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 능력, 어른이 아이보다 더 나은 이유 -뇌과학

어린이와 어른의 뇌영상 비교…얼굴인식 뇌영역 12%가량 성장

기존학설과 다른 결론, “성인기까지 일부 뇌영역 성장 계속된다”


00brain_neuronStructure2.jpg » 얼굴 인식을 처리하는 뇌 영역인, 방추형 이랑(방추상회, fusiform gyrus)를 나타낸 뇌 모형. 출처/ wikimedia commons


세포의 기본은 엄마 뱃속의 태아 시절에 대부분 발달한다. 그렇다고 태아 시절에 발달이 끝나는 건 아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 세포는 태어난 직후에도 한동안 증가와 분화를 계속한다 (참조: 출생 뒤 몇달 동안에도 뇌세포 대량 이동). 이후 ‘가지치기(pruning)’의 과정이 이어진다. 지나치게 많은 과잉의 신경세포 연결망 가운데 불필요한 연결은 가지치기 과정을 거치며 적정 수준의 연결망으로 안정화한다. 즉, 어린 시절에 신경세포 연결망은 ‘과잉’에서 ‘적정’의 수준으로 구조와 기능 변화를 겪는다.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까?


뇌는 아동기를 거치며 과잉의 신경세포 연결망이 적정 수준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줄어들어 안정화한다는 통설과 달리, 어떤 경우에 뇌 조직은 성인기까지 성장을 계속한다고 보고하는 신경과학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아동과 성인의 뇌에서 얼굴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의 구조와 기능 차이를 비교, 분석해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 연구진의 이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스탠포드대학 보도자료와 발표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5-12세 어린이 22명과 22-28세 어른 25명의 뇌 영상을 두 가지 기법, 즉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과 정량적 자기공명영상(qMRI)으로 찍어 비교, 분석했다. 이들이 주목한 뇌 영역은 얼굴인식을 처리하는, 배쪽 측두엽 피질(VTC) 안의 방추형 이랑(fusiform gyrus, 방추형의 이랑 모양)이라는 뇌 영역이었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얼굴인식을 담당하는 뇌 영역(방추형 이랑)은 아동기를 거쳐 성인기에 이르면서 12.6%나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사이언티스트>).


“뇌 일부가 유아기 이후에도 계속 발달과 변화를 거쳐 성인기에 접어든다는 건 아주 놀랍습니다. 특히 [얼굴인식 뇌 영역에서] 불과 2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장소인식 담당 뇌 영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이언스> 뉴스에서, 책임저자 그릴-스펙터/Grill-Spector의 말)


00sign.jpg [잠깐] 얼굴 인식 못하는 ‘안면 실인증’에 관해


최강,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얼굴 인식 잘 못하는 사람들”, 사이언스온 2014-12-19.
http://scienceon.hani.co.kr/223252



안면실인증(顔面失認症)은 영어로 ‘prosopagnosia’인데 어원을 살펴보면 ‘prosopon(얼굴)’ + ‘agnosia(알지 못함)’로 이뤄져 있다. 쉽게 말해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얼굴맹(盲)’을 뜻한다. 이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온전한 시력, 좋은 기억력, 정상인 지능을 갖고 있어도 사람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을 지닌다. 심한 경우에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

 간단해 보이는 안면 인식에는 사실 복측 후두-측두 피질(ventral occipito-temporal cortex; VOTC)의 핵심(core) 영역과 후두 피질, 전두 피질의 확장(extended) 영역이 복잡하게 관여하는데, 핵심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방추상회이다. 방추상회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운데가 굵고 양끝이 가는 방추(紡錘) 모양을 띄고 있으며 뇌의 다른 부분보다 조금 더 튀어나와 있다(주름이 많은 뇌의 표면에서 돌출된 부분을 회(回) 혹은 이랑, 이랑과 이랑 사이의 들어간 부분을 구(溝) 혹은 고랑이라 부른다). 이 영역이 담당하는 일 중 하나가 안면 인식이기 때문에 이 부위의 이상 소견은 자연스럽게 안면실인증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뇌의 기질적 문제가 이곳에만 국한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통 주변 영역까지 손상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추가적으로 다른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지지의 경우에도 반맹(hemianopsia; 시야의 반이 보이지 않는 상태)이나 지형학적 방향감각상실(topographagnosia; 집이나 동네 가는 길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는 증상)을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색채실인증(cerebral achromatopsia;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 대상실인증(object agnosia;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 등이 동반되곤 한다.


굴인식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성인기까지 성장을 계속한다는 연구결과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상식에도 들어맞는다. “뇌 발달은 일찍 멈춘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왜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어린이보다 어른이 더 좋을까” 하는 물음에 답하는 신경과학적 근거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인식 뇌 영역의 구조와 기능은 성인기까지 계속 성장, 변화하며 발달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의 요지이다.


사실,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과정은 <사이언스> 논문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고 한다.


