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년 전 매미 날개 화석, 보령에서 발견…‘할락궁이’ 명명

※ 이 기사는 한겨레 1월25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도 간추려 실립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는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일문일답 등 취재 내용을 자세히 담았습니다.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 논문 발표

학계 보고 안 된 새 종·속으로 확인

제주 신화 '할락궁이' 이름 따 명명


00fossile.jpg » 충남 보령에서 발굴된 약 2억 년 전의 매미 날개 화석. 남기수 교사 제공


략 2억 년 전 어느 날 조용히 퍼덕이다 고운 흙 위에 떨어져 긴 세월을 지나온 매미 날개의 화석이 충남 보령 지역에서 발굴됐다. 날개 구조를 지탱하는 날개맥이 선명하게 남아, 중생대 전기 곤충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지구과학)는 지난 2009년 보령 지역의 지층인 아미산층에서 찾은 길이 4.6㎝, 폭 2.1㎝의 작은 화석이 2억 년 전에 살았을 매미 종의 날개인 것으로 식별되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최근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에는 제1저자인 남 교사 외에 매미 화석의 권위자인 중국 베이징 수도사범대학의 왕잉(Ying Wang) 교수, 폴란드 그단스크대학의 야체크 슈베도(Jacek Szwedo) 교수, 그리고 김종헌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보령의 매미 화석은 이전에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속인 것으로 판명돼, ‘할락궁이스 아미사누스’(Hallakkungis amisanus)라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명명됐다. 속명인 할락궁이스는 서쪽 저승에 있다는 ‘서천꽃밭’의 관리사인 제주도 구전 신화의 인물 ‘할락궁이’에서, 종명인 아미사누스는 매미 화석이 발굴된 보령 지역의 지층 이름 아미산층에서 따왔다 [참조: 할락궁이 신화 다룬 한겨레 게재 글].


무엇보다 날개맥이 뚜렷하다는 점이 매미 화석에서 도드라졌다. 남 교사는 “곤충 화석은 대부분 몸통, 머리, 다리, 날개가 분리돼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논문 심사자 중 한 분이 날개맥이 온전히 남아 있어 ‘매우 아름다운 화석’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날개의 주인인 매미의 온전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날개가 몸체보다 약간 더 클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앞날개가 뒷날개보다 조금 크다는 점만 알 수 있을 뿐 몸체는 함부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남기수 교사의 곤충 화석 채집은 10여 년 전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처음 발견한 강도래 곤충 화석에 매료돼 곤충 화석이 나올 만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채집하고 있다면서 “산에 오르고 망치로 단단한 돌을 두드려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예쁜 화석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채집한 화석은 대부분 곤충이지만 더러 거미도 있고, 게다가 물고기, 불가사리, 게 같은 바다 고생물도 있다고 한다. 그는 2012년 1억 년 전에 거미줄 없이 긴 다리로 거닐던 거미의 화석을 발굴해 ‘코레아라크네 진주’라는 종명을 붙여 국제학술지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http://scienceon.hani.co.kr/32521).


어떻게 작은 몸집의 고생물이 오랜 세월을 견뎌 지금 화석으로 발굴될 수 있을까? 그는 “아주 먼 옛날에 매우 잔잔한 호수에 매우 고운 퇴적물이 쌓일 때 우연히 곤충이 함께 쌓이고서 또한 지질시대 동안에 지각 변동을 적게 받는다면 화석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도 진주와 보령 등 일부 지역에서 희귀한 곤충 화석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공주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고곤충학 박사 1호로서 앞으로도 곤충 화석 발굴을 계속하고 나중에는 우리나라 곤충 화석을 집대성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1저자 일문일답00NamKS3.jpg » '고곤충학 박사' 국내 1호, 남기수 교사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지구과학)



000Q.jpg 이번 화석이 이른바 자이언트 매미의 일종인 팔라에온티니드 류(palaeontinidae)의 곤충 화석으로 이해되는데, 맞는지요? 발견한 화석의 동정(identification)을 설명해주신다면?

000A.jpg  “이번 화석은 매미목의 Palaeontinidae 과에 속하는 화석의 앞날개입니다. 종-속-과-목-강-문-계로 구성된 동정 체계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Palaeontinidae 과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 보고한 화석과는 일치하는 속이나 종이 없어서 처음으로 신속과 신종을 명명했습니다. 속명은 Hallakkungis 그리고 종명은 amisanus입니다.”



팔라에온티니드 류(palaeontinidae)라고 번역해도 되는지요? ‘자이언트 매미’도 여기에 속한다는 어떤 자료 글도 보았는데, 맞는 설명일지요?

 “palaeontinidae는 팔레온티니데 과라고 번역해야 합니다. ‘과’의 이름입니다. ‘류’는 과에도 목에도 사용할 수 있기에 꼭 맞지 않아요. 이 과는 중생대 백악기에 멸종한 분류군으로서 현생의 매미와 비교하기는 불가하며 다만 현생의 자이언트 매미와 유사하다고는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발견한 것인지요? 보령의 아미산층에서 발견한 듯한데, 대략 얼마의 나이를 지닌 지층인지요?

 “2009년에 공주대학교 김종헌 교수님(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의 지도로 화석 탐사 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발견 지역은 충남 보령 지역이며 ‘아미산’이 아닌 ‘아미산층’(지층명)입니다. 야산에 노출된 지층입니다. 지층의 지질시대는 중생대의 전기 정도 되는 후기 트라이아스기입니다. 나이는 약 2억 년 정도입니다.”



000Q.jpg 논문에 실린 그림을 보니 매미 중에서 날개 부위만이 화석으로 발견되었네요. 이번 화석의 의미를 논문에서 어떻게 제시했는지요?

