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생산성’ 문화, 기성연구자-젊은연구자에 다른 영향

1980-2013년 논문 낸 연구자 2800만 명의 학술정보 DB분석


기성연구자들은 많이 출판할수록 고인용 논문의 비율도 높아져

신진 젊은층에선 다른 패턴…다량출판 성과주의 좋지않은 영향

00researchpapers.jpg » 사진출처 /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62709


로 연구자의 성과는 논문 출판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연구자사회에선 일찌감치 논문 출판을 독려하거나 그 흐름을 꿰뚫어보려는 여러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출판하라, 아니면 사라지리라(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 각고의 연구결과를 담아 논문으로 발표한 뒤에 그것이 연구자사회에서 많이 인용될수록 연구자는 높은 신용 또는 명성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할 때 신용 또는 명성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명성을 얻은 연구자는 명성의 효과로 더 자주 인용되고, 그렇지 못한 신진 연구자는 무명 탓에 덜 인용된다는 부익부 빈익빈의 “마태 효과”(Mattew Effect,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성경 마태복음 25장 29절)라는 말도 있다.


논문생산성이 클수록 논문이 많이 출판되어 좋은 논문도 많아지는 걸까? 최근 방대한 연구자 학술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펴 논문 출판 수와 인용 수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와 네덜란드 연구자는 과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0-2013년에 논문을 낸 2807만여 명 연구자의 학술 정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연구 경력이 많은 연구자들에선 많이 출판할수록 많이 인용되는 논문의 출판비율도 높다는 패턴이 나타나며, 젊은 연구자들에선 이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논문의 초록 일부이다.


“1980-2013 기간에 걸친 연구자 28,078,476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우리 논문은 평균적으로 개인 연구자가 출판한 논문 수가 많을수록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룹에 들어가는 논문의 비율이 더 커짐을 보여준다. 이런 연관성은 예전 연구자 집단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근래 연구자 집단에서는 그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된다. 전반적으로 보아, 이런 결과는 기성 연구자한테선 될수록 많은 논문을 출판하는 전략이 높은 인용지수 논문의 출판 비율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지 않았지만 그런 패턴이 젊은 학자들한테선 늘 관찰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논문)


논문 출판 수와 인용 수의 패턴에 어떤 세대차가 있는 걸까? 논문을 보도한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의 뉴스를 보면, 1980-1985년에 첫 논문을 냈던 나이 든 연구자 집단에서는 연구자가 출판한 논문 수가 늘수록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상위 1% 논문의 출판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은 의생물학 분야, 자연과학 분야, 법·예술·인문학 분야, 사회·행동과학 분야 가운데 의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논문을 다량 생산할수록 주목받는 논문의 출판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이런 패턴이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사이언티스트>의 보도를 보면, 2009-2013년 기간에 첫 논문을 낸 신진 연구자 그룹에선 30편 넘게 논문을 낸 경우에 상위 인용 논문의 출판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에서, 논문의 질과 인용지수를 동일한 것으로 여길 수는 없다. 이런 해석보다는, <더 사이언티스트>가 보도했듯이 덜 알려진 신진 연구자가 낸 논문의 가치가 발견되고 인용되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다른 연구자들이 자기 논문의 출판 기회를 높이려는 전략적인 이유 때문에 이미 널리 알려진 저명 저자의 논문을 지속적으로 인용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종의 마태효과와 연관된 해석으로 여겨진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논문을 많이 내지 못하는 연구자들은 학계를 떠나고 연구역량을 인정받은 나이 든 연구자들이 학계에 남아 지속적으로 많은 논문을 내는 게 현실이기에, 그런 나이 든 연구자의 논문이 더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논문 다량 생산의 전략은 경륜 있는 연구자들한테 훨씬 더 유효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신진 연구자들한테 무작정 다량의 논문을 발표하기를 요구하는 문화는 연구자사회에 좋은 논문을 양산하는 데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출판하라, 아니면 사라지리라” 식으로 논문 다량 생산을 독려하는 문화는 학계 전반에 좋지 않은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젊은 연구자들한테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이번 논문의 저자는 <더 사이언티스트> 보도에서 지적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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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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