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물질이 뇌에도 영향, 사회적 행동 달라져" -쥐실험

‘면역계-뇌 연결’ 보고했던 미 연구진의 후속논문


인터페론-감마 호르몬 막으니 실험쥐 사회적행동 결핍

“병원체-면역계-신경계-사회적행동들 간의 관계 주목“

00brain_connectivity0.jpg » 뇌의 이미지. 출처/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면역계는 면역계, 뇌는 뇌….’ 이처럼 면역계와 뇌는 해부학적으로 확실히 분리되어 있다는 오랜 통설과는 달리 둘이 연결되어 있음을 관찰해 지난해 학계에 보고했던 미국 연구진이 이번엔 면역물질 인터페론의 작용을 조절하니 뇌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행동도 달라진다는 쥐 실험 결과를 내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면역계가 뇌에,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의대 조너선 키프니스(Jonathan Kipnis) 교수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신경세포 연결과 사회적 행동의 조절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감마의 예기치 못한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냈다. 인터페론 감마는 병원체가 침입할 때 증가하는 면역성 물질(호르몬의 일종)인데, “예기치 못한 역할(unexpected role)”이라는 흔치 않은 표현은 면역물질이 뇌에 영향을 주어 사회적 행동을 바꾸리라는 것이 기존 학설에선 예상할 수 없던 일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이 연구진은 <네이처>에 낸 다른 논문에서, 중추신경계와 면역계가 해부학적으로 단절되어 둘을 이어주는 조직이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 통설과 달리 둘 사이에 림프관의 연결이 존재한다는 것, 쥐의 해부학적 관찰 결과를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참조 기사]

“뇌와 면역계 사이에 몰랐던 림프관 존재” (2015. 06. 11)

  http://scienceon.hani.co.kr/282245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체에 반응하는 면역계, 면역계의 영향을 받는 뇌 신경세포, 그런 뇌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행동의 변화’라는 연관성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런 논증에서 가장 큰 근거는 ‘인터페론 감마’라는 항병원체 면역물질이 있거나 또는 없을 때 실험용 쥐에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의 변화이다.


00brain_connectivity3.jpg » 뇌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이 정상적인 경우(왼쪽)와, 인터페론 감마 면역물질이 차단되어 그 연결이 과도하게 많아진 경우(오른쪽)를 보여주는 그림. 출처/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서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감마 호르몬의 생성을 차단할 때 사회성이 결핍된 행동이 나타나며, 다시 이 호르몬의 생성을 복원하자 쥐의 사회적 행동이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고 보고했다[참고: 버지니아대학 보도자료, 사이언스얼러트 보도]. 인터페론 감마 호르몬이 없을 때 쥐의 뇌 신경세포들 사이에선 과도한 연결 현상(hyper-connectivity)이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또한 초파리, 제프라피시, 마우스, 래트 같은 실험동물에서 사회적 행동이 나타날 때 인터페론 감마의 면역반응도 증대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의 해석에 의하면, 이런 연구결과들은 생물체의 개성(personality) 중 일부가 면역계에 의해 사실상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조현병 같은 사회성 결핍 장애가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기겠지만 면역계의 문제도 그 원인들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결과를 확대해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를 듯하다. 무엇보다 인터페론 감마라는 면역물질이 사회적 행동 장애에도 관련될 수 있다는 이번 연구가 동물을 대상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수행된 실험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훨씬 복잡하며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의 경우에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연구는 또한 더 많은 후속 연구를 거치며 검증되고 확인돼야 한다.


병원체의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군집 행동에, 감염에 저항하는 면역물질이 연관돼 있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병원체, 면역계, 신경계, 사회적 행동 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것(인터페론 감마)은 어떤 생물체가 자기 종의 생존을 꾀하고자 사회적이고자 할 때 극히 중대해지는 요소입니다. 그건 수렵, 유성생식, 채취, 사냥에 중요합니다’, 논문 제1저자인 앤소니 필리아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생물체들이 함께 모이면 감염을 확산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가설을 생각할 수 있죠. 당신은 사회적이어야 하지만 그렇다 보면 병원체를 퍼뜨릴 기회는 그만큼 더 많아집니다. 우리 연구진이 제시하는 바는, 인터페론 감마가 사회적 행동을 드높이며 동시에 항병원체 반응을 드높이는, 이 둘을 동시에 행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서 진화 과정에서 사용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버지니아대학 보도자료)


‘인터페론 감마’ 분자가 병원체와 사회적 생활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매개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 면역계의 분자가 어떤 새로운 설명을 곁들여줄 수 있을까? 검증과 후속 연구들이 기다려진다.


  논문 초록

면역 장애(immune dysfunction)는 일반적으로 여러 신경질환, 정신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말초 면역이 신경세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커니즘은 대체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수막 면역(meningeal immunity, 수막은 뇌를 감싼 막)이 공간 학습이나 기억 같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수막 면역이 사회적 행동에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적응면역이 결핍된 실험용 쥐에서는 사회성 결핍과 전두-대뇌피질 영역의 과도한 연결(hyper-connectivity)이 나타난다. T세포에서 유래한 시토카인(cytokines)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설치류 뇌 전사체(transcriptomes)와 세포 전사체 간의 연관(association)은 사회적 행동과 인터페론 감마(IFN-γ)에 의한 반응 간에 강한 상호작용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와 맞추어, 우리 연구진은 억제 뉴런(신경세포)들이 인터페론 감마에 반응하여 투사 뉴런들에서 GABA성(γ-aminobutyric-acid, GABA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흐름을 증대시킴을 보여준다. 이는 인터페론 감마가 수막 면역과 사회적 행동 관련 신경회로 사이에 있는 분자적 연결고리임을 의미한다. 여러 생물체의 전사체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 설치류, 어류, 초파리가 사회적 맥락에 놓일 때에 IFN-γ/JAK-STAT와 관련되는 유전자 신호를 고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인터페론 감마 신호의 경로가 사회적/군집적 행동과 효율적 항병원체 반응 사이에서 공진화적 연결을 매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사회성 장애라는 특징을 지닌 질환과 관련해 적응면역 장애, 특히 인터페론 감마 장애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며, 사회적 행동과 인터페론 감마 신호에 의한 항병원체 면역반응 간의 공진화적 연결고리를 시사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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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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