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고고학의 만남, 수천-수만년 인류역사 추적

※ 이 글은 한겨레 2월15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내용을 온라인 기사에서는 추가로 담았습니다.


00siska3HR.jpg » 고대인 유골의 디엔에이를 해독하기에 앞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한 아일랜드 연구진(UCD)이 디엔에이를 추출하기 위해 유골 시료를 처리하는 모습. 오른쪽 아래 사진은 동굴에서 발굴된 1만~7700년 전 고대인의 머리뼈. 동굴 고대인 게놈 국제공동연구진 제공


고고학과 DNA 만나

인류 역사 새로 쓴다


러시아 극동 동굴 ‘악마의 문’에서

1만~7700년 전 고대인 뼈 발굴


미량의 조각난 유전물질 추출

인간 게놈의 표준정보와 비교  


고대인 염기서열 조각 퍼즐 맞추고

슈퍼컴 도움으로 데이터 분석-종합

 

한·일 인족이 동굴 고대인과 유사해

유럽과 달리 인구교체 격동 적은 증거

 

북미 고대인 DNA와 유사성 높아

고인류 아시아→북미 이주 근거

 

현대인족 이동·집단형성 추적도

민족 기원 집착하면 국수주의 위험

 

DNA 고고학 서막은 스웨덴 페보 박사

1985년 이집트 미라 처음 분석



“디엔에이(DNA)는 살아 있는 역사 기록물이죠. 세월이 지나면서 훼손되고 조각나지만 그래도 남은 적은 염기서열 정보가 수천, 수만년 전 고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한 단서가 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의 전성원(24·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2년여 동안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방의 동굴 ‘악마의 문’에 살던 1만~7700년 전 고대인의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해 고대인의 역사를 추적하는 국제 연구에 그 일원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190여 인족들의 염기서열을 비교하고 고고학에서 밝혀진 고대인 생활사를 참고해, 과학적 추론을 하며 역사의 스토리를 맞춰가는 일이라 연구 내내 재미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발굴한 역사는 흥미롭지만 그 연구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널찍한 사무실 같은 분위기의 게놈연구소 분석실엔 10여개 책상마다 큰 컴퓨터 앞에서 연구원들이 저마다 분석과 해석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대인 동굴에서 사람뼈를 발굴하고 미량의 조각난 유전물질을 추출해 그 염기서열 정보를 얻는 일은 러시아·아일랜드 등의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이곳 게놈연구소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함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고대인 염기서열 정보와 기존의 여러 인족(민족집단)의 방대한 데이터를 갖가지 알고리즘으로 비교, 계산,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수천년, 수만년 전 고인류의 역사는 실험실에서 발굴된다’는 말은 이제 과언이 아니게 됐다.


실험실에서 발굴하는 역사

00dot.jpg

고대인 디엔에이는 고고학에 과학적 추론의 근거를 전해준다. 일례로, 이번 러시아 고대인 동굴에서 발굴된 수렵채집인 뼈의 디엔에이는 동아시아 인족들이 1만~7700년 전 이래 지금까지 ‘유전자의 격변’을 크게 겪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임연구자인 박종화 교수(게놈연구소장)는 “현재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인족들이 동굴 고대인의 유전적 흔적을 지녀, 당시에 먼저 살고 있던 수렵채집 인구와 밀려든 농경 인구 간에 인구 교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 지역과는 대비되는 특징으로 꼽힌다. 그는 “현 유럽인은 신석기 시대에 몰려든 농경인의 디엔에이를 많이 물려받고 이전에 살던 수렵채취인의 유전적 흔적은 거의 지니지 않아 유럽에선 신석기와 이후에 인구 교체의 격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석기 농경 인구의 유입 상황이 지구촌의 지역마다 달랐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00humangenome.jpg » 4000년 전 이집트 고대인 미라의 간에서 추출한 디엔에이 가닥.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대인 디엔에이를 여러 인족 현대인들의 디엔에이와 비교하면, 가깝고 먼 인족들의 유전자 관계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선 현재 한국·일본 인족이 동굴 고대인의 흔적을 비교적 많이 간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들이 오랫동안 인구 교체의 격변 없이 안정적인 유전자 연속성을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멀리 떨어진 북미 원주민에서 동굴 고대인의 디엔에이와 유사성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북미로 이주했던 고인류 역사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고대인의 뼈에서 인류 역사를 찾아내기까지는 쉽잖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악마의 문’ 동굴에선 고대인 5명의 뼈가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분석에 쓸 만한 것은 2명의 뼈에서 나온 미량의 디엔에이였다. 그것도 짧게 끊어진 조각들이었기에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디엔에이 조각을 어떻게 제자리에 복원해 ‘의미 있는 서열 정보’로 만들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전성원 연구원은 “현대인의 30억 염기쌍을 정밀 해독해 만든 인간 게놈의 표준정보(‘HG19’)가 있는데, 이것과 비교해 고대인 염기서열 조각을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기존 학설 흔들어

