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비전 과기정책' 힘있는 소수 결정 안돼

과학기술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


정선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 원장
00JSJ2.jpg » 이 글을 쓴 정선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 원장은 지난 7월7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 제안 타운미팅의 0차 모임에 참석했다. 사진/ 김정현
 

■ 시민 참여, 정당 정치, 정책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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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의한 참여 정치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국내 정가의 관심거리다. 참여 정치의 방식에는 일반 유권자가 정책 결정에 참가하거나, 당원 아닌 일반 유권자가 정당 내 선거에 참가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뽑아 놓은 대표들이 주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기대에 어긋나면 주요 현안문제의 결정에 유권자들이 직접 참가하는 것이 정책 참여다. 미국에서는 지방의원, 지자체장 선거 때 지역 현안 사항도 함께 투표로 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방세를 올린다든지,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 같은 중대한 문제는 주민 투표에 부쳐 찬반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주민 참여를 정책 결정 과정에 적용해 활성화하기보다는 정당 후보 선출 과정에 적용하는 데 더 적극적인 모양이다. 그 중 하나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제도가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110년 전에 미국에서 도입되었는데 당내 정파의 기득권을 해소하여, 더 유능한 대통령 후보를 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한다. 그 뒤에 미국에서는 등록당원 관리 중심으로 당 조직이 크게 축소되었다.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투표 동원, 매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출과정을 보면 정당 후보 결정 단계에서 당원 아닌 일반 유권자의 의견을 활용하였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통령 정당 후보 선출에, 일반 유권자의 의견을 50% 반영하는 것은 당원의 권리를 반쪽으로 줄이는 격이다. 심지어 당 대표를 뽑는데도 일반 유권자의 투표를 빌린다. 우리나라도 일반 선거인단에 의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계속 활용하면 기존 정당은 약화하고 시민 참여 단체들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이익단체들이 나서서 차기 정부에 요구할 정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여 정책 대안을 도출하고 선거 공약으로 수용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행위는 중요한 참여 정치 방식이다. 당선 이후에 로비하는 것보다는 투표를 가지고 사전에 흥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익단체 임원들이나 전문 분야 교수님들이 모여 정책 초안을 만들어 후보에게 제시하면, 공약으로 채택하여 당선된 뒤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관례였다. 정치권이 지난해 ‘SNS 충격’을 받은 이후, 유권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는 좋은 일이다. 정당 소속도 없고 대통령 출마 선언도 안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 선호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기존 정당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 더구나 20~3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니 두 정당은 주요 당직에 젊은 층을 많이 영입해야 할 것이다.



■ 과기정책 타안미팅 참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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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이 정책을 만들어 통치권자가 시행하도록 하면 더 좋을 일이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은 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전체 선거 공약에서 그 순위가 별로 높지 않았다. 인류 문화의 번영이 과학기술 발전 덕분이고, 지금도 국가의 힘이 과학기술에서 나오는데도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금방 망각한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인기가 높다 해도 국가 비전을 갖춘 지도자로 보기 어렵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과기부가 교육부로 흡수되고, 과학기술 정책이 교육 정책에 묻혀 버렸고, 과학입국의 의지가 약화된 면이 있다.   


과학기술자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여 이공계 학과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심화하고 있다. 임금도 낮고 자부심을 잃은 탓이다. 이공계 석박사가 왜 이공계 직장에 취업하는 대신 엠비에이(MBA)를 하러 가는가? 과학기술 인력의 장기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내노라 하는 천재를 교육해 외국 회사로 내보내면 국내는 인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정부 들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두 배 이상 늘었는데도 과학기술은 뒷걸음을 쳤다는 데 있다. 2011년 연구개발 예산은 16조 원인데 그에 걸맞는 결과물을 내놓을 만한 게 없다면 예산을 낭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과학연구비는 대학에 주고 기술개발비는 정부연구소와 중소기업에 주어 기술이 이전되고 활용되도록 하면 된다. 수십조 원의 순익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이 정부 연구비를 받아 쓴다면 이는 개발 시대의 발상이다.


정부 예산이 공정 분배가 안 되면 눈먼 돈이 되기 쉽다. 과학기술자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경쟁하도록 해야지 연구비를 쟁취하도록 내몰리면 안 된다. 일부의 과학기술 연구원, 이공계 교수들이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에 빠져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연구비 집행의 잘못에 있다. 연구비는 넘쳐 나는데 연구 성과는 보잘 것 없다면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풍토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추진이 필요한 기초 연구와 거대과학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단기 과제에 우선을 두기 때문에 국가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에너지, 환경 기술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원자력 발전도 신뢰받는 안전 기술을 충분히 향상시켰으면 이 한여름에 고리 원전을 꺼놓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우주 기술은 돈벌이가 아니라 국격을 상징하는 기술이다. 일본, 중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도 우리 경제 규모에 맞는 우주개발 기술은 보유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우선 적용은 국방이다. 과학군을 외친 지 15년인데  최근 우리 군의 과학화 수준을 보면 실망이 크다. 돈과 인력이 충분한데 왜 그런가 생각해 봐야 한다.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현장 과학기술인 모임, 그리고 기획사 디모스가 지난 7월7일에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에서 개최한 차기 정부 과학기술 정책 제안을 위한 타운미팅은 참여 정치를 준비하는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 개발은 50~60대의 힘 있는 분들이 해왔지 감히 20~30대가 목소리를 한 번 낸 적이 있었던가? 참석자 중 40대 이하가 80%였으니 지금까지 방관하던 세대가 주력으로 참여한 것부터 바람직한 현상이다(물론 앞으로 40대 이상의 참여가 더 늘어나 세대의 벽을 넘어서는 대화와 토론이 활발해지길 바란다).


타운미팅의 특징은 누구나 참석하여 의견을 내고 지지 의견이 모이면 그 의견의 세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넓은 연령과 계층의 전문가와 정책 소비자들이 타운미팅에 모여 현장 목소리를 모아서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더 이상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한여름에 7일 동안 섬 하나를 통째로 빌려 여론주도 단체 회원 10만 명이 모여 낮에는 정책 현안을 논쟁하고 밤에는 함께 마시고 춤춘다고 한다. ‘타운홀’ 미팅이 아니라 ‘아일런드(섬)’ 미팅이니 참여 정치의 결정판처럼 들린다.



■ 참여형 과학기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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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시민이 목소리 높여 제안한 정책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야 한다. 예산 조달이 가능해야 하고 기존 법제도에 맞아야 하고 제3자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정책 개발에는 분야별 전문가와 경륜가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20~30대의 꿈과 50~60대의 현실이 서로 타협해야 한다.


타운미팅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개토론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다음, 참여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현장 실무자들과 국회 정책실무자들의 의견을 참조하면 최초의 ‘시민 참여 과학기술 정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런 참여 정치 방식은 과학기술 정책 외에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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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1차 타운미팅"이 8월11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립니다.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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