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두 기억은 뇌에 어떻게 저장되나

캐나다·미국 연구진, 기억 연결에 관한 실험


첫 기억 때 활성화한 뉴런이 뒤이은 기억 참여에 큰 경쟁력

“비슷한 시간대의 두 기억이 동일한 신경세포군에 중첩저장”

00memory_SickKids.jpg » 신경세포 연결망의 영상. 출처/ 캐나다 SickKids, http://www.sickkids.ca/AboutSickKids/Newsroom/Past-News/2016/memories-linked-brain.html


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기억이란 신경세포(뉴런)들의 연결망이 강화됨을 뜻한다. 이런저런 기억이 생성된다 함은 이때 강화되는 연결망이 이런저러함을 뜻한다. 연결망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강화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기억이 회상될 때 강화된 시냅스 연결망은 활성화하며 탄탄해진다.


그러면 서로 가까운 시간대에 일어난 두 사건에 대한 기억은 이런 신경세포의 연결망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저장될까? 아침에 멋진 옷을 차려 입고서 거울 앞에 섰던 기억과, 곧이어 집을 나서다가 계단에서 구를 뻔한 기억은 나중에 쉽게 이어져 한꺼번에 회상되는데, 그건 기억을 담은 신경세포들의 어떤 독특한 구조 때문일까?


여러 기억이 연결되어 함께 회상되는 현상을 신경세포 차원에서 설명하는 새로운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SickKids)과 토론토대학,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런 물음과 관련해, 어떤 기억이 저장될 때 활성화한 신경세포들이 이어 저장되는 기억의 신경세포 연결망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기에 가까운 시간대의 두 기억은 중첩된 신경세포 연결망에 저장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발표 논문의 제목은 “공포 기억 생성과 회상에 영향을 주는 엔그램(engram) 간의 경쟁”(Competition between engrams influences fear memory formation and recall)인데, 여기에서 엔그램이란 어떤 기억을 저장한 ‘신경세포들의 집합’을 가리킨다. [논문의 공저자들(13명)에는 한국인 이름을 쓴 토론토아동병원/토론토대학의 박성모(Sungmo Park) 박사와 스탠포드대학의 이수연(Soo Yeun Lee) 박사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들이 서로 다른 시간 간격을 두고서 서로 다른 조건의 두 가지의 공포 사건(발에 가벼운 전기자극을 가한다)을 겪게 한 다음에, 신경세포 활성을 식별할 수 있는 형광단백질을 통해 쥐 뇌 세포의 변화를 살폈다. 연구진은 첫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생성될 때 활성화했던 신경세포들이 몇 시간 동안 활성 또는 흥분을 유지하며, 이처럼 활성 또는 흥분을 띤 신경세포들이 뒤이어 일어난 두 번째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 집합에 쉽게 포함되는 경쟁력을 지닌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두 사건의 기억은 동일한 신경세포 집합(엔그램)에 저장될 수 있으며, 두 기억의 연결이 신경세포 수준에서는 엔그램의 중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편도체에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있다. 그런데 뇌는 특정 기억을 저장할 때 어떤 신경세포 집합을 사용할지 결정할까? ‘우리 연구진은 편도체 내 신경세포들의 활성 또는 흥분이 요동한다는 걸 알게 됐으며,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가장 쉽게 흥분하는 신경세포가 가장 손쉽게 그 기억을 거머쥐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선, 어떤 기억을 생성한 이후에 그 엔그램 세포들이 몇 시간 동안은 활성을 지속하다가 흥분의 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만일 두번째 사건이 [신경세포의 활성이나 흥분이 지속되는] 이런 시간대(6시간 이내)에 일어난다면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은 동일한 신경세포 집합에 저장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두 기억들이 동일한 신경세포군에 저장되기에 두 기억은 연결된다.

