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제왕절개, 신생아 인체미생물 차이 크지 않아”

자연분만때 엄마의 ‘질내미생물 세례’가 중요하다는 통설 반박

“6주뒤 차이 거의 없어”…“임신중 태아에 미생물 전달” 가능성


00neonatal1.jpg » 신생아. 출처/ Wikimedia Commons


체 안팎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은 인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인체미생물 연구자 사이에서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여러 물음 중 하나는, 사실상 무균 상태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몸에서 처음에 미생물 군집은 언제, 어떻게 형성될까 하는 것이다. 신생아와 미생물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뤄질까?


그동안 널리 회자되던 통설은 신생아들이 자연분만 때 엄마의 질을 지나면서 질내 미생물을 만나면서 생애 최초의 ‘미생물 세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분만 신생아와 제왕절개 신생아 사이엔 인체미생물 구성과 분포에서 차이가 생기고 이런 차이가 아이의 면역계 성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는 제왕절개 분만 신생아의 몸에다 출생 직후 엄마의 질내 미생물을 발라주어 자연분만 신생아와 같은 인체미생물 구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실제로 제왕절개 때에 엄마의 질내 체액을 갓난아기의 몸에 바르는, 이른바 ‘질내 미생물 심기(virginal seeding)’는 일부 부모가 의료진에게 요구하는 시술이기도 하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는 전했다.


지만 자연분만이 신생아의 ‘최초 미생물 세례’ 과정이라는 통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논란거리인 모양이다. 이번에는 자연분만 신생아나 제왕절개 분만 신생아에서 인체미생물 구성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같은 학술지에 발표됐다.


미국 베일러의대(Baylor College of Medicine) 소속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메디슨>에 낸 논문에서, 분만 방식의 차이에 따라 신생아의 인체미생물 구성과 분포가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임산부 160여 명과 그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미생물 구성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의 초록을 보면, 연구진은 “몸 여기저기에 사는 미생물 군집은 언제 어떻게 숙주의 생애 초기에 그 독특한 분류학적, 기능적 특징을 갖출까”라는 물음을 풀고자, 오랜 동안 살핀 임산부 81명과 분만 당시에 한번만 살핀 임산부 81명, 그리고 그 신생아들의 분변과 잇몸, 콧구멍, 질 내의 미생물을 채집해 조사하고 비교했다. 연구진은 채집된 시료들에서 미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00microbiome.jpg » 장내미생물과 인체 간의 상호 영향. 출처/ 한겨레 자료그림


런 비교와 분석의 방법을 통해서 연구진이 찾아낸 새로운 발견은 대략 두 가지로 간추려진다. 하나는 출산 직후 신생아의 경우에 몸의 여러 곳에서 채집한 시료 내 미생물 분포에선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분만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지만, 분변(태변) 내 미생물에서는 둘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출산 직후 신생아의 인체미생물 군집 구조는 일부의 인체 지점(잇몸, 콧구멍, 피부)에서 제왕절개 분만과 연관되는 작은 차이가 나타났지만, 신생아 분변(태변)에선 그러하지 않았으며 분만 방식과 상관없이 미생물 군집 기능의 차이는 관찰할 수 없었다.” (논문 초록에서)


연구진이 찾은 주요한 두 번째 발견은, 이런 약간의 차이도 신생아가 출생 6주가량 지난 뒤에는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6주 지난 신생아의 경우에, 미생물 군의 구조와 기능은 인체 부위에서 저마다 다른 특이성을 보이며 확장하고 분화했지만,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분만 신생아 간에 미생물 군집의 구조나 기능에서 식별할 수 있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 초록에서)


그러므로 신생아에 나타나는 인체미생물의 확장과 분화는 인체 부위별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그것이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분만이냐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우리 결론은 생후 첫 6주 이내에 신생아의 인체미생물 군은 실질적인 재구성(reorganizatioN)을 거치는데, 그런 재구성이 몸 부위에 의해 이뤄지지 분만 방식에 의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 초록에서)


그렇다면 간난아기가 출생 이후에는 평생 마주해야만 하며 자신의 면역계 성숙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는 인체미생물을 언제 처음 조우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는 아기가 출생 이전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 단계에서 인체미생물을 처음 조우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일부 대목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흥미로운 물음 하나를 던진다. 즉, 출산 방식이 미생물 군의 구조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아니라면, 인체미생물은 언제 어떻게 아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엄마의 미생물이 임신 기간에 태아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이와 관련한 몇몇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개연성 있는 해석이다. 특정 유전자에 표지를 단 미생물을 임신한 어미 쥐에다 주입한 실험에선 분만예정일 하루 전에 그 미생물이 태아 쥐의 내장에서 발견됐는데, 이런 결과는 어미 쥐의 미생물이 태아 쥐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번 논문을 냈던 베일러의대의] 아가드(Aagaard) 연구진은 인간 태반에서 미생물 존재의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연구진은 현재 미생물 또는 그 일부가 태반을 통해 엄마에서 아기로 이동하는지 그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좋든 나쁘든 간에 아기들이 미생물을 만나는 것은 출생 훨씬 이전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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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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