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원의 "물리상식 마당"

상식처럼 자주 얘기되지만 그 자세한 원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물리현상들을 윤복원 박사가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는 과학지식을 널리 공유하자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파장 다른 빛들의 조화

[13] 빛의 밝기와 종류 이해하기


00fig7.jpg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지구 사진. 우주의 어둠속에서 파랗게 빛나 보이는 부분이 지구 대기층다. 햇빛이 대기층의 공기분자에 산란되어나오는 파란 빛이 밝게 빛난다. (사진 출처: 미 항공우주국)

 


가를 본다고 하면, 첫째로 보려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빛도 필요하다.

보려는 대상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던지, 빛을 그 대상에 비춰야 한다.

이 글은 그중에 빛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빛의 밝기는 무엇인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어떤 빛인지,

가시광선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색깔로 보이는지,

그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이런 원리 설명이 ‘하늘은 왜 파란지, 구름은 왜 하얀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빛의 밝기: 조도, 광선속, 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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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완전히 차단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맨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야광처럼 물체 자체가 빛을 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밝은 빛을 비춰야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빛이 비춰지는 지점에서 얼마나 밝은가’와 ‘빛을 내는 광원이 얼마나 밝은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빛을 내지 않는 물체를 볼 때 중요한 빛의 밝기는 ‘빛이 비춰진 지점에서 얼마나 밝은가’이다. 빛을 내는 불빛이 아무리 밝아도 가까운 곳을 비춰야 효과가 있지, 수 km 떨어진 곳을 비추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빛이 비춰진 곳의 밝기는 ‘조도’ 또는 ‘조명도’라고 부르고, ‘럭스’(lx: lux)라는 단위를 뒤에 붙여 숫자로 그 크기를 나타낸다.[1] 1럭스는 대략 1m 떨어진 곳에 있는 촛불이 비추는 조도다. 사무실 실내의 밝기는 320-500 럭스 정도이다.


는 데 필요한 조도는 보는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르다. 전체 윤곽만 보려고 할 때보다는 책을 읽을 때 더 밝아야 한다. 눈의 상태도 영향을 끼친다. 낮에 밖에 있다가 불 꺼진 극장 안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극장 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동공의 크기가 조절되는 것처럼, 눈이 극장 안의 어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장 안에 막 들어갔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극장 안의 밝기는 뭔가를 보기에 부족한 조도이지만, 눈이 적응된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조도는 된다고 볼 수 있다.


한밤에 전등으로 방을 밝힌다고 하자. 책상 위에서 책을 읽기만 할 거면 다른 곳에 빛을 비출 필요 없이 ‘독서등’ 하나로 책상 위를 비추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책상에서 일을 하고 방바닥에서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봐야 한다면, 책상뿐 아니라 방 전체를 비슷한 밝기로 비춰줄 조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독서등 하나로는 부족하다. 여러 개의 전구로 방안을 골고루 비추거나, 더 밝은 전구 하나를 더 높은 곳에 달아 더 넓게 비춰야한다. 이때 말하는 전구의 밝기는 ‘조도’와는 다른 의미의 밝기로 ‘빛을 내는 광원이 얼마나 밝은가’에 해당하는 밝기다.


00fig1.jpg » 밝기의 여러 종류: 광원의 밝기 (광선속), 광원의 면적당 밝기 (휘도), 비춰진 빛의 밝기 (조도). 일부 그림 출처/ openclipart.org


열등 전구에는 40W(와트), 60W, 100W와 같이 소모되는 전력이 표시되어 있다. 백열등을 켜면 전구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만큼 이때에는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열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열등을 많이 사용하던 시절에는 ‘소모 전력’만으로 전구의 밝기를 구분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열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는 형광등이나 엘이디(LED) 전구를 사용하면 훨씬 적은 전력을 쓰면면서도 백열등과 같은 밝기의 빛을 낸다. 빛을 내는 효율이 백열등보다는 형광등이나 LED전구가 더 높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전구의 밝기를 소모 전력으로 표시하는 것은 더 이상 일관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동등한 밝기를 내는 백열등의 소모 전력을 함께 적는다.


