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생존본능 ‘자가포식 작용’ 규명 -노벨생리의학상

※ 이 기사는 한겨레 10월4일치에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보충설명의 글과 노벨위원회 자료의 그림설명을 곁들여 이곳에 싣습니다.




‘기초 과학’의 일본, 3년 연속 노벨상 수상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 교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세포 내 단백질 분해·재활용을 뜻하는 ‘오토파지’ 현상 연구

파킨슨병 등 난치병의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도움줄 듯

일본 출신으로 25명째 수상자, 의학상으론 2년 연속 수상



00autophagy0.jpg » 오스미 요시노리. 출처/ 노벨위원회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게 내 신념이었습니다. 특히 분해라는 게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몸에선 늘 분해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게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거죠.”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는 3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수상 배경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손을 대는 자신의 신념을 꼽았다.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물질의 생성 등 무엇이 만들어지는 것을 연구할 때, 그는 한발 떨어져 생명의 또다른 중요한 현상인 분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3일 오스미 교수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단독 수상자로 선정하며 “세포 조직의 분해와 재활용이라는 기본적 과정인 ‘오토파지’라는 현상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오스미 교수의 발견은 세포가 어떻게 세포 내 물질을 재활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냈다”며 “그의 발견은 감염에 대한 반응 등 여러 생리과정에서 오토파지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 오토파지(자가포식)

 “악조건에서 살아남으려는 세포의 반응 중 하나로, 세포가 제몸 일부를 스스로 잡아먹는다는 뜻의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이 있다. 예컨대 살아남기에 필요한 영양분 또는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같은 세포내 소기관이 망가지면, 세포는 자기 몸의 소기관을 잡아먹어(분해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고 세포내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인다. 그러니 자가포식은 “세포가 악조건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세포자살(Apoptosis)이 죽음으로 가는 사멸 프로그램이라면, 자가포식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출처: 생존 위한 세포의 자가포식은 어떻게? -메커니즘 연구 (2013. 01. 30)

http://scienceon.hani.co.kr/80253 ]


오토파지는 자신의 불필요한 성분을 스스로 잡아먹는 것으로 ‘자가포식(자식) 작용’이라 부른다. 이를 이용하면 실제 정상 세포와는 다른 암 세포를 잡아먹는 치료제를 만드는 등 여러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백찬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자식작용은 최근 암, 근육기능 이상 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감염질환, 노화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작용과 관련된 질병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항암제 및 신경질환 치료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성공하면 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최소화하면서 질병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미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오토파지를 통해 단백질의 재활용(리사이클)뿐 아니라 우리 몸의 위험한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파괴해 세포를 깨끗하게 하는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예로 신경세포에서 유해한 단백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되면 파킨슨병 등이 발병한다는 사실이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일본 사회는 다시 한번 큰 기쁨에 빠졌다. 이로써 일본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25명으로 늘었다. 일본 언론들은 “1980~90년대에 일본에서 이뤄진 여러 과학적 성취가 많아 올해도 (의학상 외에도) 물리학상·화학상 등 여러 분야에서 수상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에이치케이>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일본인의 단독 수상은 29년 만”이라며 이번 수상을 한층 더 반겼다.


과학 분야뿐 아니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올해 일본인으로 세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다. 평화상 분야에서도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 시민들’의 수상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오스미 교수는 1945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1967년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록펠러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오토파지 현상을 집중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8년 도쿄대 조교수 등을 거쳐 2014년부터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로 재직해 왔다. 그는 이날 밤 요코하마의 도쿄공업대 연구실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기초 생물학 연구를 이어온 나같은 사람이 이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스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축하했다.

▒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charisma@hani.co.kr 


  ■ 그림 설명 [출처: 노벨위원회 설명자료]

00autophagy1.jpg

[그림1] 우리 세포에는 여러 가지 특별한 기능의 칸막이 구조물(compartment)이 있다. 리소좀도 그런 칸막이 구조물 중 하나인데, 여기엔 세포 내 물질(cellular contenst)의 가수분해를 돕는 효소들이 담겨 있다. 오토파고좀(autophagosome)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과립이 세포 내에서 발견됐다. 오토파고좀이 형성되면 그것은 손상된 단백질이나 세포소기관 같은 세포 내 물질을 집어삼킨다. 최종적으로는 그것은 리소솜과 융합하는데, 거기에서 오토파고좀이 집어삼킨 세포 내 물질이 작은 성분으로 쪼개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세포는 영양소와 세포재생용 부품들(building blocks)을 제공받는다. [이하 그림과 설명 출처/ 노벨위원회]


00autophagy2.jpg

[그림2] 효모(맨 왼쪽)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칸막이 구조물(compartment)은 ‘액포(vacuole)’라고 불리는데 이것이 포유류의 세포에 있는 리소좀에 해당한다. 오스미는 액포 내 분해 효소들이 결핍된 효모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모 세포들이 굶주릴 때, 신속하게 오토파고좀이 액포 내에 축적됐다(가운데). 오스미의 실험은 자가포식(오토파지) 작용이 효모 내에 존재함을 입증해주었다. 다음 단계로, 오스미는 효모 돌연변이체 수천 가지를 대상으로 연구했으며(맨오른쪽), 이를 통해 자가포식에 필수적인 유전자 15가지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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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오스미는 자가포식의 핵심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의 기능을 연구했다. 그는 스트레스 신호가 어떻게 자가포식 작용을 이끄는지, 그리고 단백질과 단백질복합체가 오토파고좀 생성의 서로 다른 단계를 촉발하는 메커니즘이 어떠한지 그 윤곽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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