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백의 "다시 쓰는 현대공학 참사 보고서"

첨단 공학으로 개발한 시스템은 완벽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설계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로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자만은 경계해야 한다. 대형사고로 이어진 공학시스템의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며 ‘사람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1.3mm 오차가 빚은 큰 사고

(3) 허블망원경의 구면수차 오류, 발생부터 수리까지


hubble1.jpg » 2002년 수리 임무를 맡은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에서 본 허블우주망원경. 출처/Hubblesite.org

 
 

많은 사람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0년 4월 드디어 대기권 밖의 궤도에 진입했다. 한 달여 간의 기본적인 테스트를 거친 뒤,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첫 번째 관측 영상이 지상으로 전송되었는데, 기대했던 선명하고도 환상적인 천체 이미지가 아니라 지상 망원경 수준의 흐린 이미지가 전송되었다.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결국 망원경 거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발견되었고, 발사 후 약 2달이 지난 1990년 6월2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 우주망원경에 큰 기술적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고 비상계획을 발동한다. 발사 전에 “같은 크기의 거울 중에서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거울”이라고 평가받았던 망원경 주거울의 오차를 보정하기까지는 그뒤로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허블 우주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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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이 생기기 이전에 천체 관측은 고대 이래로 지상에서만 이루어졌는데, 날씨에 따라 관측이 어려운 날이 있고, 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산란되거나 공기의 온도 변화나 흐름에 의해 이미지가 흐려지고 일부 파장(천체 관측에서는 가시광선만이 아니라 적외선과 마이크로파를 비롯해 다양한 파장의 빛이 사용된다)은 대기권에 흡수된다. 망원경을 대기권 밖의 궤도에 올리면 이런 단점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어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관측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에 대한 개념이 1960년대 말에 제안되었고 미항공우주국 산하 마샬우주비행센터(Marchall Space Flight Center)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실제 개발은 1970년대 중반이 넘어서 시작되었는데, 록히드(Lockheed Missiles and Space; 망원경 기체 및 조립 담당)와 퍼킨-엘머(Perkin-Elmer; 망원경 광학장치 담당)를 비롯한 산업체와 미항공우주국 산하 고다드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 관측 장치 및 우주 망원경 운영), 존슨우주센터(Johnson Space Center; 망원경 유지와 보수), 케네디우주센터(Kennedy Space Center; 망원경 발사) 및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태양광 발전장치와 미광 천체카메라[Faint object camera]), 그리고 우주망원경과학연구원(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관측 자료 해석 및 연구 활동)이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인해 2년 간 우주왕복선의 임무 수행이 중단된 것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프로젝트 일정이 늦춰지고 관련 예산이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1990년 4월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허블 우주망원경을 싣고 궤도로 발사되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귀중한 관측 자료를 얻고 있으며, 그동안 천문학, 천체물리학을 비롯해 많은 분야에 큰 공헌을 했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더욱 정확하게 측정했고(참조 그림 2(a)와 <사이언스온>의 '원시우주의 퍼즐을 찾아서' 첫번째 이야기), 은하와 블랙홀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많은 관측 자료를 제공했으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독수리 성운과 같이 환상적인 천체 영상을 촬영하였다(그림 2).


hubble2.jpg » 그림 2: (왼쪽) 북두칠성 근처를 찍은 사진으로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우주는 빅뱅(Big-bang; 우주 생성 시점) 이후에 약 137억 년을 거쳐온 것으로 예측됐다. (오른쪽) 지구에서 6500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독수리성운에는 가스로 이루어진 흡사 기둥의 모양을 한 중심부가 있는데 여기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출처/ Hubblesite.org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0년 처음 궤도에 올랐을 때 망원경 주거울의 가공 오차 때문에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문제는 일반인한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993년 보정 장치를 실은 우주왕복선을 이용하여 보정 장치를 허블 우주망원경에 설치할 때까지 광각 천체관측 카메라는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보정 장치 설치를 위해 일부 측정기기를 제거해야 했다. 이번 글에 소개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사례는 작은 오차가 전체 시스템의 성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서,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공학 시스템에서 개발팀 간의 의사소통과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준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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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망원경은 굴절망원경(렌즈 사용)과 반사망원경(거울 사용)으로 나뉘는데, 망원경의 크기가 커질수록 반사망원경이 선호된다. 이는 같은 배율의 렌즈와 거울을 비교할 때 렌즈보다 거울이 더 얇고 가볍게 제작되기 때문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림 3과 같이 두 개의 거울로 이루어진 카세그레인(Cassegrain) 릿치-크레티앙(Ritchey-Chre‘tien) 반사망원경(주거울은 쌍곡선 오목거울, 보조 거울은 쌍곡선 볼록거울)이다.


