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미팅의 참여와 소통, 과학기술 정책에서도…
» 타운미팅 참석자들의 토론 참여를 촉진하고 도와주는 참여와 소통의 도구들. 사진/ 디모스(이하 동일)
참여, 소통, 경청, 공감, 혁신, 거버넌스, 심의(숙의) 민주주의….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 전 분야에서 성숙한 사회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얘기되는 주요 열쇳말들이다. 이런 열쇳말은 우리사회가 다원화할수록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서 더욱더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갖가지 사회적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 우리사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갈등의 성숙한 해결 모델을 제안하고 시도하고 전사회적으로 연습하면서 그런 좋은 모델을 찾아내어 확산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의 실험은 계속되어 왔다. 시민사회에서도 시민 참여와 소통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고민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사실 구호로만 널리 확산되었을 뿐 실질적이고 진정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법의 연구와 구현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 과연 힘주어 주장한 것 만큼 효능이 큰 모델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확산되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우리사회는 여전히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극심한 불통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결국에는 ‘방법’ 또는 ’방식’의 문제이다.
우리사회의 정서에 맞는 실질적이고 그래서 진정한 참여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참여와 소통의 방식은 없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여러 참여와 소통 모델 중 하나이면서, 심의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로서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서도 확산되는 ‘21세기 타운홀 미팅’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 다양한 참여, 제한없는 참여, 아래에서 위로 향한 참여
현재 널리 쓰이는 주민참여 모형으로는 여론조사, 설명회, 공청회, 세미나, 주민만족도 조사, 패널회의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존 모형들은 여전히 일방주의와 형식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실질적인 효능을 크게 높이지 못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지니는 현장성의 부족, 즉시성의 부족 등으로 인한 만족도의 저하, 협소한 거버넌스의 문제 등은 주민의 다양한 참여 의지를 충족하기에 많은 한계점을 보여주었다.
‘21세기 타운홀 미팅’(타운미팅)은 정책 수립 과정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선진국에서 널리 자리잡은 이런 주민참여 모형은 다양한 참여, 제한 없는 참여,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참여라는 ‘참여의 확대’, 그리고 사회적 학습의 성취를 통한 문제 해결, 제한 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심의민주주의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의 0차 모임. 모든 참여자가 빠짐없이 참여할 술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타운미팅의 모형을 생각할 때, 의사결정 과정의 시민 참여 경험이 적었던 우리사회에서는 특히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넓혀준다는 점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며, 현장에서 참여자의 상호토론 과정을 통해 얻는 자기성찰과 상호학습의 효과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로서 실질적인 참여의 조직과 제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타운미팅의 현장은 관료와 전문가의 전문성, 일반 시민의 참여 의지가 실시간으로 상호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다. 타운미팅은 시민 참여 과정의 투명성과 가시성을 높이고, 시민들한테서 정부와 정책 과정의 신뢰성, 공식성, 윤리성을 인정받고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주민의 직접 참여와 결정은 민주적인 시민 권력이 커지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 최근 부쩍 늘어난 타운미팅의 참여소통
근래에 이뤄진 대표적인 타운미팅의 사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기업에서는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확산되어 있는 문화이지만 여기서는 제외한다). ‘시민한테 듣기’(Listening to the City, 뉴욕, 2002), 뉴욕시의 911사태 이후 무역센터 복구계획 수립과정 타운미팅(2002), ‘캘리포니아가 말하게 하라(California Speaks, 2007)’,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linton Global Initiative, 2005), 워싱턴디시 주민정상회의(DC Citizen Summit, 1995~), 뉴올리안즈 재건 개혁 시민정상회의(Unified New Orleans Plan 2006), 오하이오주 주거대책회의(Residential Plan Summit, 2005), 캐나다 에드몬턴 주민과 대화(Community Conversation, 2009), 세계경제 다보스 포럼(World Economic Forum, 2005) 등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민 참여 예산을 이슈로 한 마을회의(타운미팅)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처음으로, 충남도가 타운미팅을 열었다. 2010년 10월20일 300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6시간 동안 진행된 ‘2010 충남도민 정상회의’가 국내 타운미팅의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충남도는 이후에도 도민과 대화(2011년 6월), 가로림만 문제에 대한 전략회의, 충남 청소년과 대화(2011년 12월), 충남도 주민참여 예산컨퍼런스(2012년 7월)를 비롯해 주민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델을 다양하게 시도해 왔다.
» '논산 시민과 대화' 타운미팅의 모습. 규모가 큰 타운미팅에서는 쌍방향 소통을 돕는 여러 도구들이 활용된다.
‘주민참여 예산제’와 관련한 타운미팅 사례에서 특히나 참여의 효능감이 높았다. 대전 유성구의 소규모 지역사업 발굴을 위한 9개 동 마을회의(2011년 8~9월)도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하여 높은 참여 만족도와 결과 수용도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주민 참여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천안 주민참여 예산컨퍼런스(2012년 4월)는 지방정부의 참여가 소극적인 상황에서 시민사회과 시의회가 협력해 연 타운미팅으로서 그 열기가 대단했다. 제주도나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에도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 지역회의를 기획하는 등 진정한 주민참여에 대한 고민이 확장하고 있다(필자가 속한 기관이 퍼실리테이션(타운미팅을 설계하고 진행과정에서 참여자 활동을 촉진하는 일)을 수행한 경험을 중심으로 사례를 소개하다 보니, 더 많고 다양한 사례를 충분히 다루지 못해 아쉽다.)