이와는 별도로 ‘루멘(lumen)’이라는 단위가 붙은 숫자도 표시되어 있다. 전구가 내는 빛의 전체 양을 숫자로 표시한 것으로 ‘광선속’(luminous flux)이라고 불리는 값이다.[2] 전력소모량에 관계없이 광선속이 같은 전구는 같은 조건에서 비슷한 조명 효과를 낸다.


같은 조명 효과를 내는 전구라도 주먹 만한 크기의 백열등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 들여다 보면 눈이 부시지만, 긴 원통형의 형광등은 눈이 덜 부시다. 백열등에서는 조그만 면적에서 빛이 몰려 나오지만, 형광등의 경우는 훨씬 넓은 면적에 흩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광원의 종류에 따라 ‘같은 면적에서 나오는 빛의 양’이 달라지는 경우다. 이 경우도 광원의 밝기를 나타내는 한 가지 방식이지만, 조금 전에 말한 ‘광선속’, 즉 광원이 내는 전체 빛의 양과는 다른 의미의 밝기다.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화면, 컴퓨터 모니터 등의 상세정보에 나오는 화면 밝기가 이에 해당한다. 숫자 옆에 ‘cd/m2’라는 단위가 붙는 이 밝기는 ‘휘도(luminance)’라고 부른다.[3] 같은 휘도라면 같은 면적의 화면 조각에서 같은 밝기를 낸다. 화면 전체의 면적은 기기별로 달라, 휴대폰보다는 컴퓨터 모니터가, 컴퓨터 모니터보다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이 더 넓다. 같은 휘도라면 화면 면적이 클수록 화면 전체에서 나오는 빛의 양(광선속)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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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최고의 빛,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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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조명이다. 햇빛이 밝게 비추는 곳은 조도가 10만 럭스가 넘는 곳도 있다. 사무실보다 수백 배 밝은 조도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위치에서는 이보다 더 밝아 조도가 13만 럭스에 이른다.[5] 해에서 1억 5000만 km 떨어진 평균 반지름 6371 km의 지구에 비춰지는 햇빛은 해가 방출하는 전체 햇빛의 고작 22억 분의 1에 불과한데도 그 정도다. 이 값들로 계산한 해의 광선속은 3.7X1028 (370조 곱하기 100조) 루멘에 이른다.


양계의 다른 행성에 비추는 햇빛의 조도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려면 해와의 거리를 알아야 하는데, km 대신 ‘천문단위’(AU: astronimical unit)로 거리를 나타내면 계산이 한결 수월해진다. 1 AU는 약 1억 5000만 km로, 지구와 해의 평균 거리다. 수성과 금성과 같이 지구 안쪽에 있는 행성과 해의 거리는 1 AU보다 작고, 바깥쪽의 행성은 1 AU보다 크다. 지구의 햇빛 조도가 10만 럭스라고 하면, 다른 행성에 비추는 햇빛의 조도는 지구 대기권 밖의 조도인 13만 럭스를 천문단위 거리로 두 번 나눠주면 된다. 햇빛의 조도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함을 의미한다.


해에서 0.39 AU 거리로 떨어져 있는 수성에 비치는 햇빛 조도는 ‘130000 / 0.39 / 0.39’, 즉 대략 85만 럭스로 지구의 햇빛 조도보다 6.6배 더 밝다. 해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니 햇빛이 지구보다 훨씬 밝게 비친다. 해에서 1.52 AU 떨어진 화성의 햇빛 조도는 ‘130000 / 1.52 / 1.52’로 약 4만 8000 럭스다. 지구의 햇빛 조도보다 2.3배 더 어둡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무실 실내 밝기보다 100배 정도 밝은 조도다. 지금은 행성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최근 뉴호라이즌스 호가 탐사한 명왕성과 해 간의 평균 거리는 39.3 AU이다. 이 거리를 가지고 계산한 조도는 ‘130000 / 39.3 / 39.3’으로 약 80 럭스다. 지구의 햇빛 조도보다 1000배 이상 더 어둡지만, 우리 생활 공간과 비교하면 계단이나 화장실 실내의 밝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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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해, 지는 해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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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에서 해를 맨눈으로 직접 쳐다보면 눈이 부신 정도를 넘어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만큼 햇빛은 밝다. 눈 안에 있는 수정체는 돋보기의 볼록렌즈와 같은 모양이다. 돋보기로는 햇빛을 모아 검은 먹지를 태울 수 있다. 해를 맨눈으로 쳐다볼 때에도 이와 비슷한 효과가 눈 안에서 일어나 눈이 손상될 수 있다. 반면 해가 뜰 때나 지는 순간에는 해를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햇빛의 밝기가 많이 줄어든다.


