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면역계 자극해 암세포 공격 도와”

영국 연구진 ‘레오바이러스가 면역체계 활성화’ 밝혀

면역세포는 간암세포와 C형 간염 바이러스 공격효과


00reovirus2.jpg » 레오바이러스 과에 속한 바이러스 일종. 출처/ Wikimedia Commons


“감기 바이러스가 암세포 공격을 돕는다.”

어린이한테 감기나 복통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람의 면역력을 촉진해 백혈구의 암세포 공격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과학저널 <거트(Gut, 장)>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레오바이러스(Reovirus) 과의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면역인자인 인터페론의 분비를 일으키고 다시 인터페론은 백혈구의 일종인 ‘엔케이(NK, Natural Killer) 세포’를 활성화해 원발성 간암 세포(간에서 시작된 암 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사용한 ‘암세포 공격 바이러스’로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레오바이러스’는 주로 어린이를 감염해 호흡기 질환이나 복통을 일으키며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춘 어른들한테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주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가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지만 후속 연구를 거쳐 원발성 간암이나 C형 간염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바이러스 면역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리즈대학교의 보도자료와 논문의 초록을 보면, 레오바이러스의 간암 치료 효과는 면역체계 내에서 몇 단계가 연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먼저 레오바이러스가 체내에 감염되면 인터페론이라는 면역인자의 분비와 내재적 면역 활성화를 유도한다. 인터페론은 엔케이(NK) 세포로 불리는 백혈구 세포를 활성화하는데, 이 엔케이 면역세포는 간암 세포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면역요법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체내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데에 바이러스를 사용해 암 치료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은 리즈대학 보도자료에서 이 연구와 관련해, “암을 치료하는 데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들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자신의 면역계라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체계가 정상세포와 다른 암세포를 식별하고서 더욱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레오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법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와 관련된 림프종 같은 바이러스 감염성의 다른 암 질환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의 의미’

* 다음은 논문에 실린 “이 연구의 의미” 부분을 번역한 것이다(구글 자동번역 도움).

▷ 이 주제와 관련해 이미 알려진 바는 무엇인가?
- 간세포 암종(HCC)의 대부분은 간접 염증과 직접 발암 메커니즘을 거쳐 종양 형성을 일으키는 HBV(54%) 또는 HCV(31%)와 같은 종양 발병 바이러스의 감염과 관련 있다. 따라서 HBV/HCV 감염을 억제함으로써 간세포 암종의 임상결과를 향상할 수 있지만 전세계에서 비용, 순응도, 치료독성 문제로 인해 간암 환자의 간 감염이 완치되는 경우는 드물다.
- 진행성 간암 환자의 치료는 제한적이다. 소라페닙(Sorafenib, 표적 치료약물의 일종)은 평균 생존기간을 2~3개월 연장할 뿐이고 뚜렷한 부작용이 있어 영국 국립보건연구소(NIHCE)도 권장하지 않는다.
- 암세포 공격 바이러스(oncolytic virus, OV)는 암 치료법으로서 가능성을 지니는데, 직접적인 메커니즘과 면역매개 메커니즘을 통해 악성 세포를 사멸시킨다.

▷ 이번 연구의 새로운 발견은 무엇인가?
- 임상등급의 암공격 레오바이러스(oncolytic orthoreovirus)는 인간 간 조직 내에서 세포 독성도 없고 바이러스 게놈 복제와 무관하게 인터페론(IFN) 분비와 내재적 면역 활성화를 유도했다.
- 레오바이러스는 세포주(cell line)에서, 그리고 간염바이러스 양성/ 간염바이러스 음성 HCC의 젖과동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으며, 시험관 내(in vitro) 복제억제 효과를 통해 시험관 내 HCV 복제를 억제하고 I형 인터페론의 효과를 통해 생체 내(in vivo) HCV 복제를 억제했다.
- 레오바이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HBV-HCC의 시험관 내 내생적 모델, 그리고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바이러스 관련 림프종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검사 대상이 된 다른 암공격 바이러스(OV)들 가운데 홍역 바이러스 에드몬스톤(Edmonston) 균주 만이 레오바이러스의 강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반복적으로 나타냈다.

▷ 가까운 장래에 임상 실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 인터페론에 초점을 맞춘 선택적 암공격 바이러스(OV)를 발암성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 단일요법 또는 병행요법으로 배치하면 병원성 감염을 억제하고 장기(organ)의 건강을 개선하며 암 관련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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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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