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쓰이는 유전자가위의 ‘중단스위치’ 단백질도 찾아

지난달 중순 발견 뒤이어 잇따라, 카스9 ‘억제단백질’ 2종 찾아

“의도하지 않은 효과 차단, 유전자 가위 정확성 높이는 데 기여”


00Cas9.jpg » 디엔에이(DNA)와 결합한 상태의 절단효소 카스9의 결정구조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유전체 편집기법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의 작동을 필요할 때 멈추게 할 수 있는 이른바 ‘중단 스위치’ 단백질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유전자 가위 기법을 안전하고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로서, ‘중단 스위치’ 구실을 하는 단백질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중단 스위치’ 단백질은 이미 지난 12월 중순에 생물학저널 <셀(Cell)>에 처음 보고됐으나 현재 널리 쓰이는 유전자 가위 기법에 바로 쓸 수 없었던 데 비해, 뒤이어 발표된 이번 연구의 ‘중단 스위치’ 단백질은 실험실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특정 유전자 가위의 작동을 차단하는 기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조]


유전자 가위 제어할 ‘중단스위치’ 단백질 찾아 [2016. 12. 13]

  http://scienceon.hani.co.kr/465559


‘유전자 가위’ 등장 3년반, 생물·의학은 격동중 [2016. 07. 20]

-[용어해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http://scienceon.hani.co.kr/416242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대학 미생물학과 면역학 연구진은 현재 세계 각지의 실험실들에서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편집 기법에서 유전자 가위 구실을 하는 절단(분해)효소인 ‘스파이카스9(SpyCas9)’의 기능을 멈추게 할 억제 단백질로서 2종을 찾아냈다고 최근 이 대학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지난 12월 29일 생물학저널 <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널리 쓰이는 유전자 가위인 ‘스파이 카스9’ 효소의 작동을 차단하는 2종의 억제단백질(AcrⅡA2, AcrⅡA4)을 자연에서 찾아냈다. 이들은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인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을 갖추고도 그 기능이 불활성화 되어 있는 ‘리스테리아(Listeria)’ 박테리아의 변종 300개를 조사했으며, 여기에서 리스테리아 박테리아에서 카스9 단백질을 불활성화하는 억제 단백질 4종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2종은 널리 쓰이는 ‘스파이 카스9’의 작동을 차단하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인간 세포와 대장균 대상 실험에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은 유전체 또는 유전자를 정확하고 간편하게 수정할 수 있는 유전체공학 편집기법으로, 수정 표적이 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찾아가는 아르엔에이(RNA)-가이드 분자에 염기서열을 자르는 절단효소 ‘카스9’을 결합해 사용한다. 크리스퍼/카스9 복합체는 표적이 되는 염기서열을 찾아가 결합한 다음에 그곳을 절단할 수 있으며, 다른 기법과 결합해 사용하면 표적 지점을 다른 염기로 교체할 수 있다. 크리스퍼/카스9은 본래 자연계에서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기록해두었다가 그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항하려는 박테리아의 고유한 면역체계를 활용해 발전해왔다.


다음은 연구진이 속한 캘리포니아대학의 보도자료에 실린 크리스퍼/카스9과 억제단백질의 설명 대목이다. 이번 연구 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하기에 그 부분을 우리말로 옮겨 싣는다.


“본래 크리스퍼/카스9은 박테리아 내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맞서는 면역체계로서 진화해 왔으나 지난 10년 사이에 폭넓은 용도의 유전자 편집 시스템으로서 연구자들과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를 이용해 과학자들은 유전 정보를 빠르고 간편하게 수정하고, 또한 사실상 모든 생물체 안의 유전자 활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이들은 크리스퍼 덕분에 여러 활용 분야 중에서 특히 유전질환을 직접 치료하려는 시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에 그 기술은 아직 [치료에 쓸 만큼] 충분하게 고도의 정밀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의도한 유전자 편집과 더불어 간혹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편집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표적을 벗어난 편집을 뜻하는 ‘오프타겟’ 문제]. 또한 연구자들과 생명윤리학자들은 이 기술의 장점인 강력함과 간편함 때문에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거나 사고로 인한 해가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항-크리스퍼(anti-CRISPR) 단백질은 실험실과 유전편집 신생산업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을 억제하는 첫 번째 단백질이다. 이 발견은 크리스퍼 기술의 활용 분야에서 더욱 정밀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고 유해할 수 있는 기술 사용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에서)


억제 단백질들이 카스9의 활성을 막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해는 후속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다음 단계는 이런 억제단백질을 사용해 오프타겟 효과를 줄임으로써 유전자 편집의 정확성을 실제로 향상할 수 있음을 인간세포에서 보여주는 것”이라며 “또한 억제 단백질이 카스9의 기능을 어떻게 차단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른 박테리아에서 더 좋은 크리스퍼 억제 단백질을 더 많이 찾으려는 연구를 계속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논문 초록

박테리아가 지닌 크리스퍼-카스(CRISPR-Cas) 시스템은 박테리오파지 감염을 방어하기 위해 RNA의 안내를 받아 특정 서열을 찾아가 자르는 핵산 분해효소를 이용한다. 이에 대응하여, 많은 박테리오파지들이 ‘1군’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의 기능을 막기 위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널리 쓰이는 2군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은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억제 단백질(inhibitors)을 찾고자, 우리 연구진은 카스9을 갖춘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조사하여 크리스퍼 스페이서, 그리고 크리스퍼 억제 단백질을 잠재적으로 보여주는 그 표적을 추적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우리는 리스테리아 모노시토게네스(Listeria monocytogenes)에 암호화 된 4개의 고유한 단백질, 즉 ‘제2-A형 크리스퍼-카스9 억제 단백질(type II-A CRISPR-Cas9 inhibitor proteins)을 발견했다. 카스9을 갖고 있는 리스테리아 모노시토게네스 계통의 절반 이상이 박테리오파지에 도움이 되는 억제단백질의 염기서열 정보를 적어도 하나 지니고 있었다. 이는 크리스토퍼-카스9의 불활성화가 폭넓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런 억제단백질 중 2개는 또한 널리 사용되는 스트렙토코쿠스 피오제게스(Streptococcus pyogenes) 박테리아의 카스9를 차단했다. 이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와 인간세포에서 확인되었다. 이런 자연의 카스9 특이적 ’항-크리스퍼‘ 단백질들은 크리스퍼-카스9 활성의 유전체 공학을 조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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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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