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이어 인체 바이러스 연구도 한창

※ 이 글은 한겨레 12월14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내용을 온라인 기사에서는 추가로 담았습니다.




몸속의 ‘보이지 않는 손’

암도 잡는 착한 바이러스

00humanvirus2.jpg » 사람 몸 안팎에 거주하는 바이러스들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인체 바이러스들의 새로운 역할이 밝혀지고 있다. 인체 박테리아들과 더불어 인체의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주는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암흑 물질’로도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gettyimagesbank.com) 제공


  인체와의 전쟁과 평화  




감염병 주범만 있는 게 아니다

별 증상 없는 ‘인체 공생’ 잇단 발견

 

일부 바이러스 만성적 감염

다른 질병 증상에도 영향

 

‘C형 GB바이러스’는

“에이즈 억눌러 생명 연장” 보고도

 

암세포만 골라 감염·사멸시키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선보여


DNA 안에 화석처럼 자리 잡고

질병과의 면역 전쟁 ‘전사’일수도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 상호작용

인체는 초거대 생명복합체



‘바이러스가 면역계를 자극해 암세포 공격을 돕는다.’

무서운 독감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는 요즘에, 바이러스가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니 뜬금없는 얘기 같다. 감염병의 주범인 바이러스가 오히려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의 힘을 키워준다는 주장은 언뜻 엉뚱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은 최근 의생물학 저널 <거트>에 이런 논문을 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긴 하지만 정식 발표된 실험 결과다.


기특한 일을 해낸 이 바이러스는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인플루엔자나 지카, 에이즈 바이러스와 달리, 실험에 쓰인 레오바이러스는 면역계가 다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나 면역력이 약해진 노약자에겐 감기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지만 보통 성인에겐 감염돼도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온순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쥐에서 면역물질인 ‘인터페론’이 더 많이 분비되었으며, 그래서 면역세포인 ‘엔케이(NK) 세포’가 더 활성화해 암세포 공격력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우리 몸을 감염시키고도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머물다가 갖가지 방식으로 해로움이나 이로움을 주는 이른바 ‘인체 공생 바이러스’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인체와 바이러스의 상호작용, 즉 감염, 면역, 질병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국내 연구자의 도움말과 해외 과학매체의 보도를 통해 살펴본다.