2010년 충남도가 처음 도입한 이후, 타운홀 미팅 같은 새로운 참여·소통 방식을 시도했던 기관과 단체들이마면 모두 다 느꼈을 테지만, 당시만 해도 타운홀 미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충남도민 정상회의의 실무를 맡은 나도 처음엔 잘 모르면서 타운미팅의 장점에 빠져들었다),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때마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 경험해보시면 그 효능감에 대해 저보다 더 감탄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 교수, 시민사회활동가를 비롯해 도민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팀이 만든 전문기관 디모스(DEMOS)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탄생하여 새로운 참여와 소통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과 1, 2년 새 타운홀 미팅은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되었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시민사회, 정당, 교육청, 학교 등 기관에서, 분야와 이슈로 따져도 정말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타운미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마을만들기 진행 과정에도 여러 마을에서 타운미팅을 열었고, 특히 박원순 시장의 선거 유세 때에도 경청 유세와 함께 타운미팅을 해 왔으며, 서울시의 2012년 8월 9일 서울시민 복지기준 마련을 위한 1000인의 원탁회의는 국내 지자체 최대 규모의 타운미팅으로 준비되고 있다.
» 토론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과학기술정책 제안 타운미팅은…
지금까지 국내의 타운미팅은 모임에 필요한 자료, 시간, 방식의 측면에서 볼 때에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다. 참여자들이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충분한 정도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진행해야 했으나 그런 경우는 드물고 더러 이벤트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참여와 소통의 모형을 시도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아쉬움이지만, 이런 부족함은 앞으로 채워가야 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현장 과학기술인들이 제안하고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사단법인 디모스가 함께 힘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의 경우는 참여자들이 좀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같은 참여자가 한 자리에서 2박3일 동안 토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분야의 이슈만으로 4시간씩 진행되는 3번의 타운미팅이 계획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7일에 열린 예비모임(0차 모임)에서는 부족한 점도 드러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뤄져야 할 과학기술정책 이슈를 아래에서 도출하여 가다듬고 정리해 대통령 선거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런 의미와 영향력을 더 높이려면 사실 다양한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관심을 기울여 참여의 규모와 폭을 넓히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자면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이런 타운미팅의 취지를 알려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과 통로를 통해 홍보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리하여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은 계속 고민해야 한다. 또한 토론에서 상호학습과 자기성찰의 기회가 넓고 깊어지도록 참여자들한테 충분한 정도의 정보와 자료를 제공할 채비를 더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점들이 더 점검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이슈를 가지고서 새로운 시도와 경험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새로운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어 의사결정에 이르는 토론마당을 펼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 아닌가! 0차 모임 이후에 자원활동가 모임이 꾸려지고 좌충우돌이지만 열정적으로 준비모임을 통해 차근차근 채비해 나가는 것 자체가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생각한다(실은 몇몇 과학기술인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을 지켜보던 내가 ‘방식을 달리해보면 더 좋을 수 있다’고 부추긴 책임도 있다). 이런 타운미팅의 설계와 운영 지원을 우리 디모스가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하며 최대한 열심히 참여하며 배우도록 할 것이다.
■ 우리사회에서 타운미팅 자리잡으려면?
타운미팅 모형이 뜻은 좋아도 그것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채비가 충분하지 못하면 참여와 소통의 장점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타운미팅이 제대로 개최되려면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다루고자 하는 이슈를 잘 선택하고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슈에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무적으로도 여러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다루고자 하는 이슈가 선정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타운미팅을 설계하고 운영 지원할 수 있는 전문 퍼실리테이션 기관과 핵심 파트너들로 준비팀을 구성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참여자 구성 계획, 홍보 계획, 참여자 대표성 점검과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면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참여자들한테는 사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참석자들이 모두 다 토론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준비된 보조 퍼실리테이터들이 도와야 한다.
또한 타운미팅은 정보통신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래서 대규모 회의장에서는 현장 소통을 돕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중요하다. 의사결정 과정을 획기적으로 돕는 청중응답 시스템(ARS/Keypad polling), 쌍방향 소통을 돕는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project screen), 토론의 종합과 정리를 돕는 지식맵 소프트웨어(wireless groupware computers), 그리고 이밖에도 토론의 과정과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장비와 도구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타운미팅이 끝난 뒤에 평가와 사후 활동계획까지도 이런 전체 기획에 포함하는 것은 놓치기 쉽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식 타운미팅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토론문화가 미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 방식 그대로 적용하면 토론 현장에서 거부 반응이 생길 수도 있기에 현장의 성격에 맞추어 참여자의 솔직한 정서와 욕구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타운미팅의 진행(퍼실리테이션)을 해온 게 어느덧 공식적인 것만 따져 80여 차례나 되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 어느 하나도 똑같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슈도, 참여자도, 기관도, 담당자 스타일도 다 달랐다. 늘 느끼지만 똑같은 매뉴얼이 준비한 대로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는 한 순간도 없었다. 그만큼 현장의 타운미팅 참여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 참여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참여자를 가장 우선으로 신뢰해야 한다. 따라서 전문 퍼실리테이터나 퍼실리테이션 기관은 개최자의 의도와 이슈, 참여자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들의 참여와 소통을 최대로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세심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참여와 소통의 현장은 언제나 늘 배움의 기회이고 지혜를 얻는 학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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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완숙, 디모스·디모스플러스(DEMO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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