00dot.jpg

고고학자인 김종일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세계 고고학 연구에 여러 첨단 과학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 디엔에이 고고학은 이런 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은 2000년대 들어 ‘과학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


본격 서막을 연 것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 소속 스반테 페보 박사와 그 연구진이었다. 10대 시절부터 이집트학에 빠져 있던 페보 박사는 생화학 박사과정 시절에 미라에서 디엔에이를 뽑는다면 “지금까지 이집트학이 해왔던 방법으로는 누구도 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에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대인 디엔에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페보,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그는 1985년 이집트 미라의 디엔에이를 처음 분석했고, 1997년 수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처음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00년대 그의 연구들은 기존 고고학 학설을 흔들 만한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임을 밝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으며, 그렇지만 수만년 전 이종교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흔적이 현대인에 일부 보존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데니소바인이라는 네안데르탈인의 친척뻘인 고인류의 존재도 새롭게 발견했다. 이런 연구에 영향을 받아, 지금은 인류와 민족집단의 오랜 역사를 추적하는 디엔에이 고고학의 여러 다른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디엔에이 고고학이 고인류의 역사를 밝히는 방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얼까? 박종화 교수는 “수천, 수만년 된 고대인 뼈에서 미량의 디엔에이 조각을 곰팡이나 세균 오염 없이 순수하게 추출하는 건 매우 까다로운 기술인데 지난 20년 동안 큰 발전이 이뤄졌다”며 “여기에 게놈 해독을 대량화·자동화하는 기술을 혁신하면서 고대인 디엔에이 연구 영역이 점점 넓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여러 인족들 간의 복잡한 관계망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알고리즘과 슈퍼컴퓨터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오염 없는 디엔에이 추출, 고대 염기서열의 복원과 해독, 데이터 분석과 종합이라는 ‘3박자’는 고인류의 퍼즐을 맞추는 핵심 테크놀로지들인 셈이다.


00humanmig.jpg


질문 새롭게 던질 수 있게

00dot.jpg

디엔에이 고고학의 섣부른 확대해석에는 신중한 목소리도 있다. 특히 ‘민족’의 생물학적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우리만의 해석’에 빠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고고학자인 김재현 동아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몇 개 표본의 평면적 비교만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단지 디엔에이가 같다, 닮았다는 점에 집착하지 말고 문화 전파나 교류 같은 다양한 측면을 담은 판단과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발굴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의 표본들이 다양하게 분석돼야 설득력 있는 기원론이 갖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일 교수도 ‘민족의 기원’에 집착하는 연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디엔에이 분석 결과가 곧 민족의 기원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예컨대 고조선 영토나 민족 이동과 직접 연결시키려는 국수주의 관점이 개입하면 연구가 오남용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디엔에이 고고학이 (이전 고고학에 없던) 질문을 새롭게 던질 수 있게 한다는 데 가치가 있다”며,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디엔에이 분석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젠 동북·동남 아시아의 고인류 확산과 이주에 관해서도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고, 그러면서 (유럽 중심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이야기가 복원되리라 기대합니다.” 지질학, 진화생물학, 천체물리학이 지구, 생물, 우주의 자연사를 써왔듯이 디엔에이 고고학이 인류 역사를 쓰는 데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지 주목된다.


