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단체 ESC, “대통령 사퇴하라” 500인 선언
논문형식 빌려 헌법위반 실정 조목조목 지적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 추구에 악용돼’ 규탄
“박근혜-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퇴진요구
사단법인 과학기술인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대표 윤태웅 고려대 교수)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500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이 단체 회원 156명과 비회원 과학기술인 347명 등 모두 503명이 참여했다. 과학기술인 단체의 시국선언은 드문 일이어서, 이번 시국선언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최순실씨 일가 등이 연관된 ‘국정 농단’ 사태의 시국이 매우 엄중한 것임을 보여준다. 선언문을 낸 ESC 단체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민주적 참여와 과학과 사회의 소통,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조하는 독립적며 자발적인 과학기술인 단체로, 지난 6월18일 창립했다.
500인 선언문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최순실이 관련한 ‘국정농단’ 사태를 “박근혜-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면서, 이 사태는 “현 정권하에서 국가권력이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악용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 사태에서 피할 수 없는 공범”이라고 규탄했다.
선언문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그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순간부터, 정당은 존재가치를 잃고 대통령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국가원수일 수 없다”라며 “새누리당을 포함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현 집권 새력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이번 ‘게이트’ 외에도 현 정부의 헌법 위반 실정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세월호 참사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헌법 34조 6항)를 국가와 정부가 저버린 비극이었으며, ‘전체주의적 유일사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겠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32조 4항)과 학문의 자유(22조)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정부의 위안부 협상이 위안부 여성의 존엄(헌법 10조)을 훼손한 굴욕적 결정이었으며 일방적인 개성공단 철수 결정이 평화통일(4조), 국민재산권(23조), 복리증진(69조) 조항에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일반적인 이공계 학술논문의 서술 구조를 따라 ‘배경’, ‘방법’, ‘결과’, ‘결론’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배경에선 선언문을 낼 수밖에 없었던 시국 사태의 상황을, 방법에선 결론을 얻는 데 필요한 고찰의 방법을, 결과에선 여러 고찰을 통해서 얻어진 작은 결론들을 담겼으며, ‘결과’에선 박 대통령 사퇴 요구라는 선언문의 요점을 담았다.
이 단체는 11월 초에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서 회원들과 비회원들한테 공개해 자발적인 선언문 서명 동참자를 모아왔으며, 4일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선언문을 공개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며 서명자 명단은 단체 홈페이지 ( http://www.esckorea.org/about/notice/163 )에서 볼 수 있다. ◑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전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500인 시국선언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과학기술인들의 주장
배경: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 선출직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헌법을 수호하며 그 정신에 따라 한국 사회를 운영할 의무가 있다. 최근의 박근혜-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는 현 정권이 이런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방법: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인 박근혜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국정 운영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했는지 그 여부를 검토한다.
결과:
2016년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철수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 동시에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조성한 결정이었다. 이는 평화통일(헌법 4조)과 국민의 재산권(헌법 23조)과 복리 증진 (헌법 69조) 조항에 위반된다. 2015년 위안부 협상은 그 진행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를 배제했고, 더 나아가 존재하지 않는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근거로 당사자들에게 합의를 강요한 굴욕적 결정이었다. 이는 위안부 여성들의 존엄(헌법 10조)을 훼손하였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헌법 정신에 위반된다. 2015년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전체주의적 유일 사관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겠다는 구시대적 결정이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현재 저자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못하는 교과서의 사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헌법 31조 4항)과 토론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는 학문의 자유(헌법 22조)를 침해한다. 2014년 세월호에 탄 304명의 국민은 국가의 외면 속에 침몰하는 배에서 끝내 나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헌법 34조 6항)를 저버린 비극이었다
더 나아가 2016년 박근혜-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는 현 정권하에서 국가권력이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악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선출되지도 임명되지도 않은 비선 실세가 오천만 국민의 생계와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시스템에 개입했으며, 정부기관과 기업을 겁박하여 자신의 사익을 추구했다. 이 모든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로서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66조)를 지닌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 사태에서 피할 수 없는 공범이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이 사태를 몰랐다면 그것은 자신들이 국정운영을 책임질 최소한의 능력이 없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치인과 그 주변인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그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순간부터, 정당은 존재가치를 잃고 대통령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국가원수일 수 없다. 새누리당을 포함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현 집권 세력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
2016년 11월 4일 00시
[ESC 회원 156명, ESC 비회원 과학기술인 347명, 총 503명 참여]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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