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암호 사용방식 바꿔, 대장균 게놈 설계·합성

미국 조지 처치 연구진, ‘사이언스’ 논문


460만 염기쌍 게놈 합성, 유전암호(코돈) 7종 일괄 치환

합성 게놈의 대장균이 실제 어떻게 생존할지는 향후연구


00EColi_Science2.jpg » 대장균. 출처/ SCIENCE, CHRIS BICKEL


엔에이(DNA)는 4종의 염기로 이뤄진다. 디엔에이가 아르엔에이(RNA)를 거쳐 단백질을 만들어낼 때, 염기서열은 3개씩 한짝으로 묶여 유전암호의 기본 단위(코돈, codon)를 이룬다. 그래서 4종 염기가 만들어내는 유전암호 가짓수는 ‘4³ = 64’ 가지이다.


자연의 생물체는 이렇게 총 64가지 코돈을 써서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 사슬을 엮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64가지 코돈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미노산은 20종뿐이다. 어떤 아미노산 하나를 만드는 데엔 몇 가지 코돈이 중복해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염기서열 코돈은 GCU, GCC, GCA, GCG, 이렇게 4종이나 된다. ‘사람’과 ‘인간’처럼 글자는 다른데 가리키는 뜻은 같은 ‘동의어’ 관계인 셈이다.


[참조]

'유전암호 재작성 생물'(GRO) 대장균 생산 [2013. 10. 30]

  http://scienceon.hani.co.kr/134102


이렇게 ‘동의어’처럼 염기 정보는 달라도 같은 아미노산을 가리키는, 중복된 유전암호 코돈을 방대한 유전체(게놈)에서 다른 동의어 코돈으로 일괄 치환해 유전암호 가짓수를 줄인 대장균의 게놈이 실험실에서 합성됐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조지 처치 교수 연구진은 대장균 게놈을 합성하면서 자연의 유전암호 가운데 기능이 겹치는 7종을 게놈 전체의 6만여 지점에서 찾아내 동의어 코돈으로 치환해, 유전암호 코돈을 본래 64종에서 57종으로 줄인 대장균 게놈을 설계해 만들어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460만 염기쌍으로 규모가 큰 대장균 게놈을 합성했다는 점 외에도, 생물체가 사용하는 유전암호의 가짓수를 줄였다는 점에 있다. 왜 생물이 쓰는 자연의 유전암호 가짓수를 줄인 게 주목받을까? 64종을 57종으로 줄여 용도가 없어진 코돈 7종이 이제는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용도 변경’이다. 만일 대장균이 57종 코돈만으로 충분히 생존한다면, 대장균 게놈에서 반드시 필요하진 않아 여분으로 빼놓은 7종 코돈은 이제 자연의 생명체엔 없던 새로운 용도로 다시 설계해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연구진은 그 잠재적 가능성을 지난 2013년과 2015년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보여준 바 있다. 쓰지 않아도 되는 여분의 코돈에다 자연에 없는 인공 아미노산을 불러들여 신물질을 만들도록 하는 새로운 유전암호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유전암호의 용도를 바꾼 대장균은 20종 아미노산 말고도 인공 아미노산도 사용해 자연에 없는 신물질을 만들 수 있다.


여분의 유전암호를 만들고 그 용도를 바꾸는 방식의 게놈 설계와 합성엔 다른 장점도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해왔다. 유전암호 사용 방식을 바꾼 박테리아는 △유전암호 사용 방식이 서로 다른 자연계의 바이러스 공격에 더 큰 저항력을 지닐 수 있으며 △인공 아미노산을 계속 공급해야만 생존하기 때문에 이런 변종 박테리아가 자연환경에 누출돼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 우려도 적을 것이라고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건 아니다. 연구진은 460만 염기쌍 규모의 대장균 게놈을 55개 조각으로 나누어 합성해 그 설계된 게놈이 대장균의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디엔에이 조각들을 연결하고서 합성 게놈을 지닌 대장균이 어떻게 생존할지에 관한 실험은 향후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발행되는 <테크놀로지 리뷰>의 보도에 의하면, 개별 유전자 하나 수준에서 디엔에이(DNA)가 처음 합성된 게 1970년이었다. 이후에 디엔에이 합성 수준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2000년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고 2010년엔 크레이그 벤터 연구진에 의해 100만 염기쌍 규모의 작은 박테리아 게놈이 합성됐다. 벤터 연구진은 올해 3월에는 이 인공 박테리아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470여 개 유전자만을 갖춘 이른바 ‘최소 세포’를 만들어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매체에 의하면, 460만 염기쌍 규모의 대장균 게놈,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큰 1250만 염기쌍 규모 효모 게놈의 합성 연구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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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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