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수학과 기묘한 물리의 ‘아름다운 만남’ -노벨물리학상

※ 이 기사는 한겨레 10월5일치에 실렸습니다. 기사에 노벨위원회 자료의 그림설명을 곁들여 이곳에 싣습니다.



초전도체 등 '별난물질' 연구해온
사울레스-홀데인-코스털리츠 등 3명에
위상기하학을 물질물리학에 적용
"전자공학·미래 양자컴퓨터 발전 기여"
노벨위, 베이글·프레첼 등 활용 설명 나서


상학이라는 수학 도구를 이용해 물질의 상전이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문을 열어젖힌 3명의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00nobelphysics.jpg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데이비드 사울레스(82)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 덩컨 홀데인(65) 미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털리츠(73) 미 브라운대 교수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응집물리학자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물질의 상전이에 대한 이론적 틀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전이란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것과 같은 물질의 급격한 상태 변화를 말한다. 고전 물리학에선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를 오가는 상전이만 다뤄 왔는데, 세 수상자는 온도가 떨어지면 전기저항이 갑자기 떨어지는 전기적인 상전이도 있음을 보였다. 사울레스와 코스털리츠 교수는 1972년 2차원 공간이나 다름없는 얇은 막과 같은 평면에서 물질의 이런 상전이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론적 설명을 밝혔다. 홀데인 교수는 10년 뒤인 1982년, 1차원이나 다름없는 얇은 띠와 같은 조건에서 이런 상전이를 설명해 냈다. 세 사람은 모두 영국 출생이나 현재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세 사람의 연구는 물질의 상을 이해하는 인간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하면서 ‘초전도체’와 같이 새 응용 영역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물질이 이상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의 세계의 문을 열어 젖혔다”며 이들의 이론이 “초전도체, 초유동체, 얇은 자기필름과 같은 ‘별난 물질’(exotic matter) 상태를 연구하기 위한 수학적 방법론을 진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영국왕립대의 크리스 필립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오래전 이뤄진 발견이 시간이 흘러 여러 응용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발견의 위력을 적절히 인정한 예”라고 이번 수상에 대해 평가했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사울레스와 홀데인 교수의 이론적 업적은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쓰여 왔으며,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학계에서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상금의 절반은 사울레스 교수에게, 4분의 1씩은 다른 두 수상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총상금은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이다.


이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전날 생리의학상(오스미 요시노리·일본·‘자가포식‘ 연구)에 이어 올해 노벨상 가운데 두 번째로 발표됐으며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문학상이 다음 주까지 차례로 발표된다.

▒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그림 설명 (출처/ 노벨위원회 설명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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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물질의 상(phases). 가장 일반적인 상은 기체, 액체, 고체이다. 그렇지만 극도로 높거나 낮은 온도에서 물질은 이와는 다른 좀 더 기묘한 상태(exotic states)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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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상 전이(phase transition)는 물질의 상들이 서로 전이할 때 일어난다. 예컨대 얼음이 녹아 물이 될 때에 그렇다.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는 위상수학을 이용하여 매우 낮은 온도에 있는 물질의 얇은 막에서 일어나는 위상적 상 전이 현상을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에 의하면) 냉각 상태에서 소용돌이쌍이 형성되며 상 전이 온도에 이르면 그 소용돌이들이 갑자기 떨어진다. 이것이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이룬 20세기 최고의 발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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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위상학(topology)은 수학의 한 분야이며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어떤 속성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컨대 위 그림에 나타난 물체에서 보이는 구멍의 갯수와 같은 속성에 관심을 기울이다. 위상학은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발견에서 핵심적인 것이다. 그것은 얇은 막 내부에서 전기 전도도가 왜 정수배의 단계로 변화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보충 설명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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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학(topology)은 어떤 물체를 단지 찢지는 않으면서 잡아당기고 뒤틀고 형태를 바꾸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어떤 속성들을 설명해준다. 위상수학으로 말하면, 공과 사발그릇은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왜냐하면 공 모양 점토를 주무르면 사발그릇으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운데에 구멍이 하나 있는 베이글 빵이나 손집이에 구멍이 하나 있는 커피잔은 공이나 사발그릇과는 다른 하나의 범주에 속한다. 베이글이나 커피잔도 주무르면 각각 서로 다른 커피잔과 베이글의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상학으로 설명되는 물체들은 구멍이 하나, 둘, 셋, 넷, 이런 식으로 정수배의 구멍 갯수를 지닌다. 이런 속성은 정확히 정수의 배로 나타나는 변화만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양자 홀 효과(quantum Hall effect)’에서 발견되는 전기 전도도(electronic conductance)를 설명하는 데에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 연구자들은 … 다른 예상치 못한 물질의 위상학적 상태를 몇 가지 더 발견했다. 이제는 위상 절연체, 위상 초전도체, 위상 금속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위상학으로 설명되는 이런 것들은 지난 10년에 걸쳐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최전선의 연구라고 일컬어지는 몇 가지 연구 사례들이다. 특히나 위상학으로 설명되는 물질들은 새로운 세대의 전자기기나 초전도체, 또는 미래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에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이 분야의 연구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발견한 기묘한 플랫랜드 내의 물질들이 지닌 비밀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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