아래 그림에 햇빛이 지표면에 도달할 때까지 대기를 뚫고 지나가는 거리를 굵은 선으로 그려 보았다. 해가 위에서 비추는 대낮에는 해가 비추는 각도에 따라 햇빛이 대기층의 두께 거리나 이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뚫고 지나 지상에 도달하는 반면에, 일출 때나 일몰 때에는 매우 긴 거리의 대기를 통과한 뒤에 지상의 눈에 도달한다. 대기권의 수직 두께를 100 km라고 가정하고 지구 반지름인 6371 km 길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지평선에 걸쳐 있는 해가 지나치는 대기의 거리는 무려 1100 km에 이른다. 11배나 더 긴 대기층을 뚫고 온다는 얘기다.


00fig2.jpg » 지구 대기를 뚫고 지나는 햇빛. 해가 뜨거나 질 때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는 대낮에 비해 훨씬 더 길다. 그만큼 햇빛이 공기와 더 많이 부딪히면서 흩어지고 흡수되어 햇빛의 밝기가 더 많이 줄어든다.


이 공기속의 분자와 만나면 빛의 일부가 분자들에서 멀리 흩어져 사방으로 퍼지기도 하고(빛의 산란], 분자들에 흡수되기도 한다(빛의 흡수). 분자 하나하나로만 보면, 산란되거나 흡수되는 빛의 양은 극히 일부다. 하지만, 햇빛이 긴 거리의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에 만나는 공기 분자의 개수는 엄청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수많은 공기 분자에 흩어지거나 흡수되는 햇빛의 양도 많아져 햇빛 밝기는 줄어든다. 특히 일출이나 일몰 때는 햇빛이 대기를 지나는 길이가 매우 길어, 햇빛은 훨씬 더 많은 공기 분자들과 만난다. 그만큼 햇빛의 밝기가 훨씬 많이 줄어들어 눈으로 직접 쳐다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맨눈으로 해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우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태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가린 달의 뒷면을 보는 것이긴 하다. 아무 일식이나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햇빛을 충분히 줄이는 검은 필터 보호 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 2017년 8월 21일에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경로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난다.[9] 이 천문 현상을 볼 계획이 있으면, 맨눈으로 완벽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곳까지 직접 가서 보기를 권한다. 1999년 유럽에서 있었던 개기일식을 직접 본 경험으로는, 몇 분 안 되는 개기일식의 짧은 순간에 어둠속에서 느끼는 생소한 분위기와 경이로움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보는 데 필요한 빛의 종류: 가시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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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은, 전자기파로 불리는 넓은 의미의 빛 중에서 일부분에 불과하다. 빛의 종류는 파장(또는 주파수)으로 구분되는데,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 nm(나노미터: 1 nm = 10억 분의 1 m)에서 700 nm 그 사이이다. 대략 머리카락 두께의 250 분의 1에서 140 분의 1 정도 되는 길이다.


람의 눈은 가시광선의 파장을 색깔로 구분한다. 사람의 눈에, 파장이 긴 가시광선은 빨간색으로 보이고 파장이 짧아지면서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순서로 보인다. 사람의 눈에는 빨간색, 초록색, 파랑색 빛을 인식하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 순서로, 보이는 것도 원추세포의 종류와 수에 관련된다. 원추세포 종류의 수가 다른 동물에게는 무지개 빛이 사람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동물 중에는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일부를 보지 못하는 동물도 있고, 사람이 볼 수 없는 빛을 추가로 볼 수 있는 동물도 있다.[10]


