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균의 감염전략..침투 쉽게 비틀린 곡선형으로 변신

‘정족수 감지’ 커뮤니케이션..숙주 침투 쉽게 몸모양 바꿔
특정 단백질 핵심역할…“감염 차단 전략으로 역이용 기대”


00cholerae2.jpg » 숙주 동물의 장내에 침투하는 콜레라 균은 자신의 몸을 나선형 곡선 구조로 변신한다. 그림 오른쪽과 위쪽은 나선형 곡선 구조를 한 콜레라 균(빨간색)과 곡선 구조를 만드는 콜레라 내부의 실 모양 단백질 구조(녹색)를 보여주며, 왼쪽과 아랫쪽은 이런 비틀린 나선 구조를 뚜렷하게 보여주고자 만든 모형 그림. 출처/ 프린스턴대학, Thomas Bartlett


원균인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 박테리아가 숙주 동물의 장내에 파고들 때에는 침투하기 좋게 자기 몸을 바꾸는 현상이 새롭게 발견됐다. 숙주 동물의 장을 보호하는 점액을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몸을 나사송곳과 같은 비틀린 곡선형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콜레라 균의 이런 변신은 박테리아 몸의 형상도 감염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최근 생물학저널 <셀>에 보고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중심으로 한 스탠포드대학과 중국 난징농업대학 등 소속 공동 연구진은 <셀> 논문에서 콜레라 박테리아가 수중에서는 주로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가 숙주 장내 환경에선 휘고 비틀린 곡선형으로 변신하는 것으로 관찰됐으며, 이런 곡선형 변신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CrvA’로 명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00cholerae_curvature.jpg » 콜레라 균에서 CrvA의 발현과 곡선형 변신을 보여주는 컴퓨터 모형. 출처/ 프린스턴대학, Thomas Barlett. 동영상을 프린스턴대학의 웹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princeton.edu/main/news/archive/S48/16/50O89/index.xml?section=newsreleases이 단백질이 모여 만든 실(filament) 모양의 구조는 콜레라 몸의 한쪽에 생성되는데, 단백질 실 구조가 있는 쪽은 덜 성장하고 그 반대쪽은 더 성장하면서 콜레라 균의 전체 몸 구조는 자연스럽게 곡선을 띠며 변화한다. 이렇게 변신한 콜레라의 곡선형 몸은 숙주 동물의 장 표면에 있는 겔(gel) 성질의 두터운 보호점막(mucus)을 비집고 들어가 뚫고 지나가는 데 효과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형 구조의 콜레라 균은 보호점막을 잘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물속에선 주로 막대 모양이었다가 숙주 장내 환경에선 뒤틀린 곡선형으로 변신하는 데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을까?


연구진은 단백질 실 구조를 만드는 유전자(crvA)의 발현을 촉발하는 데에는 이른바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라는 박테리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정족수 감지’란 주변 박테리아가 일정수 이상임이 박테리아들의 분비 물질을 통해 감지되면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여 새로운 성격의 집단 거동을 보여주는 현상을 말한다. 중심 없이 낱낱으로 분산된 개체들의 집단거동을 통해 이뤄지는 일종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박테리아들에서 분비되는 신호 분자들과 이를 신호로서 감지할 수 있는 박테리아의 수용체, 그리고 신호에 자극을 받아 새롭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데 주요한 요소들이다.


이번 콜레라 연구에서는, 주변 콜레라 균이 분비한 신호 물질을 통해 콜레라 균의 밀도를 감지하고 또한 자신이 놓인 환경이 물속이 아니라 숙주 장내임을 감지함으로써, 콜레라 균은 단백질 실 구조를 만드는 유전자의 작동을 활성화하고, 결국에 단백질 실 구조가 형성되어 콜레라 균의 몸 형상을 곡선형으로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00cholerae.jpg » 연구진은 곡선 구조를 일으키는 유전자(crvA)의 발현이 억제된 콜레라, 몸이 길쭉한(Elongated) 콜레라를 만들어, 자연의 야생형(wild-type) 콜레라와 비교함으로써 야생형 콜레라의 곡선형 변신 효과를 극대화해 보여주었다. 출처/ 프린스턴대학, Thomas Bartlett 프린스턴대학의 보도자료논문의 초록을 보면, 연구진은 곡선 구조를 일으키는 유전자(crvA)의 발현이 억제된 콜레라와 자연의 야생형 콜레라를 비교하고, 또한 몸이 길쭉하게 만들어진 실험용 콜레라와 자연의 야생형 콜레라를 서로 비교함으로써 야생형 콜레라의 곡선형 변신 효과를 극대화해 보여주었다(옆 그림). 또한 연구진은 곡선형 변신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컴퓨터 모형을 개발해 콜레라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적응하고 감염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부 변화를 추적해 분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위쪽 두 번째 그림).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지난 2014년엔 연못, 하천 등에 사는 비병원성 박테리아(Caulobacter crescentus)가 비슷하게 곡선형 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런 형상이 박테리아가 물에 떠내려가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연못의 박테리아와 콜레라 박테리아의] 두 가지 경우에 박테리아들은 곡선 구조 덕분에 자신이 사는 세상의 역학(mechanics)에 저마다 대처할 수 있었다”면서 “물리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수많은 박테리아한테는 중요 관심사이며 저마다 독자적으로 비슷한 해결책을 진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며 생명에 관한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형상의 차이는 기능의 차이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연구진은 “수많은 박테리아 형상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생물학에서 오랜 수수께끼”라고 전하면서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가 자기 형상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보여주며 “그런 형상을 깨뜨린다면 박테리아의 숙주 감염 능력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콜레라가 침투하기 좋은 모양새를 갖출 수 없도록 그 변신 과정을 훼방하는 약물이 나온다면, 박테리아 저항성을 키우는 항생제의 양을 줄이면서 함께 쓸 수 있는 콜레라 치료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프린스톤대학 보도자료].


  논문 초록

병원성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는 여전히 인간 건강에서 중요한 관심사이다. 비브리오 콜레라는 외부면이 더 길고 내부면이 더 짧으면서 곡선의 막대 모양 형상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다. 이런 곡선형의 메커니즘과 기능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비브리오 콜레라에서 이런 곡선형을 결정하는 최초의 결정인자로서 CrvA를 찾아내고 그 특성을 규명했다. CrvA는 자가조립(self-assemble)으로 세포 곡선형의 내부면에서 필라멘트(filament)로 생성된다. 전통적인 세포골격(cytoskeleton)과 달리, CrvA는 원형질막공간(periplasm)에 자리를 잡으며, 그로 인해 그곳의 골격 요소(periskeletal element)로 여겨질 수도 있다. 곡선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우리는 '낭(sacculus) 구조 변형에 대한 정량 분석'(QuASAR)을 개발했는데, 이를 이용해 우리는 세포 내의 펩티도글리칸 동역학(peptidoglycan dynamics)을 측정할 수 있었다. QuASAR의 분석 결과에서는, CrvA가 펩티도글리칸 제거보다는 펩티도글리칸 삽입이라는 패턴을 비대칭으로 보여주며, 내부면보다 외부면에 더 많은 물질의 삽입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rvA 유전자는 '정족수(quorum)'라는 요인에 의해 조절되며, 세포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CrvA에 의한 곡선 구조가 증가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연구진은 CrvA가 수화겔(hydrogel) 내 운동성을 촉진하고 숙주내 정착(colonization)과 병원성에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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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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