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위해, 자유공모 대 기획연구 '20:80 구조' 바꿔야”

※ 이 글은 한겨레 11월2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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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연구비 정상화’ 청원 호원경 교수


“정부 기획연구 지원 쏠려 기초과학 죽어”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때 나오는 보도나 관심이 늘 똑같아요. 노벨상 받는 사람과 업적만 달라질 뿐이지, 기초과학 살리자고 얘기하지만 정작 기초과학을 기를 연구 토양을 바꿀 생각을 안 하잖아요. 노벨상 받을 만한 국내 과학자가 누구냐, 제일 잘하는 과학자한테 100억원을 주자, 이런 분위기로는 안 되잖아요.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생리학)는 노벨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장 실용적인 목적이 없더라도 연구자들이 자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자유공모 연구’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가 연구개발 지원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뜻을 모아 과학자 484명과 함께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는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런 뜻이 모이기까지 호 교수는 홀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6월부터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게시판에 올린 그의 울림은 다른 과학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서명까지 합해 1498명이 참여했다. 연구책임자급이 다수 참여해 과학계의 목소리로는 드물게 큰 규모다.


그는 지난 10여년 새 국가 연구개발비가 매우 큰 폭으로 늘었으나 대부분이 정부 주도 기획 연구사업 쪽으로 쏠리면서 연구비 지원 정책은 비정상적으로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기초연구의 투자액 중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능력과 연구 주제를 걸고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자유공모 부문은 기초연구비 중에서 20%밖에 안 돼요. 정부 주도 사업의 비중이 80%나 됩니다. 비정상적인 ‘20 대 80’의 구조가 개선돼야 우리 기초연구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정부 주도 기획연구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개발비 19.1조원에서, 순수 연구개발비는 6.8조원뿐이고, 또 그중에서 자유공모 연구지원은 1.1조원, 즉 16%에 불과하며, 정부 주도 기획연구는 84%에 달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구비(5조원)를 ‘연구자 주도’와 ‘정부 주도’로 구분해보아도 그 비율은 20 대 80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부 주도 기획연구 사업이란,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전략적으로 우선 필요한 분야를 정하고 여기에 집중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정부 주도 기획이 비대해지다 보니 그것과 무관하게 자기 연구에 몰입하는 일선 과학자들은 연구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국가 연구개발비 전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유공모 연구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내년에 자유공모 기초연구비가 증액될 예정이라지만 그걸로 한계가 있고, 또한 국가 연구개발비의 규모를 계속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우리 요구는 지나치게 비대한 정부 주도 연구비를 점차 줄여서 그만큼 연구자 주도 연구로 쓰자는 겁니다.” 호 교수는 “미국립보건원(NIH)이 주관하는 연구비 구성을 보더라도 자유공모 연구와 기획 연구의 비율은 ‘80 대 20’으로 우리 상황과 정반대”라며 “그 비중을 현재 20 대 80에서, 적어도 60 대 40으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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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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