파장이 다른 빛이 섞여 원래의 색깔과는 다른 색깔로 보이기도 한다. 빨간색 빛과 초록색 빛이 섞이면 노란색 빛으로 보이고, 빨간색 빛과 파란색  빛이 석이면 보라색 빛으로 보이는 식이다. 특히 여러 파장의 다른 빛이 적절히 섞이면 ‘백색광’이라고도 불리는 하얀색 빛이 만들어진다. 햇빛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하얀색 빛을 비추면 물체의 색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파란색 물체는 하얀색 빛에 섞여 있는 여러 색깔의 빛 중에 파란색 빛을 주로 반사하고, 빨간색 물체는 빨간색 빛을 주로 반사하는 식으로, 물체 본래의 색깔 그대로를 볼 수 있거나 그에 가깝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색 빛에도 미세한 색감의 차이로 인해 여러 종류가 있다. 백열등과 같이 약간 노르스름한 하얀빛, 햇빛과 같은 하얀색 빛, 약간 푸르스름한 하얀색도 있다. 조명에 쓰이는 LED 전구를 보면 전구 빛의 색깔에 따라 ‘전구색’, ‘주광색’과 같이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와 함께 2700K, 6500K와 같은 숫자를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빛의 색깔을 표현하는 ‘색깔온도’라고 불리는 숫자다. 여기에서 K는 절대온도를 나타낸다. 절대온도 숫자에서 273을 빼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섭씨 온도(℃)의 숫자가 된다. 2700K는 섭씨 2427도, 6500K는 섭씨 6227도와 같다. 매우 뜨거운 온도이다. ‘색깔온도'에 해당되는 색깔은 이 온도의 ‘검은 물체’에서 나오는 빛과 관련된다.


00fig3.jpg » 전구의 빛 색깔 비교. (출처: wikimedia commons)



여러 종류 하얀 빛: ‘흑체복사’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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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비추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불투명한 ‘검은 물체’를 “흑체(黑體: black body)”라고 부른다. 검은 물체라는 뜻을 그대로 한자로 표현한 단어다. 이런 검은 물체가 뜨거워져 그 자체로 빛을 내는 현상을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라 부른다.[11] 여기에서 말하는 빛은 눈에 보이는 빛과 안 보이는 빛을 모두 포함한다.


00fig4.jpg » 흑체(검은 물체)가 내보내는 빛 파장의 분포 곡선: 점선 사이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파장 범위다. 점선 왼쪽의 400 nm보다 작은 파장은 자외선 영역이고, 점선 오른쪽의 700 nm보다 큰 파장은 적외선 영역이다. 흑체가 어떤 색깔의 빛을 내는지는 곡선의 색깔로 나타냈다. 대온도 0도(= 섭씨 영하 273.15도)일 때 흑체에서는 아무 빛도 안 나온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빛을 내기 시작하는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수준의 온도에서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긴 파장의 빛이 주로 나온다. 적외선이 그런 빛으로, 이름 그대로 빨간색 빛 바깥쪽에 있는 빛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적외선이 나온다. 센서로 적외선의 강도를 측정하면 물체의 온도를 알아낼 수도 있고, 어둠속에서 체온이 있는 사람이나 동물도 감지할 수 있다.


검은 물체가 더 뜨거워지면 적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의 빛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파장 긴 가시광선부터 나온다. 절대온도 1000도(1000K = 섭씨 727도)에 이르면 빨간색 근처의 빛이 눈에 보일 만큼 밝게 나온다. 전열기를 켰을 때 나오는 붉은 빛을 생각하면 된다. 물체의 온도가 더 올라가면 파장이 더 짧은 초록색과 파란색 근처의 빛도 많이 나오기 시작해 빨간색 빛과 섞이면서 누르스름한 하얀색 빛이 나기 시작한다. 백열등이 그런 경우다. 백열등을 켰을 때 전구에 들어 있는 텅스텐 필라멘트의 온도가 절대온도 2800도 (2800K = 섭씨 2500도) 정도다. 흑체가 2800K로 뜨거워졌을 때 전체적으로 백열등 불빛과 비슷한 색깔로 보인다.


도가 한참 더 올라가 태양 표면의 온도인 절대온도 5800도(5800K = 섭씨 5500도)에 이르면, 파란색 주변의 짧은 파장 빛이 많이 나와 섞이면서 대낮에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하얀 빛이 나온다. 이 온도에서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파장이 더 짧아 눈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빛도 나온다. 보라색 바깥쪽에 있는 ‘자외선’이 그런 빛이다. 종류에 따라 몸에 많이 노출되면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행히 대기의 상층부에는 오존층이 존재해 이런 자외선을 충분히 흡수해 줄여준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검은 물체(‘흑체’)가 온도에 따라 어떤 파장의 빛이 어떤 강도로 나오는지 볼 수 있다. 온도가 변하면 나오는 빛 파장의 분포가 달라지면서, 사람 눈에 보이는 빛의 전체적인 색깔도 달라진다. 전구에 쓰여 있는 2700K나 6500K 같은 색깔온도는 전구와 비슷한 색을 내는 흑체(검은 물체)의 온도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는 노르스름한 하얀빛이 나오고 온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으면 더 푸르스름한 하얀색 빛이 나온다.