hubble3.jpg » 그림 3: 허블 우주망원경의 개략도. 망원경에 들어온 빛은 주거울(Primary Mirror)과 보조거울(Secondary Mirror)에서 반사된 뒤 초점을 맺는다. 초점면에 맺어진 빛을 이용해 주거울 뒤쪽에 있는 여러 과학 측정 기기에서 관측이 이루어진다. 출처/Hubblesite.org


많은 대형 망원경이 이런 릿치-크레티앙 형태로 제작되는데, 넓은 화각(field of view)에서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쌍곡선 형태의 거울은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거울은 직경 2.4 미터의 쌍곡선 오목거울이고, 보조거울은 직경 30 센티미터의 쌍곡선 볼록거울이다. 망원경에 들어온 빛은 주거울과 보조거울에서 차례로 반사되고 주거울 중심에 있는 구멍을 통과해 초점을 맺는다.이 초점의 빛은 주거울 뒤쪽에 장착된 여러 개의 측정 장치로 연계(relay)되어 천체 관측이 이루어지는데, 미광 천체 카메라(Faint Object Camera), 광각 천체 카메라(Wide-field Planetary Camera), 고해상도 분광기(High-resolution Spectrograph), 미광 천체 분광기(Faint Object Spectrograph), 고속광도계(High-speed Photometer) 등이 장착되었고, 이들은 3∼5년 주기로 새로운 모듈로 교체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밖에도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정밀 자세 제어를 하는 장치와 전력 및 통신 장치를 비롯해 많은 첨단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망원경용 대형 거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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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망원경용 거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역설적으로 조사위원회의 <앨런 보고서>1)는 미항공우주국이 거울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로 인해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망원경용 거울은 빛을 모아서 초점을 만들기 위해 거울 표면이 일정한 곡률로 구부러진 형태를 띄고 있다. 거울은 연마가 가능한 재질(블랭크[blank]라 부르며 주로 유리가 사용된다)을 갈아내면서 원하는 곡률을 갖는 형상을 만들고, 가공이 끝나면 표면에 반사 코팅을 입혀 거울로 완성한다.


hubble4.jpg » 그림 4: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거울 가공은 1979년 3월 미국 코네티컷주 댄버리에 소재한 퍼킨-엘머에서 시작되었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회전 연마기가 거울 표면을 직접 가공하여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출처/ NASA 

거울 제작 과정은 표면 가공과 표면 형상 측정이라는 과정의 기나긴 반복으로 이뤄진다. 즉, 거울 표면을 어느 정도 가공한 뒤에 형상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어느 부분을 얼마나 더 갈아내야 하는지 확인한 다음에, 필요한 만큼 다시 가공하고 또 다시 측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크기가 큰 거울 표면을 정밀 가공하는 작업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고, 큰 거울의 표면 형상 및 곡률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역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거울은 지름 2.4 미터이고 표면 곡률 반경은 11,040 밀리미터(거의 평면에 가까울 정도로 큰 곡률 반경임), 원추 상수(원뿔 곡선이 타원, 원, 포물선, 쌍곡선 중 어느 것인지 나타내는 상수)는 1.0022985이며, 표면 형상은 10 나노미터의 정확도로 가공되어야 했다. 두꺼운 머리카락의 직경이 약 100 마이크로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10 나노미터는 머리카락 지름의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길이다. 직경 2 미터가 넘는 넓은 면적에서 이와 같은 정확도로 표면을 가공하고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가늠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 주거울 제작사인 퍼킨-엘머는 거울과 같은 형상을 갖는 연마 주형(template)을 사용하는 기존 방법 대신, 작은 연마 패드가 달린 회전 공구의 회전 속도, 압력, 방향을 컴퓨터로 제어하여 거울을 직접 가공하는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 방법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프로젝트 일정이 수 차례 지연되었고 추가 예산이 투입되었다. 이로 인해 퍼킨-엘머와 미항공우주국간에 갈등이 생겼고, 퍼킨-엘머는 프로젝트 일정과 예산을 맞추기 위해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되었다.


