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과학] 양자컴퓨터 ‘큐비트 경쟁’ 거세진다

※ 이 글은 한겨레 1월4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내용을 온라인 기사에서는 추가로 담았습니다.



꿈의 양자컴퓨터

올해 현실이 될까


 새해 양자컴퓨터 뉴스 감상포인트 


0과 1 비트 디지털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 동시에 1’인 양자현상 이용

‘큐비트’ 연산으로 성능 획기적

  

구글 지난해 9큐비트 규모 선봬

올해 안 49큐비트 구현 나서

실현 땐 디지털보다 '양자 우위' 원년


최근 MS 위상학 이용한 개발 도전

이론적으론 가장 완벽, 갈 길은 멀어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

큐비트 프로세서 안정성 위해

양자세계 정밀 제어·측정이 관건


00quantumGoogle.jpg » 구글이 지난해 발표한 ‘9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구글 제공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상태, 0이면서 동시에 1인 상태.’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세계에선 서로 다른 두 상태가 겹치는 이른바 ‘중첩’이라는 신기한 양자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양자세계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물질의 존재 양식이다. 0과 1이라는 신호 외에 중첩 상태를 컴퓨터 연산에 이용할 수 있을까? 물질의 실존 양식을 연산 신호로 쓸 수 있다면 컴퓨터 성능엔 획기적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양자현상을 연산에 이용하는 컴퓨터, ‘꿈의 컴퓨터’로 불리며 오랫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양자컴퓨터가 2017년엔 ‘어엿한 실물’로 등장할까? 새해는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풀이에서는 디지털 컴퓨터를 능가하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해가 될 수 있을까?


몇 년 새 구글이나 아이비엠(IBM) 같은 세계 기업과 기술력 갖춘 신생 기업들이 실제 모형을 선뵈면서 양자컴퓨터가 뜨거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디지털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에 갖가지 기술의 경쟁을 거치며 ‘실리콘 반도체’와 이진법 ‘비트’라는 표준을 정착시켰듯이, 지금의 양자컴퓨터 경쟁은 다양한 방식 중에서 무엇이 미래 양자컴퓨터의 대세가 될지를 판가름하는 과정이기도 해 더욱 관심을 끈다.



신약 개발 등에서 장점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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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당연히 ‘하드웨어’ 실물에서 가장 뜨겁다. 양자현상을 실물의 양자 계산장치 안에 구현하려는 여러 모형이 시도되고 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계산과학)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는 방식이 그동안 수많이 제시됐는데 근래에 손에 꼽을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며 “몇 가지 방식 중에서 무엇이 주도 기술로 떠오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정보과학이 말하자면 밀월의 시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인 ‘비트’로 연산하는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0과 1 외에 중첩의 양자 상태도 신호로 쓰는 ‘큐비트’ 연산을 한다.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물리학)는 “그 덕분에 매우 방대한 데이터도 ‘양자 병렬처리’로 계산해 디지털 컴퓨터로 풀지 못하는 강력한 암호조차 풀 수 있고 최적의 분자 구조를 찾는 난해한 작업도 빠르게 수행해 신약 개발 같은 분야에서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자연산이 일어나는 양자 프로세서가 외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완벽히 격리돼야만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전물리와 양자물리를 격리하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최근 해외 매체 보도들을 종합하면 구글, 아이비엠 같은 세계 기업들이나 아이온큐 같은 신생 기업들이 서로 다른 안정적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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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전기저항을 없앤 극저온 초전도체 환경에서 전자 흐름의 양자현상을 신호로 사용하는 초전도 회로(‘초전도 루프’)가 큐비트로 개발되며, 다른 곳에선 이온 입자 낱개를 전자기장에 가두고서 그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이온 덫’ 큐비트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다이아몬드 분자 구조에 일부러 결함을 만들고서 그 안에서 전자와 원자핵을 제어하는 양자연산도 유력한 모형으로 시도된다. 이 가운데 구글은 지난해 6월 초전도 회로 모형에서 전자 9개를 제어하는 9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시연해 화제가 됐다.


최근 새로운 주자가 출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인 ‘위상학’(토폴로지)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여년 전부터 저명한 수학자들을 영입해 아직 이론으로만 제시되는 ‘유사입자’의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김재완 교수는 “구태여 비유하면 갈대들이 흔들려 물결을 이룰 때 ‘물결’은 실재하는 물질이 아니지만 그 거동을 마치 입자처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의 정연욱 연구원은 위상학 양자컴퓨터에 대해 “이론적으론 가장 완벽하지만 구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평했다. 연구자들은 ‘유사입자’ 존재가 입증된다면 그 자체가 큰 뉴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암호화 기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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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양자컴퓨터의 큐비트가 기존 디지털 컴퓨터도 풀지 못하는 연산 문제를 거뜬히 풀 수 있는 ‘양자 우위’의 잠재력을 올해 안에 선뵐 수 있을까? 현재 구현된 양자 프로세서의 규모는 모형별로 다르지만 최대 10큐비트 안팎인데, 올해에 그 큐비트가 얼마나 더 확장될지가 양자 우위를 판가름 하는 데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올해 안에 ‘49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겠다는 개발 일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공동창업자)는 “구글이 진짜로 49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실현한다면, 그건 어떤 디지털 컴퓨터도 할 수 없는 연산과제를 수행하는 ‘양자 우위’를 보여준다는 의미”라며 “올해 실현될 수도 있지만 늦어도 2018~2019년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사실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이다. 큐비트 프로세서가 외부 간섭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엔 많은 장치가 필요하고, 전자나 원자핵의 양자현상을 하나하나 정밀 제어해 연산을 수행하게 하는 장치와 기술이 필요하고, 또한 연산의 결과물인 프로세서 안의 양자 상태를 측정 장치를 통해 들여다보는 시스템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구 중인 이상윤 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양자세계를 정밀 제어하고 측정하는 데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어야 해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도전 의지를 자극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암호화 기술이 위협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새로운 암호화 기술에 관한 논의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터의 개발 연구가 표준과학연구원, 과학기술연구원과 몇몇 대학 연구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자의 전망

