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중성자별과 지상 세포, 둘의 내부에 닮은꼴 있네”

미국 이론·생물물리학 연구진, 시뮬레이션 연구로 유사성 분석

‘나란한 층들과 연결통로’ 주차빌딩 구조, 항성·세포 존속 도와 


00structuralsimilarity1.jpg » 층층이 쌓이 층들이 나선 연결통로로 이어진 구조. 이런 구조를 우주의 중성자별 내부(오른쪽)와 세포내 소기관(왼쪽)에서 비슷하게 관찰할 수 있다. 출처/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 제공


대 질량의 항성(별)이 자체 중력을 견디지 못할 때 중력붕괴를 일으키는 ‘초신성’ 현상이 일어나며, 그 결과물로 남는 것이 주로 중성자로 이뤄진 초고밀도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의 딱딱한 껍질 안쪽에선 중성자, 양성자, 전자가 뒤섞여 층층을 이루고 마치 이탈리아 국수인 파스타의 다양한 모양들과 흡사한 독특한 구조를 나타낸다. 이른바 ‘핵 파스타(nuclear pasta)’라는 말은 중성자별의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가 됐다.


[ ‘핵 파스타’. https://youtu.be/euwtanuYoHA ]


거대 항성의 중력붕괴로 인해 생긴 초고밀 중성자별의 내부 형상이 신기하게도 지구 생물체의 세포 내부 소기관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된다는 이론물리학과 생물물리학 연구진의 논문이 나왔다. 두 구조는 흡사 여러 층을 이루면서 연결통로(램프)로 이어진 ‘복층 주차건물’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00animalcell.jpg » 세포의 내부 그림. (1)(2)는 세포핵, (5)의 층층 구조가 조면소포체이며, (3)은 조면소포체 표면에 점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단백질 합성 공장 '리보좀'들. 출처/ Wikimedia Commons 미국 인디애나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산타 바바라)의 이론과 생물 물리학 연구진은 최근 “핵 천체물리학과 세포 생물물리학에 나타난 ‘주차건물 구조’”(“Parking-garage” structures in nuclear astrophysics and cellular biophysics)라는 제목의 논문을 핵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C (Physical Review C)>에 발표했다.


세포(진핵세포) 내부 조면소포체의 구조와 초고밀 중성자별의 내부 구조는 각각 다른 연구진에 의해서 관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따로 발견되었는데, 캘리포니아대학 생물물리학자 그레그 후버(Greg Huber)가 우연하게 두 구조의 유사성을 알게 되면서 이번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00neutronstar.jpg » 중성자별 내부의 구조 모형. 출처/ D. K. Berry et al., Phys. Rev. C (2016) 연구진은 세포질의 구조물과 비교해 그 밀도가 무려 100조 배나 더 높은 중성자별은 서로 극적으로 다른데도 둘의 내부 구조에서 ‘나란히 층을 이루며 연결통로가 층층을 이어주는’ 형상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이런 발견은 조건과 환경이 매우 달라도 기하학적인 유사성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 사이언티스트>의 보도를 보면, 중성자별에서 중성자, 양성자, 전자들이 척력과 인력의 작용으로 층층을 이루면서도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런 구조가 전자들을 흐트러뜨리고 중성자별의 냉각을 늦추는 것으로, 그리고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좀 공장이 넓은 표면적에서 자리를 잡고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조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


서로 아주 다른 중성자별과 세포의 내부에서 유사한 구조가 발견된다는 것은 놀랍고 흥미롭기는 하지만, 왜 이런 구조가 유사하게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대학 보도자료에서, 공저자 중 한 명인 인디애나대학의 찰스 호로위츠(Charles Horowitz)는 “이처럼 놀랄 정도로 다른 계에서 매우 흡사한 형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계의 에너지가 단순하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그 형상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뉴 사이언티스트>의 보도에서, 다른 공저자인 후버도 “두 가지의  매우 다른 계가 매우 큰 유사성을 지닌다는 것은 이번 발견에서 끝나지 않는 미스터리”라며 “여기에서 생겨나는 의문들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 논문 초록

최근에 세포내 소기관인 조면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서 층층의 막들이 나선형 경사로(helical ramps)로 연결되어 있는 놀라운 형상이 관찰되었다[Terasaki et al., Cell 154, 285(2013)]. 이런 형상은 단백질 공장인 리보좀에 필요한 표면적을 증대시켜 단백질 합성을 돕는 생물학적 기능으로 볼 때 흥미롭고, 또한 세밀한 미시적 상호작용에 둔감할 듯한 기하학적 특성을 생각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 연구진은 중성자별(neutron stars) 껍질 안쪽 깊숙한 곳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고밀도 핵물질의 ‘핵 파스타 상(nuclear pasta phases)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에도 이와 매우 유사한 형상이 존재함을 발견했다. 핵 파스타와 지상 세포생물학 사이에는 극적인 차이가 있다. 핵 파스타의 밀도는 세포 핵을 둘러싼 물 같은 환경에 비해 14승(100조 배) 규모로 더 크며, 양성자들과 중성자들 간에 상호작용도 강렬하게 일어난다. 반면에 세포 수준의 생물학은 물의 엔트로피와 생분자 복합물(complex assemblies)에 의해 지배된다. 그런데도 기하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두 가지 계(systems)의 대단위 동역학(coarse-grained dynamics)이 유사하며 그 형상이 미시적 세부들과 무관하게 기하학적인 조건들(geometrical considerations)에 의해서 사실상 지배됨을 보여준다. 우리의 많은 시뮬레이션들은 자가조립(self-assemble)을 이루어 편평한 층이 되고 이것들은 나선 모양의 경사로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이런 연결통로는 열과 전기의 전도성, 점성도, 전단계수(shear modulus), 그리고 중성자별 껍데기의 파괴변형(breaking strain)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상호작용은 […]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여러 형상들을 재생산하는 단순 모형 계(model system)를 제공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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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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