색깔온도와는 달리, 노르스름한 하얀색을 ‘따뜻한 색’으로 부르고 푸르스름한 하얀색을 ‘차가운 색’이라고 부르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늘이 파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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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대낮에 보이는 하늘은 파란색이다. 해와 가까운 하늘은 눈이 부셔서 잘 보지 못하고 구름은 하얗게 보이지만, 해에서 충분히 벗어난 구름 없는 하늘은 낮에 언제나 파랗게 보인다. 단순히 파랗게 보이는 것을 넘어, 어두울 때는 밝고 선명하게 보이는 초승달이 대낮에는 흐릿하게 보일 만큼 파란 하늘은 밝다. 별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왜 대낮의 하늘은 파란색이면서 밝기까지 할까?


00fig5.jpg » 파란 하늘이 보이는 풍경: 낮에 보는 하늘은 해가 있는 곳과 구름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파랗게 보인다.


이 원자나 분자에 부딪히면 흩어져 사방으로 퍼진다. ‘산란’(scattering)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공기 분자와 부딪히면 산란된다. 이때 빛의 일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새로운 광원이 만들어진다. 분자 하나에 의해 산란되는 빛은 그 양은 극히 미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햇빛은 지구 반쪽 하늘 전체를 비추고 있고, 통과하는 대기의 수직 두께도 수십 km 이상이다.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동안 햇빛은 엄청나게 많은 공기 분자에 의해 산란된다. 그렇게 산란되는 빛 하나하나가 광원이 되어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하늘 자체가 조명이 되는 셈이고, 그만큼 하늘은 밝아진다.


이제 왜 파란색인지를 설명할 차례다. 햇빛은 대표적인 백색광(하얀색 빛)이다. 여러 파장의 가시광선, 다시 말해 여러 파장의 색깔 빛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빛이다. 햇빛이 공기 분자에 부딪혀 이런 여러 파장의 색깔 빛들이 모두 똑같이 산란된다면, 산란되어 퍼져나가는 빛도 역시 햇빛 색깔과 다르지 않게 된다. 하늘이 햇빛 색깔이 아닌 파란색이라는 것은 햇빛 속에 섞여 있는 파란색 빛이 더 많이 산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다.[12]


00fig6.jpg » 한줄기 하얀 빛이 공기 중의 분자에 산란되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표현한 그림.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분자를 만나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 계열의 빛이 주로 산란된다.[12] 산란되는 지점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새로운 광원이 된다.


‘레일리 산란’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입자에 빛이 산란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산란되는 빛의 양은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르고, 파장이 짧은 빛이 더 많이 산란된다. 대기중의 공기 분자의 크기는 1 nm에 못 미쳐 가시광선의 파장인 수백 nm에 비해 훨씬 작은 입자이어서, ‘레일리 산란’이 적용된다. 파장이 짧은 빛이 더 많이 산란되니, 여러 색의 빛이 골고루 섞여 있는 햇빛이 산란되면 보라색 빛이나 파란색 빛이 빨간색 빛에 비해 더 많이 산란된다는 얘기다.


이론으로 계산한 결과를 보면, 빨간색 빛(파장: 650 nm)에 비해, 보라색 빛(400 nm)은 약 7배, 파란색 빛(475 nm)은 3.5배 더 산란이 잘 된다. 결국 여러 파장이 골고루 섞여 있는 햇빛이 공기 분자를 만나면 주로 파장이 짧은 빛이 산란되고, 산란된 빛은 전체적으로 파란색 계열로 보인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사진(맨위쪽 사진)을 보면, 대기층이 파랗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파란색 계열의 빛이 산란되어 마치 파란 발광체처럼 빛나 보이는 것이다. 대기층에서 충분히 떨어진 우주는 공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산란이 일어나지 않아 밝게 보이는 것이 없고 검고 어둡게 보인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도 마찬가지로 햇빛을 산란하는 분자들이 달 표면 위에 없다. 이 때문에 달에서는 햇빛이 비춰도 달에서 보는 하늘은 검고 어두운 밤하늘과 같이 보인다.