000A.jpg  “곤충은 절지동물이면서, 공룡처럼 단단한 골격을 갖고 있지 않아서 화석이 되기가 매우 어려우며 화석이 된다고 해도 몸통, 머리, 다리, 날개 등이 분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날개맥이 선명하고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어 논문 심사자 중 한 분은 매우 아름다운 화석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곤충 화석을 분류할 때 매우 중요한 것이 날개맥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치 있는 화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할락궁이스 아미사누스(Hallakkungis amisanus), 명명의 의미는?

 “속명인 Hallakkungis는 우리나라 신화에 나오는 인물(할락궁이)에서 유래했는데요, 교신저자인 중국의 왕잉 박사가 우리나라 신화 중에서 찾아내어 명명을 제안했기에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종명인 amisanus는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이름인 아미산층에서 유래했습니다. 학명은 유래된 영어 단어를 라틴어화 해야 하기에 Hallakkungis amisanus로 지어졌습니다.”



제1저자로 참여하셨는데, 다른 연구자들을 소개해주신다면? 제1저자의 기여는 무엇인지요?

 “이 연구결과는 제 박사학위 논문에 이미 일부가 실렸었구요. 구체적으로 전문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수정되고 다듬어져서 논문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1저자가 되었고요. 중국의 왕잉 박사와 폴란드의 야체크 슈베도(Jacek Szwedo) 교수는 본 논문의 교신저자이면서 매미 화석의 대가입니다. 두 분이 화석의 고생물학적 의미와 함께 논문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또 다른 공주대학교의 김종헌 교수님은 한국지구과학회 회장님을 역임하시고 우리나라 식물화석의 대가입니다. 제 지도교수님으로서 연구 과정을 지도해주셨구요. 마지막 중국의 렌동 교수님은 곤충 화석 분야에 세계적인 대가이면서 제 화석 연구에서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학위는 언제 받으셨는지요?

 “박사학위 논문은 2015년 2월에 공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지구과학교육과에서 받았고요, 이학박사이지만 지구과학교육 전공입니다. 제목은 ‘보령지역 아미산층에서 산출된 중생대 화석 곤충군 및 그 지질학적 의미’입니다. 지도교수님은 김종헌 교수님입니다.”



000Q.jpg 저번 2012년의 발견 성과는 거미 화석이었는데, 이번엔 매미 곤충 화석이군요. 우리나라에 이처럼 작은 생물체들의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지요? 지층의 어떤 특징 덕분일까요?

000A.jpg  “화석은, 크기가 매우 작아 맨눈으로 보기 어렵고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미화석이 있고요, 그보다 약간 크지만 거미나 곤충처럼 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화석들도 있습니다. 물론 멀리서도 보이는 공룡뼈나 공룡발자국 등도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공룡발자국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강원도의 삼엽충을 포함한 고생대 화석과 포항 지역의 신생대 나뭇잎 화석 들이 유명합니다. 상대적으로 곤충이나 거미처럼 크기가 작은 화석은 발견되기도 어렵고 실제로 그 양도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특별히 과거의 퇴적 환경이 매우 잔잔한 호수에 매우 고운 퇴적물이 쌓일 때 우연히 곤충이 함께 쌓이고 지질시대 동안 지각변동을 적게 받은 경우 화석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침 우리나라에는 경남 진주와 보령 지역의 일부 좁은 곳에 나타납니다. 이런 곳을 찾아가면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한 곤충화석들을 볼 수 있습니다.”


00NamKS_.jpg » 겨울에 보령에서 화석을 채집하는 남 교사의 모습. 출처/ 남기수 교사 제공


작은 생물체 화석(거미, 곤충)을 오래 동안 발굴해오셨는데, 그런 활동의 매력 또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찾은 작은 생물체 화석들이 또 어떤 것이 있는지요?

 “학문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며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연구의 원동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 처음 발견한 강도래 곤충 화석에 매료되어 곤충 화석이 나올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곤충을 채집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분은 직적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거나 몰랐던 이름을 밝혀주기도 했습니다. 산을 오르고 망치로 단단한 돌을 두드려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예쁜 화석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채집한 화석은 대부분이 곤충이며 거미도 몇 개체 있고요. 포항지역에서 발견한 다양한 어류와 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게 등의 과거 바다 생물도 있습니다. 학교 실험실에는 전국에서 채집된 과거 생물의 시체(화석)로 넘쳐납니다.”



2009년에 발굴했는데, 발표까지 8년 가까이 걸렸네요. 이 분야의 연구전통이 원래 이런 듯이 느릿느릿 진행하는 것인지요? ^^

 “2009년 채집했지만 초기에는 연구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시간만 흘렀습니다. 실제 연구 기간은 약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아마 아이디어가 바로바로 나오고 능력이 된다면 몇 개월 내에 논문화 될 수도 있습니다. 주로 국제 공동 연구가 좀 오래 걸리며 대신 더 우수한 결과가 나오는 경향이 높습니다.”



학위를 받으셨는데, 앞으로 화석연구 활동계획은?

 “우리나라 1호 고곤충학자로서 우리나라의 곤충화석을 연구하여 그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게 첫번째 목표이고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곤충화석을 집대성한 책을 집필하는 겁니다.”



000Q.jpg 제가 여쭈어보지 못했지만, 이번 논문과 관련해 더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000A.jpg  “논문의 요약에도 표현되었지만 이번에 발견된 매미 화석은 형태가 뚜렷한 매우 좋은 표본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그 과(family)의 초기 조상의 특징과 또 다른 과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는 독특한 화석입니다. 이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곤충 화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침체되고 있는 우리나라 고생물학계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화석 연구는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서 저를 응원하고 무더운 여름날 함께 화석을 찾은 가족이 고맙고 또 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도와준 공주대학교 김종헌 교수님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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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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