hubble41.jpg » 그림 5: 허블우주망원경 주거울 가공시 거울 표면 형상 측정에 사용된 반사형 영점보정기. 상단의 초점에서 출발한 빛이 하단 및 상단 거울과 필드 렌즈를 거쳐 주거울에 도달한다. 주거울 표면 형상에 따라 빛의 반사가 이루어지고 다시 영점보정기를 거쳐 되돌아온다. 주거울이 정확한 형상으로 가공된 경우 정확하게 원래 빛이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와 초점이 맺힌다. 이 반사된 빛의 파면(wavefront)을 레이저 간섭계로 분석하여 주거울 표면 형상을 측정한다. 출처/ NASA 거울 제작시 표면 형상 측정은 레이저 간섭계(interferometer; 수 나노미터의 길이 변화도 측정할 수 있는 정밀 측정 도구)와 영점보정기(null corrector)라 불리는 광학 장치가 사용되었다.


그림 5와 같이 두 개의 오목거울과 적절한 곡률을 지닌 필드 렌즈(field lens)로 이루어진 영점조절기가 주거울 위에 설치된다. 영점보정기 상단에서 레이저를 이용하여 빛을 쪼이면 영점보정기를 거쳐 주거울에서 반사되고, 다시 영점보정기를 거쳐 원래 빛이 출발한 자리로 돌아온다. 거울이 설계 사양대로 완벽하게 가공되면 정확하게 원래 초점으로 돌아오고, 거울에 오차가 존재하면 초점이 정확하게 맺히지 않는다. 이때 간섭계를 이용하여 원점으로 돌아온 빛의 파면을 측정하면 거울의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 오차가 존재하는지 가늠할 수 있고, 추가적인 가공이 이루어진다. 기존 망원경 거울 제작에는 렌즈만으로 이루어진 굴절형 영점보정기가 주로 사용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거울 크기가 너무 커서 퍼킨-엘머는 거울로 이루어진 반사형 영점보정기를 제작하여 사용했다.


영점보정기는 주거울 표면 형상의 틀(template)로 사용되는 셈인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영점보정기에 존재하는 오차는 주거울에 고스란히 전달되게 된다. 예를 들어 영점보정기에 사용된 오목거울과 필드 렌즈 사이의 거리가 정확하지 않으면 어떻게될까? 주거울이 완벽하게 가공되었다라도 거울 형상 측정에 사용된 레이저 빛이 원래 초점으로 정확하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주거울에 오차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 오차는 불필요한 추가적인 가공으로 연결되어 결국 주거울 형상이 설계와 달라진다. 이때문에 영점보정기 제작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중에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밝혀졌듯이, 영점보정기 제작시 작은 오차가 발생했고, 이 오차로 인해 주거울이 설계와 다르게 가공된 것이 망원경 관측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게 된 이유였다.



hubble6.jpg » 그림 6: 지상 망원경으로 얻은 이미지(왼쪽), 초기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얻은 이미지(가운데, 주거울 오차 보정 전), 주거울 오차 보정 이후의 이미지(오른쪽). 모두 같은 별을 찍은 사진으로, 초기 허블 우주망원경 이미지가 얼마다 기대에 못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출처/Hubblesite.org


기대했던 첫 영상을 얻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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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이 초기에 전송한 영상은 그림 6의 가운데와 같이 촛점이 맞지 않는 흐린 이미지였다. 여러 측정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할 때, 주거울에 구면 수차(spherial aberration)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예측되었다.