한국인 집단은 남방계 중심에 북방계 혼합


현대 한국인 집단은 어디에서 왔을까? 고대인과 현대인의 유전체(게놈)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면, 대체로 한국인 집단은 농경 문화를 갖춘 신석기 남방계의 유입에 의해 주로 이뤄졌지만, 이들의 유입 시기에 그곳에 먼저 살던 집단과 섞이는 혼합 과정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러시아 극동지방 고대인의 디엔에이를 분석한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농경이 본격화한 1만년 전부터 남방계 사람들이 빠르게 지속적으로 팽창해 들어오면서, 이어 훨씬 전부터 아시아 북쪽에 살던 북방계와 융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서 ‘남방계’와 ‘북방계’라는 말은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수만년 전부터 남방에서 올라와 일찌감치 북쪽에 정착한 인족을 ‘북방계’라 부르지만, 이들의 먼 조상도 사실 남쪽에서 이주해왔으리라는 점에서 ‘남방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 민족집단 게놈을 연구해온 김욱 단국대 교수(생명과학과)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인 집단의 게놈에는 남방 기원의 북방계통(몽골·시베리아, 20% 이상)도 있으며 중앙아시아를 통해 북쪽으로 이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도 이주한 계통의 북방계(10% 미만)도 있다”며 농경 문화와 관련한 2차 남방계의 유입 인구가 섞이며 지금 인구 구성의 뼈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통일신라시대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지역적인 유전적 동질성을 지니고 언어, 문화, 역사를 공유하며 단일민족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일문일답: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게놈연구소장



000Q.jpg



-고대인 게놈을 통해 역사를 추적하는 일을 과학자들이 할 수 있게 된 건 최근인데요, 어떤 여건이 갖추어졌기에 가능해진 일인지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00A.jpg


“DNA 추출 기술: 스반테 파보 등을 중심으로, 고대 뼈 등에서 DNA를 추출하되 오염(곰팡이 및 미생물 게놈)이 없게 추출하는 기술이 지난 20년 간 크게 발전을 했습니다. DNA에는 온도에 따라 반감기가 있습니다. 온도가 낮을수록 반감기가 늡니다.(예를 들어 저온, 건조 조건에선 수만 년도 보존이 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산성도가 높은 땅에서 산화됩니다. 또, 그전에 미생물들이 뼈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DNA를 먹어버립니다. 그래서, 고대 뼈에서 DNA를 추출하면 대부분이 세균이나 곰팡이 게놈입니다. 또한, 분리 실험을 하다 잘못하면 실험한 사람의 DNA가 많이 들어갑니다.

게놈 해독 기술: 차세대 게놈 해독 기술(NGS)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솔렉사/SOLEXA라는 벤처)과 미국 하바드대학(조지 처치 교수를 위시한 대량화 자동화)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특히, 이 기술들이 빠른 상용화를 거쳤습니다. 생명공학에서 이렇게 빠른 상용화를 해서 사회에 침투한 기술이 드뭅니다.
생정보학 발전: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빅데이터를 생정보학(bioinformatics)으로 수백, 수천 개의 게놈을 동시에 계산할수 있는 기술과 프로그램들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유럽쪽은 고대인 또는 호미닌(homin) 같은 유골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듯합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한데요, 유럽쪽의 연구 동향이 그동안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왔는지 정리할 수 있을런지요.


“전문가: 유럽의 스반테 파보를 중심으로 고인류에 대한 열정을 가진 연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물론 그 사람 혼자 한 게 절대 아니고 사이언스는 항상 팀워크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문가를 존중하는 문화가 그 이면에 깔려 있고요.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스반테를 이 만큼 믿고 지원해준 면도 팀워크의 일부입니다.

과학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고학의 '과학화'입니다.

정밀데이터(Exact Data): 고고학 등 과학 데이터가 적을 경우, 할 수 없이 상상이나 추측에 의해 이론이 만들어지고 끊임없는 증명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생산되는데, 뼈 구조를 보는 인류학 등이 나름대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지만, 실제 그것을 결정짓는 정확한(exact) 게놈 정보를 제대로 얻기 시작한 것이 이런 모든 결과들의 근저입니다. 과학의 핵심은 두 개입니다. (1) exact data,  (2) logically consistent principles.

제대로 된 과학 학풍: 유럽, 특히 영국(케임임브리지대학)은 과학이 집대성된 곳입니다. (이번 연구나 많은 연구들이 케임브리지대학 사람들이 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한 많은 통계 기법들이 대부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나왔습니다)

과학적 고고학: 유럽에선 과거에 매우 체계적인 과학적 고고학적 발견들이 먼저 있었는데, 아시아엔 그러지 않아서 많은 자료가 파괴되거나 수장고에 숨어 있습니다.

환경: 석회질로 된 많은 동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뼈들이 산화되지 않고 보존됩니다. 악마문 동굴도 석회질 동굴인 것으로 압니다.”



-국내에는 유럽과는 달리 호미닌 유골이나 고대인 유골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이런 고대인 게놈 연구가 재료/시료 유골의 부족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떠한지요.