“들고 다닐 수 있기까지는 먼 미래”


-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공동창업자)


jungsangkim.jpg “1940년대에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첫 디지털 컴퓨터를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가 들고 다니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완전히 다르죠. 그 시절 컴퓨터는 연구소에나 설치된 대형 장비였고, 워낙 값비싼 장비이다 보니 그만큼 특별한 계산 작업에만 쓰였습니다. 1960년대엔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의 몸집도 컸습니다. 그 후 60년 동안 컴퓨터의 값은 떨어지고 성능은 좋아졌죠. 이젠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게임도 할 수 있지요. 싼 가격 덕분에 갖가지 용도나 문제풀이에 쓰입니다.


마찬가지로 초기 양자컴퓨터는 매우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5~10년 동안엔 특별한 문제풀이에나 쓰일 겁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도 결국엔 값이 내리고 성능이 개선되며 갖가지 문제 해결에 활용될 겁니다.


지금의 양자컴퓨터 ‘큐비트’는 아주 특별한 소자로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절대온도 0도 부근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일 수도 있고, 진공에 가둔 개개의 원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큐비트를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데엔 많은 장비와 복잡한 첨단기술이 필요하죠. 몇 년 안에 양자컴퓨터를 들고 다닐 정도로 작게 만드는 건 아주 어렵겠지만, 최초의 거대한 컴퓨터가 랩톱 컴퓨터로 발전하는 데까지 거의 50년이 걸린 걸 생각하면, 먼 미래엔 양자컴퓨터의 소형화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가까운 미래에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물질 디자인과 신약 개발 등에 쓰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많이 발전하면 현재의 암호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터이니 새로운 형태의 양자보안 시스템이 필요해질 겁니다. 또한 항공사나 운송업체가 항공망과 운송망을 짜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고,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의 ‘딥러닝’ 알고리즘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인이 이런 활용을 실감하는 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지나야 하겠지요.”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



  ▒ 취재메모: 전문가 한마디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의 연구원


- 간단한 답변을 드립니다. 구글은 상반기에 20큐비트, 연말까지 ~49큐비트 정도의 프로세서를 시연하겠다고 하는 중이고 가능할 것 같습니다. 49큐비트의 의미는..., 특정한 계산 문제에서 현재의 지구상 어느 컴퓨터보다 빠르다는 것을 시연해주는 숫자입니다.(quantum supremacy)
- “IBM의 Quantum experience가 현재는 가장 안정적인 양자컴퓨터입니다. 인터넷으로 접속되지요.”
-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일류급 교수들과 함께 개발하겠다고 하는 토폴로지컬(Topological)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만(2016년 노벨상 업적도 토폴로지이지요). 실제 구현까지는 갈길이 멉니다.”
- “2017년에는 여러 가지 도약이 예상됩니다. 이 분야 발전이 워낙 빨라서, 지난 10년간 아무리 용감한 예상이라도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었기에.”
-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는, 기초연구 하는 교수님 한두 분 정도 계시고요. 초전도 방식으로는 유일하게 저희가 초전도 큐비트 연구를 합니다. 현재는 큐비트 2개 정도.”
- “현재 양자컴퓨터 실현가능성은 초전도 방식과 이온트랩 방식 두가지가 유력합니다. 다른 방식은 지난 10년 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탈락했지요. 장기적으로는 다른 획기적 발전(breakthrough)이 나온다면야 모를까, 일단 현재로서는 두 가지.”