구면수차라는 것은 그림 7과 같이 거울(또는 렌즈)의 중심부에서 반사된 빛(paraxial ray)과 가장자리에서 반사된 빛(marginal ray)이 정확하게 같은 지점에서 초점을 맺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구면 거울이나 렌즈(spherical mirror/lens; 거울/렌즈 표면이 구(球)의 형태를 띄고 있음)에는 이러한 구면수차가 항상 존재하는데, 구면수차를 보정하기 위해 여러 개의 거울/렌즈를 사용하거나 거울/렌즈 표면을 비구면(aspheric surface; 예를 들어 포물선, 쌍고선, 타원 등의 형태)으로 가공한다.2)


hubble7.jpg » 그림 7: 구면 및 비구면 거울에서 빛의 반사. (a) 구면 거울에서는 거울 중심부에서 반사된 빛과 가장 자리에서 반사된 빛이 정확히 한 지점에서 만나지 않는 구면수차가 존재한다. (b) 거울의 가장 자리 부분을 더 가공하여 비구면 거울을 만들면 (윗그림(a)에서 빗금 부분을 더 깍아냄) 모든 빛이 정확하게 한 지점에서 만나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비구면 거울에서는 구면수차를 제거할 수 있다. 구면수차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구면 거울이 특정 곡률반경과 원추상수를 가져야 하고, 이는 거울 제작이 구면 거울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짐을 뜻한다. 출처/ NASA


앞서 설명했듯이 주거울은 영점보정기를 이용하여 표면 형상을 확인하므로, 주거울에 오차가 있다면 영점보정기가 잘못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비해 영점보정기는 퍼킨-엘머에 잘 보관되어 있었고, 1990년 7월 22일에 영점보정기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이 이루어졌다. 주거울 역할을 하는 역영점보정기(inverse null corrector)를 이용하여 측정이 이루어졌고 영점보정기에 구면수차(spherical aberration)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어 조사단은 영점보정기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 성을 제시했다.


1. 필드 렌즈가 앞뒤가 바뀌어서 설치되었을 경우

2. 필드 렌즈의 재질(유리)이 설계 사양과 다른 굴절률을 가진 유리로 만들어졌을 경우
3. 필드렌즈와오목거울사이의거리가잘못되었을경우


확인 결과, 영점보정기의 필드 렌즈는 앞뒤가 바뀌지 않고 제대로 설치되었다. 또한 필드렌즈의 배율을 측정하고, 같은 시기에 같은 공정에서 제작된 유리로 만들어진 여분의 렌즈를 확인한 결과 필드 렌즈에 사용된 유리가 정확한 굴절률을 가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애초에 세 번째 오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았는데, 그 이유는 영점보정기를 제작할 때 역영점보정기와 정밀 가공된 계측막대(metering rod)를 이용하여 매우 정확한 위치에 필드렌즈를 자리잡게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세 번째 오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영점보정기의 필드 렌즈와 오목거울 사이의 거리를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하여 측정했는데, 놀랍게도 필드 렌즈가 설계상 위치에서 1.3 밀리미터 만큼 아래쪽으로 밀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영점보정기에 이러한 오차가 있는 경우, 주거울이 원하는 형상보다 더 가공되어 구면수차를 갖게 되고 선명한 관측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이 1.3 밀리미터의 오차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실제 관측 결과와 거의 일치함이 드러났다. 망원경 부품 중 가장 중요한 주거울 제작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영점보정기에 1.3 밀리미터 에 달하는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더욱 놀라운 사실은 퍼킨-엘머 직원의 공책에서 영점보정기에 구면수차가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는 간섭 무늬 측정 결과(측정 일시는 1982년 6월 22일로 표시됨)가 발견된 것이다. 퍼킨-엘머 직원 중 일부는 영점보정기에 오차가 있던 것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알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고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올라가 실제 관측이 이루어질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



1.3mm 오차가 발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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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ble8.jpg » 그림 8: 영점보정기 제작시 오목거울과 필드렌즈의 위치를 정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계측막대와 간섭계가 사용된다. 계측막대(B rod)의 한쪽 끝단을 영점보정기 하단 오목거울의 곡률 중심(center of curvature of lower mirror)에 위치시키면, 다른 한쪽 끝이 정확한 필드렌즈의 위치가 된다. 출처/ NASA 당시 오류가 발생한 과정을 정확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조사위원회는 기계 시스템의 규격과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오류가 발생한 과정은 영점보정기 제작시 오목거울과 필드 렌즈 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그림 8과 같이 정밀 가공된 계측막대(metering rod: B)를 위아래로 움직여 한 쪽 끝단을 하단 오목거울의 곡률 중심에 정확하게 위치시키고 계측막대의 다른 한쪽 끝에 필드 렌즈를 위치시키고 고정하는 과정이다.


