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진동: 한가지 선율로 서로 다른 입자 운동 제어

핀란드 연구진, 무작위 같은 진동판 위 현상의 제어가능성 보여줘

특정 음의 주파수 바꿔가며 진동판 위 여러 물체 제각기 움직이기


00acousticsVib.jpg » 출처 / 핀란드 알토대학교, Quan Zhou


‘선율을 이루는 음의 주파수에 맞추어, 진동판 위에서 물체들은 제각기 방향으로 움직인다.’

진동판 위 입자들이 특정 주파수의 진동에 맞춰 독특한 패턴의 선(마디선, nodal line)에 모여드는 현상을 처음 관찰한 건 1787년의 독일 물리학자 에른스트 클라드니(Ernst Chladni)였다. 진동판에 모래를 뿌려두고 이런저런 주파수의 진동을 가하면 이런저런 패턴의 마디선(진폭이 0이 되는 선)으로 모래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클라드니가 관찰한 현상은 여러 흥미로운 물음을 자아내는 연구 대상이었고, 그래서 클라드니가 구현한 진동판은 ‘클라드니 판’이라는 고유명사로도 불려왔다 (아래 동영상 참조).


[ 클라드니 진동판 https://youtu.be/1yaqUI4b974 ]


최근 클라드니 진동판 위에 있는 여러 물체들을 한 가지의 음향 진동을 이용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nunications)>에 낸 논문에서 무작위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디선 바깥의 여러 입자들을 특정한 주파수의 음을 연주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각기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진동판 위에서 3개 물체는 한 가지 선율에 의해 진동하면서 서로 다른 알파벳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선율로 여러 입자들의 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1787년 클라드니 연구 이후로] 오늘날까지 마디선 바깥의 입자 운동은 무작위적이며 제어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였다”면서 “우리 연구진은 그 운동이 충분히 규칙적이며 통계학적으로 모형화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며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알토대학교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은 1787년 독일 물리학자 에른스트 클라드니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특정 주파수의 진동 판에서 모래들이 특정한 모양을 이루는 마디선(노드 라인) 쪽으로, 즉 몇 가지 정해진 지점으로 모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이런 마디선에 모이기 전까지 입자들의 운동은 무작위적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한다. 마디선 바깥에 있는 입자의 운동을 예측하거나 제어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알토대 연구진이 보여준 것은 진동판 위 입자들의 운동이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래 동영상 참조).


[ 알토대학교 연구진 동영상 https://youtu.be/hPUdDyBNkcE ]


00acousticsVib2.jpg » 일정한 음의 선율로 진동을 일으킴으로써 진동판 위의 세 입자들이 영문 알파벳(S, C, I) 모양 궤적을 그리도록 제어할 수 있다. 출처/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hPUdDyBNkcE 에서 갈무리. 연구진은 진동판에서 무작위 같은 입자 운동을 제어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고안했다. 먼저, 진동판 위에 올려진 물체들의 운동 궤적을 추적하고자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렇게 진동판 위 물체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컴퓨터는 일련의 음을 연주하며 물체들을 원하는 방향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특정 주파수의 음을 찾아나간다. 이럴게 찾은 음의 진동을 만들고서, 다시 물체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또다시 새로운 음의 지동을 만드는 식으로 작업을 거듭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 장비들은 진동판 위 입자들이 원하는 지점 쪽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하나의 음향 작동기를 사용해 많게는 6개 물체를 동시에,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면서 “이런 결과는 아마도 단일 음향 작동기로 얼마나 많은 물체 운동을 제각각 제어할 수 있는냐에 관해서는 신기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음향 진동의 기법이 소형 전자 부품, 물방울 같은 작은 물체를 옮기거나 솎아내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논문 초록

음향 진동을 이용해 물체를 움직이겠다는 구상의 기원은 17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에 에른스트 클라드니(Ernst Chladni)는 진동판에서 마디선(nodal line) 쪽으로 모래가 모이는 현상(aggregation)에 관한 상세한 연구를 보고했다. 그때 이후로 오늘날까지 지배적인 견해는 마디선에서 벗어나 있는 입자 운동은 무작위적이며 이는 제어불가능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클라드니 진동판(Chaldni plate) 위에서 노드 라인 바깥의 운동은 실제로 얼마나 무작위적일까? 우리 연구진은 그 운동이 충분히 규칙적이며 그래서 통계학적으로 모형화할 수 있으며 예측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심하게 선택한 음조들(musical notes)을 연주함으로써, 우리는 하나의 음향작동기(acoustic actuator)를 사용하여 여러 물체의 위치를 동시에, 그리고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보인 방법은 독립적인 궤적 추적, 패턴 변형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 방법은 전자 부품, 고체운반체(solid carrier)에 담긴 물방울, 식물 씨앗, 알사탕(candy ball), 금속 조각을 비롯해 넓은 범주에 속하는 여러 개의 작은 물체들(miniature objects)을 솎어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장과 뇌의 직통 핫라인’ 분자메커니즘 연구‘장과 뇌의 직통 핫라인’ 분자메커니즘 연구

    뉴스오철우 | 2017. 06. 23

    화학센서 구실하며 세로토닌 분비하는 EC세포신경세포와 시냅스 이뤄 ‘장내 정보’ 뇌에 전달 ‘멀리 떨어진 장과 뇌 사이엔 정보를 전달하는 직통 핫라인이 있다.’그 핫라인의 시작점이 되는 독특한 장내 세포들의 기능이 이번에 비교적 자세히 규...

  • “땅속 마그마는 거의 고체 상태, 분출 전에야 녹는다”“땅속 마그마는 거의 고체 상태, 분출 전에야 녹는다”

    뉴스오철우 | 2017. 06. 21

    마그마 속에 있다가 분출된 광물 지르콘의 '열 이력' 분석“대부분 시간 거의 고체 상태, 분출전에 녹은 상태로 변화”  다이어몬드처럼 작고 단단한 광물 지르콘(zircon)은 쉽게 변성되거나 파괴되지 않아 때로는 멀고먼 초기 지구의 환경을 ...

  • 욕조 배수 소용돌이 이용한, 블랙홀 물리현상 모사욕조 배수 소용돌이 이용한, 블랙홀 물리현상 모사

    뉴스오철우 | 2017. 06. 20

    물결 흐르는 수로 한복판에 배수구멍 만들어 관측실험 회전체 지나는 물결, 에너지 더 얻는 초방사 현상 관찰 ‘이 모든 게 하찮은 데에서 시작했죠.’욕조 배수구로 물이 빠질 때에 생기는 소용돌이에 착안해, 회전체인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접경에...

  • “목성, 가장 먼저 태어난 행성”…‘태양계의 듬직한 맏이’“목성, 가장 먼저 태어난 행성”…‘태양계의 듬직한 맏이’

    뉴스오철우 | 2017. 06. 14

    운석들의 금속 동위원소 분석 결과태양계 형성 뒤 100만년 만에 지구질량 20배 고체 형성‘중력 장벽’으로 목성 안쪽-바깥쪽 유성 무리 둘로 분리 태양계 행성 가족에서 듬직한 맏이는 역시 목성이었다.지구질량의 318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행성인...

  • “포유류에도 12시간 생체리듬 따로 있다”“포유류에도 12시간 생체리듬 따로 있다”

    뉴스오철우 | 2017. 06. 14

    ※ 이 글은 한겨레 6월14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우리 몸엔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에 맞춰 반응하는 생체리듬이 있다. 이런 주기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생체시계 유전자로 불리는데 그동안 생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