* * *


이상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 연구원


2017년에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과연 이전에 없던 도약이 이뤄질 수 있을런지요? 주요한 도약이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 이루어질까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현재 여러 양자컴퓨터 연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큐비트를 어느 정도까지 확장하여 양자 집적 소자를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양자컴퓨터를 실용화 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난제이기에 많은 연구 그룹들이 이 문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17년은 물론이고 향후 수년간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도약이라고 할 만큼 큰 진전이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양자세계를 제어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은 현대 과학의 최첨단 기술들이 집약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도전 의지를 자극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단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양자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과학자들이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도 양자세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자세계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양자를 제어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면 양자컴퓨터 실현 시기도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터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실도 그런 연구진이라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와 관련해 어떠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 “저희 연구단의 명칭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소속 양자정보연구단입니다. 저희 연구단은 광자를 전송함으로써 안전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양자암호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양자통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광자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통신의 요소기술 (광자큐비트의 생성, 제어, 측정)은 양자컴퓨터 연구에서도 기반기술이 되기때문에, 양자통신 연구를 확장하여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광자의 경우 큐비트의 양자적 성질의 유지 및 제어가 용이한 뚜렷한 장점이 있는 반면, 큐비트의 확장을 위해서는 양자메모리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양자집적소자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저희 연구단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 다이아몬드 점결함 연구도 시작하였습니다. 다이아몬드의 점결함들 중에는 빛을 방출하는 것들이 있고 이들 중 전자 혹은 원자핵의 스핀 상태를 바꿨을 때에 방출되는 빛의 특성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하여 스핀을 양자연산 및 메모리에 필요한 큐비트로 사용하고 큐비트의 상태를 광학적으로 정밀 측정하는 방법으로 스핀 큐비트의 제어 및 측정과 같은 양자컴퓨터 요소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 연구되고 있는 각각의 시스템들은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 연구단은 장기적으로 광자 및 다이아몬드 점결함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으로 양자컴퓨터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7 과학기술 전망  


 지구촌 대형 전파망원경 총출동해 블랙홀 관측


유전자 가위 암치료 임상효과 주목

중력파 검출 새 발견 기대

목성 탐사선 전송 진귀한 영상도


연현상을 탐구하는 연구개발은 계속되고 발견과 혁신은 이어진다. 새해에 지구촌 미디어의 보도를 기다리는 과학기술 소식엔 어떤 게 있을까?


몇 해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유전체 편집 기법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올해에도 과학 뉴스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올해엔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대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높여 항암치료에 이용하려는 첫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 필라델피아대 연구진도 올해에 비슷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징크핑거라는 또 다른 유전자 가위 기법의 생체분자를 혈우병 환자 몸에 직접 주입하는 임상시험도 올해 시행될 예정이라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염기 낱개를 교정하는 이른바 ‘염기교정’ 기법이 얼마나 발전할지도 관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같은 매개 곤충의 유전자를 종 차원에서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바꾸자는 ‘유전자 드라이브’ 구상은 환경·생태 훼손 우려와 더불어 올해에도 논쟁적인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계에선 올해에도 사람 몸 안팎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인체 뇌질환이나 면역계 등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새로운 발견도 이어진다.


LMTele2.jpg » 멕시코에 있는 대형 밀리미터파 전파망원경(LMT). 엘엠티(LMT. www.lmtgtm.org) 제공


천문 분야에서 블랙홀의 정체는 얼마나 풀릴까? 블랙홀을 직접 포착하려는 지구촌 전파망원경들이 4월께 협력관측에 나선다. 남극, 칠레, 하와이, 멕시코 등 9곳의 거대 전파망원경들을 잇는 사상 최대의 연결망으로, 블랙홀의 가장자리를 일컫는 ‘사건 지평선’을 관측하겠다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사건지평선 망원경’(EHT)이다.


손봉원 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본부)은 “지구 9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면 사실상 지구만 한 구경의 가상 망원경이 되는 셈”이라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천체에서 나오는 빛이나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 현상이 직접 관측되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하 중심부의 ‘궁수자리 에이별(A*)’과 처녀자리 은하 ‘엠(M)87’에 있는 두 초대형 블랙홀이 역사적인 관측 대상이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이 관측에 참여하는데, 한-일 공동전파관측망(KaVA)도 따로 가동해 다른 주파수 대역으로 같은 블랙홀들을 관측한다.


중력파 검출에서도 새로운 발견이 기대된다. 미국에 있는 중력파 검출장치인 라이고(LIGO)의 국제연구단은 4~5월까지 제2차 공식 관측 일정을 계속하며 상반기에 유럽의 관측 시설인 ‘비르고’(Virgo)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더욱 강력한 진용을 갖춘다. 오정근 연구원(국가수리과학연구소)은 “블랙홀 쌍성 합병 때 생기는 중력파 몇 개가 더 관측되리라 예상되며 중성자별 쌍성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나 감마선 폭발의 전자기파도 흥미로운 관측 목표”라고 전했다.


올해엔 중국의 달탐사선이 달의 암석·토양 시료 2㎏을 지구로 되가져와 달의 진화·지형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태양계의 아홉번째 행성 후보로 떠오른 천체가 후속 연구에서 행성 지위의 증거를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외계 행성을 찾는 위성으로, 2월 유럽의 케옵스(CHEOPS), 12월 미국의 테스(TESS)가 발사된다.


토성 궤도 탐사위성인 ‘카시니-하위헌스’가 4월 토성 고리 안쪽을 탐사하는 마지막 임무에 나서고 9월엔 토성 대기 속으로 진입하며 종언을 고한다. 지난해 목성 궤도에 든 탐사선 ‘주노’는 10월까지 진귀한 목성 영상과 데이터를 지구에 전송한다. 지카 바이러스에 맞설 효과적인 백신, 영역을 넓혀가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다종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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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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