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세포→다세포’ 진화도약 그리 크지 않았을 수도”

스페인 연구진, 단세포 아메바 류의 생애 시기별 단백질체 분석

“시기별로 단백질 조절 효소작용 차이, 세포유형 '시간적 분화'”


00unicell.jpg »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류의 캅사스포라속 생물종(Capsaspora owczarzaki). 출처/ Wikimedia Commons


세포 생물은 세포 간에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각자 분화된 기능을 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로 이뤄져 있다. 다세포 생물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생물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다세포 생물은 당연히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단세포 생물의 세계 속에서 출현했을 터인데, 그래도 단세포 생물과 다세포 생물 사이엔 무언가 ‘거대한 도약’의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단세포 조상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이 출현한 데엔 그렇게 극적인 거대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세포 생물은 여러 종류의 세포를 갖추고 있진 않지만, 생애주기 동안에 자신을 스스로 다른 유형의 세포로 리모델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다세포가 '공간적으로 분화된' 세포들이라면 단세포는 '시간적으로 분화하는' 세포인 셈이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 연구소와 유전체조절연구센터(CGR) 등에 속한 생물정보학·유전체학 연구진(책임저자 Inaki Ruiz-Trillo와 Eduard  Sabido)은 최근 생물학저널 <디벨롭먼털 셀(Developmental Cell)>의 온라인판에 낸 논문에서, 단세포 진핵생물 종의 '모든 단백질'(단백질체, proteome)를 생애 단계별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세포 생물 중에서 다세포 동물에 가장 가까운 아메바류의 캅사스포라속 생물종(Capsaspora owczarzaki)을 연구 대상으로 정해, 그 단세포 몸 속에 있는 단백질 총체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연구진이 단세포인 아메바류 생물종 속의 단백질을 이 종의 생애주기 단계별로 나누어 분석했다는 점이다. 아메바 종은 생애주기에서 세 단계를 거치는데 어떤 때엔 개별로 활동하고 어떤 때엔 다른 아메바와 군집을 이루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생애 단계들에서 아메바류 생물종 몸속의 단백질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피고자 한 것이다.


이 분석에선 생애주기 단계별로 단백질의 함량과 활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아메바류 생물종의 단세포 기능에도 차이를 만들어낸다.


“단백질이 인산이온(phosphate ion)이라 불리는 분자 조각을 붙이는 방식에 따라 [단백질이 변형되면서] 그 단백질의 거동[기능]도 바뀔 수 있다. 인산이온이 단백질 어디에 붙느냐, 근처에 붙은 다른 인산이온들이 있느냐[하는 단백질 구조 변형]에 의해 인산이온의 작용은 달라진다. 아메바류 생물종(C. owczarzaki)의 세 가지 생애단계에서 인산이 달라붙는 패턴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사이언스 뉴스> 보도)


같은 단백질이라도 인산이온이라는 분자조각이 달라붙어 생기는 단백질 변형의 방식에 의해 단백질의 거동이 바뀌는 이런 메커니즘이 다세포 생물이 아니라 단세포 생물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은 흥미로운 관찰 결과였다.


과학매체 <사이언스 뉴스>는 이와 관련해 “[단세포 생물에서 관찰된] 이런 현상은 [다세포 생물인] 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 즉 동물 몸의 다른 생체기관에 있는 단백질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형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동물 몸의 기관별로 다른 분화 세포들에선 저마다 다른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는데, 아메바류의 단세포에선 세포 하나 내에서 시기별로 다르게 비슷한 변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결과는. 아메바류 생물종의 몸에서 이렇게 단백질을 변형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들이 생애주기 단계별로 다르게 많아지기도 적어지기도 하는 변화들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런 단백질 변형 프로세스를 제어하는 분자들에서도 변화가 나타남을 발견했다. 세포 내의 특정 효소는 일종의 ‘관리자’ 구실을 하면서 인산이 단백질에 달라붙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효소는 인산이온이 어디에 달라붙도록 유도해 그 작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세포 생물의 기관들에서 세포들 사이에 메시지를 보내도록 돕는,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s)라는 효소가 종종 이런 단백질 변형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이 효소가 단세포 생물종에서 폭넓게 사용된다고는 여겨진 않는다. 그렇기보다는 이 아메바류 단세포 생물이 자기 생애 전반에 걸쳐 이 효소를 이용하지만 그것을 생애 단계별로 서로 다르게 많게 적게 만들어낸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사이언스 뉴스> 보도)


연구진은 아메바류 단세포 생물에서 생애주기 단계별로 나타나는 단백질체(proteome)의 역동적 변화를 다세포 동물의 진화 과정과 연관해 해석했다.


동물이 출현하던 그 먼 시기의 공통조상이었을 어떤 단세포 동물이 아마도 이런 아메바류 단세포 생물과 마찬가지로 시간적으로 분화된 세포 기능을 사용할 줄 알았을 것이며, 그래서 이런 시간적 분화가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진화에 밑천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단세포 생물도 공유하는 이런 생물학적 기법을 더욱 더 정교하게 다듬으며 또한 더욱 더 풍부하게 확장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다세포 동물이 출현하고 진화했으리라는 추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물은 “이미 존재하는 (세포유형의 시간적 분화라는) 메커니즘을 재활용했을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다세포 생물와 단세포 생물 간의 진화 간극은, (엄청난 도약이 필요할 정도로) 그리 큰 간극이 아닐 수도 있다”고 <사이언스 뉴스>는 전했다.


  ■ 논문 초록

단백질 함량과 활성의 조절을 세포마다 달리하는 방식으로, 동물의 여러 유형 세포들은 기능의 분배를 이룰 수 있다. 이런 조절 작용에 관여하는 많은 유전자들이 후생동물(premetazoan)에서 기원했다는 발견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즉 ‘조절되는 세포의 공간적 분화에 필요한 메커니즘은 동물 출현에 앞서서 진화했을 것이다’. 우리 연구진은 동물에 가장 가까운 단세포인 캅사스포라 속 종(Capsaspora owczarzaki)의 단백질 총체를 정밀 분석해, 이런 후생동물 종에서 시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세 가지 세포 유형에 대해 그 역동적인 단백질체와 인-단백질체(phosphoproteome) 프로파일의 특성을 연구했다. 우리는 생애주기의 전이단계들(transitions)이 단백질체와 인-단백질체의 전반적인 리모델링과 연계되어 있음을 밝히고, 그런 전이단계들이 전사인자나 티로신 키나아제 같은 ‘동물 다세포성(animal multicellularity)’ 관련 주요 유전자들에 영향을 끼침을 밝혔다. 캅사스포라 속과 후생동물 간에 공유되는 특징들은 정교하게 보존되어 전해지는 인-신호처리(phosphosignaling)와 단백질체 조절이 동물의 조상 단세포에 세포유형의 시간적 분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support) 것임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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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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