계측막대 상단을 영점보정기 하단 거울의 곡률 중심에 정확히 위치시키기 위해 간섭계가 사용되었는데, 계측막대 상단에서 간섭계의 빛을 반사시켜 계측막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때 간섭계의 빛이 계측막대의 중심부에서만 정확하게 반사되도록 “필드캡”이 장착되었는데, 캡 중심에 빛이 통과할 수 있도록 구멍이 나있고, 구멍 주위는 빛의 반사를 막도록 되어 있었다.


즉, 아래의 그림 9에서 왼쪽 그림처럼 빛이 필드캡 가운데 구멍을 통과하여 계측막대의 끝단에서 반사되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실제 영점보정기 제작시에는 그림 9에서 오른쪽 그림처럼 간섭계 빛이 “필드캡”에서 반사된 것이다. 이로 인해 계측막대가 하단으로 1.3 밀리미터 만큼 밀려 위치하게 되었고(필드캡 윗면에서 계측막대 표면 까지의 거리가 정확하게 1.3 밀리미터였음), 이어서 필드렌즈 또한 설계보다 1.3 밀리미터 아래로 위치하게 되었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천체물리부장을 지낸 찰스 펠레린(Charles J. Pellerin)에 따르면 원래 제작 지침에는 필드캡 표면에서 빛의 반사를 막기 위해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시간에 쫓긴 현장에서는 검은색 페인트를 찾지 못하자 검은색 테이프를 필드캡 위에 붙이고 조각칼(x-acto knife)로 테이프에 구멍을 냈다. 이 과정에서 필드캡 구멍 위의 검은색 테이프만 잘라낸 것이 아니라 필드캡 일부분에 흠집이 났고 그로 인해 빛의 반사가 필드캡에서 일어났다고 한다.footnote_icon.gif


hubble9_10.jpg » 그림 9와 그림 10. 그림 9: 왼쪽 그림처럼 간섭계의 빛이 필드캡 중심의 구멍을 통과하여 계측막대의 중심에서 정확하게 반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른쪽 그림처럼 필드캡 상단에서 반사되어 계측막대가 1.3 밀리미터 만큼 아래로 밀리게 되었다. 그림 10: 계측막대 상단에 장착된 필드캡의 사진. 가운데 구멍 주위로 필드캡 일부분이 깨진 것이 보인다. 출처/ NASA


더욱 황당한 것은 필드 렌즈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필드렌즈가 설계보다 1.3 밀리미터 아래로 위치하자 필드렌즈를 고정하는 나사가 필드 렌즈에 닿지 않아 고정이 불가능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커녕 현장에서는 임시방편으로 필드 렌즈와 고정 나사 사이에 스페이서(와셔)를 추가하여 필드 렌즈를 고정시켰고, 이 스페이서가 추가된 것을 상부로 보고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영점보정기에 발생된 이 오차는 주거울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주거울이 원래 설계보다 더 편평하게 가공되었다. 오차는 거울 가장자리에서 2.2 마이크로미터(머리카락 굵기의 약 50분의 1)로 작아 보이지만 그로 인해 구면수차가 발생하면서 허블 우주망원경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다.



보정 장치가 설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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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궤도에 이미 떠 있는 망원경 주거울에 오차가 있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후, 미항공우주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망원경을 다시 지구로 가져와서 주거울로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 망원경을 그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은 보정 장치를 제작하여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허블 우주망원경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보정 장치의 원리는 주거울에서 발생한 구면수차를 보정 장치에서 상쇄하는 것인데, 그림 11과 같이 주거울에서 발생한 구면수차를 초점면에 새롭게 설치된 2개의 거울 (주거울 구면 수차와 정확히 반대값을 갖는 구면 수차를 갖고 있도록 가공됨)을 이용하여 주거울의 구면수차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hubble11.jpg » 그림 11: 허블 우주망원경 보정장치 개략도. 망원경 초점 근처에 정밀 가공된 두개의 거울(M1, M2)를 추가하여 주거울에서 발생된 구면 수차를 상쇄시킴. 출처/ Optics & Photonics News, 1993