대학 보도자료를 보면, 본래 연구진은 ‘얼굴인식 뇌 영역’의 세포 구조가 근처에 있는 ‘장소인식 뇌 영역’과 비교할 때에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밝힌 논문을 다른 과학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살아 있는 사람 뇌의 자기공명영상 자료와 비교하면서, 사망한 어른 뇌의 해부학적 절편에서 얼굴인식과 장소인식에 해당하는 뇌 영역을 각각 찾아냈으며, 이후에 해부학적인 세포구조의 차이를 규명했다. 얼굴인식과 장소인식의 두 뇌 영역은 매우 가깝게 붙어 있지만 세포 구조에서는 확연히 달랐다. 대학 보도자료에서 연구진은 “만일 어른 뇌 속에서 걸으며 세포들을 들여다본다면, 서로 다른 이웃마을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두 영역의 세포들은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조직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선행연구 이후에 생겨난 물음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점점 좋아지는데, 그렇다면 어린이 뇌에서 얼굴인식 영역의 구조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뇌 활성을 측정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물과 뇌조직의 비율을 측정하는 정량적 자기공명영상(qMRI) 기법을 함께 사용해 이런 물음을 풀고자 했다. 연구진이 얻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이언스> 논문에서] 연구진이 새로 밝혀낸 바는 다음과 같다. 정량적 자기공명영상(qMRI)은 [얼굴인식 영역과 장소인식 영역이라는] 두 영역에 나타나는 뇌 활성 차이를 확인해줄 뿐 아니라 이에 더해서 얼굴인식 영역의 특정 조직이 발달과 성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에 이런 발달 과정은 성인 뇌에서 얼굴인식 영역과 장소인식 영역 간에 뇌 조직 차이를 만들어낸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런 뇌 조직 특성이 뇌 활성으로 보나 얼굴인식 능력으로 보나 모두 기능 변화와 연계된다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 보도자료)


다음은 논문 본문에 실린 결론 대목이다.


“종합해볼 때, 이런 데이터는 어린 시절을 거치며 나타나는 피질의 해부학적 발달에 관해 재고해야 함을 보여준다. 첫째, 우리는 배쪽 측두엽 피질(VTC)에서 서로 다른 발달상을 보았다. 어떤 영역은 두드러진 변화를 나타냈고 다른 영역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둘째, 우리는 아동기에 [배쪽 측두엽 피질 안의] 방추형 이랑에서 미세구조적인 증식이 일어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는 유아기 발달 단계에서 일어나는 가지치기(pruning)와는 다른 메커니즘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런 발견으로 볼 때, 행동의 향상은 피질 안 구조 변화와 기능 변화 간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결과물인 것으로 보인다.” (논문 본문에서)


구조의 변화와 기능의 변화는 함께 관찰됐지만 그 선후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구조 변화와 기능 변화 가운데] 어떤 변화가 다른 변화의 원인인지, 또는 두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살아 있는 사람의 뇌 영역에 대한 기능적, 정량적 자기공명영상 연구와 죽은 사람 뇌의 해부학적 절편 연구를 비교, 분석하는 기법이 살아 있는 뇌의 조직과 세포구조 변화를 살피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스탠포드대학 보도자료).

  ■ 논문 소개와 초록

▷ <사이언스> 에디터의 소개 글
[뇌의 구조와 기능은 함께 성숙한다]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유아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며 향상된다. 이런 향상은 시각 시스템의 특정한 얼굴인식 특화(face-selective) 영역에 의존한다. 고메즈 등 연구진(Gomez et al.)은 어린이와 어른을 대상으로 얼굴기억과 장소인식을 테스트 하면서 관련 뇌 영역들을 조사했다. 해부학적인 변화는 뇌 기능의 변화와 동시에 일어났다. 고도의 시각 피질에 있는 일부 뇌 영역에서 두드러진 발달 과정의 성숙이 나타났으며, 반면에 이와 다른 뇌 영역은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얼굴인식 향상은 뇌의 구조 변화와 기능 변화 간의 상호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 논문 초록
뇌 기능과 행동이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면서 뇌 피질 조직은 어떻게 변화할까? 아동과 성인의 정량적 자기공명영상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결합하여, 우리 연구진은 얼굴과 장소 인식과 연관되는 고도의 시각 영역들에서 서로 다른 발달상을 찾아냈다. 장소인식 특화(place-selective) 영역은 그렇지 않았지만 얼굴인식 특화 영역의 발달은 미세구조 수준의 성장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런 조직 발달은 얼굴인식 향상뿐 아니라 얼굴에 대한 특화 기능의 특이적 증가와 상호연관성을 지니며, 결국에 어른 뇌에서 얼굴인식 특화 영역과 장소인식 특화 영역 간의 세포조직 특성 차이로 나아간다. 우리는 이런 특성을 사망한 사람 뇌의 세포구조 측정을 통해 확인했다. 이런 데이터는 창발적인(emergent) 뇌 기능과 행동이 배제적인 가지치기(pruning exclusively)보다는 피질 조직 증식에서 비롯한다는 새로운 설명모형을 제시해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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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본문에서, “배측 측두엽”을 “배쪽 측두엽”으로 바로잡습니다. '배측'이라는 용어에서 '배'는 우리말 '배[腹, 복]'와 한자어 '배(背)'를 혼동하게 합니다. '배쪽' 또는 '복측'이라고 쓰는 게 좋겠다는 정신의학자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2017.1.12. 오후 2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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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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