“어렵습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제 생각에 한국고고학이 더 발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의 한 동굴에서 나온 41000년 전 '데니소바(Denisova)' 호미닌의 경우는 작은 새끼손까락 뼈에서 DNA를 추출했습니다. 여자 뼈인데, 이것을 얻기 위해서 고고학자들이 오랫동안 안의 모든 흙들을 발굴하면서 섬세한 채로 엄청난 노력을 들여 훓어서 나온 아주 조그만 뼈에서 나온 것입니다(소중한 노력).
산성 토양의 문제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보통 산성 토질에다가 매장을 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회곽분 식의 석회를 고의적으로 쓰는 경우가 아닌 경우, 뼈들이 산화됩니다. 그래서, 제일 유망한 것은 한국 고고학자들이 동굴 탐험을 하면서도 발굴할 때, 수년 간 제대로 전문가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일종의 문화적인 시스템이죠. 한국에선 지금 그런 과학 지원 체계가 없습니다).”



-역사와 과학에 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과학에서도 역사적인 접근법이 있었지요. 특히 우주의 역사는 거의 과학자들에 의해 그 스토리가 구성되어 왔습니다. 지질학도 마찬가지이지요. 생물역사의 경우도 진화생물학자들에 의해서, 그 역사가 구성되어 왔습니다. 즉 자연의 역사는 주로 자연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역사에서는 최근에 게놈학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듯합니다. 역사와 과학에 관한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예, 위에 설명한 대로, 이런 연구의 본질은 결국은 인간의 모든 생활사가 과학화, 체계화 되어가는 한 과정입니다. 고고학도 게놈을 통해 그 한 길을 찾은 것입니다.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고학자들이 DNA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아니면 저 같이 DNA 전문가가 들어가서 더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000Q.jpg



-한편으로는 게놈학자가 인간/인류의 역사에 관해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족 이동, 인족 혼합 등 외에 당시 사람들의 생활사에 관해서는 말해주기 힘들 듯합니다.

000A.jpg


“고고학의 중요성: 맞습니다. 게놈은 명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것의 한정된 범위 내애서 확실한 것을 위주로 하고 나머지는 일종의 '추론(speculation)'를 제공합니다. 그 추론 파트가 기능 분석인데, 고고학자들과 저 같은 사람들이 그 'rich'한 내용을 잘 스토리텔링해야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있어서 어느 얘기가 통하기에 이런 연구에 참여한 것입니다(결국 팀웤, 윈윈, 소통이 중요). 우리 국제 공동연구진의 1/3은 고고학자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매우 방대하고 직관적으로 맞는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생활사를 더 알려면 이런 사람들과도 함께해야 합니다.
게놈학의 효용: 한가지 중요한 게, 한 사람의 게놈만 가지고 어떻게 이동 경로를 추적할수 있는가, 혹은 혼혈을 알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좋은 질문인데, 기본적으로 게놈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수학적으로 가능합니다. 이게 게놈의 매력입니다. 단순한 유전자들을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가 고대인 '게놈' 연구이지, 고대인 '유전자' 연구는 아닙니다. 게놈은 방대한 서열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우리가 계산만 잘하면, 5000년 전 쯤에 혼혈이 있었는지, 30년 전에 외국인하고 결혼해서 혼혈이 되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 정보를 줍니다.



-자연과학적인 접근법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지요? 빅히스토리를 위해서 인문사회학자와 합동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은 얼마나 될까요?


“인간 진화에서 과학의 보편 궁극성: 과학적으로 접근이 안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없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결국 고고, 인문학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협동연구는 초기의 모델이고, 앞으로, 고고/인문사회학자들이 게놈을 배워 기술로 사용하는 날이 올 겁니다.
기술과 학문의 구분: 게놈은 고고학에서 기술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데이터와 더 정확한 정보를 주지만, 결국 스토리텔링(역사/HIstory는 일종의 스토리 텔링입니다)은 역사학자들의 몫입니다 (단지 그 역사학자들이 미래엔 게놈과 컴퓨터를 더 많이 쓸 겁니다. 마치 요즘 생물학자들이 컴퓨터를 엄청 많이 쓰 듯이요).”



-고대인 유골의 디엔에이는 30억쌍 전장 염색체 염기서열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많은 경우에 부분적인 비교분석만이 가능할 듯하고요, 그래서 추정적인/통계적인 기법들이 자주 사용되는 듯합니다. 이런 방법론적인 한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게놈 데이터와 분석의 한계: 이게 제일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이번에 고대 게놈도 염기 30억쌍 중에서 우리가 커버한 영역은 게놈 수준이지만 전체가 아니라 아마 1/10 혹은 1/100 밖에 안 될 겁니다. 그래서, 많은 통계적 기법을, 이미 적용된 프로그램들을 씁니다. 이것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 내에서 우리가 통계적 유의성을 가진 것에 대해서만 말을 합니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정성적인 데이터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선남방계와 후남방계가 섞인 것은 이번 게놈 데이터 정도로 정성적으로 알수 있습니다.