결국 보정 장치가 제작되어 1993년 12월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의해 허블 우주망원경에 설치되었다. 사용빈도가 가장 적은 고속광도계를 떼어내어 공간을 마련한 다음에, 그 자리에 보정 장치를 설치하여 관측 모듈이 보정된 초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새롭게 설치된 광각천체카메라는 내부에서 구면 수차를 상쇄하도록 설계되어 향상된 관측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그림 12).

hubble12.jpg » 그림 12: 보정 장치 설치 전/후 이미지. 새롭게 설치된 광각천체카메라 내부에서 구면 수차 보정이 이루어져 훨씬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음. 출처/ Hubblesite.org



왜 막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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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에 걸친 개발 기간에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이런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또한 발사 전까지 수 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단순한 결함이 밝혀지지 않았을까? 그 근본 원인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미항공우주국이나 망원경 설계제작을 담당했 던 퍼킨-엘머, 그리고 실제 망원경 거울을 가공했던 퍼킨-엘머 광학운영부(Optial Operation Division)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 부재로 품질 검사 및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대구경 망원경 제작 경험이 있는 광학 전문가들의 참여가 없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기술적인 면을 살펴보면 먼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미항공우주국이나 거울 제작을 담당한 퍼킨-엘머가 모두 영점보정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영점보정기가 얼마나 정확하게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제대로 계획하지 않았다. 또한 다른 실험 장치에서 나온 결과와 영점보정기로 얻은 결과가 서로 상충하는 경우, 영점보정기의 정확성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실험 장치가 부정확하다고 넘겨버렸다. 예를 들어 퍼킨-엘머에서 주거울을 가공할 때 영점보정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역영점보정기를 이용하여 영점보정기의 정확성을 매번 확인하게 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오차가 확인되었는데도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역영점보정기에 오차가 있는 것으로 치부되었다(실제로는 영점보정기에 오차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현장에서 영점보정기가 제작될 때 명시된 제작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1.3 밀리미터 오차가 발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잘못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1.3 밀리미터 오차로 인해 필드 렌즈 위치가 바뀌면서 필드 렌즈를 설계한 대로 고정할 수 없었을 때, 이를 스페이서를 넣어 임의로 해결한 것이다. 이런 사항은 반드시 보고되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추후 검사에서도 이 스페이서의 존재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현장에서 제작 절치 및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울이 완성되고 망원경이 조립된 후, 전체 시스템의 성능 시험이 이루어졌다면 이 오차를 미리 발견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한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비용 때문이기도 하고 각 요소가 설계 사양을 만족하면 전체 시스템도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칼날 시험(knife-edge test; 망원경에 들어오는 빛을 점차적으로 막으면서 초점의 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검사하는 방법. 거울의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의 오차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어도, 거울에 오차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만이라도 진행했다면 이처럼 단순한 오차는 쉽게 검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항공우주국은 퍼킨-엘머가 주거울 제작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이스트만코닥(Eastman Kodak)에 예비 거울 제작을 의뢰했는데, 이스트만코닥은 전통적인 방법(거울 크기와 비슷한 주형을 먼저 만들고 그 주형으로 거울을 가공하는 방법0)으로 거울을 제작했고 기존의 굴절 영점보정기를 사용했다. 두 회사 사이의 원활한 정보 교류 및 교차 확인 과정이 있었다면 주거울에 있었던 오차가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다.


퍼킨-엘머에서는 허블 망원경 주거울 제작 이전에 광학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직경 1.5미터짜리 시험 거울을 설계/제작/시험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정작 허블 망원경 주거울을 가공할 때는 사내의 다른 부서(광학운영부)가 제작을 담당했는데, 이 광학운영부는 굉장히 폐쇄적인 환경으로 광학 설계 전문가를 갖추지 못했고 다른 부서의 외부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역시 프로젝트 관리의 헛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뒤돌아보면 허블 우주망원경은 큰 인명 피해가 난 것도 아니고, 주거울에 있던 오차를 성공적으로 보정하여 지금까지도 허블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효율적인 프로젝트 계획과 관리, 거울 제작에 대한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최첨단 공학 기술이 동원되는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단순하고 치명적인 오류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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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백 기계공학 박사,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 연구원
실리콘벨리에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업체인 KLA-Tencor에서 광계측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응용광학 전공으로 카이스트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첨단공학 기술이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boh@alum.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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