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복사 모사한 실험실 블랙홀’…잇단 1인논문 눈길

이스라엘 물리학자 ‘음향 블랙홀’ 홀로 수년째 실험연구 주목

“소리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 모형에서 블랙홀 양자현상 관측”

40여 년 전 예측한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론 검증될까 관심


00blackhole2.jpg » 우주 블랙홀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NASA/ESA, https://www.spacetelescope.org/images/opo0218d/  


른바 ‘음향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드물고 독특한 기초연구 주제를 홀로 연구하며 잇달아 1인 저자 논문을 발표하는 물리학자….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우주 블랙홀을 빗대어 극저온 물질 상태에 음향 진동을 가두는 이른바 ‘음향 블랙홀’ 상태를 구현하고서, 이 장치를 이용해 호킹이 예측했던 블랙홀 현상을 실측해 2014년 주목을 받았던 이스라엘 물리학자가 과학저널 <네이처>의 뉴스에서 다시 화제의 인물로 보도됐다. 엄밀한 실험장치 설계와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은 까다로운 주제의 연구를 홀로 수행하면서, 실험연구에선 보기 드문 ‘1인 저자’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기술연구소(Technion) 소속 물리학자 제프 슈타인하우어(Jeff Steinhauer)는 절대온도 0도(절대온도 0도는 섭씨 -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 물질계를 만들고서 음향이 그 물질계를 탈출할 수 없게 한 실험장치를 구현했으며, 이런 ‘음향 블랙홀’ 장치에서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이 1970년대에 예측한 ‘호킹 복사’ 현상을 관측해 그 결과를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논문으로 보고했다.


‘호킹 복사(radiation)’는 1970년대에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을 양자이론으로 해석하면서 내놓은 블랙홀 이론이다. 당시 호킹은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알려진 블랙홀의 가장자리(사건의 지평선)에서 입자와 반입자 쌍 가운데 한짝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면 나머지 짝은 바깥으로 방출된다는 이른바 ‘호킹 복사’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호킹의 블랙홀은 호킹 복사로 인해 궁극적으론 줄어들고 소멸하게 된다. 이런 호킹 블랙홀 현상을 우주 블랙홀을 빗댄 실험실 장치에서 구현하고 관측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슈타인하우어는 2014년에도 같은 물리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유사한 실험결과를 1인 저자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참조]

실험실에 구현된 ‘호킹의 블랙홀’  [2014.10.14]

 http://scienceon.hani.co.kr/201365


슈타인하우어의 실험장치는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다음은 <네이처> 뉴스에 보도된 한 대목이다.


“1980년대 초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교의 물리학자 빌 언루(Bill Unruh)는 호킹이 예측한 것들을 검증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가속 운동을 겪는 매질을 머릿속에 그렸다. 폭포로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상황 말이다. 헤엄치는 사람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헤엄쳐도 폭포를 벗어날 수 없을 지경인 어떤 지점에 이르는 것처럼, 매질에서 음속을 초과하는 어떤 지점 안쪽으로 들어간 음파는 그 흐름을 거슬러서 이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루는 이 지점이 사건 지평선과 동등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이 호킹 복사를 보여주는 음향의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슈타인하우어는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냉각 상태의 루비듐 원자 구름을 이용해서 언루의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몇 밀리미터 길이의 시거 모양 덫(trap)에 갇힌 원자들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집(BEC)이라는 양자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음의 속도는 1초당 0.5밀리미터에 불과했다. 슈타인하우어는 원자들을 가속해 일부는 1초당 1밀리미터 속도에 이르게 함으로써 사건 지평선, 초음속의 응집 상태를 만들어냈다.

 이런 초냉각 온도일 때, BEC에서는 매우 약한 양자 요동만이 나타날 뿐이기에 그것은 우주 진공 상태의 양자 요동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런 양자 요동들은 양자음향(phonon)이라고 불리는 음의 단위량들(packets)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진공에서 광자들이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고 슈타인하우어는 말한다[양자 요동에서 광자 쌍들은 만들어졌다가 즉시 소멸한다]. 그 짝들은 서로 분리되어 한짝은 사건 지평선의 초음속 상태에 머물고 다른 짝은 호킹 복사[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네이처 뉴스에서)


이번 연구에서, 슈타인하우어는 극저온에서 만들어진 BEC 물질 실험장치에서 이른바 ‘사건 지평선’ 안쪽과 바깥쪽의 물질 상태를 관측함으로써 안팎의 음향입자 짝들이 양자얽힘(entanglement)이라는 양자 현상을 보여준다는 실험결과를 얻어냈다. 이런 결과는 2014년 논문에 이어 다시 ‘호킹 복사’라는 이론적인 블랙홀 현상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유비적인 실험은 당연히 실제의 우주 블랙홀을 직접 구현한 게 아니기에 근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너무도 미미하게 일어나기에 실제 우주에서 실측할 수 없는 우주 블랙홀의 복사 현상을 실험실의 블랙홀 실험장치에서 처음 실측해 호킹의 블랙홀 이론을 유비적인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스티븐 호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손꼽히면서도 우주에서 실측할 수 없는 ‘호킹 복사’의 블랙홀 이론이 이런 유비적인 음향 블랙홀 실험을 통해서 검증되고 확증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후속 연구들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00HawkingRad_jeff.jpg » 호킹의 블랙홀을 매우 작은 규모로 빗대어 구현한 실험 장치, 그리고 연구자 제프 슈타인하우어. 출처/ http://physicsworld.com

 

편, 이번 연구는 실험 결과와 해석도 눈길을 끌지만, 이 연구를 물리학자 슈타인하우어가 수년 동안 난해한 기초연구 주제의 실험을 홀로 수행하면서, 1인 단독 저자로서 논문을 잇달아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처>는 연구성과를 전하는 뉴스와 별개로 슈타인하우어의 연구 스타일을 전한 다른 뉴스 보도에서, 학생이나 다른 공동 연구자 없이 수년째 홀로 까다로운 음향 블랙홀 실험을 수행해온 슈타인하우어는 “중요한 연구를 날마다 하루종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험 연구 과정에서 원칙을 중시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의 실험실엔 최근 몇 달 전에야 박사후연구원 한 명이 합류했다고 한다.


공동저자가 거의 대부분인 요즘 연구 환경에서 1인 단독 저자로서, 대중적 관심을 받기 힘든 비인기 주제의 기초연구를 계속해온다는 점에서도 슈타인하우어는 화제의 인물로 조명받고 있는 듯하다.


 슈타인하우어 웹페이지의 논문 소개문

우리는 양자 진공 요동(quantum vacuum fluctuations)이 촉발하는 호킹 복사의 열 분포(thermal distribution)가 유비적 블랙홀(analogue black hole)에서 방출되는 현상을 관측했다. 이는 블랙홀 열역학에 관한 호킹의 예측을 확증해준다. 그 열 분포에는 블랙홀 바깥쪽의 호킹 입자들과 안쪽 파트너 입자들 간의 상관관계가 수반된다. 우리는 호킹 입자와 파트너 입자의 고에너지 쌍들이 얽혀 있으며 저에너지 쌍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양자얽힘(entanglement)은 블랙홀의 정보손실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를 입증해준다. 호킹 복사 관측은 양자중력 탐구(quantum gravity) 분야에서 시금석과도 같은 호킹의 계산(Hawking’s calculation)이 옳음을 입증해준다. [2016년 8월 16일 읽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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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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