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입자’ 흔적, 후속 검증에서 확인 안돼 -LHC

지난해 검출된 이상신호, 우연한 통계적 요동으로 결론

500여편 예측분석 논문 쏟아낸 ‘신중한 흥분’뒤 아쉬움

향후 고에너지 충돌 실험에서 새로운 발견 기대는 계속


00LHC.jpg » 거대 강입자 충돌기의 검출실험 장치 내부. 출처/ CERN


금의 입자물리학 이론을 크게 바꿀 만한 ‘새로운 입자’는 후속 데이터 검증에서 끝내 확인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에 있는 두 관측장비(CMS, ATLAS)에서 동시에 검출된 이상신호(‘bump’)를 이후에 생성된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물리학자들은 결국에 이 신호가 우연한 “통계적 요동”의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저널 <네이처><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미국 시카고에서 5일 개막한 국제 고에너지물리학회(ICHEP)에서 거대 강입자 충돌기 실험연구에 참여하는 물리학자들은 “(지난해 12월 데이터에 이어) 2016년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초과 신호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거대 강입자 충돌기에서 수행된 양성자 빔 충돌 실험에서는 기존의 이론으로 계산되지 않는 광자쌍 초과 신호가 매우 높은 에너지(750GeV, 기가전자볼트)에서 생성되어, 이런 신호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이론에선 다뤄지지 않는 새로운 가설적인 기본입자에서 비롯한 게 아니냐는 기대와 예측이 높았다. 이번 발표에서는, 그 이후에 5배나 더 많은 양성자 빔 충돌 데이터를 대상으로 그 존재를 살펴보았으나 유의미한 신호가 검출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여과, 분류, 분석하는 통계적인 작업에서 “발견 선언”을 하기에는 매우 높은 확률의 확실도(통계적 확실도는 ‘시그마’ 단위를 쓰는데 시그마 5 이상일 때 발견 선언이 이뤄진다)를 보여주어야 하나, 이번 후속 실험에서는 ‘시그마 2.1’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네이처>는 보도했다.


[참조]

‘새 기본입자 단서 잡았나?’ LHC 최근 실험 신호관측  (2015. 12. 16)

 http://scienceon.hani.co.kr/348609

‘새로운 입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2016. 7. 22)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3370.html


그동안 지난해 12월에 검출된 초과 신호(bump)가 단순히 우연한 사건으로 검출된 통계적 요동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이보다는 이전에 검출된 ‘가벼운 힉스’와는 비교되는 ‘무거운 힉스’가 검출되었으리라는 해석, 그리고 이보다 더 급진적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가설적 입자가 검출됨으로써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해석이 제시되며, 이 신호의 검증은 크나큰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해 12월에 이상신호 검출이 처음 알려진 이후에, 이 신호를 서둘러 분석해 신호의 의미를 예측하려는 논문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그 수만 무려 500여 편에 달했을 정도로(<네이처> 뉴스), 관련 학계에서 기대와 관심은 매우 높았다.


신중하지만 감출 수 없었던 지난 반년 동안의 흥분은 이제 사그라들게 됐다. ‘새로운 입자 발견’의 기대는 거대 강입자 가속기의 후속 가동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지난 반년의 흥분과 연구는 허탈함만을 낳을 뿐일까? <네이처> 뉴스에서, 스웨덴의 한 이론물리학자(Christoffer Petersson)는 (그동안 이상신호의 해석에 적용하려고 했던) 많은 모형이 모두 틀렸다 하더라도 그건 시간낭비가 아니라면서 “이 실험 결과에 이러저러한 이론과 가설을 적용해 보려고 시도한 것은 즐거운 연습이었고, 내게는 그런 과정에서 배울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거대 강입자 충돌기의 양성자 충돌 실험은 계속될 것이고, 더 많이 쌓일 빅데이터에서 어떤 새로운 결과가 나올지 기대는 여전히 계속된다.


<한겨레> 7월22일치에 실린 글을 참조용으로 이곳에도 옮겨 싣습니다.

 
‘새로운 입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힉스 입자에 이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기본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신호가 포착됐다는 발표가 나온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이런 소식은 당시에 주목을 받았지만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신호가 가리키는 입자가 무엇인지 그 정체는 규명되지 못한 채 후속 데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이제 그 결과가 8월에 발표될 모양이다.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에서 계산된 예측을 벗어나, 전에 없던 새 입자가 발견된 걸까? 8월 발표를 앞두고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뚜껑도 안 열렸는데 벌써 새로운 입자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여러 추측의 글들이 나오고 있다. 

이 거대한 입자 충돌 장치는 100m 지하에 있는 27㎞ 길이의 원형 터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쏜 양성자 빔을 거의 빛 속도로 가속하다가 충돌시킨다. 이때 양성자 입자가 쪼개지면서 갖가지 입자 신호가 생성되는데, 충돌 에너지가 클수록 고에너지 상태에서나 존재하는 입자의 신호가 포착된다. 2012년 힉스 신호는 8TeV(테라전자볼트)의 충돌 에너지에서 검출됐는데, 성능을 높인 지금 충돌기는 무려 13TeV의 에너지를 구현한다. 그러니 전엔 볼 수 없던 고에너지 입자도 검출되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높았다. 덩달아 물리학 표준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기본입자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커졌다.

독특한 신호의 정체는 대체 무얼까? 물리학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그 신호는 또다른 힉스에서 비롯했을 수 있다. 2012년 발견돼 노벨물리학상을 안긴 힉스 입자는 ‘가벼운’ 힉스(125GeV, 기가전자볼트)였으며 이번에 검출된 신호(750GeV)는 ‘무거운’ 힉스 종일 수 있다는 얘기다.

른 가능성으론, 표준이론에서 실체로서 다뤄지지 않은 가설적인 입자일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표준모형은 위협받고 그 이론체계는 개편되고 다듬어져야만 한다. 만일 그렇다면 새로운 입자 발견은 중력파 첫 검출에 버금가는 큰 뉴스가 될 것이다. 마지막의 허탈한 가능성으로, 유별난 신호 검출은 그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생긴 잡음 해프닝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세 갈래 가능성 중에 새로운 입자의 출현에 더 큰 기대를 내비치는 듯하다. 왜 이들은 전에 없던 입자에 설레는 기대를 나타내는 걸까? 현 이론체계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힉스 발견 선언이 있기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해당 신호가 힉스인지 아닌지를 두고 추측과 기대가 오갔다. 당시 한 물리학자는 ‘어쩌면 표준이론이 예측하는 힉스가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입자로 판명될 때 물리학은 오히려 더 크게 발전할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리학의 집단지성으로 쌓은 지식체계가 지금의 표준모형이라지만, 여전히 그 이론의 틀에서 다 설명되지 않는 힘과 입자, 우주론의 물음이 있기에 새로운 입자의 출현이 새로운 발견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였던 듯하다. 발견은 이전 지식에서 많은 것을 바꾸겠지만 자연을 보는 다른 눈을 줄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과학 하는 이들이 기꺼이 반기는 ‘과학 하는 즐거움’일 것이다.

신호의 정체는 발표 전까지 짐작하기 어렵다. 연구진 사이엔 발표 전까지 일체의 정보를 밖에 흘리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기에 8월 발표의 향방은 예측하기 힘들다. 지금도 발표를 준비하는 이들의 작업은 분주하리라. 발표가 허탈한 결과를 전할지라도, 갖가지 기대를 쏟아내는 지금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과학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7월22일,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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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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