저는 게놈학자이고 원래 생물리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좀 더 확실한 데이터를 항상 요구하는 스타일입니다. 다행히 이번 고대인 연구에서, 두개의 게놈 중에 통계 분석이 가능한 정도의 양이 나와서 진행된 것입니다. 욕심 같아선, 연구비용을 더 들여서 해독을 더 하고 더 깊이 분석해서 이 고대인이 세세하게 유전변이가 우리와 어떻게 차이나는지, 수천 개의 포인트(앞니모양, 우유소화 특성 등 단편적인 유전자 몇 개가 아니라)를 분석해 보고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문일답: 김욱 단국대 교수(생명과학과)



000Q.jpg



-고대인 게놈 연구는 1980년대부터 관심이 일기 시작해 1990년대에 수백 년 전의 미이라 게놈 분석, 그리고 2000년대 들어 갈수록 수천년, 수만년 전 고대인 게놈 연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DNA고고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DNA고고학이 역사문헌이 없고 다른 유물도 별로 없는 아주 먼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NA고고학이 먼 과거 역사를 복원하는 데에 앞으로 어느 정도, 어느 수준까지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000A.jpg

“전통적인 DNA 염기서열 분석 방법(예: Sanger 방법)에 비하여 최근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여 짧은 단편 DNA(read)로 증폭하여 읽음으로써 전체 게놈을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이들 정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통하여 인류의 진화과정을 추정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지역으로부터 다양한 고인골 DNA(ancient DNA: aDNA)를 확보하고 시료처리 방법이 점차 개선된다면 시공간적으로 변화해온 인류의 진화과정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고대인 게놈 연구는 미량의 DNA 조각을 다루어 확보된 정보가 적고, 또한 미생물이나 연구자의 유전물질 오염의 문제도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량의 DNA 조각을 이용하여 과거를 추정하다보면 확정하기는 어렵고 통계적인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습니다. 이처럼 DNA고고학에는 어떤 한계가 있을런지요? 그런 한계를 회피하는 방법이 있을런지요?


“현재 aDNA(예: 네안데르탈, 데니소반 등) 연구(Dept. of Genetics, Max Planck Institute, Svante Pääbo 그룹)는 분석기법이 발달됨으로써 전체 게놈 DNA를 대상으로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미량의 DNA 또는 일부 DNA가 갖는 제한적 문제점들은 여러 지역으로부터 다양한 시료를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극복이 가능하다. 또한 오래된 aDN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NA 분절화 또는 화학적 변형 등은 분석하기 전에 확인하여 수선보수 과정을 거침으로써 서열분석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aDNA 분석 시에 우려되는 오염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반드시 제한된 조건의 실험실 공간과 실험 조건에서 DNA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000Q.jpg



-고대인 게놈 연구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여러 민족집단(인족)의 게놈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변이의 시간순을 추적하여 민족집단의 이동경로를 연구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고대인 게놈 연구와 이런 현재 인구의 디엔에이 연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요?

000A.jpg


“현재의 여러 인류집단을 대상으로 게놈 분석을 하면 그 DNA의 돌연변이 정보를 통하여 생물정보학적 분석 기법에 의해 인류의 기원 및 집단형성 과정을 이해 할 수 있다(Genographic Project: 내셔날 지오그라픽). 즉 조상형의 DNA 서열을 찾아나가는 방법으로 인류의 기원뿐만 아니라 인류의 이동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aDNA는 그 당시에 생존하던 고인류의 DNA를 분석하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며 다음과 같이 현대인과의 연골 고리를 찾는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인(Homo sapiens)의 기원에 관하여 크게 2가지 학설, 즉 다지역기원설(multiregional evolution)과 최근 아프리카 기원설(recent replacement from Africa)로 논쟁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전학적 분석 결과로 볼 때, 약 20만년전에 아프리카로부터 기원한 현대인이 약 6만년전(또는 10만년전)에 아프리카로부터 여러 대륙으로 이동 및 정착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자연선택작용과 유전적 부동 현상에 의해 여러 민족집단으로 분화했다고 보고 있다.

