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식곤증’..식사량 많고 단백질·염분 많을수록 잠 늘어

  이색 연구 

굶주리면 잠 못자고 활동량 많은데, 만족스런 식사 뒤엔?

미국 연구진, 초파리 대상으로 식사-수면 관계 이색 연구

식사량 많을수록, 단백질·염분함량 많을수록 수면량 늘어

00fruitfly1.jpg » 초파리. 출처/ Wikimedia Commons


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책상 앞에 앉으면 정신은 몽롱해지고 잠이 몰려온다. 누구에겐 잠깐의 식후 졸음이 꿀잠이다. 식곤증과 졸음, 그리고 깜빡 빠져드는 쪽잠은 사람 말고 다른 동물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초파리도 배불리 먹고난 뒤에는 잠시 잠을 즐긴다고 한다.


여러 동물들한테서 볼 수 있고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런 ‘식후 쪽잠’ 현상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SRI) 연구진이 이처럼 일상적이지만 잘 다뤄지지 이색 주제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의 ‘식후수면(food coma)’ 현상을 관찰하고 측량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어 연구한 결과를 공개형 과학저널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00foodcoma1.jpg » 만족스런 식사를 한 초파리들이 식후수면에 빠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표현한 만화. 출처/ 논문의 제1저자, Keith Murphy 스크립스연구소 보도자료논문 초록을 보면, 연구진은 초파리가 굶주릴 때 잠을 억누르고 이동이 잦아짐을 보여주는 ‘굶주림과 신진대사의 관계’ 연구결과는 꽤 보고됐는데도 잠에 끼치는 음식 섭취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없는지의 의문을 품고서 이런 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전에 없던 실험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식후수면’이 사람마다 개체마다 다르고 동물종마다 다르며 또한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쉽게 일반화할 수 있는 실험기법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 연구를 위해 초파리를 관찰 대상으로 정하고서 식후에 초파리의 활동성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할 수 있는 플라스틱 실험장치를 따로 개발했다고 한다.


이번 첫 연구 결과가 아주 새로운 사실들을 전해준 것은 아니다.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면, 초파리들은 식사량이많을수록 식후 쪽잠을 더 길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파리들의 식후수면은 대체로 20-40분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5분 이상’ 동안 움직임이 없는 경우를 ’수면 상태’로 해석했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도 수면량은 달라졌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특히 단백질이나 염분 함량이 많을수록 초파라들의 식후수면 시간이 길어졌다. 설탕 함량은 초파리의 수면 시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신경회로를 끄거 켜는 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식후수면에 관여하는 여러 개의 신경회로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보면, 이 논문의 책임저자(William Ja)는 발표 논문에 싣지 않은 다른 실험 데이터에서는 초파리가 선호하거나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성분인 단백질과 염분을 최대한으로 자신의 장내에 흡수하려는 생체활동이 식후수면으로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왜 많은 동물들한테서 식후수면이 보존되어 있는지, 식후수면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의 훨씬 더 궁금한 물음에 대한 설명은 후속의 다른 연구들에서 들을 수 있을 듯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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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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