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뇌부위 크기 차이가 남녀뇌 차이?’ 반박논문 나와

‘편도체 부피의 성별 차이’ 다룬 30년 간의 논문 46편 메타분석

“총부피 큰 남자뇌의 차이일 뿐 남자뇌-여자뇌 구분 근거 안 돼”


00amygdala1.jpg » 자기공명영상으로 위에서 본 뇌의 오른쪽 편도체 부위 영상, 왼쯕 그림은 옆에서 본 뇌의 구조를 보여주는 데 그림 중간에 편도체 부위가 표시되어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Rosalind Franklin University


물학적인 남녀 차이는 생물학 실험에서 중요한 이슈이다. 그중 하나가 수컷 실험동물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질병에 대한 이해가 남성 중심으로 기울어 신약 개발에도 여성 질환의 특성이 소홀히 다뤄진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남녀 차이를 고려해 실험동물의 양성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이런 남녀 차이를 강조해 고정관념으로 인식하다 보면 남녀 차이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편향에 빠질 위험도 있다.


감정 조절과 공포 기억, 사회성 행동 등과 관련되는 뇌 부위인 편도체(amygdala)의 부피가 남녀별로 다른데 이런 차이는 남녀 뇌의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을 보여준다는 기존의 이분법적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잘린드플랭클린대학(Rosalind Franklin University)의 신경과학 연구진은 남녀간 편도체 부피 차이를 연구한 논문 46편을 종합해 살펴보니 남녀의 편도체가 ‘성적 이형’으로 여길 만큼 유의미한 정도의 부피 차이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과학저널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최근 발표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은 남녀 간의 행동과 정신의학 차이를 편도체 크기 차이라는 성적 이형으로 설명했으나, 이런 부피 차이가 남자의 뇌, 여자의 뇌라고 구분해 부를 정도의 성적 이형이라고 여길 근거가 적다는 주장이다.


복숭아 씨앗 또는 아몬드 모양과 비슷해 편도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뇌 부위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학습과 기억, 그리고 공격성 같은 사회적 행동에 관련하는 중요한 것이다.


로잘린드플랑클린대학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는 성적 이형이라는 용어가 인간 뇌의 편도체 부피 차이를 설명하는 데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남자의 뇌, 여자의 뇌와 같은 이분법적인 개념에 도전하는 최근 연구들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 동안 발표된 편도체 크기 관련 논문 58편 중에서 46편을 분석 대상으로 걸러내어, 각 연구결과의 편도체 부피 값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보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많은 연구결과를 종합해 분석하는 이른바 ‘메타분석’ 방법이 사용됐다.


이렇게 해서 연구진이 찾아낸 새로운 사실은 편도체가 남녀의 성별 차이로 인해 부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균적으로 남자 몸이 여자 몸보다 더 크듯이 전반적으로 남자 뇌가 여자 뇌에 비해 11-12%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성 뇌의 편도체가 불균형적으로 더 크다는, 즉 ‘성적 이형’이라 불릴 만한 차이로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정을 하지 않은] 편도체 부피 값을 보고한 연구들에서는 남성 뇌에서 편도체가 대략 10%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런 차이는 전반적으로 남성 뇌가 11-12% 더 크다는 것을 비롯해 남성 몸집이 더 크다는 점과 비교해 생각할 만한 것이다. 전체 뇌 크기에 맞춰 보정한 편도체 부피 값을 보고한 연구들에서는, 그런 차이가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통계학적으로도 유의미하지 않았다.”.(대학 보도자료에서).


남성 뇌에서 편도체만이 유별나게 커진 것이 아니며, 따라서 성적 이형으로 여길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요약하면, 선택적으로 편도체 부피만이 인간 남성에서 커진 것이 아니다”라며 “비록 미묘한 남성-여성 집단의 차이를 배제할 수 없지만, 인간 뇌 편도체를 ‘성적 이형(성별로 서로 다른 두 가지 형(sexually dimorphic)’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남성 뇌, 여성 뇌처럼 범주를 나눌 만한 것은 없으며 거의 모든 뇌 측정 결과들에서도 젠더의 차이보다는 중첩(overlap)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논문 초록

편도체(amygdala)는 남녀 간에 다르게 나타나는 여러 감정 행동과 정신장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 뇌 편도체의 부피가 확실히 성별로 다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우리 연구진은 연령대가 일치하는 건강한 남자와 여자 그룹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연구를 수행해 그 결과로 보고된 편도체 부피 값들에 대해서 체계적인 리뷰와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네 가지 검색 방식을 사용해, 우리는 (58편 논문 중에서) 46편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거기에서 편도체 부피의 성차를 보여주는 크기 값들을 추출했다. 모든 데이터는 Hedges g 값으로 변환되었으며 한곳에 모은 부피 값들은 임의효과 모델(random-effects model)을 사용해 계산됐다. 더 나아가 각 데이터 세트는 연구 연도와 참가자 평균 연령을 고려해 메타 회귀 분석되었다. 우리는 보정되지 않은 편도체 부피는 남성에서 약 10%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런데 이런 차이는 같은 연구들 중 일부에서 보고된 뇌내 부피와 뇌 전체 부피의 성차에 비견할 만하다 [...] (뇌내 부피: 남자가 11.9% 크다, 뇌 전체 부피: 남자가 11.5% 크다). [...] 이런 결과는 남성이 더 큰 뇌 크기의 차이에서 편도체 부피의 성차가 비롯함을 보여준다. 뇌내 부피 또는 뇌 전체 부피를 고려해 보정된 편도체 부피를 보고하는 연구들에서는 성차의 유효 크기는 작았고 통계학적으로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 이런 값들은 보정된 남성 편도체 부피가 오른쪽 편도체의 경우는 0.1% 더 크며, 왼쪽 편도체의 경우 2.5% 더 큼을 보여준다. 요약하면, 선택적으로 편도체 부피만이 인간 남성에서 커진 것이 아니다. 비록 우리가 미묘한 남성-여성 집단 차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간 뇌 편도체를 “성별로 서로 다른 형(sexually dimorphic)”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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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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