초기의 aDNA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의 미토콘드리아 DNA(전체 게놈에 비하여 극히 소량) 분석 결과로 볼 때, 오늘날 현대인과는 혼혈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과는 다른 종(species)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전체 게놈(핵 DNA)을 대상으로 aDNA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의 DNA 일부가 현대인의 게놈(핵 DNA)에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 종간에 혼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의 DNA가 현대인의 게놈 1.5–2.1% 존재; 약 4만년전의 Romania (Oase) 현대인 고인골에는 6–9 %의 네안데르탈 유래 유전자; 시베리아의 알타이산맥 Denisova 동굴에서 발견된 4만년전의 데니소반 고인골(손가락 뼈)에는 그 지역의 네안데르탈 DNA의 약 17%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아프리카로부터 초기 현대인들이 이동/정착하는 과정에서 앞서 생존하고 있던 Homo erectus의 후손인 Homo heidelbergensis 또는 Homo neanderthalensis와 혼혈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aDNA 연구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인류의 진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남방계가 지배적이고 북방계(먼저 남방에서 올라와 북방에 자리를 잡아 분화해간 집단)가 일부 섞였다는 게 현재 통설인지요?


“우리 한국인집단은 남방기원의 북방계통(몽골/시베리아)(20% 이상)도 있지만 중앙아시아를 통하여 북쪽으로 이주하여 아메리카대륙으로 이동한 계통의 북방계(10% 미만)도 있다. 이들 외에도 간빙기 이후 벼농사 또는 농경문화와 관련된 2차적인 남방계통의 민족유입에 의해 집단팽창이 이루어지고 섞여서 적어도 통일신라 이후부터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지역적으로 유전적인 동질성을 가질 만큼 단일 민족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유전적 동질성과 함께 동일한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하면서 한국인으로 정착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알림] 함께할 '2017 사이언스온 필자'를 찾습니다

 ☞  http://scienceon.hani.co.kr/490422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장과 뇌의 직통 핫라인’ 분자메커니즘 연구‘장과 뇌의 직통 핫라인’ 분자메커니즘 연구

    뉴스오철우 | 2017. 06. 23

    화학센서 구실하며 세로토닌 분비하는 EC세포신경세포와 시냅스 이뤄 ‘장내 정보’ 뇌에 전달 ‘멀리 떨어진 장과 뇌 사이엔 정보를 전달하는 직통 핫라인이 있다.’그 핫라인의 시작점이 되는 독특한 장내 세포들의 기능이 이번에 비교적 자세히 규...

  • “땅속 마그마는 거의 고체 상태, 분출 전에야 녹는다”“땅속 마그마는 거의 고체 상태, 분출 전에야 녹는다”

    뉴스오철우 | 2017. 06. 21

    마그마 속에 있다가 분출된 광물 지르콘의 '열 이력' 분석“대부분 시간 거의 고체 상태, 분출전에 녹은 상태로 변화”  다이어몬드처럼 작고 단단한 광물 지르콘(zircon)은 쉽게 변성되거나 파괴되지 않아 때로는 멀고먼 초기 지구의 환경을 ...

  • 욕조 배수 소용돌이 이용한, 블랙홀 물리현상 모사욕조 배수 소용돌이 이용한, 블랙홀 물리현상 모사

    뉴스오철우 | 2017. 06. 20

    물결 흐르는 수로 한복판에 배수구멍 만들어 관측실험 회전체 지나는 물결, 에너지 더 얻는 초방사 현상 관찰 ‘이 모든 게 하찮은 데에서 시작했죠.’욕조 배수구로 물이 빠질 때에 생기는 소용돌이에 착안해, 회전체인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접경에...

  • “목성, 가장 먼저 태어난 행성”…‘태양계의 듬직한 맏이’“목성, 가장 먼저 태어난 행성”…‘태양계의 듬직한 맏이’

    뉴스오철우 | 2017. 06. 14

    운석들의 금속 동위원소 분석 결과태양계 형성 뒤 100만년 만에 지구질량 20배 고체 형성‘중력 장벽’으로 목성 안쪽-바깥쪽 유성 무리 둘로 분리 태양계 행성 가족에서 듬직한 맏이는 역시 목성이었다.지구질량의 318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행성인...

  • “포유류에도 12시간 생체리듬 따로 있다”“포유류에도 12시간 생체리듬 따로 있다”

    뉴스오철우 | 2017. 06. 14

    ※ 이 글은 한겨레 6월14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우리 몸엔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에 맞춰 반응하는 생체리듬이 있다. 이런 주기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생체시계 유전자로 불리는데 그동안 생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