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도 파킨슨병의 인과요인’ -쥐실험

파킨슨병 무균 쥐에 환자 장내미생물 이식하자 증상 발현

‘미생물종 구성’ 차이 주목, 핵심역할 미생물종 찾기 숙제


00gutmicrobe_brain.jpg » 장내 미생물이 뇌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CALTECH


리 몸의 장내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장내 미생물들은 장 내막에 몸을 박고서 붙박이로 살거나 장내에 머물며 산다. 이들은 숙주인 사람이 먹는 음식이나 인체에서 나오는 대사산물 또는 생체 물질 조각을 먹고서 갖가지 대사산물을 분비한다. 장내 미생물이 분비하는 대사산물들은 인체의 면역, 대사, 신경계에 신호로 작용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최근 연구들에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면역계뿐 아니라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주는 대사산물인 ‘짧은사슬 지방산’(SCFA)이 인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가 최근 주요 관심사”라고 김지현 연세대 교수는 말했다 (사이언스온 2016년 9월21일치에서 인용).


그동안 장내 미생물이 뇌질환에도 관여한다는 보고들은 잇따랐지만 실제로 장내 미생물이 뇌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에 걸리기 쉬운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파킨슨병에 ‘인과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임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미생물학 연구진으로, 이들은 이런 쥐실험 결과를 생물학저널 <셀>에 최근 보고했다.


이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 대해 “장내 미생물이 퇴행성 뇌질환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인과적 요인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결과”라는 평을 내놓았다 (<더 사이언티스트> 보도, <사이언스 뉴스> 보도).


연구진은 파킨슨병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만든 유전자변형 실험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근육퇴화, 운동장애 등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병의 원인으로는 뇌에 많은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이 서로 뭉쳐 덩어리를 이루는 응집 현상이 꼽힌다. 이 연구에서는 이 단백질이 과다발현 되어 파킨슨병 증상을 나타낼 수 있게 한 실험쥐가 사용됐다.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아 쉽게 이 단백질 덩어리를 만들 수 있는 실험쥐는 곧바로 파킨슨병 증상을 보였을까?


연구진은 비교 연구를 위해서 파킨슨병 질환모델의 실험쥐를 장내 미생물이 거의 없는 ‘무균’ 상태로 길렀다. 그랬더니 무균 실험쥐에서 파킨슨병 증상인 뇌 염증과 운동장애 같은 증상은 일반적인 장내 미생물을 지닌 실험쥐에 비해 훨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즉, 파킨슨병의 원인 단백질이 과다발현 된다 해도 장내 미생물이 거의 없는 무균 상태에선 이 단백질이 덩어리로 뭉치는 일이 적어졌고, 덕분에 무균 실험쥐에선 운동장애나 근육퇴화 같은 증상도 훨씬 줄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장내 미생물의 대사물질인 짧은사슬 지방산(SCFA)을 무균 쥐가 먹게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증상으로 뇌 염증과 운동장애가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파킨슨병과 관련해 △원인물질인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응집 △면역게 활성화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00gutmicrobe_brain2.jpg » 장내 미생물이 파킨슨병 증상의 특징인 신경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밝혔다. 출처/ CALTECH


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이 어떤 특정한 군집을 이루고 있다면, 그것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결과일까,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일까?


연구진은 다른 실험에서 무균 상태의 파킨슨병 질환모델 실험쥐에다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과 건강한 기증자의 장내 미생물을 각각 이식해 그 결과의 차이를 살폈다. 이 실험에선,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이 이식된 실험쥐에선 6-7주 뒤에 파킨슨병 증상인 운동장애가 나타났으나,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이식된 실험쥐에선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런 차이는 장내 미생물종들이 어떤 군집을 이루느냐의 차이가 파킨슨병과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됐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근육퇴화나 운동장애 같은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변비와 같은 장질환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장내 미생물 종의 구성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은 거론돼 왔으나 그런 인과적 관계가 쥐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풀지 못한 물음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먼저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특징이 파킨슨병과 직접 연관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도, 그것이 개별 미생물 종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을 촉발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 종들의 혼합비율이 어떠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해로운 특정 미생물 종이 크게 증식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지, 또는 유익한 특정 미생물 종이 크게 줄어들어 일어난 문제인지는 파킨슨병 연구를 위해 후속 연구들에서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다.


또한 이번 결과가 쥐 실험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인간 파킨슨병처럼 노화와 관련한 질병은 수십 년의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질환인데 비해 쥐 실험에선 몇 개월가량의 짧은 시기를 다루기에, 쥐실험 결과를 수명이 아주 다른 사람의 경우에 적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중간 단계의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이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는 서로 동떨어진 듯한 뇌와 미생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 논문 초록

▷ 요점
· 장내 미생물은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αSyn)이라는 단백질을 매개로 한 운동장애(motor deficit)와 뇌질환을 촉진한다.
· 장내 박테리아가 결핍되면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활성이 감소한다.
· 짧은사슬 지방산(SCFA)은 미세아교세포를 조절하고 파킨슨병의 병리생리학을 향상시킨다.
·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은 실험쥐에서 운동 장애를 증가시킨다.
 ☞ 알파-시누클레인: 뇌에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의 일종.
 ☞ 미세아교세포: 감염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 뇌에서 활성화하는 면역세포
 ☞ SCFA(짧은사슬 지방산): 면역계뿐 아니라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
 
▷ 초록
장내 미생물은 신경 발달에 영향을 주고 행동을 조절하며(modulate) 신경 장애에 관여한다. 그러나 장내 박테리아와 퇴행성 신경질환 간의 기능적인 연결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누클레인 병증(Synucleinopathies)은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αSyn) 단백질의 응집이라는 특징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응집은 종종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에 나타나는 운동장애를 초래한다. 우리는 알파-시누클레인이 과다발현 된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로 운동장애, 미세아교세포 활성, 알파-시누클레인 병리학에는 장내 미생물이 필요한 요소임을 보고한다. 어른 동물에서 [사실상 장내 무균 상태를 만드는] 항생제 치료가 병리를 완화하며 미생물 재이식(re-colonization)이 병리를 촉진하는데, 이는 장과 뇌 간의 출생후 신호처리(postnatal signaling)가 질병을 조절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무균 실험쥐(germ-free mice)에다 미생물이 분비한 특정 대사물질을 경구투여 하면 신경염증과 운동증상이 촉진된다. 눈에 띄는 점은, 알파-시누클레인 과다발현 실험쥐에다 파킨슨병 환자의 미생물을 투여해 이식하면, 건강한 기증자의 미생물을 이식한 경우와 비교해, 물리적 손상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장내 미생물이 실험쥐의 운동장애를 조절함(regulate)을 밝혀주며, 인간 미생물 군총의 변동이 파슨병의 위험인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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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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