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 살모넬라 이용해 암세포 잡기’ -쥐실험

전남대 민정준·이준행 교수 연구진, 박테리아 이용 면역촉발 항암치료

면역 유발물질 분비 유전자변형 살모넬라균, 실험쥐서 치료 효과 보여


00salmonella.jpg » 살모넬라 균. 출처/ Wikimedia Commons


병에 맞서는 가장 큰 힘은 면역력이다.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강화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하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 일부러 특정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인체 면역반응을 자극함으로써 암세포에 대항하는 인체 면역세포를 돕는 방법도 그중 하나아다. 면역반응을 자극하고 유발하는 데 박테리아를 적극 활용하려는 연구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아직은 쥐 실험의 결과이지만 식중독균 살모넬라를 이용해 암세포에 대항하는 치료법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남대 의대 민정준(핵의학교실)·이준행(미생물학교실) 교수 연구진은 식중독균인 살모넬라 균을 주로 이용하는 ‘박테리아 항암 치료법’의 개발했으며 그 효과를 실험용 모델동물인 마우스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특정 박테리아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많이 감염되고, 그럼으로써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박테리아를 이용한 항암 치료법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연구돼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연구 흐름에서 눈에 띄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은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 일부이다.


“암은 몸의 방어체계에 들키지 않기 때문에 몸 이곳저곳에 안착한다. 암세포는 외부 침입자가 아니기에 면역체계가 이런 부랑자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공격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과학자들은 온갖 기법을 시도했으며 거기엔 박테리아로 암조직을 감염하는 방법도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살모넬라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변형해, 실험용 쥐에 이식된 인간 암세포에 대항하는 강력한 면역반응을 촉발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로 종양은 줄어들었으며 처음으로 암세포 전이를 막을 수 있었다. 만일 이런 기법이 사람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치료법 분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00vibrio.jpg » 비브리오 균. 출처/ Wikimedia Commons 특히, 이번 연구에선 두 종류의 박테리아를 결합해 훨씬 더 효과적인 항암 박테리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박테리아 항암 치료법’의 효과를 높이려면, 정상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 박테리아의 독성을 약화하면서도 동시에 인체 면역반응을 촉발할 수 강력한 자극 수단이 있어야 한다. ‘박테리아 독성 약화’와 ‘면역반응 자극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연구진은 살모넬라 균의 유전자를 변형했다.


연구진은 살모넬라 균에서 독성 유전자를 없애 약독화했으며, 이렇게 만든 약독화 살모넬라 균에다 인체 면역반응 유발 물질(단백질)을 분비하는 기능의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흔히 강한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비브리오 균의 단백질 ‘플라젤룸B(FlaB, 플라비)’ 유전자를 살모넬라 균에 집어넣어, 약독화 살모넬라 균이 비브리오의 ‘플라비’를 분비할 수 있게 유전형질을 바꿨다.


인간 암세포를 지닌 암질환 모델동물인 마우스에서, 형질전환 살모넬라 균은 항암 치료 효과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보고했다. 실험에서, 면역 유발 물질인 ‘플라비’ 단백질 분비하는 형질전환 살모넬라 균을 종양 걸린 실험쥐 20마리에 감염시켰는데, 3일 뒤에 암조직 외에 다른 정상 장기·조직에서는 살모넬라 균이 모두 사라졌으나 종양 조직에서만 살모넬라 균에 감염된 상태가 유지됐다. 120일 뒤 20마리 중 11마리에서 종양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이성 암세포를 이식한 쥐들도 형질전환 살모넬라 균에 감염된 뒤 전이가 뚜렷하게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00bacteria_cancer.jpg » 면역반응 유발 물질인 ‘플라비(FlaB)’를 분비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해 만든 살모넬라 균을 암에 걸린 쥐에 감염시키자, 유전자 변형 살모넬라가 면역반응을 강화해 항암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나타났다. 출처/ 전남대 의대 연구진 연구진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서 “살모넬라가 암조직에 면역세포라는 군대를 끌어들이고, 플라비(FlaB)가 군대에 발포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했으며, <사이언스> 뉴스에선 플라비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더욱 공격적으로, “지킬 박사를 하이디로 바꾼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보도자료에서 밝힌 연구진 설명이다.


“저희가 암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독화 살모넬라 균주는 해외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균주에 비해 면역 유발 효과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이 균주의 항암 면역 효과를 분석하여 2015년에 발표했습니다. 이 살모넬라가 암조직을 표적하여 과잉 성장을 하면, 암 조직에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호중성 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침윤하고 이들이 암에 염증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살모넬라에 FlaB를 탑재하여 이러한 항암 면역작용을 극대화시킨 것입니다. 저희는 살모넬라가 암조직에서 FlaB를 생산하면서 대식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세포로 바뀌는 등 엄청난 강도의 면역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살모넬라가 암 조직에 면역세포라는 군대를 끌어들이고, FlaB가 군대에 발포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살모넬라를 이용한 암 치료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많은 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이용되길 기대한다”며 “(우리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암을 만나서 일으키는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분석하여 암 치료를 위한 최선의 전략을 도출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암질환 모델동물 실험의 결과이며, 사람몸에도 효과적인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까지는 훨씬 많은 과정과 시간을 거쳐야 한다.


  ■ 학술지의 논문 소개문

박테리아 둘이 하나보다 나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종양에다 특정 박테리아를 주입하는 방법이 염증을 자극해 항종양 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종양을 없애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고전적인 사례로는 방광암에다 바실루스 칼메트-구에린 균(bacillus Calmette-Guerin, BCG)을 주입하는 것이 있으나, 최근에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과 살모넬라(Salmonella) 종과 같은 박테리아를 사용한다. ‘박테리아 항종양 치료법’의 개념에 기초해, 연구진(Zheng et al.)은 약화한 균주인 살모넬라 티피무리움(Salmonella typhimurium)의 유전자를 변형해 비브리오 패혈균(Vibrio vulnificus)의 플라젤린B(flagellin B)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했다. 유전자변형 된 박테리아는 효과적인 항종양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여러 실험용 모델동물 마우스에서 독성의 증거 없이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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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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