따르는 다른 나라들에도 해를 끼칠 것이다.” (BMJ 사설에서)


이 사설은 미국의 임상 연구자, 공중보건정책 연구자 등 4명이 썼다. 이들은 연구의 투명성, 독립성,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 열린 논쟁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시대에 맞이한 도전에 학계가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의학은 [트럼프 시대의] 이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까?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의 해법은 다음과 같다. 정책과 실행(practice)에서 최선의 증거를 강조하고 적용하는 데 매진하자. 현 상황에 도전하는 엄정한 논쟁의 열린 포럼으로서 자기 구실을 하자. 권력에 진실을 말하며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이들을 지원하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적극 활동하자. 그리고 투명성(transparency), 독립성(independence), 그리고 과학 진실성과 학술저널 진실성(scientific and journalistic integrity)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그 기반으로 삼자.” (BMJ 사설에서)


“사실”, “증거”, “데이터”, “과학적 방법”을 견지하려는 노력은 ‘과학 지키기’를 위해 지녀야 할 길잡이로서 강조됐다. 다음은 이 사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길을 택하건, 과학사회와 보건사회는 환자와 공공의 최선의 이해에 봉사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논쟁이 어느 쪽으로 나아가든지, 논증은 데이터, 증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과학적 방법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미국이나 다른 어느 곳의 의료진, 연구자, 정책입안자에게나 모두 독립적인 증거와 열린 논쟁이 필요하다. 이것이 BMJ 커뮤니티에 던지는 우리의 약속이다. 과학의 결실로 무장하고 사실과 증거의 길잡이를 따름으로써 우리는 미국인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이를 위해 더 나은 지구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BMJ 사설에서)


이에 앞서 ‘참여과학자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트럼프 시대에 과학진실성 지키기(Ensuring scientific integrity in the Age of Trump)”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정부 과학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은 지켜져야 한다’는 부제가 달렸다.


기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에 미국 연방정부에서 행하는 과학의 역할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하고는, “민주주의에서 행하는 과학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 일이 잘못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면서 과학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적극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연방정부 과학자들의 과학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심해질 수 있으며, 공공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여러 규제과학의 절차들이 경제적인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없어질 수 있고, 또한 정책 의사결정에 과학자들이 증거, 사실을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절차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과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학을 침묵시키거나 조작하고 또는 훼손시킬 때에는 경고음이 울려야 한다. 과학이 정책 결정에서 밀려날 때, 우리의 가치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00TrumpScience1.jpg » 4월 22일 열리는 ‘과학을 위한 행진’ 집회를 준비하는 단체의 홈페이지 갈무리. 4월 22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과학을 위한 행진’ 집회를 열고자 준비하는 단체는 홈페이지(www.marchforscience.com)에서 “우리는 건강하게 연구비를 받고 공공 소통을 행하는 과학이 인간 자유와 번영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인식하며 과학을 옹호한다. 다양하며 비당파적인 우리는 과학이 공공의 선을 떠받쳐줄 것을 요구하며 정치지도자와 정책입안자가 공공적 이해를 지니고서 증거 기반 정책을 실행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이런 요구에 대한 과학의 참여를 “과학이여, 침묵하지 말라(Science, Not Silence)”는 말로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행진은 과학과 과학진실성을 옹호하며 방어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행진은 정책에 과학을 적용하도록 촉구하는 과정에서 작은 발걸음일 뿐이다. 공중이 과학의 가치를 알고 거기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우리는 안다"고 밝혔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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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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