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돕는 잡초의 ‘보이지 않는 손길’

농지 한복판 잡초가 해충 잡는 천적에 먹을거리 제공

“비용·효과 고려하는 농업생태계 통합관리 필요“주장


00cornfield.jpg » 대규모의 옥수수 작물 농경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정 종의 잡초가 농지 한복판에 적절한 양으로 자랄 때 농작물의 해충을 물리치는 다른 천적 생물종의 서식처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일정량의 잡초가 해충 피해를 줄여 농작물 생산 증대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이색 연구가 발표됐다. 제초제·살충제나 유전자변형 농작물에 의존하는 농법이 아니라 전체론적이며 지속가능한 통합해충관리(IPM)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한 사례 연구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농업과학 연구자인 안토니오 디토마소(Antonio DiTommaso) 교수 등 연구진은 학술지 <잡초 과학(Weed Sciecne)>에 낸 표지논문에서 “농법이 작물, 해충이나 다른 생물에 끼치는 영향을 불완전하게 이해하면서 해충을 관리하다 보면 단기 이익의 손실을 초래하고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장기 영향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농지내 잡초가 해충 피해를 줄여 작물 생산량을 증대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했다.


00weedscience.jpg 연구진은 제초제-내성을 갖춘 변형전환 옥수수의 농경지를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이 농경지 무대에 등장하는 배역은 우유 같은 수액을 분비하는 잡초인 박주가리 일종(밀크위드, ‘milkweed’), 그리고 옥수수에 피해를 주는 유럽옥수수좀(ECB) 벌레, 그리고 이 해충 벌레를 공격하는 기생말벌이다.


잡초의 관리 비용과 이점을 종합한 이 연구의 결과를 보면, 이 잡초가 농경지 한 가운데에 적절한 규모로 자랄 때에 해충 피해 감소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 효과는 ‘보이지 않는 연쇄작용’으로 나타난다. 다음은 코넬대학교 교내 매체의 보도이다.


“예컨대, 옥수수 농사에서 농경지 한복판에 지독한 수액잡초(milkweed) 약간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파괴적인 유럽옥수수좀 벌레로 인한 작물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수액잡초에는 진딧물이 살 수 있는데, 그것은 작물에 이익을 주는 기생말벌을 위한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기생말벌은 다시 유럽옥수수좀 벌레의 알에다 자기 알을 낳아, 옥수수좀 벌레 알을 파괴하고, 그럼으로써 작물 피해를 줄여줄 수 있다.” (코넬대학교 교내매체 보도)


책임연구자인 디토마소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작물 생산을 관리하면서 농업생태계 내에서 잡초가 주는 이점은 거의 고려하지 않곤 한다. 더 큰 그림을 보자. 우리는 옥수수 농경지 한복판에 잡초가 자라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이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잡초의 이점을 통합해 고려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는 “형질전환 작물에 대한 잡초의 저항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해충 관리는 제초제나 형질전환 작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런 수액잡초들이 어느 정도 자랄 수 있다면 멸종위기종인 모나크나비들한테 번식처를 제공해 생물종 보존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옥수수 작물과 수액잡초, 진딧물, 기생말벌, 그리고 유럽옥수수좀 벌레가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다른 지역에서, 다른 작물에서 적용해 해석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런 이색 연구는 제초제·살충제 농약 사용이나 유전자변형 작물 재배가 언제나 작물 생산 증대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며 종합적인 해충관리 농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주장의 근거 사례가 될 만하다.


한편, 지난 5월 미국 과학아카데미(NAS) 산하 위원회가 낸 ‘유전공학(유전자변형) 작물 평가보고서’도 유전공학 작물의 인체나 환경에 유해하다는 인과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하면서도, 유전공학 작물의 생산량과 관련해선 잡초 저항성이 진화하고 있으며 현재 수준에서 유전공학 작물의 생산량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농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선 유전자변형 작물 재배에서 살충제 사용은 줄었지만 제초제 사용은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 논문 초록

농법이 작물, 해충이나 다른 생물에 끼치는 영향을 불완전하게 이해하면서 작물 해충을 관리하다 보면 단기 이익의 손실은 물론이고 진화된 저항성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와 같은 부정적인 장기 영향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작물 생산의 주요 장애로서 거의 지배적으로 여겨지는 잡초의 관리와도 특히나 관련된 문제이다. 잡초 관리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 점은 농생태계에서 잡초들이 제공하는 이점이다. 이것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때에 고려되어야만 한다. 잡초의 비용과 이점을 종합하는 고려는 해충 관리의 지배적인 접근방법으로서 제초제나 형질전환 작물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에서 벗어나 해충 전이(pest transitions)를 관리하는 방법으로서 점차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잡초의 이점을 반영하는 잡초 관리 의사결정의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며, 농지내 잡초 발생이 해충 피해가 심각할 수 있는 작물의 생산량을 증대할 수도 있음을 사례로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현재 제초제-내성 옥수수 작물 농지에서 주로 글리포세이트(제초제)로 억제하는 일반적인 잡초인 수액분비잡초(milkweed, 박주가리 일종)의 관리방법 의사결정이 유럽옥수수좀(European corn borer, ECB) 벌레의 통합관리 방법을 통해 더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연구를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ECB는 바킬루스 투링기엔시스(Bacillus thuringiensis) 박테리아 형질을 지닌 옥수수 안에 있는 형질전환 독소 Cry1에 의해 주로 억제된다.우리 데이터는 진딧물이 있는 수액잡초가 기생말벌(parasitoid wasp)을 위한 먹이(단물)를 제공하며, 기생말벌은 작물 해충인 ECB의 알을 공격함을 보여준다. 특히 ECB 개체 밀도가 높을 때( > 1 egg mass leaf-1), 수액잡초를 저밀도로( <1 stem m-2)로 유지하는 것이 ECB로 인한 작물 생산량 감소를 최소화하며 이 공격적인 다년생 잡초의 공격력을 경제적으로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한 유액잡초는 모나크나비(monarch butterfly)의 번식처이므로, 작물 농지를 포함해서 이 식물의 번식처가 형성되면 이 상징적인 곤충의 개체군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러 농작물 해충들을 관리방법을 통합하는 좀 더 전체론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경작지 수준(field scale)의 의사결정을 개선할 수 있으며 전경 수준(landscape scale)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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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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