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걸러내고 음성 인식 ‘칵테일 파티 효과’, 뇌에선…

음향처리와 말소리 인식관련 청각피질 활성패턴 관찰

의미 모를 땐 활성 없음→ 알아듣는 순간 재빠른 활성
음향 특성 추적해가는 뇌의 “신속하고 자동적인 변화”


00partyeffect_Neuron.jpg » 출처 / Neuron, Zion-Golumbic et al.


를 통해 들어오는 온갖 소리들, 그중에서 한 갈래 소리에 귀를 쫑긋해 배경소음이 없는 듯이 여기면서 알아듣는 것은 우리가 늘 쉽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사실 이런 지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기는 쉽잖다. 이른바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연구주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시끌, 웅성웅성 하는 파티나 회식 자리 같은 환경에서도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이의 목소리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자신과 관련한 말소리를 집중해 들을 수 있는 뇌의 정보처리 비결에 관해서는 여러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칵테일 파티 효과에서는 그저 청각을 통해 입력되는 모든 음향만이 아니라 다른 감각기관에서 오는 정보, 그리고 이미 알고 있거나 겪은 사전 정보나 경험도 중요한 요소라는 해석이 많다. 이와 관련해 시끄러운 환경에서 이들이 서로 뇌파를 맞추면서, 뇌의 청각피질 영역에선 집중하려는 목소리의 감각 신호가 증폭되고 무시하는 목소리의 감각 신호는 거의 검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뇌 미세전극 기록의 연구결과가 제시되기도 한다. 대체로 집중, 사전정보, 예측은 칵테일 파티 효과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최근에 배경소음 중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후에 청각피질의 활성이 어떻게 변하며 들으려는 목소리에 맞추는를 보여주는 새로운 뇌 활성 패턴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진(책임저자 크리스토퍼 홀드그래프/Christopher Holdgraf)은 웅성거리는 소리를 그저 소음으로 들을 때와 달리 소음 중에서 어떤 말을 이해하는 순간 이후에 뇌 청각피질의 활성 패턴이 매우 빠르고 유연하게 변함을 뇌 미세전극 기록에서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쓰인 뇌 미세전극 기록물은 간질 치료를 위해 신경외과 처치를 받고자 뇌에 여러 미세전극들을 꽂은 환자 7명(22-51세)한테서 자발적 실험참여 동의를 받아 얻었다고 한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연구진은 실험참여자들의 뇌 전극 신호를 통해 뜻을 알아듣기 힘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의 뇌 활성을 관찰했으며, 이와 별개로 먼저 쉽게 알아들을 문장을 들려주고서 그 문장이 들어 있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의 뇌 활성 패턴을 관찰하고서 서로 비교 연구했다. 연구진은 사전에 웅성거림에 섞인 이야기의 뜻을 아는 실험참여자들이 뒤이어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말소리를 알아들었으며 그 순간에 나타난 뇌 청각피질의 활성 패턴을 관찰했다.


영국 방송 <비비시>의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소음에서 말소리를 걸러내어 지각하는 순간에 음향을 처리하고 말소리를 이해하는 데 관여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서 활성 패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활성 패턴은 실험참여자들이 배경소음을 계속 듣는 동안에 변화했다. 이런 관찰은 청각피질이 의미 없는 소음을 듣다가 이해할 수 있는 말소리를 알아듣는 순간에 매우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하여, 소음에 담긴 말소리를 쫓아가는 역동적인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그동안의 신경과학 연구들은 ‘뇌의 어느 영역에서 활성이 증가하나 감소하나’ 같은 물음을 던지곤 하는데, 우리 연구는 뇌가 어떻게 시간이 흐르면서 음향의 특성을 찾아가는지와 같은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의 보도).


‘칵테일 파티 효과’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제품의 음성인식 기술을 향상하려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주의력이 떨어져 대화를 잘 하지 못하는 장애를 치료하는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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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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