 만일 두 번째 사건이 첫 번째 엔그램 세포들이 활성화하고 흥분돼 있는 시간대가 다 지난 뒤에(예컨대 하루 뒤에) 일어난다면, 그러면 두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은 다른 신경세포군에 저장된다. 이때에 두 기억은 연결 상태가 아니며 완전히 별개의 사건으로 기억된다.” (캐나다 아동병원 보도자료에서)


이는 가까운 시간대에 일어난 두 사건에서 첫 번째 사건의 기억으로 이미 활성 또는 흥분을 띠는 신경세포들이 두 번째 기억의 생성 때에 기억의 연결망에 들어가는 데에 훨씬 더 경쟁능력을 지니며, 그래서 두 사건은 동일한 신경세포군에 저장된다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이번 연구논문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두 기억이 연결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캐나다 아동병원 보도자료에서)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활성 또는 흥분을 일부러 누그러나 일으킨다면, 별개이던 두 기억을 연결할 수 있으며 연결된 두 기억을 별개로 분리할 수도 있음을 광유전학을 이용한 기억 조작 기법을 사용해 보여주었다 (광유전학을 이용한 기억 연구 기법은 아래 기사 참조).


“연구진은 신경세포 흥분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본래 별개의 편도체 신경세포군에 저장될 두 기억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거꾸로 연구진은 본래 동일한 세포군에 저장될 두 기억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캐나다 아동병원 보도자료에서)


 광유전학 이용한 기억 연구 사례

- 진짜 같은 가짜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동물실험   [2013. 07. 30]
   http://scienceon.hani.co.kr/114991

- 알츠하이머로 소실된 기억, 복원하다 -쥐 실험   [2016. 03. 17]

   http://scienceon.hani.co.kr/378874


첫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생성된 뒤에 곧이어 광유전학 기법으로 그 기억을 저장한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일부러 억제하면서 동시에 두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생성할 때, 두 번째 기억은 첫 번째와 동일한 엔그램(신경세포 집합)이 아니라 동떨어진 다른 엔그램에 저장되어, 두 기억 간의 연결성은 끊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첫 번째 기억이 생성되고서 하루 이상 지나면 자연히 두 기억의 연결성은 끊어지지만, 두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생성하는 동안에 첫 번째 기억의 신경세포들을 일부러 활성화하면, 두 번째의 기억이 첫 번째 기억의 엔그램에 중첩되어 저장돼 별개였던 두 기억의 연결성이 인위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신경세포들이 새로운 엔그램[기억 생성 신경세포들의 집합]에 들어가고자 경쟁함을 보여주며, 또한 그 경쟁에서 [신경세포의 활성 또는] 흥분성(excitability)이 지배함을 보여준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스 보도에서)


이번 연구는 우리가 함께 떠올리는 두 기억의 연결성이 뇌 신경세포 수준에서는 어떠한 물리적인 변화로 나타나는지에 관한 물음에 답하는 것으로서, 그리고 단일 기억의 조작뿐 아니라 두 기억 연결성의 조작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사이언스’ 에디터의 논문 소개문

기억들은 어떻게 연결되고 분리되나
 엔그램(engram)은 단일 기억들을 저장하는 뇌 조직의 변화이다. 신경과학자들은 그것들의 위치를 식별하고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엔그램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기억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라시드(Rashid) 등 연구진은 측면편도체(lateral amygdala)에 있는 어떤 영역의 신경세포 조합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폈다. 두 번의 공포 사건이 6시간 이내에 일어날 때, 동일한 신경세포 세트가 두 사건에 대한 공포 기억을 표출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그 사건들이 24시간의 시간을 두고서 분리될 때, 서로 다른 기억 흔적(엔그램)이 형성되었다.


  ■ 논문 초록

엔그램(engram)으로 불리는 세포 집합들이 기억을 표상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단일 엔그램을 식별하고 조작하는 데에 진전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엔그램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기억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측면편도체(lateral amygdala: LA)에서, (공포 기억) 학습 중에 흥분성(excitability)이 증가한 뉴런들은 엔그램의 자리를 배정받는 데에 이웃 뉴런들에 비해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outcompete). 우리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에 토대를 둔 경쟁이 또한 엔그램들 간의 상호작용도 지배하는지 여부를 살폈다. 마우스는 서로 다른 시간 간격을 두고서 두 가지의 분리된 공포 조건 사건을 겪도록 했다. 측면편도체 신경세포의 흥분성은 광유전학 방법으로(optogenetically) 조작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가까운 시간대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통합하며(두 엔그램에 속한 신경세포군들을 중첩해 공동할당 하는[coallocating]), 먼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분리하는(각 엔그램에 속한 신경세포군들을 비중첩화 하여 탈할당 하는[disallocating]), 그런 일시적 경쟁 과정(transient competitive process)이 드러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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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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