구름이 하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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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과 관계없이 거의 그대로 햇빛을 산란하는 경우도 있다. 구름이 대표적인 경우다. 구름을 만드는 수많은 작은 물방울의 지름은 100분의 1 mm정도로 가시광선 파장보다 20배 정도 크다.[13] 이런 크기의 입자에 빛이 산란될 때는 파장이 짧은 파란색 계열의 빛이나 파장이 긴 빨간색 계열의 빛이나 모두 거의 같은 정도로 산란된다.[14] 구름에 산란되는 빛의 색깔이 구름에 비추는 빛의 원래 색깔과 거의 같다는 얘기다. 공연 무대에 뿌려진 안개도 작은 물방울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안개에 비추는 조명색이 그대로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햇빛도 마찬가지여서, 구름에 산란된 빛은 햇빛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름이 하얗게 보인다는 것은 곧 구름에 닿는 햇빛의 색깔이 하얗다는 것을 의미한다.


00fig8.jpg » 높은 산에 하얀 구름이 걸쳐있는 풍경: 구름을 만드는 작은 물방울의 크기는 빛의 파장보다 20여배 커서, 파장과 관계 없이 빛을 거의 같은 정도로 산란한다. 구름은 햇빛을 그대로 산란해, 햇빛의 색깔인 하얀색으로 보인다.


가 뜨고 지는 순간에 해와 그 주변의 하늘이 불그스름해지는 이유도 빛의 산란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출과 일몰 때는 햇빛이 낮보다 훨씬 긴 대기를 통과한다(맨위에서 세 번째 그림). 긴 대기의 초반부에 파장 짧은 파란색 계열의 빛이 주로 산란되면서 햇빛 속의 파란색 빛이 점점 줄어든다. 나중에는 햇빛 속에 파란색 계열의 빛이 별로 남지 않게 된다. 그때부터는 파장이 좀 더 긴 초록색 계열의 빛도 상대적으로 많이 산란된다. 결국 매우 긴 대기를 거쳐 온 햇빛에는 파장이 긴 빨간색 계열의 빛이 주로 남게 된다. 이 때문에 해는 불그스름해 보이고, 이런 햇빛을 그대로 산란하는 구름도 붉게 보인다.


[주]


[1] 럭스, https://ko.wikipedia.org/wiki/럭스

[2] 루멘, https://ko.wikipedia.org/wiki/루멘

[3] 휘도, https://ko.wikipedia.org/wiki/휘도

[4] Orders of magnitude (luminous flux),

  https://en.wikipedia.org/wiki/Orders_of_magnitude_(luminous_flux)

[5]Sunlight, https://en.wikipedia.org/wiki/Sunlight

[6] Astronomical Unit, https://en.wikipedia.org/wiki/Astronomical_unit

[7] Recommanded Light Levels, https://www.noao.edu/education/QLTkit/ACTIVITY_Documents/Safety/LightLevels_outdoor+indoor.pdf
  The illimination levels in LUX,

  http://www.hiquel.com/fileadmin/userfiles/AppNotes/Englisch/HIQUEL_AppNote_Lux_EN_0102.pdf

[8] Daylight, https://en.wikipedia.org/wiki/Daylight

[9]Total Solar Eclipse of 2017 Aug 21,

  https://eclipse.gsfc.nasa.gov/SEgoogle/SEgoogle2001/SE2017Aug21Tgoogle.html

[10] Colors Animals, see https://askabiologist.asu.edu/colors-animals-see

[11] Black-body Radiation, https://en.wikipedia.org/wiki/Black-body_radiation

[12] 레일리 산란, https://ko.wikipedia.org/wiki/레일리_산란

[13]Cloud drop effective radius, https://en.wikipedia.org/wiki/Cloud_drop_effective_radius

[14] Mie scattering, https://en.wikipedia.org/wiki/Mie_scattering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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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물리학과 전산재료과학센터 연구원
나노클러스터, 나노촉매 등 나노과학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함께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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