질병-면역-건강의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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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에서 장내 박테리아와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김광순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장내 박테리아가 우리 몸과 사실상 공생하며 상호작용을 한다는 게 많이 밝혀졌죠. 그런 관심이 점차 우리 몸 안팎에서 함께 기거하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다른 미생물 연구로 확장하고 있는 거죠.” 그는 “노벨생리의학상(1958)을 받은 조슈아 레더버그가 인간을 정의하면서 ‘슈퍼오거니즘, 즉 ‘초개체’라 했는데, 실제로 우리 몸의 면역과 건강은 우리 몸만의 문제가 아니라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와 상호 작용하는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흔히 바이러스는 병원체로 여겨진다. 실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이러스는 그동안 동식물에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켜 퇴치해야 하는 그런 바이러스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나오는 물음들은 새롭다. 우리가 아는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의 전부일까? 이런 물음이 나오는 건 무엇보다 최근 바이러스 연구에서 별다른 질병을 일으키지 않은 채 건강한 사람한테서도 검출되는 바이러스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거의 모든 성인의 피에서 검출되는 아넬로바이러스는 일부 변종이 질병을 일으키지만 대부분은 증상 없이 우리 몸에서 그냥 기거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바이러스들이 인체에서 보통의 면역계에 의해 억눌려 있다가 면역계가 흐트러질 때 증식하는 경향을 띤다는 걸 알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성인은 이런 바이러스들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상태에 놓이곤 한다. 연구자들은 “모든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이제 사라지고 훨씬 더 복잡하게 생물학 현상이 설명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테리아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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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이러스들이 행하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활약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새로운 발견 중에서는 놀랍게도 이런 바이러스의 만성적 감염이 다른 질병의 증상을 억제하기도 한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후천적 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의 증식을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고 알려진 ‘시형 지비 바이러스’(GBV-C)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에이즈 환자는 그렇지 않은 에이즈 환자보다 수명이 더 길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학자들은 인체에 상주하는 이 바이러스가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을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메커니즘이 상세히 밝혀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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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테리아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가 인체에 끼치는 역할도 자세히 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장내 미생물 연구에선 장내 박테리아의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인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들이 잇따랐는데,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결국에 사람 몸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셀>에 박테리오파지가 장내에 증식할 때 장내 박테리아의 종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러스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을 일으켜 질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큰 관심은 암세포만을 골라 감염시키는 이른바 ‘항암 바이러스’다. 김광순 연구위원은 “자연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몇 종은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며 암세포 사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골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빠르게 분열하는 특성을 지닌 암세포가 이런 바이러스의 공격 대상이 되는데 암세포는 게다가 바이러스 대항 체계도 잘 갖추지 못해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은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사멸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는 연구실들 중 한 곳이다. 윤 교수는 “암세포에만 감염, 증식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다양한 종양 살상 바이러스가 개발돼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일부 암종의 치료제로 지난해부터 시판되기 시작됐다”며 “국내에서도 우리 연구실을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종양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균형 깨질 때 생기는 게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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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안에서 조용히 기거하는 바이러스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 면역계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 걸까? 인체의 또 다른 동거자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관계는 어떠할까? 아직 이런 물음들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으나 여러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온순한 바이러스들이 아기의 정상적인 면역체계 발달을 돕는 구실을 하며, 뚜렷한 증상 없이 약한 염증을 일으켜 평시에 면역계를 자극하고 활성화해 다른 질병을 억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또한 기나긴 생명진화 과정에서 인체의 디엔에이(DNA) 안에 ‘화석’처럼 자리를 차지한 오래된 바이러스 염기서열 흔적들은 인체가 질병과 싸우는 면역 전쟁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체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들은 우리 몸이 거대한 생명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윤 교수는 “우리 몸은 2만4000여개의 유전자, 수십조개의 세포,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 등으로 복잡하게 이뤄지는데 무수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더해져 우리 몸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의 복잡한 초거대 복합체”라며 “유기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초거대 복합체의 균형이 깨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 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의 디엔에이, 단백질, 세포가 이뤄내는 생명현상만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여러 현상이 인체 안팎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와 인체 면역계가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메모: 일문일답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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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감염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그런 항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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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효율적으로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감염 및 증식하도록 개발하여 정상세포에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양 살상 바이러스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유럽, 호주에서는 이와 같은 종양 살상 바이러스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작년에 시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저희 연구실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종양 살상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보시기에, 인체 바이러스 연구와 인체 박테리아 연구는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을런지요?

이전에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인체에 유익을 끼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와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이용한 질병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암치료에는 화학요법이 널리 사용되었지만,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주는 부작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은 암세포만을 사멸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유전자치료가 있습니다. 이들 종양 살상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고 이로 인한 암세포 특이적 살상을 유도하여, 화학요법과 같은 기존의 치료제에 의한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서 보다 안전한 항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치료효과를 향상사키기 위해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치료유전자를 탑재하는 방안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이러스/박테리아 기반 항암치료는 기존의 표준치료법들을 대체가능한 미래의 치료요법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인간 개체의 면역, 질병은 이런 초거대의 복잡성에 놓여 있으니, 생명 현상의 이해는 훨씬 더 어려운 것임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는 게 현재 의과학의 모습일 수도 있겠군요. 그러면 결국에 ‘나의 몸’이란 무엇인가, ‘질병’이란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인체를 흔히 정밀한 기계와 같다고 하지만 어떠한 정밀기계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약 37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세포는 약 2만 4천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무려 1,000억개의 신경세포 단위, 즉 뉴런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몸의 75%는 100조개가 넘는 박테리아로 구성되어있고, 10,000종 이상의 다양한 박테리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구성되어있고 아주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정교한 상호작용에 문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단초가 됩니다. 결국 유기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초거대 복합체인 인체의 밸런스가 깨지게 되면, 그 결과로 보여지는 현상이 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질병인 감기부터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해야하는 백혈병까지 정말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 세포도 똑같이 생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유전자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기 때문에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완전히 같은 메커니즘의 질병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희도 이러한 인체와 질병의 복잡성을 알고 있기에 끊임없이 연구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수님 연구실의 연구 주제를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저희 연구팀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종양 살상 바이러스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데노바이러스 자체를 변형시켜 암세포만을 감염할 수 있게 하거나 암세포에서만 살상능력을 증가시켜 정상조직에 손상주지 않는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정상적인 종양환자의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회복시켜줌으로서 체내의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켜 종양에 대한 면역력을 증강시킴으로서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는 면역 바이러스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혈관 내 투여하여 전신치료를 할 수 없는 아데노바이러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아데노바이러스의 표면에 체내거부반응이 없고 안전한 나노물질로 감쌈으로서 전신투여를 가능하게 하고 암세포만을 표적할 수 있는 물질을 연결시켜 암세포만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 * *

