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찍찍’ 박쥐들, 왜 싸우는지 들어봤더니…”

먹이·자리·짝짓기 다툼…미세한 발성차이 의사소통 수단

박쥐 소리 1만5000개 파일을 학습형 알고리즘으로 분석



[ 박쥐 소리 듣기, https://youtu.be/ppLsu5Z2Np0 ]



‘찍찌찍찍…’ 같기도 하고 “짹짹짹…’ 같기도 하다. 언뜻 새 소리 같기도 하다.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박쥐 소리 파일()을 켜니, 날카롭고 공격적인 높은 음의 소리들이 이어진다.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동굴 안에서 여러 박쥐들이 소리치는 소리는 매우 소란스럽다 한다. ‘사회성 동물’인 박쥐들이 서로 소통하며 박쥐 특유의 고음을 내기 때문이란다.


비슷한 소리들 같지만 거기에는 박쥐들끼리는 알아차릴 만한 미세한 차이가 있고, 박쥐 소리의 그런 차이들에는 이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여러 정보들이 생각보다 많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쥐의 발성은 상대방 없이 그저 허공에 발산되는 게 아니라 다른 개개 상대방들에게 전해지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동물학 연구진은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낸 논문에서, 이집트 과일박쥐(Rousettus aegyptiacus) 22마리가 두 달 남짓 동안 인공동굴에 머무는 동안에 낸 발성의 기록 1만 5000건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00fruitbat1.jpg » 이집트 과일박쥐.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번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외침처럼 매우 단순한 의미를 지닌 듯한 박쥐 발성들에서도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차이를 찾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언어의 진화와 관련해 원시적인 의사소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에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얘기했다.


“인간의 언어는 어디에서 왔을까를 이해하는 것은 세계 차원의 탐구 대상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동물의 의사소통 연구입니다.” “이 분야의 큰 물음 중 하나는 동물의 의사소통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전달되는가 하는 것이지요.” 논문의 공저자인 텔아비브대학의 요시 요벨은 이렇게 말했다.” (<더 가디언> 보도에서, 우리말 번역 BRIC 자료)


연구진은 논문에서 박쥐 발성들에는 발신자 박쥐와 수시자 박쥐 간에 짝을 이룬 소통, 그리고 발성의 맥락(상황)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음을 알아냈다면서 동물 의사소통 연구에서 이런 연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박쥐 발성들이 발신자 개체에 관한 식별 정보를 전달하며, 또한 발성을 통한 부름(call)의 맥락, 그리고 부름에 대한 반응 행동, 그리고 심지어 부름을 받는 수신자 박쥐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알아냈다. 우리 연구 결과는 동물들한테서 나타나는 일상적이며 짝을 이루는, 상대한테 직접 전해지는 발성의 상호작용(mundane, pairwise, directed, vocal interactions)을 연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논문 초록에서)


이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박쥐들이 내는 발성에는 발신자와 수신자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여러 맥락(상황)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성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상황들은 많은 경우에 박쥐들 간의 경쟁 또는 분쟁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요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박쥐들이 싸우는 이유를 알아냈지요. 잠자리를 두고서, 짝짓기를 두고서, 먹이를 두고서, 아니면 그저 싸우기 위해서 싸움을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완벽하게 어두운 곳에서도 이런 상황들 모두를 각기 구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박쥐들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식별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 박쥐들이 수십년 동안 같은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 종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텔아비브대학 보도자료에서)


런 결론도 흥미롭지만, 연구진이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쓴 연구 방법도 또한 흥미롭다. 연구진은 22마리의 박쥐를 인공동굴의 우리에 가두고서 75일 동안 박쥐들이 일상적으로 내는 발성들을 기록했다. 박쥐들의 행동도 24시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비디오 자료와 오디오 자료(1만 5000 건)를 이용해, 박쥐들의 발성 패턴과 발성 상황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방대한 오디오 자료를 분석하는 데에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비디오 자료와 연계된 발성 자료를 통해서 발성 패턴을 학습해나갔으며, 이런 훈련을 거쳐 “이 알고리즘은 박쥐 발성의 주파수만으로 부름 발성을 한 박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식별할(이번 연구에서 대략 71%) 수 있었으며, 박쥐들이 어떤 문제로 분쟁하는지를 식별할(이번 연구에서 대략 61%)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 가디언> 보도에서)


“또한 이 알고리즘 시스템은, 정확도가 더 떨어지긴 하지만, 부름이 어느 박쥐를 향한 것인지 식별하고, 분쟁의 결과를 예측해 박쥐들이 서로 갈라설 것인지 아닌지, 또 갈라선다면 어느 박쥐가 자리를 뜰지를 보여줄 수도 있었다.” (<더 가디언> 보도에서)


연구진의 설명으로는, 박쥐 발성 연구에 사용된 비디오와 오디오 자료, 그리고 인공지능형 알고리즘과 그 연구방법은 동물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데에 상당히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연구기법이 박쥐 외에 다른 동물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데에도 응용되고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논문 초록

동물의 발성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다양하며 구조화되어 있다. 그러나 동물 발성에 담긴 정보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동물의 부름 발성(call)에는 발신자와 맥락(상황)에 관한 정보가 담긴다. 이런 연구들은 종종 특정 유형의 발성에만 초점을 맞춘다. 전체 발성 레퍼토리를 한 번에 탐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은 몇 달 동안 이집트 과일박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24시간 오디오와 비디오를 기록했다. 우리는 박쥐들 간의 일상적 상호작용이 담긴 대략 15,000건의 발성 자료를 분석했는데, 그것들은 특정 상대 없이 이뤄지는 방송형(broadcast)의 발성이라기보다는 특정 상대 개체들을 향한 발성들이었다. 우리는 박쥐 발성들이 발신자 개체에 관한 식별 정보를 전달하며, 또한 발성을 통한 부름(call)의 맥락, 그리고 부름에 대한 반응 행동, 그리고 심지어 부름을 받는 수신자 박쥐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알아냈다. 우리 연구 결과는 동물들한테서 나타나는 일상적이며 짝을 이루는, 상대한테 직접 전해지는 발성의 상호작용(mundane, pairwise, directed, vocal interactions)을 연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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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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