김광순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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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감염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그런 항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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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몇 가지 종류는 암세포에서 선택적으로 증식이 가능하여,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암세포 특이적 복제/증식 (replication/propagation)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 및 암세포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기인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 바이러스의 경우, 분열 세포에서만 증식이 가능합니다. 또한, 암세포의 경우, 정상 세포가 가지고 있는 항바이러스 방어 기작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암세포에 감염된 바이러스만 증식할 수 있고, 항바이러스 기작이 활성화되는 일반 세포에서는 증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암세포 특이적인 것으로 관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러스를 유전적 조작으로 항암 작용, 안전성, 암 특이성을 높인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가 항암 치료에 사용하려는 임상 시험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박테리아 연구자들이 보시기에, 인체 바이러스 연구와 박테리아 연구는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을런지요? 전화통화에서, 인체 바이러스 연구 분야 중 하나는 <사람 세포 감염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인체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고 하셨는데, 이런 점에서 겹치는 주제나 융합적 인식도 생겨날 듯한데요.


박테리아 연구는 많은 부분 장과 같은 점막 조직에 존재하는 공생 세균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피부, 기도, 생식기의 점막 조직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체 바이러스 연구는 이들 점막 내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체내 조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신경 세포에 감염되어 있는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virus)입니다.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인체 공생 바이러스가 공생 세균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상태 (큰 건강상 문제 증상이 없는)에서도 면역 체계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활성화는 외부 감염의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염증성 면역 질환 (천식, 제1형 당뇨 등)에 대한 발생 빈도를 높이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체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의 경우, 직접적으로 인체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기 보다는 장내 세균의 기능 변화를 초래하여 간접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한 예로, 장내 세균의 경우, 유전 정보의 교환이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가 이러한 유전 정보 교환을 매개하기도 합니다.



결국에 ‘나의 몸’이란 무엇인가, ‘질병’이란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면역 체계는 공생 세균/바이러스/곰팡이와 기회 감염, 암세포 발생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이들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병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이러한 면역 체계의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감염성 질환이나, 암발생의 경우, 방어 면역 반응(protective immune responses)을 유도되지 않거나 면역 감시(immuno-suveillance) 기능 이상에 기인하며, 자가 면역 질환 또는 염증성 장질환은 자가 항원이나 무해한 외부 항원(음식,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 반응 유도 및 조절 기작의 문제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김 박사님의 연구 주제를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저는 공생 세균 및 음식 유래 성분이 장내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나쁜 병원균은 소수, 멸균보다 통제를”

‘바이러스 폭풍 시대’ 펴낸 바이러스학자 네이선 울프

 


저명한 바이러스학자인 네이선 울프 미국 스탠퍼드대학 초빙교수는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무서운 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마지막 장에선 암세포를 공격하고 질병을 억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착한 바이러스”(gentle viruses)에 대한 최근의 새로운 발견들을 소개했다. 치명적인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지만, 이런 온순한 바이러스들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00nathanWolfe.JPG » 네이선 울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이러스는 세포생물이라면 어디에나 감염하고 기생할 수 있다. 동물, 식물, 박테리아, 곰팡이이건 가리지 않는다. 그는 바이러스의 위협 못잖게 바이러스의 ‘이득’도 점점 더 많이 밝혀지리라고 내다봤다. “바이러스가 세포생물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많은 세포생물에게 이득을 준다는 점에서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향후의 연구에서 조금씩 밝혀질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연구는 사람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인식도 바꾸어놓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병원균에 대해 생각할 때, 인간과 세균의 전쟁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병원균들 간의 전쟁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게다가 현실은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병원균들이 형성한 공동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공동체에서 병원균들은 자기들끼리, 또 우리와 싸우고 협조하며 살아간다.”


울프는 공중보건의 궁극적 목표가 ‘멸균된 세계’가 아니라 해로운 병원균을 식별하고 통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 안에, 혹은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어떤 병원균이 우리에게 이롭고, 어떤 병원균이 악당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대부분이 뜻밖의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해로운 병원균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보건이 완전히 멸균된 세계를 목표로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해로운 병원균을 찾아내서 통제하겠다는 목표이면 충분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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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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